사진/영상이론가이신 이영욱 사진가의 사진집입니다.
2015년 출간된 책으로 이 책의 사진들은 모두 익숙한 대상에 대한 ‘낯설음’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사진을 ‘기록’으로 생각하기보다 ‘예술’로 생각하시는 작가의 의도가 드러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께서 ‘사진가의 노트’에서 밝히셨듯이, 이영욱 사진가께서는 현실의 ’재현‘으로서의 전통적인 사진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사진을 객관적인 재현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사진예술의 답이라고 보았다 (p4)
고 언급하십니다.
제가 본 이 사진집의 특징은 낯설음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거리와 공원, 놀이동산, 유원지의 사진을 스트레이트한 사진으로 찍었는데도 매우 비현실적으로 보입니다.
전통적인 리얼리즘 사진에서 벗어나 일정부분 현대미술의 낯설게하기를 따라가는 느낌입니다.
이 사진집의 사진들은 또한 표제도 없이 그냥 이미지만 나열이 되어 있고 작가는 이 사진들이 1993년부터 5년간 한 작업들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해설에서 이영욱 사진가가 인천에서 활동하는 사진사라는 언급이 없었으면 사진의 촬영지가 인천이라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사진은 생경합니다.
사진은 확실히 흑백으로 재현되면 현실의 피사체보다 추상성이 강화됩니다.
저도 흑백촬영을 하면서 일상의 사물들이 사진 속에서 마치 다른 세계 속 판타지의 이미지로 재현되는 듯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컬러사진의 대명사로 색채재현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꽃이나 정물을 흑백으로 재현하면 그 이미지가 가장 비현실적이고 부유하는 듯 보입니다.
사진을 하면 생각하는 이미지는 카메라를 메고 거리를 방황(wandering)하듯 산책을 하며 산책을 하며 피사체를 유심히 관찰하며 셔터를 눌러대는 이미지일 것입니다.
이 사진집에는 사진을 공부하기 위해 도시에서의 산책과 연관하여 독일의 미디어철학자 발터 벤야민( Walter Benjamin),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 그리고 사진에 대한 중요 에세이를 남긴 미국의 수잔 손탁(Susan Sontag)을 거론합니다.
이미지와 현대미디어환경의 예술을 생각할 때 한번씩 보아야 할 저자들인 건 분명합니다. 다만 SNS의 발달로 젊은 세대들의 스마트폰 과몰입이 심리적, 정서적, 교육적인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20세기 초 일방적인 매스미디어 환경을 전제로 한 논의들이라 조심스레 접근을 해야할 듯 합니다.
오히려 한국에서 사진과 산책을 주제로 한다면 저는 소설가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1934)>을 읽어보는 편이 낫지 않나 생각합니다.
사진가들이 많은 사진을 남겼던 명동과 소공동 그리고 청계천과 광교 등이 소설의 배경으로 나오기 때문이고, 사진을 찍는 여정도 구보가 친구들을 만나러 경성거리를 돌아다니는 상황과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저 개인적으로 흑백의 스트레이트 사진으로 피사체를 매우 낯설게하는 방식으로 찍은 사진들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피사체를 프레임 안에 잘라 표현한 이미지가 재현을 벗어나 그 이상의 다른 이미지가 보여주는 낯섦음은 이 사진들이 사진과 현대회화의 그 중간 어딘가에 위치한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