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풍경 눈빛사진가선 20
김정일 지음 / 눈빛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진가 김정일님이 1980-1982년 촬영한 서울의 풍경사진집입니다.

아직 서울에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 그리고 강남의 압구정동과 대치동 반포에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 목동에 신시가지가 들어서기 전의 풍경사진과 북촌의 계동 옛 기와집 사진이 눈에 들어옵니다.

저도 어린시절을 통과해온 1980년대이지만 당시 서울은 아파트보다 ‘집장수’가 지은 양옥집이 많았고, 서울의 산비탈마다 판자집으로 지은 달동네가 존재했습니다. 이 사진집에도 나온 장위동, 길음동에 작은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달동네가 한가득이었습니다.

지금은 가장 화려한 동네라는 압구정동도 당시는 경기도에 속한 농촌마을이었고, 타워팰리스가 위치한 도곡동도 그저 서울 근교의 농촌이었을 뿐입니다.

이 책의 표지사진에 쓰인 사진의 장소가 도곡동의 1982년 모습이라고 하니 40여년 간의 상전벽해(桑田碧海)에 기가막힐 따름입니다.

이 사진집은 사진의 ’기록‘이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촬영 당시 어디에나 있는 일상적 풍경과 사람들을 사진가는 그저 묵묵히 기교없이 촬영했을 뿐이지만, 40여년의 시간이 흐르고 시간의 층위가 쌓이자, 이제는 다시 볼수 없는 서울에 대한 흔적에 대한 기록이 되어 당시를 살았던 이들에게 과거를 떠올리게 해줍니다.

흘러가는 시간의 순간을 고정시켜 영원히 그 흔적을 남기는 것이 사진이고 그 사진의 본래의 역할을 담담하고 정직하게 보여주는 사진집이라고 생각합니다.

10년전인 2015년에 출간되었고, 해설은 2022년 별세하신 故 한정식 사진가께서 써주셨습니다.

선생께서는 ‘시간에 따라 발효된’사진의 의미를 해설로 써주셨습니다.

사진은 다른 장르의 예술과 달리 촬영직후 공개될 수도 있지만 사진가의 의도에 따라 그리고 사진가의 형편에 따라 발표가 늦춰질 수 있고, 사진은 촬영당시와 매우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언제나 누구나 보았던 일상의 풍경이 시간이 지나서 한 시대를 중언하는 기록으로 역사적인 가치를 획득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쉬운 사진개론서를 써주신 사진가로 기억하고 있는데 이 글을 쓰면서 고인이 돌아가신 걸 알았네요.

저처럼 도시경관과 도시사진(Urban Photograph)에 관심을 가진 이에게는 귀중한 선례같은 사진집이라고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