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 - 쇠락하는 산업도시와 한국 경제에 켜진 경고등
양승훈 지음 / 부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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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 사회학과 양승훈 교수의 신간입니다.

전통적이지만 마치 플랫폼과 디지털경제에 밀려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잘못 알려진 제조업 (製造業,manufacturing)과 그 제조업의 역사가 거의 100여년이 된 산업도시 울산(蔚山)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조망한 연구서입니다.

한국은 현재 세계에서 손꼽히는 제조업 강국으롯 GDP에서 한국과 비슷하게 제조업 비중을 보이는 나라는 독일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런 중심적 역할에도 불구하고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어서인지, 금융이나 IT기업들만큼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가 지나친 경제의 금융화(Financialization)에 따른 결과이고 코로나 19이후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는 공급망을 재편하며 해외에 있는 공장들을 특히 전략적인 반도체 공장들을 미국으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reshoring)을 시작한 것만 봐도 경제의 근간이 제조업인건 분명합니다.

책이 나온 때가 2024년 3월이니 출간된지 2달밖에 안된 책으로 본문만 411쪽입니다.

저자가 분석한 울산의 현재의 문제점은 10장에 잘 정리되어 있고 다음과 같습니다.

1. 적대적 노사관계
2.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원청 정규직 -하청 비정규직)
3. 산업가부장제 (남성만 생산직에 고용하는 관행- 남성 가장이 가정을 부양하는 경제체제)

위의 사항과 함께 울산을 대표하는 3대 산업(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에 속한 대기업 생산직 위주로 체제가 공고히 이루어져 있습니다.

박정희 정부가 울산에 일제때 개발되다 해방과 함께 멈춰진 정유공장을 완성해서 시작된 산업도시 울산은 이후 현대의 대대적인 투자로 조선소와 자동차공장이 들어서면서 현재와 같은 모습의 원형을 갖추었습니다.

조선소와 자동차공장에는 초기에 돈을 벌기 위해 울산으로 올라온 젊은이들이 짧은 기술훈련을 마치고 정규직 생산직으로 고용되었고, 공대를 나온 엔지니어들도 생산기술과 공정기술 적용을 위해 현장의 생산직 기술자들과 협업을 이루어 나름의 생산관리 노하우와 기술숙련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가 대략 1970-1990년대까지 입니다. 해외 경쟁사의 완제품을 분해해 원리를 파악해 기술을 익히는 reverse engineering 을 통해 기술을 익혔는데 이 당시만 해도 한국은 후발개도국으로 선진국을 추격(follower)하는 실정이었습니다.

하지만 1998년 IMF국제금융위기 이후 현대자동차의 경우 처음 해고를 경험하면서 사측을 불신하기 시작하여 그 이후로 정규직 생산직 노동자들은 이후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는것이 노조활동의 중심이 됩니다.

1987년 이전 배운것 없고 가진 것 없던 공장 노동자들은 공장에서 인격적 모독을 당하고 부당한 처우를 받다 이후 1987년 6월 대항쟁이후 임금이 급격히 오르고 처우가 개선되기 시작합니다.

해고가 트라우마로 남은 정규직 생산직 노동자들은 이후 사측을 신뢰하지 못하고 그 전과 같이 회사와 협업을 통한 생산성 향상노력울 하지 않게되고 기술 숙련에 무관심하게 됩니다. 기술자가 생산현장에서 경험으로 축적하는 노하우인 숙련도에 무관심하게 되면 노동자 본인에게도 좋지 않지만 갑작스런 해고의 트라우마가 더 컸던 겁니다.

이렇게 적대적 노사관계는 1998년 대대적인 해고를 통해 형성되고 회사는 이후 더이상 정규직 생산직을 신규로 뽑지 않고 부족한 인력은 사내하청 비정규직과 모듈화를 통한 생산공정을 통해 원가를 하청기업에 전가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게 됩니다.

이렇게 노동시장이 원청 정규직과 하청 비정규직으로 나뉘면서 회사는 더이상 전투적인 생산직 노조와 갈등하지 않게되고 생산직 노조는 비정규직들이 자신들 대신 해고되는 상황을 용인하게 되면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고착됩니다.

이전에 경험이 풍부한 생산직 노동자의 숙련도에 기대어 향상된 공정기술과 품질은 이후 자동화공정으로 대체되게 됩니다. 서로 상생을 논의하기보다 경영진은 사실상 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최소한으로 들어주면서 공장을 자동화해 노동자를 장기적으로 배제하기로 한 것입니다.

적대적 노사관계는 사실 울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 특히 보수층의 문제입니다. 특히 보수정치인들 중 노동자들을 무시하고 대화상대로 상대하지 않는 ‘오만’을 보여주는 분들이 있습니다. 잘난 자신은 후한 대접을 받아야 하고 못배운 노동자들은 자신보다 대접을 받지 않아도 괜찮다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애서 허우적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산업가부장제는 울산에서 발견되는 고용관행으로 지난 50여년 동안 울산의 대공장 생산직은 남성이고 정규직으로 고용되어와서 사실상 여성들에게는 고용 자체가 봉쇄되어 왔다는 것입니다.

처음 울산에 들어온 청년들이 못배운 체 공장에 들어와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고 남성 가당 혼자벌어 가족을 부양하는 체제였다면 그 자녀들은 성별과 관련없이 모두 대학에 진학했고 울산은 한 때 대학진학율이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였습니다.

문제는 이 자녀들이 울산에 정착하려 할 때 마땅한 직업을 찿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기술연구소가 수도권으로 이동해서 기술연구와 생산이 이미 분리된 상태로 공대를 나온 엔지니어들이 울산에 머물 이유가 없습니다. 거기에 고소득 직종이 대부분 정규직 생산직이라 문과전공이나 여성 대학졸업생은 아예 진입 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문과출신이 울산에 남으려면 공무원이나 교사가 되거나 여성의 경우는 비서직 같은 사무보조직이나 어린이집 교사 같은 직종으로 가거나 아니면 전문직인 의사, 변호사가 되는 경우 뿐입니다.

기회가 없다고 판단되면 울산을 떠납니다.

즉 현재 울산의 노동시장구조는 1987년 이후 생긴 남성 정규직 생산직 위주로 견고히 구축되어 있고 회사에서 더이상 정규 생산직을 채용하지 않기 때문에 현 시스템의 수혜자들이 모두 은퇴하고 나면 무너지게 되어있는 체제입니다. 아버지가 보던 해택을 그 자녀들은 전혀 볼 수가 없고 따라서 울산을 떠날 요인이 될 뿐입니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과실을 오직 한세대만 누리고 그 이후 세대가 전혀 누리지 못한다는 사실이 울산을 디스토피아로 보는 이유이고, 이 사실을 대한민국 전체로 확대해도 마찬가지입니다.

MZ세대가 연애도 결혼도 생각하지 않고 현재에 충실하고 개인주의적인 건 울산이 보여주는 디스토피아때문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지나치게 높은 주거비와 생활비 그리고 서울과 수도권에 거의 모든 자원이 집중된 현실에다 대학졸업생들이 원하는 직업도 회사도 너무나 제한적입니다. 대기업 이외의 대부분 중소기업들이 영세하고 수익이 좋지 않은 구조적 요인으로 처우가 대기업같지 않으니 말이죠.

따라서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주거비와 생활비가 높은 현상황을 그대로 둔채, 불안정한 비정규직으로 돈을 버는 젊은이들에게 결혼하면 출산을 지원한다는 캠페인하는데 돈을 쓰는 건 정부가 무책임하게 세금을 낭비하는 겁니다.

더구나 결혼과 출산를 아예 하지 않는데 다자녀부터만 혜택을 주는 현실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언급을 소개할까 합니다.

저자는 제조업 생산직이 적당히 공부하고 적당히 편안히 산 사람들이 중산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산업이 제조업이라고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적당히 사는 보통사람들이 잘 사는 나라가 선진국이지 공부 많이 하거나 돈이 많은 사람만 잘사는 나라는 선진국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조업이 산업의 근간이라는 건 말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고 화려해보이는 금융이나 플랫폼도 공장과 물류센터 그리고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지루해 보이는 제조업이 지난 50년동안 운영되어 온 것처럼 앞으로도 그렇게 운영되는 게 중요합니다. 따라서 공장노동자들을 배제한채 생산성을 논의하거나 보수층에서 노동자들을 적대시하는 건 미래를 위해 부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의 사람들이 적당히 일해 중산층이 되는 구조를 만들지 않고 방치한체 자동화 로봇으로만 이루어진 공장시스템을 이야기하면서 인구감소를 걱정하는 건 무논리이자 위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새 AI와 자동화가 워낙 핫하니 마치 모든 것들이 사람없이 될 것처럼 과장되어 포장되어 있는데 일부 무인화가 이루어지더라도 전면적 무인화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과문하지만 AI란 것이 결국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기계를 학습시키는 건데 컴퓨터과학자들이 알고리즘 논리는 잘알아도 산업이나 생산관리 그외 여러 고려사항을 모두 안다고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컴퓨터에 정보를 넣어주는 누군가가 있어야 하는데 모두 결과와 그에 기반한 장밋빛 미래만 이야기합니다. 더구나 개인적으로 한국에는 인문학적 소양이 있는 엔지니어나 과학자가 매우 드물다고 보기 때문에 AI의 영향을 과장하는데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자동차 혼자 움직이는 자율주행 자동차(Autonomous Vehicle)가 초기 호들갑과 달리 비즈니스모델로서 사실상 실패된 체로 구현이 연기된 상황을 보면 무인공장 역시 가능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공장노동자를 배제한 이런 논의는 이들 노동자들이 공장의 소비자의 일부라는 사실을 모르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자본주의에서 소비자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를 배제하는 이런 논의는 기본적으로 넌센스라고 봅니다. 번지르르하지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지 모르겠습니다.

효율적으로 제품을 만들어 창고에 쌓아놓는 것이 목적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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