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탄생기 - 1960~1970년대 문학으로 본 현대도시 서울의 사회사
송은영 지음 / 푸른역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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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독특한 책이 어디서도 소개가 되지 않은 것 같아 우선 놀랍습니다. 그 전에도 서울의 도시개발사에 대한 책을 여러권 읽었지만, 이 책은 다른 책들과 확연히 다른 사료를 파고듭니다. 일반적으로 건축사가들이나 도시학자들이 역사적인 사료나 도판을 근거로 도시의 경관변화나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건물의 역사적 의미를 되짚는 것이 도시사(Urban History)의 일반적 경향이라면, 이 책은 1961-1978년 발표된 한국의 문학작품을 통해 서울의 현대 도시의 역사를 되돌아 봅니다. 따라서 이 책의 강점은 논픽션의 도표나 수치 그리고 도판이 보여주지 못하는 당시 서울에 살았던 사람들의 감정, 의식구조 등 심리적인 측면을 문학텍스트를 통해 보여준다는 면에 있습니다.

즉 도시학자들이나 건축가들이 쓴 도시사들이 결여한 비공식적인 당시사람들의 내면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이 책의 최대 미덕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책만의 독특한 면은 이정도면 될 것 같고, 저자와 책의 외형적인 면을 볼까 합니다. 짐작하셨듯, 조지 송은영 교수는 국문학자이고 건축이나 역사를 전공하신 분은 아닙니다. 1970년대 강남과 강북울 오가며 사신 개인적 경험이 있으신 분이고 이 경험이 이 책을 쓴 한 계기가 되었다고 밝히셨습니다. 책은 저자의 연세대 박사학위 논문을 기반으로 쓰여진 책입니다. 따라서 300여개가 넘는 각주가 빡빡합니다. 어마 가독성을 위해 각주를 후주로 넘긴 것으로 보이고 본문만 517쪽이니까 박사학위 논문 기반 책으로도 내용이 상당한 편입니다.
한편으로 이해가 되는 것이 이 책의 주 인용 근거가 문학작품이기는 하지만 서울의 발전에 대한 도시학, 건축학, 사회학, 지리학 등 각 분야의 책과 논문을 인용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는 현대도시 서울이 어떤 특징이 있는지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서울이 언제나 변화하고 있는 도시이고, 이런 특징으로 서울사람들이 역사에 무감하며, 공간의 경제적 가치에 민감한 점을 들수 있으며, 서울의 도시개발 당시에도 의사결정을 할 위치에 있던 엘리트들과 고위 관료 그리고 위정자들이 서울에 살고 있는 보통의 시민들보다 외부의 시선, 즉 서구에서 바라본 서울 그리고 체제 경쟁의 라이벌로서 북한을 더 의식했다는 점입니다. 이런 역사적 몰이해와 살고 있는 주민들을 무시하고 외부의 시선을 의식한 고위층의 태도는 필연적으로 폭력적으로 판자집에 사는 빈민들을 서울 밖으로 내모든 ‘야만’을 실행했습니다. 시민들의 ‘생활’을 무시한 체 단순히 ‘도시미관’을 위해 살 집을 무자비하게 무수는 일은 얼마나 폭력적입니까.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이 결여되었기 때문에 발생한 비극입니다.

군사독재시절아라고 해도 민주주의를 채택한 나라로서 국민을 보기를 우습게 본 위정자와 엘리트층의 오만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그리고 1970년대 말에 일어난 이런 오만한 고위층의 태도는 우연인지 모르겠으나 2023년에도 그대로 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묘한 기시감(旣視感, Déjà Vu)를 느꼈습니다. 역사가 반복되는 듯 느꼈기 때문입니다.

1960년대까지 일제시대 경성에서의 공간감각에 의지해 서울을 인식하던 성경민들과 월남한 피난민들은 하지만 1966년 경제개발계획이 본격화되고 고도성장이 시작되면서 1970년대이후 강남개발이 시작되면서 서울을 공간을 더이상 과거의 역사와 연관짓지 않은체 철저하게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는 변화가 일어납니다.

최초의 도시인이라고 부를만한 해방이후 태어난 젊은 세대들은 발전된 서구의 문화를 동경하며 이를 실현하는 서구식 생활방식을 ‘편리한’ 아파트에 찿은 셈입니다.

지금 은퇴하신 해방 이후 출생하신 어르신들이나 일제시대 사셨던 분들은 서구를 선진국 모델로 살아오셔서 그런 인식이 1970년대 이후 아파트라는 주거형태를 대중화시킨 한 요인으로 보입니다.


이촌향도와 인구증가로 서울에 주택난이 심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지금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한세대만에 한국이 인구 절벽을 맞이하고 세계 최저 출생율을 달성하고 지방소멸의 위기를 맞을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 시대가 변해도 고위관료층과 위정자층이 1970년대식 사고에 머물러 전혀 사회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시대를 헤쳐나가야 하는 우리세대가 솔직히 운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서울이 고향이고 저자가 살던 수유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서 더 이 책이 마음에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공간(space) 이 아닌 장소 (place)가 개개인의 경험과 맞물린 정서적인 접점이기 때문에 다른 외국도시를 다룬 책보다 고향인 서울을 다룬 책이 더 감정적으로 가깝게 느껴지지 않니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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