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에 대해 새로운 시각( Perspective)을 제공해주는 저술이라는 평을 들어서 한번 읽고 싶었는데 오늘 완독했습니다. 편견일수도 있지만 해방이후 한국전쟁이후 냉전이 도래하는 시기인 1945-1953년의 격동기를 한국 국내정치의 관점에서 서술한 이 책은 일본출신 한국현대사 연구자이신 후지이 다케시씨 이시고 한국어로 된 저술이어서 일단 매우 놀랐습니다. 이책은 저자께서 2010년 성균관대에 제출하신 박사논문을 기반으로 한 책이라고 서문에 소개해주셨습니다. 총 5부에 본문이 456쪽에 달하니까 분량이 어느정도 되는 책입니다. 우파의 입장에서 해방정국이 어떻게 이루어져 나갔는지, 중국에서 무장투쟁을 하던 광복군 출신 독립운동가와 미국에서 활동한 이승만 그리고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 세력의 태평양지역 진출을 막기 위해서 미국 외교/안보 당국과 미군정이 한반도 남쪽의 국내정치에 어떻게 개입하고 공작을 벌였는지 이 책은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광복군 출신 이범석(李範奭)이 중국에서 돌아온 후 국내에서 만든 조선민족청년단(朝鮮民族靑年團) 또는 족청(族靑)은 해방이후 이범석이 국내정치를 하기 위해 만든 청년단체로 중국의 장제스(蔣介石)총통의 파시즘적인 민족주의의 영향을 받아 만든 단체입니다. 이는 중국이 독일과 소련의 지원을 받아 중국 국민군을 조직하고 이들의 군국주의를 따라 청년교육단체를 만들었고 이범석 역시 장제스와 함께 중국 전구(戰區)에서 일본군에 맞서 싸웠기 때문에 중국 국민당과 장제스의 영향은 절대적이었습니다. 지금도 장제스 총통(總統, generalissimo)로 알려진 그는 현재 알려진 영미식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일종의 군부독재정권을 중국에 세우고 일본군과 싸우고 중국공산당과 내전을 치룬 인물입니다. 거기다 족청의 두 이데올로그 중 한명인 안호상(安浩相)은 독일 나찌정권 시절 독일에서 헤겔과 칸트 등을 공부한 인물로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파시즘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인물이었습니다. 나머지 또 한명의 이데올로그는 양우정(梁又正)으로 공산주의 운동을 하다 전향한 정치인으로 후에 안호상과 함께 극단적 민족주의의 일종인 일민주의(一民主義)의 이론적 토대를 만들어 이승만 정부의 사상적 뒷받침을 하는데 일조합니다. 이상에서 보면 이범석, 안호상, 그리고 양우정 세사람 모두 우파입장에서 이승만 정부의 출범을 도운 셈이지만 한반도 남쪽을 점령한 미군정이나 미국외교당국이 불편해할 사상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게 특징입니다. 파시즘 국가인 나찌독일과 유럽전선에서 싸우고, 스탈린이 아시아와 유럽대륙에 공산주의를 전파하려 한다고 생각하는 미국은 공산주의를 봉쇄(containment)해야 한다는 외교정책을 추구한 상태에서 한반도 남부는 미국입장에서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방어선이었습니다. 이미 공을 들인 중국대륙이 공산주의 국가인 중화인민공화국으로 넘어간 마당에 한국의 우파 정부마저 파시즘적 성향을 보인다는 걸 미국은 용납할 수 없었을 겁니다. 남한에 단독정부를 수입하기로 한 후 이승만이 초대 정부를 구성하는데 족청이 다른 우파 청년조직들과 함께 일조를 했지만 이범석이 파시즘을 긍정하고 있고 안호상이 히틀러 치하의 독일에서 인종주의적 파시즘의 영향을 받았다는 건 나찌의 유태인 학살을 목격하고, 나찌독일과 유럽전선에서 싸운 미국으로서는 족청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거기다 양우정은 일제시기 공산주의자였고 프로레타리아문학운동을 한 이력도 있어서 역시 요주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족청이 초기에 우파청년들 뿐만 아니라 과거 공산주의 운동을 한 이들도 대거 받아들여 한국전쟁이 휴전된 이후 이승만 정부와 여러 우익 정치인들로부터 ‘좌우합작’의 조직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사상적 탄압을 받아 결국 해체가 되는 수군을 밟게 됩니다. 다음은 이승만과 이범석 그리고 족청의 관계를 말하려고 합니다. 한마디로 이승만은 족청을 이용하고 버렸습니다. 반자본주의와 반공산주의를 주장하고 자신이 초대에이어 2대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한 공작에 철저하게 족청과 이범석을 이용했지만, 부산정치파동을 일으키며 자신의 대통령 재당선을 위한 개헌을 위해 의회를 겁박하는데 족청계 정치인들을 이용했습니다. 당시 미국은 이승만의 독재적이고 반민주적인 향태에 우려를 했지만 미국의 국익에 그가 한국의 대통령인 것이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묵인할 따름이었습니다. 이승만은 부산정치파동을 통해 개헌을 하고 2대 대통령에 당선되자 족청출신 정치인들과 이범석을 숙청해 권력을 독점하고 자유당체제에서 분단을 고착시키며 한반도에서 냉전체제를 구축합니다. 지금도 우익 정치권에서 이승만을 국부라고 떠받들고 ‘우상화’작업에 열중하는데 이 책을 통해 제가 본 이승만은 그냥 독재적으로 국가를 운영했고 국회에 대해 끊임없이 탄압을 가하던 인물이었습니다. 일방적인 ‘유시’만 남발하고 제대로 정치인들과 대화도 잘안하는 인물이었습니다. 남한 단독정부를 혼자서 좌지우지하려고 했죠. 국회가 삼권분립에 따라 이승만의 독단적 결정을 저지했는데도 이승만은 공권력을 동원해 국회의원들을 채포하고 구속하는 등 횡포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말로는 민주주의를 외치지만 실상은 무자비한 독재였습니다. 이론의 여지가 없어요. 그도 그럴것이 이 책에서 탄압받은 인사들은 일부 공산주의자들도 있지만 대부분 우파 정치인들이었습니다. 심지어 파시즘과 군국주의에 경도된 이들도 있었지만 나이들고 권력욕에 눈먼 이승만에게는 다음번 대선에서 권력을 빼앗기지 않는게 더 먼저였습니다. 이승만씨는 해방정국 와중에 갑자기 나타난 인사이고 그가 한 국회탄압과 정치인 숙청을 보면 그가 민주주의와 별반 관계없는 정치인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이승만씨는 국부라는 칭호를 받기에는 한일도 없고 권력욕만 센 정치인이었고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한 정치인도 아니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우파인 보수정치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말뿐이 아닌 정말로 개인의 자유와 법에의한 통치를 이룩하지 않고는 우파를 액면 그대로 지지하기 힘듭니다. 수많은 ‘사이비 우파‘ 혹은 ’극우‘이면서 우파라고 속이는 이들이 지금 한국에는 너무 많습니다. 우파라고 하면서 사람따라 법률 적용 달리하고 그 기준이 검사와 얼마나 가까운 사람인가가 이면 그건 법치가 아니고 법치를 가장한 거짓말을 치는 것 뿐입니다. 정실주의(cronyism)일 뿐이죠. 아주 후진적인 태도죠. 공부잘하고 시험 합격해도 무슨 소용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