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분야의 책 중에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분야가 진화론인데 특히 인간의 진화의 역사나 19세기 사회사상에 영향을 미친 다윈의 진화론,즉 적자생존 ( Survival of the Fittest) 원리는 그 광범위한 영향력 때문에라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분야죠.

오늘 소개할 책은 200쪽 가량의 작은 책으로 이미 한국어판이 번역 출간되어 있습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디플롯,2021)

책 제목대로 개와 침팬지, 그리고 보노보를 연구해온 진화인류학자이자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저자는 ‘적자생존’의 진화적 생존을 넘어서 다정한 생물들이 지속적으로 살아나는다는 주장을 합니다.

육체적이고 물리적인 폭력을 앞세워 다른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것이 생존에 더 필요할 것 같지만 과학적인 증거들은 상대방과 공존을 위해 협력(cooperation)하고 공생하는 경우가 생물들의 생존에 더 유리하다고 설명합니다.

공식직함이 진화인류학자(evolutionary anthropologist )이지만 저자는 연구초기 개가 어떻게 늑대에서 진화해서 사람과 같이 공생하게 되었는지를 연구했었고, 러시아에서 야생에서 자라던 여우를 몇세대에 걸쳐 개처럼 사람과 같이 공생하게 하는 소위 가축화(domestication)관찰 실험을 참관하고 공동연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의 가장 놀라운 부분으로 위에서 본 가축화된 야생늑대는 생리학적으로 사람과의 공생을 위해 호르몬 변화가 나타나고 겉모습이 바뀐다는 것입니다.

인간과 같이 살면서 야생에서 필요한 위장을 위한 보호색이나 크고 날카로운 송곳니 등이 눈에 잘 띄는 얼룩무늬색으로 바뀌고 송곳니가 작아지는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러시아의 실험이 약 90여년에 걸쳐 일어난 것이기에 시간의 푹이 더 넓은 진화의 경우 신체변화가 더 뚜렷하게 나타날 것입니다.

이책은 또한 다정함의 반대성향 즉 폭력성(violence)에 대해서도 다룹니다. 다정함은 폭력성이 줄어들어야 나타날 수 있고 적대적 감정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다정함의
이면(裏面)과 같은 폭력성에 관심을 가지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폭력에 대한 이야기는 당연히 차별에 대한 이야기로 나아가고 미국의 흑백갈등과 흑백분리과정, 백인들이 흑인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대한 인종적 편견(prejudice)을 이야기합니다.

미국에서 많은 백인들이 흑인들을 유인원과 비슷하고(Ape-like) 또 백인보다 진화가 덜 된 인종으로 생각하고 차별을 당연시하고 있다는 점이죠.

심지어 경찰들은 흑인 청소년들의 나이를 실제보다 높게 보아 미성년인데도 체포되는 비율이 같은 또래 백인 청소년들보다 높다는 조사결과도 보여줍니다.

이미 미국에서 사회문제가 된 흑인들에 대한 미국 경찰들의 무자비한 폭력적 진압과 그로인한 연속적 사망 사건을 보면 검은 피부를 가지고 미국사회에 사는 건 언제나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 있는 공포를 안고 살아가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자유와 평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는 미국에서 죄없는
흑인 청소년들이 경찰의 과인진압과 과도한 폭력 그리고 총기사용으로 죽는다니 그들의 민주주의가 백인 주류층만을 위한 민주주의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이 책을 쓴 저자가 책 말미에 2016년 첫 초고를 썼지만 절반 이상 폐기하고,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과 그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여과없이 보여준 백인우월주의와 혐오발언을 보면서 잘 모르는 정치학 사회학 분야를 공부해가며 2년을 더 집필할 수 밖에 없었다고 고백했습니다.

동물과 인간과의 관계 그리고 폭력성과 가축화된 동물과의 관계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연구자이지만 현재 사회에 나타는 인간 사이의 적대감이나 혐오발언이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 발언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봅니다.

저는 영국판으로 이 책을 보았는데 대중독자를 위한 연구해설서 성격도 있어 글 내용은 상당한 깊이가 있으나 매우 쉽게 쓴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서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이 책 저자의 멘토인 분의 책 한권을 소개합니다. 남성의 폭력성에 대한 책인데 저도 따로 읽어볼 예정입니다.

Harvard에서 유인원과 남성의 폭력성의 기원을 연구한 Richard Wrangham의 책입니다.


Demonic Males: Apes and the Origins of Human Violence (Mariner books,1997)

오래된 책이지만 특히 남성의 폭력성에 대해 그 진화적인 기원을 밝힌 책이라서 읽어볼 가치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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