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읽기 시작했던 ‘춘추전국시대 이야기’시리즈의 3번째 책입니다.

제가 읽은 책은 2017년 개정된 책입니다.

중국의 고대사가 황하( 黄河)유역공간을 중심으로 한 중원의 역사였다면, 이책은 황하 남쪽의 장강(長江)혹은 양자강(揚子江)과 한수 (漢水)사이의 사천지역 중심의 역사입니다.

중국 한족 중심의 화이론 (華夷論) 입장에서 보면 남쪽의 오랑캐, 즉 남만 ( 南蠻)이라고 할 수 있지만, 초나라는 중국 춘추시대의 통해 북쪽의 강국인 진(晉), 진(秦) 그리고 동쪽의 제(齊)와 함께 춘추시대 중기까지 4대 강국을 이룬 나라입니다.

이책의 주인공인 초장왕 (楚莊王)은 북쪽의 진(晉)와 힘의 균형을 이룬 후 동방경략을 시작하여 산동반도 유역까지 진출한 춘추시대 가장 영토확장을 많이 한 왕으로 장강유역부터 회하 (淮河)부근에 이르는 중국의 동남부 지역 수많은 소수민족들을 초나라의 통치권 인으로 끌어들이고 무리없이 통치한 왕입니다.

저자는 초장왕의 동방경략과 통치로 인한 유산으로 중국 남부에서 태어나 춘추시대 당시 북부 중원 지역애서 오랑캐 취급을 받던 초나라가 중원문명의 일원으로 포함되고 오랑캐로 더이상 불리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초장왕은 호색한인데다가 화려한 걸 좋아하는 성격이었지만 전쟁을 잘 수행하는 왕으로 평가되었습니다.
하지만 승리만 중요시 하는 다른 왕들과 달리 전쟁을 되도록 피하되 전쟁을 하면 반드시 이기는 원칙을 고수했습니다.

그리고 전투에서 이긴후 후미를 공격하고 포로를 무자비하게 잡고 물건취급했던 금당이 다른 왕들과는 다르게 승패가 결정된 이후 상대방 병사들을 살려주거나 포로를 돌려보내는 걸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무(武) 즉 병법이란 주살(弋)을 멈춘다(止)는 의미로 쓸데없는 살생을 막는다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초장왕은 병법의 의미를 따라 일단 목적을 달성하였으면 불필요한 살생을 자제하고 상대방에게도 무인으로서의 예를 갖춘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장왕이외에도 그의 참모인 손숙오 (孫叔敖)에 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여기서는 생략합니다.

초장왕이 전쟁터에서 적들에게 한 행동은 대부분 손숙오의 간언을 따른 것이고 따라서 위에서 설명한 전투를 행하는 방법이나 승전 후 포로와 패자들 다루는 방법등은 모두 손숙오의 생각과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초장왕이 춘추시대 세번째 패자로 올라온 이유도 그가 손숙오라는 춘추시대 최고의 참모를 등용했기 때문이며 그가 단순한 호전적 군주가 아닌 이유도 그가 패자를 다루는 방식, 그리고 그가 정복한 다른 민족들을 통치하는 방법이 매우 탁월했기 때문입니다.

흔히 리더는 사람을 잘쓰는 사람이라고 평가하는데, 초장왕은 그 의미에 딱 맞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총평으로 제3권도 그 이전 두권 못지않게 가독성이 좋고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주요사료인 춘추좌전(春秋左傳), 국어(國語),사기(史記), 여씨춘추(呂氏春秋), 신서(新書) 등 각종 사서에서 인용을 통한 사실확인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대 중국 역사서에 대해서 각 기록의 신빙성(reliability)을 평가하는 부분은 특히 주목됩니다.

수많은 사서에 조각조각 흩어져 있는 역사적 사실과 일화( episode)를 끌어모아 역사적 사실인지 확인하고 기록이 믿을 수 있는 것인지 판단하는 부분은 오래된 역사를 어떤 식으로 서술해야 하는지 그 실례를 보는 것이어서 무척 흥미롭습니다.

역사 서술은 역사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가 재구성된다(reconstructed)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같은 중국 고대사 초심자에게는 좋은 가이드가 될 수 있는 책으로 생각됩니다.

또 하나 고대사는 통치자에 대한 기록일 수 밖에 없고 따라서 정치사이자 외교사일수 밖에 없으며 또한 끊임없는 전쟁의 역사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