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만국박람회(1893)와 당시 시카고를 경악하게 만들었던 연쇄살인마 혹은 사이코패스( Psychopath)에 관한 논픽션입니다.
마치 소설처럼 느겨지는 이 책이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데 이 책을 읽는 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작가 에릭 라슨(Eric Larson) 의 출세작으로 2003년 처음 출간되었습니다. 출간 당시 책을 읽으려고 사 두었다가 이제서야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최근 번역된 영국에 대한 나찌의 공습에 대한 책( The Splendid and the Vile, William Collins,2021)도 관심이 가지만 일단 초기작을 먼저 읽었습니다.
이 책은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시카고 만국박람회의 건설과 설계의 총책임을 맡은 시카고 출신 건축가 다니엘 번햄 (Daniel Burnham(1846-1912)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19세기 말 시카고와 뉴욕 , 보스턴 등 동부 출신 건축가들 사이에서 만국박람회장 건설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들을 다룹니다.
당연히 현대 고층건물 건설에 영향을 미친 시카고 출신 건축가들의 업적과 알력 등 현대 도시계획에 영향을 미친 건축가들에 관한 에피소드가 나오고 당시 시카고가 육류가공을 하는 중부의 축산도시애서 문화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뉴욕을 앞서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묘사됩니다.
도시에 사는 문명인이라고 자각하는 건축가들은 자신들의 현대적 건축방식이 뉴욕이나 유럽의 건축양식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인식시키려고 했습니다.
동부에 자리를 잡고 프랑스에서 유학을 했던 당시 많은 건축가들은 번햄으로 상징되는 시카고 건축가들을 한 수 아래로 보았습니다.
하지만 번햄은 시카고 만국박람회장을 건설하기 위한 설계를 상당수 동부의 유력 건축가들애게 맡기고 그 결과가 현대 건축이 아닌 고전주의적 건축으로 나오자 시카고 출신 현대 건축가들애게 건축을 퇴보시켰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이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은 사이코패스( Psychopath) 닥터 홀름스(Dr.Holms)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천성적으로 공감능력도 없고 말을 지어내길 잘하는 홀름스는 내과의사(Physician)로 훈련받은 사람입니다.
잘 생기고 깊고 푸른 눈을 가졌고, 여자들에게 잘 대해주는 것으로 보여, 여성 편력이 심했고, 그와 사귀었거나 결혼을 약속했거나 그의 부인이 되었던 여성들, 그리고 그의 가게에서 일을 했던 여성들 중 상당수가 그에게 살해되었습니다.
그는 시카고 만국박람회장과 가까웠던 자신의 호텔에 시체를 태우기 위한 보일러를 준비하고 가스실을 이용해 희생자를 죽이고 시체를 인체골격표본으로 만들어 의과대학의 해부학 교실 등에 팔았습니다.
이 사람 주변에서 젊은 여자들이 자꾸 사라지자 미 경찰당국은 배테랑 탐정을 고용해 그의 흔적을 쫓습니다.
그가 잡힌 계기는 어란이 살해에 대한 피의자로 몰렸기 때문인데 솔직히 그가 살해한 어린이들에 대한 묘사는 이 자리에서 하기 어려울 정도 입니다.
이 책 말미에 나온 이 부분은 저자가 이 사건을 쫓은 탐정의 회고록(Memoir)와 당시 사건 기록을 연구해 재구성한 것으로 매우 똑똑하지만 공감능력은 없고, 거짓말을 밥먹듯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하면서 희생자를 유인해 살해하는 사이코패스의 모습을 너무나 생생하게 재연합니다.
확인된 여성 희생자만 9명에 검거에 계기가 된 어린이 살해만 3건 거기다 시카고 박람회를 전후해서 이 사람 주변에서 사라진 젊은 여성들이 많게는 100-200여명에 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희대의 살인마는 끝까지 자신이 미국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나 사형선고를 받고 교수형에 처해졌습니다.
그리고 본인의 사체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콘크리트 관에 콘크리트를 부어 밀봉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책에서 저자가 사이코패스에 대한 소개를 하면서 유명한 책을 하나 소개했습니다.
‘Mask of Sanity(1941)’입니다. 우리말로는 ‘멀쩡해보이는 가면’이라는 뜻이니 멀쩡해 보이는 외면에 감추어진 악마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제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사이코패스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들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합니다.
책 제목이 암시하듯 정신적 장애(mental disorder)가 있는 사이코패스는 마스크 뒤에 이를 숨긴다는 말입니다.
사이코패스인 사람은 이상하게 보이지 않고 겉보기에 정상으로 보이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좋은 비즈니스라고 생각해 사람을 죽여 사체로 골격표본을 만들어 의사들과 의과대학에 팔았다는 사실은 시간이 백년 넘게 지나고 장소가 미국 시카고여도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잔혹함의 끝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