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택리지 - 서울은 어떻게 진화했는가 - 궤적을 찾아서 서울 택리지 1
노주석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300여쪽 내외의 작은 책으로 신문기자인 저자가 서울의 공간(空間) 변천의 추이를 역사적, 인문지리적 관점에서 쓴 책입니다.

총 21개의 장으로 구성되었고, 조선이래 구한말,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개발연대를 지나 최근까지 그 시기가 상당히 넓습니다.

신문독자를 상대로 하다보니 각 장이 모두 짧고 압축적인 글입니다.

서울의 근현대 도시사(都市史)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읽어볼만한 책입니다. 다만 아쉽게도 2022년 현재 책이 절판되어 새책은 구할 수가 없습니다.

도시에 접근하는 방법은 건축이나 도시계획같은 큰 틀의 ‘공학적 접근’도 가능하지만 이책에서 접근하는 것처럼 지리적 접근방식도 가능합니다.

서울이 언제부터 기원했는가를 따져봐야 하니 한국의 역사를 둘러볼 수 밖에 없고 중세와 근세시기인 고려말과 조선 초에 한 나라의 도성(都城)을 정하는 일이었으므로 풍수의 영향을 간과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조선 초기 정도전을 비롯한 신흥 유림세력들이 고려의 수도인 개성에서 한양으로 천도하면서 북악( 北岳)을 주산(主山)으로 하고 법궁인 경복궁(景福宮)을 세웠으나 풍수론의 입장과 전란( 임진왜란/ 병자호란)에 따라 법궁이 경복궁에서 창덕궁(昌德宮)과 창경궁(昌慶宮)으로 옮겨지고, 일제 강점이후 경복궁과 창덕궁, 창경궁이 유원지로 바뀌는 수치를 당합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창경원 동물원과 유원지에 놀러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는 그 공원을 일제가 만들었다는 걸 전혀 몰랐지만 말입니다.

이후 경복궁에서 명성황후 민씨가 일본 자객들에게 살해 된후 고종은 약 1년간 러시아 공사관에 대피에 정사를 보고 대한제국을 선포합니다. 이후 조선이 망할 때까지 법궁은 경운궁(慶運宮)으로 현재는 덕수궁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조선의 역사전개에 따라 왕이 정사를 보는 궁궐의
위치도 달라졌고 이에 따라 초기 조선의 중심이었던 육조대로(六曹大路)는 명칭이 세종로로 바뀌고 육조건물도 생겼다 사라지며 관청건물들이 들어섰고일제가 만들어놓은 일본인 거주지역인 남촌과 용산지역을 연결하고 남산 아래의 일본인 거주지역과 직접 연결하기 위해 지은 태평로(太平路)를 건설해 조선시대에 처음 만들어졌던 사대문 안의 공간구조가 변형되었습니다.

일제는 북악산 아래 조선총독부와 경성부청 ( 서울시청)애서 남대문을 지나 남산 아래 경성신사까지 이어지는 자신들의 축선(軸線)을 식민도시인 경성에 구축하려 핬다고 설명합니다.

이책의 다른 한 시기인 개발연대의 강남 개발과 경부고속도로 개통 그리고 한강개발계획, 여의도 개발 등은 더 자세하게 해당 주제를 설명한 책을 보시면 됩니다.

한마디로 군인들이 불도저처럼 무분별하게 개발을 한 것이 사실이고 박정희 정권이 북한과의 체제 경쟁을 해서 무리하게 계획을 집행했던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 계획을 집행한 인물들이 모두 일제에 의해 교육을 받았거나 만주국애서 일했던 경험이 있었던 분들이었습니다.

이들이 집행했던 경제개발계획에 미군정( 美軍政, USAMGIK, United States Army Military Government in Korea)과 일제시대 관료로 일했던 당시 엘리트들의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는 건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서구에서 200여년 걸릴 사업을 40여년 만에 끝내니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 정확한 진단일 겁니다.

국민을 통치의 대상으로 보는 이런 시각은 독재자가 총탄에 쓰러진 뒤 40여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한국의
엘리트들의 의식 속에 살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끝으로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조선시대 최고의 지리서인 택리지(擇里志)의 영향을 받은 책입니다.
이 책이 조선 최고의 지리서이자 풍수학의 명저라고 저자는 소개하고 있습니다. 택리지의 저자인 이중환(李重煥)이 살기 좋은 곳을 찿기 위해 이 대작을 썼다고 하니 장소에 대한 고찰로서 어쩌면 이 책은 이중환의 택리지에 저자가 경의를 표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서지목록은 상당히 인상적인데 서울역사박물관과 서울시립대 서울학 연구소 등에서 나온 저작들이 많습니다. 두 기관은 서울의 경관과 공간 그리고 생활사 등 연구에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절판이 되고 구하기 어려운 책들이라서 아쉽습니다.
정부간행물의 경우 너무 절판시기기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이 책들은 서울의 공간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보아야 할 책들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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