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오래된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단순합니다.
강준만 교수님의 강남에 관한 책,’ 강남, 낯선 대한민국의 자화상(인물과사상사,2006)’을 읽는 가운데 인용된 책 중에 이 책이 있었습니다.
2002년 11월 출간된 책이니 내년이면 출간된지 20년 되는 책입니다.
서울의 공간과 강남개발 등을 말할 때 위의 강준만 교수의 책은 언론학교수가 쓴 사회학적 입장에서 쓴 책임에도 상당히 자주 인용되는 책이고, 형식 상 도시기행 에세이인 이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의 도시계획에 관여를 해오시고 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와 서울역사박물관을 이끄셨던 강홍빈 교수와 사진작가 주명덕 작가께서 쓰신 책이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재가 보기에 이전에 소개해드렸던 서울대 김시덕 교수의 서울답사기, ‘서울선언(열린책들,2018)’의 길잡이 비슷한 역할을 한 책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200쪽도 안되는 작은 책이지만 2002년 당시의 서울의 도시풍경을 담은 사진도 지금 시점에서는 기록으로 가치가 있고 강홍빈 교수께서 각 글 꼭지마다 충실하게 인용문헌을 표시해 두셨습니다.
서울의 도시계획과 그 역사적 전개과정에 대해 지금은 고인이 되신 손정목 교수님의 영향력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과 수도권 각 자역의 도시개발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들이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를 지나 1960-70년대 개발연대에 이르기까지 간략하게 요약되어 있습니다.
특히 도시나 건축에 대한 역사는 한국에서 볼모지나 다름이 없습니다.
이런 사실은 과거가 현재의 토대인데도 특히 과학 기술교육이 기술습득에만 치우친 현상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좋은 기술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의미와 맥락을 모르는 ‘영혼없는’ 기술자가 되는 것이죠.
기술자들의 사회에 대한 몰이해는 사회 전체에 큰 해악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일이 이치에 맞아야 하는데 아무데서나 정확성, 경제성을 따질 수는 없으니 말이죠.
세종로에서 태평로, 소공동을 거쳐 명동과 남대문 시장을 지나 이태원과 용산 미군기지, 해방촌을 지나 반포대교를 건너 반포와 서초동을 지나 예술의 전당으로 이어지는 서울의 남북 종단길이 이 책에서 이야기는 장소입니다.
군사정권이 1970년대 들어 강남개발을 시작하면서 공유수면매립과 토지구획정사업을 통해 군소 건설업체들이 재벌로 도약할 기회를 주었고, 의도적으로 강북의 개발을 억제하고 강남개발촉진을 위해 아파트만 지을수 있는 아파트 지구를 설정한 사실 등은 서울의 도시개발이 즉흥적인 대처에 따라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해줍니다.
군사정권은 ‘안보’를 빌미로 강북에 거주하던 인구를 당시 허허벌판이던 당시 경기도 광주군(강남)으로 유인하기 위해 강북의 경기고를 비롯한 명문고등학교를 이전시켰습니다. 군가쿠데타에 동참했던 군인출신 서울시장은 군사작전하듯 무자비하게 일을 추진했습니다. 이후 1980년 들어 택지로 구획되지 못했던 반포 인근 근린공원용지에 법원과 검찰청을 이전시켰고, 전두환 신군부는 문화창달을 위한다는 미명아래 서울에서 접근이 어려운 우면산 아래에 예술종합공연장인 예술의 전당을 한꺼번에 지었습니다.
도시계획의 틀안에서 행해진 장기적으로 유기적으로 이루어진 프로젝트가 아니고 이 모든 하드웨어 건설을 그 당시의 여건에 따라 개별적으로 행해져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책의 결론에서 한국사회가 아직도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관료들이 하드웨어 건설에만 매몰되어 있다고 지적한 점은 2021년 현재에도 유효한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국은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부족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자영업자들의 일방적 희생을 바탕으로 방역체계가 세워졌으며 대형민간병원은 영리를 이유로 전염병 예방에 동참하지 않고 있으며 2년이 지나가고 있는 현 시점에도 감염병 전문병원이나 공공병원 확충은 없습니다. 의료인력 충원도 없습니다. 그리고 개인부채는 계속 증가하는 반면 국가부채는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편입니다.
산업화시대를 지나는 동안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하은데도 사실상 책임을 방기해 왔는데 이 세기적 재난을 맞이해서도 정부는 아직도 그 역할을 더욱 더 방기하고 있습니다.
첫 단추는 1970년대 군사정권 당시 잘못 끼워졌고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현재 경제적 이득을 보고 있는 고위 관료층이 이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고 추정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와 현재 진행되는 팬데믹이 국가의 역할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고 있는데도 한국정부는 이런 면에서 너무 무력합니다.
사회안전망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부동산 투기가 조장되는 측면이 있는데도 관료들이 자신의 주택가격이 올라가니 그냥 사회안전망 시스템 도입을 방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래 전에 나온 책이라 절판된 줄 알았는데 아직 출판되고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