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제국의 후예들 - 티무르제국부터 러시아까지, 몽골제국 이후의 중앙유라시아사
이주엽 지음 / 책과함께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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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8년 몽골의 수도, 대도(현재 북경)이 명에 함락된 이후 쇠퇴의 길을 걸은 몽골제국이 이후 근세와 근대 유라시아( 동유럽, 러시아에서부터 청나라까지)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고찰한 전문서입니다.

몽골제국의 제도와 군사력 그리고 몽골제국 칭기스칸 칸의 후예로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인식해 온 나라들이 카자흐 칸국이나 무굴제국, 그리고 흑해와 카스피해 연안의 유목민족들이 거의 600여년 이상 내려왔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된 것입니다.
한때 유라시아를 호령했던 몽골제국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테지만 우리는 홀연히 그들이 사라진 걸로 생각해 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인상적인 것은 몽골인 후예라는 정체성은 몽골어와 직접 연관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서아시아의 몽골인 후예들이 투르크 계통의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몽골의 후예들은 자신들의 역사서에 자신들이 몽골인 혹은 징기스 칸의 후예라고 기록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마치 한국어를 모르는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 4세가 아직도 자신의 정체성을 한국인으로 인식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서장을 제외하면 4부 총 11장으로 구성된 이책은 본문이 288쪽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책입니다.

읽어보니 사실. 총 11권의 책이 되어야 하는 내용을 압축해 넣은 책입니다.

작은 책이지만 두가지 점에서 가독성은 좋지 않습니다:
첫째, 세계사를 서유럽사와 중국사 위주로 배운 일반 독자들에게 이 책에서 설명하는 각 국가들의 왕 이름이나 정치체제 등이 너무 낯섧니다. 내용을 읽기 어려울 정도로 말입니다.

한편으로 유목사회이자 이슬람 문화권에 대해 우리가 너무 아는게 없어서 이렇게 읽기 힘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슬람 권에서 왕을 뜻하는 칸(Khan) 이나 군사령관을 뜻하는 아미르(Amir), 예언자 무함마드의 후손을 가리키는 사이드(sayyid), 이슬람 성인을 말하는 호자 (khoja) 등 생소하지만 중요한 용어들을 몰라서 이해하기가 더욱 어려웠습니다.

서유럽에서 중동을 보는 시각인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이 우리의 무의식에도 여과없이 들어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유목민족들이 그리고 대부분 이슬람을 믿는 이들을 막연히 호전적이고 야만적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온 것이 사실이고 사실 중앙아시아 역사나 몽골제국사와 같은 분야에 대해 공부하는 분도 많지 않아 이해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두번째로 이 책이 엄청나게 압축적으로 저술된데다가 전쟁사 위주로 세력권 다툼과 정복 복속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 역시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입문서로 생각하고 집필하신 듯한데 각 장이 한권의 책으로 나왔으면 내용이 알차게 들어가게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미 오스만제국과 대청제국에 대한 몇권의 책을 읽은 저로서는 이 제국을 약 10여 쪽 내외로 서술하는 것이 맞는 방법인지 의심스러웠습니다.

특히 20세기 초 제1차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되었던 발칸반도는 수백년간 오스만 제국의 통치하에 있었고 이슬람과 기독교의 충돌과 민족갈등이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것으로 귀결되었고 오스만 제국은 합스부르크 제국과 연합하여 러시아와 대항하며 유럽의 동부전선을 이루게 됩니다.

또 러시아는 부동항을 얻기 위해 19세기 이후 계속 남하하다가 크림반도에서 오스만제국과 영국 프랑스와 부딪치게 되는 전쟁이 크림 전쟁이죠. 이후에도 러시아와 영국은 러시아의 동진으로 중앙아시아에서의 패권 쟁탈을 벌입니다.

그 와중에 러시아는 크림칸국 카자흐 칸국등을 합병하면서 시베리아로 동진합니다.

만주족은 몽골인과 공동으로 대청제국을 세우고 몽골 문자를 가져와 만주문자를 만들었으며 준가르 고원의 오이라트족을 토벌해 중앙아시아까지 세력을 넓힙니다. 또한 국경을 맞닿은 러시아와도 17세기 이후 국경을 확정짓습니다.

잠시 생각나는 것만 적어보아도 내용이 복잡합니다.

저자가 강의록을 바탕으로 책을 저술했다고 했는데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고 그래서 책이 두꺼워진다면 감수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추정한 것인데, 중앙아시아의 유목민족사를 공부하려면 최소 러시아어, 몽골어, 아랍어, 이란어, 만주어, 중국어,투르크어, 우즈벡어, 터키어 등을 알아야 하지 않나 추정합니다. 거기에 예전 유럽인들이 기록한 글을 읽으려면 영어와 프랑스어 라틴어도 알아야 되니까 만만한 작업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튼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먼나라 같은 이야기도 외부세계를 알기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무엇보다 지나치게 극우 기독교에 경도되어 있는 일부의 생각과 시각 확장을 위해서라도 다른 사회, 특히 이슬람 사회에 대한 책은 지속적으로 나와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른 한편 화이론적 사고에 아직도 빠져서 잘 알지 못하는 유목사회애 대한 편견을 걷어내기 위해서라도 유목민족의 사회와 역사에 대한 책이 지속적으로 나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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