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화사상과 개화운동의 지성사 이화학술원 지성사총서 2
신용하 지음 / 지식산업사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서울대 명예교수이신 신용하 선생의 한국개화사상사에 관한 저서입니다.

일본의 메이지(明治)시기에 해당하는 시기의 구한말 한국 개화사상의 태동부터 러일전쟁 직전 대한제국기의 항일의병전쟁 발발 직전까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개화사상 교과서로 생각하면 적합한 책으로 갑신정변과 갑오개혁을 주도한 급진. 온건개화파 모두 이 책에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명성황후의 인척들을 비롯한 민씨척족과 친러 정치세력을 기본적으로 퇴행적이고 수구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깔고 있습니다.

구한말 개화사상을 바라보는 주류학계의 입장으로 보아도 무방할 듯합니다.

갑신정변 세력들이 정변 실패 후 모두 일본으로 망명했었고 김옥균과 같은 주도적 인물들이 조선 후기의 척족이자 노론계통인 안동김씨 출신인 점을 들어 갑신정변 당시 이미 일본의 정한론 지지 세력이 조선에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합니다.

이 책은 또한 개화사상의 선구자로 조선말 유학자이자 실학자인 박규수 (朴珪壽)를 그 비조로 꼽고 있습니다.
18세기 대표적 북학파인 연암 박지원 (燕巖 朴趾源)의 친손자로써 평안도 관찰사로 부임한 1866년 평양의 대동강에서 미국의 상선 제너럴 셔먼호를 격침시킨 인물이기도 합니다.

구한말은 청나라가 속국이라고 오랫동안 자처하던 소중화국가인 조선을 ‘실질적으로’ 복속시키기 위해 초기의 개화세력과 대립하면서 위협을 가하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청일전쟁이후 청은 더이상 조선에 대한 속방화 (屬邦化) 전략을 추진하지 못하고 물러났으며 일본은 이 전쟁으로 얻은 전리품인 요동반도를 프랑스 영국 러시아 3국의 외교간섭으로 다시 청에 되돌려주는 굴욕을 당합니다.

러일 전쟁 이전 일본은 유럽의 제국 중 하나인 러시아의 동진과 연해주 점령 그리고 사할린과 쿠릴열도 등 북태평양 진출을 주시하고 있었으나 감히 러시아와 전쟁을 할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조선의 고종과 왕비 민씨는 이러한 정세를 틈타 일본의 영향력을 벗어나기 위해 러시아와 가까와졌고, 이런 행동으로 일본은 민비를 시해하는 을미사변(乙未事變)을 일으킵니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고종은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해 사실상 망명정부를 꾸리게 되는 아관파천( 俄館播遷)을 하기에 이릅니다.

정한론을 주장하며 조선의 침략을 준비하던 메이지 일본은 러시아의 등장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이런 상황은 결국 조선을 침탈하기 위해서 러시아와의 일전이 불가하다는 사실을 인지한 일본은 러시아와 전쟁을 일으키게 됩니다.

아시는 것처럼, 청일전쟁 이후 청은 조선에 대한 종주권을 더이상 주장하지 못했고, 러일전쟁으로 일본은 서구 열강들로부터 제국주의의 한 일원으로 인정받으며 조선에 대해 사실상의 국권침탈을 시작하게 됩니다.

미국은 일본과 비밀협약을 맺어 일본은 조선을 식민지로 미국은 필리핀을 식민지로 하는 것을 서로 인정합니다(가쓰라 태프트 밀약).

미국으로서는 한때 알래스카까지 영역을 확장하던 대륙세력 러시아를 일본이 막아주어 내심 만족했던 것으로 보이고, 이미 스페인이 400여년 전 점령했었던 요충지 필리핀에 교두보를 확보해 태평양에서 이익을 수호할 수 있어 이 가쓰라 태프트 밀약은 상당히 괜찮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또한 러일전쟁의 종전 협상을 주선해 포츠머츠 협정을 이끌어낸 중재자의 위치에 있기도 했습니다.

이 책의 후반부에 소개된 고종황제의 ‘광무개혁 (1899-1904)’는 그 내용으로 보건데 ‘개혁’이라는 명칭을 붙여서 교과서에 가르치는 의도를 알 수가 없습니다.

전제왕권정치에서 입헌군주제로 이행하려는 독립협회 새화세력의 정치 운동은 독립협회의 탄압, 그리고 대한제국의 성립과 함께 황제 고종의 전제왕권 강화로 이어지고, 조선 말과 개항기를 통해 조금씩 발전하던 상공업 회사들과 인삼거래에 대한 이권이 모두 황실관청인 궁내부 ‘내장원’으로 이관되어 황제는 부유하고 정부는 재정고갈에 허덕이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집권 수구세력들은 경제운용의 무능해 관련 사업의 돈을 까먹고 있다가 열강들의 압력에 굴복해 이권을 넘기는 일을 저지르고 있었습니다.

군대를 양성할 생각은 하지도 않고 외세에만 의탁하는 황제도 한심하고 무능한 수구척신 세력들이 알리 없는 상공업 회사들의 이권을 민간에 불하해 경제발전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이권을 열강에게 팔아넘기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저지른 것입니다. 씨암탉을 잡아먹는 것처럼 황당한 일을 이 중요한 시기에 벌인 것입니다.

이 문제의 광무개혁의 실체가 무엇이었는지는 다른 연구를 통해 더 살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앞에서 교과서 체제의 책이라고 말씀드렸는데 단독저서로는 책 분량이 상당합니다. 본문만 총 563쪽이고 참고도서만 총 12쪽에 달합니다. 너무 많은 내용을 간략하게 담고 있어 각각의 독립주제에 대해서는 별도의 연구서를 봐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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