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부터 활동을 시작한 일본 일러스트레이터, 호즈미 가즈오가 쓴 책을 번역한 책입니다.

철저히 일본 쇼와시대 (昭和時代,1926-1989)을 살아낸 작가의 관점에서 메이지의 수도, 도쿄의 생활풍속과 경관변화, 근대적 교통수단의 발달을 고증을 통해 재구성한 책입니다.

도쿄는 결혼 전 제가 가장 많은 가보았던 도시이기도 하고, 메이지 일본은 한국을 식민지로 삼은 바로 그 일본이기도 해서 자연스럽게 메이지의 도쿄가 어떠했을지는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더구나 제 고향이자 현재 살고 있는 서울의 현재 모습은 과거 일제강점기의 ‘경성’을 그 밑바닥에 깔고 서 있습니다.

일제에 의해 시행되었던 경성의 ‘시구개정계획’은 도쿄를 포함한 당시 일본제국의 도시계획 중 일부였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경성이 일제의 수도 도쿄의 영향을 받았고, 도쿄의 경관이 이들이 당시 본받으려 했던 프로이센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전진성,2015).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유럽의 후발주자였던 프로이센은 이상적인 건축양식을 ‘ 그리스 고전주의’적 건축양식으로 보고 중부 유럽의 변방이던 베를린에 이를 이식했다는 점입니다.


메이지 초기, 이와쿠라 도모미(岩倉具視)를 위시한 일본의 견미사절단이 유럽과 북미를 돌아보고 일본을 서구와 동등한 ‘문명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서양을 따라하기 시작합니다.

서구의 기술자를 초빙해 철도와 건축기술을 배우면서 도쿄 긴자에 최초의 서양식 거리를 만듭니다.

그리고 도쿄대학과 각쿠슈인 등을 비롯한 서양식 근대 고등교육기관을 만들어 철저하게 일본 제국주의의 국가 및 식민지 경영을 맡길 수 있는 엘리트들을 길러내기 시작합니다.

실제 이들 일본의 제국대학 출신 졸업생들은 한국의 고도성장기를 지나 2000년대까지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저자와 동년배인 1930년대 생들은 지금까지도 ‘국가원로’ 그룹으로 또는 ‘헌정회’의 일원으로 아직도 한국의 국가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책은 청일전쟁 당시 일본의 조선주재 공사이던 전 외무대신 이노우에 가오루 (井上馨)를 열렬한 서구주의 추종자로 소개하는데, 그가 메이지 당시 유명한 연회장이자 사교장이던 로쿠메이칸 (鹿鳴館)의 건립을 주창해서 실제로 세워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도쿄의 도시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 1923년 간토대지진(関東大震災)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고, 당시 조선에서 살 수가 없어 일본에 건너간 재일 조선인에 대한 언급이나 이 지진으로 학살당했던 조선인에 대한 언급은 이책에 일절 없습니다. 아마도 메이지 시대만 다루다 보니 쇼와시대의 대사건인 이 지진을 언급만 한 것이 아닌가 추정합니다.

가볍게 읽으려고 집어든 책이지만 의외로 일본인들의 세시풍속과 관련된 설명이 상당하고 메이지 시대의 도쿄의 경관변천을 삽화로 보여주는 건 ‘도시공간’의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꽤 유용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번도 혁명이 없었던 나라 일본의 수도 도쿄에 어째서 그렇게 많은 시니세 (老舗)가 번창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이해가 되었습니다. 조선에도 분점을 냈던 미스코시 (三越)백화점도 에도시대부터 유명한 3대 포목점 중 하나였다는 설명도 그렇고 긴자(銀座)의 유명한 제과점으로 단팥빵을 처음 만든 기무라야 (木村屋)에 대한 설명이 긴자의 시작인 ‘긴자벽돌거리’와 관련되어 언급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10여년 전 긴자에 갔을 당시 늘 이 빵집에서 단팥빵을 사먹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의 구한말과 일본의 메이지 시대는 한국이 다시는 식민지 시대를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 세심하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시대입니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라는 아픈 역사로 인해 더욱 그렇습니다.

가깝지만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나라가 일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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