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출간된 책이니 이미 10년이나 지난 책입니다.
오래전부터 읽으려 했던 책이었는데, 오늘 완독했습니다. 한꺼번에 여러책을 동시에 읽는 독서 습관이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본문 총 334쪽으로 대중적인 논픽션에 적당한 분량의 책입니다.
디자인적 시각이 반영되어 시각문화에 대한 논의가 큰 줄기를 이룹니다. 특히 인테리어와 사물의 관계에 주목합니다.
크게 두부분으로 나뉘어진 이 책은 전반부는 ‘픽션 ‘이라는 제목으로, 후반부는 ‘팩트’라는 형식을 취합니다.
하지만 두 부분은 독립적이지 않고 상호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마치 픽션이 팩트로 보완된 듯한 구성입니다.
이 책이 커버하는 기간은 주로 1962년경부터 시작해서 2000년대 초까지의 기간입니다.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시작해 노태우 정부의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 그리고 분당과 용인 신도시 이야기로 끝을 맺습니다.
이 책이 ‘강남’관련 연구나 ‘아파트’관련 연구에 인용이 많이 되는 책이기는 하나 이 책은 ‘강남’에 대한 책은 아니고 오히려 ‘주거의 현대화’ 담론에서 ‘ 아파트 ‘를 비롯한 ‘현대적 주거양식’이 1960년대 이후 한국에 어떻게 들어오게 되었나를 ‘디자인’ 관점에서 고찰한 책입니다.
다른 책에서 볼 수 없었던 ‘인테리어 ‘애 관한 정보가 풍부한 것도 그래서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었습니다.
1960-1990년대 한국의 중산층 또는 중상층 주부들이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공동주거형태인 아파트에서 자신들만의 개성을 살리기 위한 인테리어를 추구했는지 수많은 여성지와 신문기사들을 인용하며 보여줍니다.
표준적 설계로 획일화될 수 밖에 없는 아파트 공간에 각 가정의 개성을 불어넣기 위해 인테리어는 큰 관심사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아파트가 도입되기 전인 1960년대만 해도 1930년대 지어졌던 개량한옥에서 주로 살았던 1930년대생 혹은 1940년대 생 주부들은 ‘근대화’로 새로운 생활공간이 된 서양식 단독 주택 그리고 이후에 도입된 아파트에 살면서 난생 처음 입식 생활양식에 적응하며 ‘블록 키친’과 ‘시스템 키친’으로 진화하는 주거양식에 적응하며 새로운 주거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했습니다.
이 책이 비교적 잘 읽혔던 이유는 저 자신이 위에 언급된 1940년대생 주부의 자녀로 자랐기 때문이고 이 책에서 언급하는 집안 사물의 변화를 실제 보고 겪으며 자랐기 때문입니다.
주목할 부분은 1960년대 후반까지 한국 중상류충 상당히 많은 외제 가전을 비롯한 ‘미제’상품을 소비했었다는 점이고, 1960년대 후반까지도 한국의 경제가 사실상 미국에 예속되어 주한미군 ‘피엑스’가 각종 생활용품과 가전기기의 공급처 역할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해방이후에도 1970년대 초까지도 생산기술이나 디자인 관련 지식이 전혀 없어 일본으로 부터 부품을 조달받아 단순 조립을 하거나 생산이 필요한 금형마저도 수입할 수 밖에 없었던 심각한 기술종속 상태를 보였다는 점입니다.
한국의 경제개발계획의 최초 입안이 학병 세대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민주당 장면 정권에서 입안 되고 박정희 군사정권이 이 계획을 사실상 그대로 가져다가 경제개발계획을 실행했기, 이 과정에서도 미국의 대외전략의 큰 틀안에서 이루어져 왔던 것이 현재까지 이루어진 여러 연구를 성과입니다.
한국의 아파트 공급은 위에서 언급한 경제개발계획을 배경으로 그 맥락속에서 이해를 할 수 있는데, 군인 출신 위정자는 속도전식으로 주거개선을 이루기 위해 공동주택인 아파트를 도입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해 부동산 소득을 인정해 주는 방식으로 아파트 당첨자들을 자신들의 지지자로 만들어 갔습니다.
이런 정책의 틀은 주공이 주도하던 공공주도 방식에서 민관합동 또는 민간주도 방식으로 주체의 변화만 있을 뿐 현재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방식입니다.
초기 아파트 입주자들이 ‘겉치레’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지금 생각하면 읏픕니다. 전통적인 습속에서 벗어나 좀더 모던한 생활을 하고 싶었던 1960-70년대의 주부들은 획일적으로 설계된 공동주거공간인 아파트에 자신들만의 개성을 보이기 위해 인테리어에 공을 들였고, 경제적으로 먹넉했던 중상류충은 이를 위해 비싼 외제 가구를 구입하고 외제가전제품을 사는데 주저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주거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다양한 형태의 주택이 지어졌으면 고민하지 않아도 될 부분이 획일적 공간의 생산으로 고민하게 되는 부분인 것입니다.
책의 제목도 이 책의 주장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의미는 ‘콘크리트에 둘러싸인 유토피아’ 라는 뜻으로 보입니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아파트에 ‘모던함 ‘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외제 가구와 가전으로 둘러싸인 ‘연출된’ 유토피아 말이죠.
과연 이렇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모던함을 추구하기 위해 그 전까지 살아왔던 습속을 버리는 것이 과연 맞는 선택일지 말이죠.
이미 콘크리트에 둘러싸여 20여년 이상을 살아온 저로서는 이미 제 의사와 상관없이 이 삶이 저의 삶이지만 부모세대가 과연 급하게 모든 생활방식을 ‘모던’하게 바꾸는 길만이 최선이었는지는 곱씹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런의미에서 한국 현대사에서 1960년대가 후대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960년대는 가장 가깝게 현재의 우리를 만든 모든 기반이 이루어진 시기로 단순히 인프라와 생활 환경 뿐만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시작된 시기로 생각됩니다.
이전에 소개해 드린 ‘대한민국의 설계자들(2017)’ 과 ‘ 1960년을 묻다 (2012)’가 이 시기를 일별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