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 켄터키주에서 태어나 오하이호주 미들타운(Middletown)의 백인 노동자 가정(White Working Class Family)에서 자란 지은이가 겪은 가정사를 통해 이들 백인 노동자 계층이 왜 주류사회와 동떨어진 체 ‘열패감’ 에 시달리고 있는지 서술하고 있습니다.
가족 중 어느 누구도 대학을 진학한 적 없는 가정에서 처음 주립대학 (Ohio State)에 진학하고 또 처음으로 미 해병대 (US Marine)에 입대해서 이라크 전쟁에 파견되고 최종적으로 예일대 법대 ( Yale Law School)에 진학하고 Yale Law Review의 편집장까지 지낸 지은이의 이력은 분명 눈길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하지만 그저 가난한 백인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예일대를 거쳐 변호사가 되는 이야기라면 그저 그런 성공담의 하나로 그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전체성인 Hillbilly 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왜 자신이 속한 가족과 공동체가 패배의식에 물들어 인생을 스스로 구렁텅이로 밀어넣는지 진지하게 되묻습니다.
왜 자신의 주위에는 알콜중독인 어버지나 어머니가 있는 가정이 있으며 가족간 서로 언성을 높이는 경우가 항상 있는지 왜 항상 주위에 이른 결혼의 실패와 잦은 이혼으로 불안정한 가정이 생겨나는지 그리고 이런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정서적 심리적으로 어떤 트라우마를 가질 수 밖에 없는지를 기존 연구를 인용해 담담히 기술합니다.
저자도 친부가 누구인지 모른체 자라났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어머니는 간호사로 일했지만 약물 중독으로 여러차례 재활센터(Rehabilitation center)에서 치료를 받은 아픈 개인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가정에서 자라 고등학교 시절까지 공부와는 관계없는 생활을 한 저자는 조부모의 보살핌으로 안정을 되찿아 대학도 가고 해병대 입대도 합니다.
스스로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실패를 답습할 수 없다고 결심하고 밤잠을 안자고 공부와 일에 매진하는 모습에선 짠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미국 중부에 자리잡은 이 백인 노동자 계급은 오하이호, 인기애나, 미시건을 포함한 러스트 밸트 (Rust Belt)의 노동자 층을 이루는 근간으로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 세력이었으나 지난 미국 대선에선 공화당 트럼프를 지지한 이들이었습니다.
본인이 속한 계층의 이익과는 전혀 다르게 부자들만을 위한 정당에 투표를 헌다는 점에서 한국의 극우 세력, 태극기 부대와 정서적으로 유사한 면이 보입니다.
저자도 20대에 이라크 전쟁에 파견되었던 해병대 예비역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미국의 애국주의, 영웅주의에 별 반감이 없고 이라크 파병으로 자신이 그래도 위대한 미국에서 태어나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이 보기엔 이해하기 어려운 정서입니다. 아메리칸 드림이 빛이 바랜 현재 상황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야기히는 것도 공감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무튼 이런 정치적인 면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 책의 인상적인 부분은 지은이가 묘사한 예일대 법대의 로펌 면접에 대한 에피소드입니다.
미국의 상위 파워엘리트들이 어떻게 인맥을 통해 자리를 잡는지 리얼하게 보여줍니다. 백인이지만 그리고 똑똑하지만 노동자 계급의 정서를 가진 저자는 이 자리에서 심한 이질감을 경험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재확인합니다.
미국인인데도 이런 이질감을 느낀다면 다른 외국출신 학생들은 이보다 더한 이질감을 느낄 것으로 보이고 아마 그 자리에 낄 기회조차 가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자서전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내용은 상당히 무겁고 기본적으로 슬픈 정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미국사회의 깊은 내면을 몰래 들여다 본 느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