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메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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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메로스』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소설로 알려졌던 '인간 실격'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된 작가다. 인간 실격 후 두 번째로 만나게 된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 <달려라 메로스>는 '인간 실격'과 느낌이 많이 달랐다. 짧은 단편 여러 편과 다자이 오사무만의 필력으로 재구성한 옛이야기 네 편이 실려 있어 크게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 <달려라 메로스> 속 단편에서는 실제 다자이 오사무가 이러지 않았을까 짐작게 하는 이야기가 여러 편 엿보였다.

표제작인 '달려라 메로스'는 일본 교과서에도 실린 작품이라고 한다. 폭군 디오니스를 죽일 생각으로 단도를 품고 왕에게 가던 메로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고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 되었다. 그를 죽이겠다 말하는 디오니스에게 동생의 결혼식을 마치고 다시 돌아와 죽겠다 하지만 그 말을 믿을 이가 누가 있을까. 그렇게 하여 메로스를 대신할 인질이 필요했으니, 그는 자신의 친구 세리눈티우스를 두고 동생에게 돌아간다. 자신의 사정으로 인해 여동생의 결혼식도 앞당겼고 친구가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잠을 청했다 부랴부랴 출발하는 메로스. 우여곡절 끝에 약속한 시간 안에 도착하긴 했지만 이미 처형 당한 후일 테니 가봐야 소용없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왕 앞에 도착한 메로스는 친구의 목숨을 살리고 자신도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호기롭게 왕을 죽이러 갔으면 상처라도 내보던가.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친구의 목숨까지 위태롭게 만드는 메로스가 어이없게 느껴졌다. 하지만 꼭 돌아올 거라 믿고 있는 친구에게 향하는 발걸음을 끝까지 멈추지 않았던 메로스. "그러니까, 달리는 거야! 신뢰받고 있으니까, 달리는 거야! 훨씬 엄청나게 거대한 무언가를 위해 달리고 있어!"라고 말하며 친구에게 뛰어가는 그는 우정도 지켰지만 폭군도 변화시켰다.

가진 것 하나 없이 어렵게 살았어도 그때가 좋았던 아내는 갑작스럽게 남편의 그림이 유명해진 후 남편의 마음가짐이 전과 많이 다르게 느껴지자 뭔가 불행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하던 아내. 하지만 나쁜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날이 갈수록 남편의 유명세는 더해지자 겸손하지 못하고 남을 험담하는 등 이상해지는 남편과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되는 '여치'.

사람이 한결같이 살기란 힘든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힘들게 살다가 갑자기 알부자가 된 사람들이 어려운 처지에 놓은 사람들에게 더 옹색하게 군다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다. 여치에 나오는 이 남편은 자신을 도와주던 친구, 굽실거리며 찾아다니던 선생 등 험담도 일삼고 무시하기까지 하는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했다.

'도쿄 팔경'은 자신의 유서를 담은 작품을 쓰던 주인공을 통해 다자이 오사무가 겹쳐 보였다. 무일푼이었던 남자는 H라는 여자와 살림을 차리고 형의 도움으로 생활했고 학자금으로 보내주는 돈도 글을 쓰며 몇 년을 졸업 못한 상태로 지내는 남자가 못마땅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 기간에 여러 작품이 탄생했지만 그냥 대놓고 문필 작업을 하겠다 선언했다면 어땠을까..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었던 작품이었다.

그 외에도 혹부리 영감, 우라시마 씨 등 우리의 전래동화와 닮아 있는 옛이야기가 다자이 오사무의 손을 통해 그만의 위트 있는 문체로 다시 만날 수 있어 즐거움을 선사했다. 가깝고도 먼 사이라 옛이야기도 닮아 있는 건가.. 다자이 오사무의 책을 아직 읽어보지 않은 분이라면 '인간 실격'보다 다자이 문학의 중후기 대표작을 모은 <달려라 메로스>를 먼저 만나보시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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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1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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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1』

고양이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고양이'를 시작으로 쥐에 의해 지구 문명이 무너지는 모습을 그린 '문명', 그리고 지구의 운명을 놓고 서로 다른 동물 종 사이에 벌어지는 최후의 결전을 그린 고양이 3부작 마지막 편 <행성>까지. 제3의 눈을 가진 지적인 고양이 피타고라스를 만난 바스테트가 새로운 고양이 문명을 세우기 위해선 인간만이 가졌다는 '유머와 사랑, 예술' 세 가지 개념을 알아야 했고, 넘쳐나는 쥐들을 피해 마지막 희망호에 몸을 싣고 아메리카 대륙으로 떠나며 '문명'의 이야기는 끝을 맺었다.

고양이 3부작 마지막 도서 <행성>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너무 궁금했는데 지금까지 출간된 작품에 비해 디스토피아 성격이 강하다고 해서 더욱 궁금했던 책이다. 쥐약을 개발했다는 소식만 가지고 찾아간 아메리카 대륙, 마지막 희망호가 도착한 미국에는 유럽보다 더 많은 쥐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쥐들의 공격으로 함께 배를 타고 온 수많은 사람들과 동물들이 목숨을 잃었다. 바스테트, 나탈리, 로망, 피타고라스, 안젤로, 에스메랄다, 샹폴리옹만 살아남은 상황에서 모스 부호로 신호를 보내오는 빌딩 속 그들과 만남을 준비하며 샹폴리옹은 빌딩으로 날아갔고 배에 남은 사람들은 그들이 보낸 드론 속 로프를 이용해 건너가다 피타고라스가 추락하고 말았다.

피타고라스가 죽었다는 사실에 슬픔에 잠겨 있던 바스테트는 샹폴리옹마저 빌딩 속 고양이 부코스키의 먹이가 되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하지만 슬픔에 빠져 있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신은 과학보다 위대하다 바이러스 피해를 입었던 전 세계 컴퓨터에 과학은 신보다 위대하다 안티바이러스를 전 세계에 유포해 전 세계에 생존한 이들과 통신을 시도하던 이들에게 접촉을 시도한 티무르, 바스테트가 있는 위치를 확인한 티무르가 그들이 있는 곳으로 왔다!



아메리카 쥐 우두머리 알 카포네와 유럽 쥐 티무르의 만남, 불을 이용해 빌딩 속 사람들을 무너뜨리려던 두 쥐를 암살하려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 잡아온 포로 쥐에게 제3의 눈을 이식하고 대화를 시도해 그들의 계획을 들어보는 바스테트다. 휘발유를 이용한 다음 계획을 들은 이들은 모두 지하로 내려갔고 그 틈을 타 포로 쥐는 도망치고 만다. 계속되는 쥐들의 공격에 바스테트는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할지 더욱 궁금해진다.

언제나 주옥같은 명언을 남기는 바스테트의 엄마는 이번에도 감탄을 자아낼 명언들을 남겼다. "힘이 세다고 우두머리가 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인상을 줄 수 있어야 우두머리가 되는 거야."라고 말했던 바스테트 엄마의 말처럼 의연하게 대처하는 바스테트가 될지 빨리 다음 권으로 넘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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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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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말리』

이상, 변칙, 모순을 뜻하는 2020년 공쿠르상 수상작 <아노말리>. 상상할 수 없는 현실이 눈앞에 닥친다면 기분이 어떨까?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내 눈앞에 존재를 드러냈다면 기분이 어떨까? 그런데 똑같은 비행기, 탑승객 또한 모두 동일한 에어프랑스 비행기가 이미 3개월 전에 착륙했던 상황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아노말리>를 읽을수록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공쿠르 수상작 중 가장 많은 화제와 판매를 기록한 책이라는 띠지 문구가 읽을수록 실감되었던 책이다.

평범한 가장이지만 살인청부업자인 블레이크(소설 첫 번째로 나오는 인물이라 주인공인 줄 알았다는~^^;), 표제작 소설 '아노말리'를 쓰고 자살한 작가 빅토르 미젤, 동성애 뮤지션 슬림 보이, 사랑하는 연인의 아이를 임신한 변호사 조애나, 비밀을 간직한 소녀, 췌장암 말기 기장 등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이들에겐 비행기를 타고 가던 중 난기류를 만났다는 것이다. 3월의 파리-뉴욕 간 여객기가 난기류를 만났지만 무사히 공항에 착륙했고 6월의 비행기는 난기류를 만나 비상착륙을 시도하려다 미 공군기지로 비상착륙을 하게 된다.

그런데 6월에 난기류를 만나 비상착륙한 비행기에 문제가 있었다. 그건 바로 이미 3월에 난기류를 만났지만 무사히 공항에 착륙한 비행기, 기장, 탑승객이 6월 여객기와 똑같다는 것. 6월의 비행기는 공군기지에 비상착륙 후 비밀리에 과학자들을 소집하고, 3월에 도착한 이들과 6월에 도착한 이들의 DNA가 일치하는 상황 속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하는지 풀어나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었다.

이미 3개월 전에 도착해 3개월의 삶을 더 살아간 이들과 3개월 전의 삶을 살아가는 6월의 비행기 탑승자들. 이들이 '3월의 나'와 '6월의 나'로 마주했을 때 기분이 어땠을지 상상해 본다. 자신의 분신을 만나지 못했던 작가 빅토르 미젤은 3개월 후 자신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두려웠을까? 지금이라도 제대로 잘 살아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될까? 동일한 삶을 살아가는 나 자신을 대면하고 3개월 전의 나를 만나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하게 된다. 이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선택도 쉽지 않았음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내리는 그들을 엿볼 수 있었다.

어떠한 가설을 늘어놓아도 쉽게 설명하기 힘든 상황이었던 3월과 6월의 '나'와의 대면. 3개월 후의 '나' 자신이 내 앞에 나타난다면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선택을 할지 고민하며 책장을 덮는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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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브러시 패턴으로 그림 그리기 - 그림이 확 바뀌는 아이패드 드로잉
댈희 지음 / 성안당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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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브러시 패턴으로 그림 그리기』

팬데믹 이후로 소소하게 가정에서 취미생활을 즐기는 분들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알아요. 저 역시 손글씨 연습, 캘리그래피, 그림에도 도전해 볼까? 생각하며 드로잉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찾아보곤 했는데요. 연필과 종이, 볼펜 등을 이용해 그리는 것도 좋겠지만 실수하면 바로 이전으로 돌리고 다시 그릴 수 있는 디지털 드로잉에 좀 더 관심이 갑니다. 아이패드를 이용한 드로잉 책이 많이 나왔는데 이번에 만나게 된 <아이패드 브러시 패턴으로 그림 그리기>는 프로크리에이트에 제공되는 브러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어 다른 책들과 차별화된 느낌을 받았어요.

"몇 가지 기능들을 알고, 시간과 공을 들이면 우리 모두 저마다 창의적이고 즐거운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이 너무 와닿았어요. 나는 원래 그림을 못 그리니까.. 하고 포기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 했던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높은 이상향 때문에 좌절은 이제 그만~~ 잘 못 그리면 어때요~ 나만 만족하면 되는 거죠 머~^^ 저자는 브러시가 이런 고민을 해결해 줄 거라고 했어요. 붓 터치나 색 표현, 명암, 고된 반복 작업을 줄여 주는 브러시들을 사용하면 그림의 재미를 더할 수 있다고 하니 따라 해 보면 진짜 그런지 알 수 있겠죠? 브러시만 목적에 맞게 잘 사용하면 훨씬 다양한 그림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고 하니 그림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바로 시작해 보면 좋겠다 싶어요.



프로크리에이트는 유료 애플리케이션이에요. 좀 더 유용하게 사용하기 위한 손가락 제스처는 알아두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답니다. 저는 한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면서 반쪽만 그림을 그리면 대칭으로 그림이 완성되는 장면을 보고 어떻게 하는 걸까 너무 신기하게 봤었어요. 그런데 아직도 어떤 걸 이용해서 하는지 못 찾았다는 사실~^^;; 좀 더 공부해야 할 것 같아요.



무엇이든 시작은 기초부터 차근히입니다. 브러시로 그림 그리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어요. 기본 드로잉 브로시를 시작으로 하나씩 차근차근 따라 하다 보면 나에게 잘 맞는 브러시도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 전 제가 찍은 사진에 캘리그래피를 살짝 얹어보고 싶어요. 만족하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연습해 볼게요.



그림 좀 그린다 하는 아이패드 유저라면 누구나 사용하고 있는 프로크리에이트에 내장되어 있는 브러시는 종류도 많지만 나에게 맞게 조절하다 보면 활용 가능한 브러시 가짓수는 더욱 늘어나게 됩니다. 그런데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감이 안 잡히는 브러시들도 많아서 당황스러울 때가 많았는데 '클래스 101'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댈희 작가의 <아이패드 브러시 패턴으로 그림 그리기> 한 권만 있으면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활용 가능해서 더 좋네요.

또한 댈희 작가님의 브러시와 팔레트, 사진 소스 등 성안당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는 사실!! 책을 200%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큰 실용서예요.



캘리그래피에 관심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씨 효과를 줄 수 있는 내용을 먼저 따라 해 봤어요. 이 한 장의 이미지를 위해 사용한 브러시가 네 가지나 됩니다. 모든 브러시를 사용해 보지 않아서 책이 알려주는 대로 하나하나 따라 해 봤는데 이제 여기에 사용된 브러시는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조금 감이 오네요. 따라 하기만 해도 멋진 완성작 하나가 뚝딱 만들어지니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합니다.

큰맘 먹고 프로크리에이트 구입했는데 그 많은 브러시 사용하는 게 어렵다거나, 그림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으신 분이라면 댈희 작가의 <아이패드 브러시 패턴으로 그림 그리기> 꼭 만나보시길 강력 추천합니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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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의 여름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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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의 여름』

학교에 대한 추억은 제각각 다르겠지만 중학교를 다닐 때까지 엄청나게 내성적이어서 친구 사귀는 것조차 힘들어했던 나였기에 그럴싸한 추억이 별로 없다. 초등 1학년 때긴 했지만 지방에서 서울로의 전학은 충격의 도가니였다.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아이들을 향해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던, 4학년 때였던가? 1학기 내내 한 친구밖에 몰라 2학기 때 다른 친구들도 많았구나 놀라기도 했던, 아이들 틈에 자연스럽게 끼지 못하던 내가 걸스카우트나 아람단에서 활동하는 아이들이 떠나는 캠프를 그렇게 부러워했던 시절이 있었다.

여기 <호박의 여름>에는 비록 잊히긴 했지만 '즐거웠다' 생각하는 기억을 가진 변호사 곤도 노리코가 있다. '다나카'라고 소개한 여성이 속해 있는 '미래 학교' 터에서 백골 사체가 발견되었고 어렸을 때 헤어진 후 생사 확인도 되지 않는 손녀가 아닌지 확인해 달라는 노부부의 요청으로 관계자를 만났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미래 학교'에서의 추억이 떠오르고 그곳에서 함께했던 미카의 사체가 아니길 바라며 그때의 기억 속으로 빠져드는 노리코다.

공부 잘하는 것 외엔 사교적이지도 못했던 노리코는 인기 많은 친구 유이 어머니의 권유로 여름 방학을 이용해 한적한 시골에 있는 '미래 학교'로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부모와 떨어져 생활하는 아이들이 유치부부터 고등부까지 있었고 여름 방학을 이용해 외부 아이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노리코는 4학년 때부터 6학년까지 3년을 참가했고 배움터에 온 외부 아이들을 도와주는 '미카'를 만나게 된다. 엄마와 함께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매일 외로운 나날을 보내는 미카에겐 자신에게 다가와 준 노리코가 잠시 머물다 떠나는 아이로 보이지 않았다.

많은 일을 스스로 해결하는 미래 학교 아이들, 숲속 깊은 곳에 있는 샘에서 물을 떠와 청소를 하는 것도, 빨래를 하고, 문답을 나누고, 자습실이라 불리는 곳에서 반성의 시간을 갖는 것 모두 아이들이 직접 하는 것들이었다. 함께 하는 일주일의 시간 동안 집이 그립기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즐거웠던 노리코. 그렇게 즐거웠던 기억으로 가득했던 '미래 학교'가 3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엔 정제하지 않은 생수를 판매하는 이상한 단체, 신흥 사이비 종교 같은 모습으로 보이고 있었다. 노부부가 의뢰한 백골 사체의 신원을 밝히기 위해 사건에 한 발 한 발 다가갈수록 엄마와 같이 살고 싶다던, 노리코와 친구라고 했던, 자신을 잊지 말라던 미카의 말이 떠오르는 노리코. 백골 사체에 가려진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한창 어리광 부리고 한없이 기댈 수 있는 부모와 떨어져 자립적으로 살아가야 했던 미래 학교 아이들. 아이를 돌보기 싫어서 어른들이 만든 곳인지, 자연과 가까이에서 사고의 폭을 넓히고 자립적인 아이로 자라길 바라서 만든 곳인지 알 수 없지만 그곳에 남겨진 아이들이 의지할 곳이라곤 함께하는 아이들이었다는 사실이 너무 가슴 아팠다. 그렇게 그곳에서 자란 아이들이 세상 밖으로 나가 적응하며 잘 살 수 있었을까 의문만 남았던 <호박의 여름>은 나에게 '부모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은 고민과 숙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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