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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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말리』

이상, 변칙, 모순을 뜻하는 2020년 공쿠르상 수상작 <아노말리>. 상상할 수 없는 현실이 눈앞에 닥친다면 기분이 어떨까?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내 눈앞에 존재를 드러냈다면 기분이 어떨까? 그런데 똑같은 비행기, 탑승객 또한 모두 동일한 에어프랑스 비행기가 이미 3개월 전에 착륙했던 상황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아노말리>를 읽을수록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공쿠르 수상작 중 가장 많은 화제와 판매를 기록한 책이라는 띠지 문구가 읽을수록 실감되었던 책이다.

평범한 가장이지만 살인청부업자인 블레이크(소설 첫 번째로 나오는 인물이라 주인공인 줄 알았다는~^^;), 표제작 소설 '아노말리'를 쓰고 자살한 작가 빅토르 미젤, 동성애 뮤지션 슬림 보이, 사랑하는 연인의 아이를 임신한 변호사 조애나, 비밀을 간직한 소녀, 췌장암 말기 기장 등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이들에겐 비행기를 타고 가던 중 난기류를 만났다는 것이다. 3월의 파리-뉴욕 간 여객기가 난기류를 만났지만 무사히 공항에 착륙했고 6월의 비행기는 난기류를 만나 비상착륙을 시도하려다 미 공군기지로 비상착륙을 하게 된다.

그런데 6월에 난기류를 만나 비상착륙한 비행기에 문제가 있었다. 그건 바로 이미 3월에 난기류를 만났지만 무사히 공항에 착륙한 비행기, 기장, 탑승객이 6월 여객기와 똑같다는 것. 6월의 비행기는 공군기지에 비상착륙 후 비밀리에 과학자들을 소집하고, 3월에 도착한 이들과 6월에 도착한 이들의 DNA가 일치하는 상황 속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하는지 풀어나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었다.

이미 3개월 전에 도착해 3개월의 삶을 더 살아간 이들과 3개월 전의 삶을 살아가는 6월의 비행기 탑승자들. 이들이 '3월의 나'와 '6월의 나'로 마주했을 때 기분이 어땠을지 상상해 본다. 자신의 분신을 만나지 못했던 작가 빅토르 미젤은 3개월 후 자신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두려웠을까? 지금이라도 제대로 잘 살아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될까? 동일한 삶을 살아가는 나 자신을 대면하고 3개월 전의 나를 만나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하게 된다. 이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선택도 쉽지 않았음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내리는 그들을 엿볼 수 있었다.

어떠한 가설을 늘어놓아도 쉽게 설명하기 힘든 상황이었던 3월과 6월의 '나'와의 대면. 3개월 후의 '나' 자신이 내 앞에 나타난다면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선택을 할지 고민하며 책장을 덮는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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