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의 야회 미스터리 박스 3
가노 료이치 지음, 한희선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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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일미문즐 카페에서 2008 최고 미스테리로 뽑힌 작품이라고 한다. 묵직한 책을 펼치는 순간, 여백 없이 글자가 꽉 차 있어서 흐뭇하다. 추리소설을 읽는 기쁨 중에 하나는 '가능한 한 책에 빠져있는 시간을 연장하는' 것이다. 읽어내려갈수록 앞으로 읽을 양이 줄어든다. 얼마나 아쉬운 일인지. 

엽기적인 살인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그녀들은 왜 죽었을까. 이를 밝히는 형사들이 있다. 그들의 고군분투가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교차편집되는 한켠에는 킬러가 직업인 남자가 있다. 그 남자는 살해당한 여자 중 한 명의 남편이다.  말 그대로 고독을 휘휘 감고 다니며 거친 운명을 타고난 남자.  이 형사들과 전문 킬러가 만나는 지점에서, 놀라운 사건이 기다리고 있다.  

또 하나의 이야기는 변호사. 그는 어린 시절 무참한 연쇄살인을 저지른 소년범죄자다. 일본에서 소년범죄자는 아주 적은 죄값만 치르고 나면, 그 이후의 생활에 대해 철저히 보호를 받는다. 이 부조리함. 이 변호사가 주장하는 '투명친구'는 실재하는 것일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산만하지 않고 잘 구조화된 소설이다. 책을 읽는 서너 시간 동안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해주는 보석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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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통곡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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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술이 교차되는 편집방식으로, 독자는 소설의 끝에 다다를 때까지 '진실'을 깨닫지 못한다. 서늘한 통곡, 소리죽여 우는 듯한 통곡을 맛볼 수 있다. 차가운 서술방식 때문일까.

커리어 출신의 수사1과장이 있다. 그는 출생의 비밀(고위직의 아들)을 지니고 정략결혼, 아내와 불화를 겪고 있다. 유아 연속 유괴사건이 터지면서 그 해결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지만 진실은 잘 손에 잡히지 않는다.  

아이를 잃은 남자가 있다. 그는 종교에 매달린다. 일본에 2만개가 넘게 등록되어 있다는 사이비종교에. 그는 나름 배운 사람이지만 '믿고 싶은 것을 믿고자' 한다. (그가 믿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는 안 읽은 독자를 위해 패-스)  

여담이지만 일본에서 사이비종교는 큰 사회문제인 것 같다. 하루키는 <언더그라운드>라는 논픽션에서 사린살인사건을 파헤친 바 있고, 교고쿠 나쓰히코의 <망량의 상자>에도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뤄진다.

사회파 미스테리라고 불릴 만한 이 작품은 나중의 반전이 정말 훌륭하다. 또 독자의 가슴을 치게 만든다. 그동안 읽은 추리소설 중에서 베스트10 안에 들 만하다. 작가의 다른 작품이 어서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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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보다 진한 노블우드 클럽 2
사사모토 료헤이 지음, 정은주 옮김 / 로크미디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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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평이 좋아서 구입해봤다. 탐정이 주인공인, 사건을 의뢰받은 탐정이 사건의 실마리를 하나씩 밝혀가는 구성이다. 그런데 하드보일드한 탐정소설은 아니다. 이건 뭔가 하고 끝까지 읽어내려갔다.  사건을 밝혀나가는 데 옛 동료인 형사의 도움을 너무 쉽게 게 받는 거 아닌가? 주인공이 전직 형사라고 밝히면 누구나 척척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있어서는 실소가 나왔다. 그가 파헤치는 2가지 사건이 마지막에 하나로 연결될 때, 특히 대단원에서는 실소가 아니라 파안대소가 나온다. 너무나 작위적이다.    

소설 자체가 아주 수준이 낮거나 하진 않지만, 최근 읽은 추리소설들의 수준이 하도 높아서일까? 난 좀 실망했다. 탐정소설로는 하라 료의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와 비교해서 많이 떨어진다. 복선이나 반전은 누쿠이 도쿠로의 <통곡>에 비해서, 이상정신자의 심리에 대해서는 가노 료이치의 <제물의 야회>를 발끝도 못 따라오는 듯. 그러니 범작이다. 그 정도다. 

그리고 출판사가 유명하지 않아서인지, 처음 보는 번역자다. 번역이 일본소설 치고 이렇게 매끄럽지 않은 책은 처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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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모든 바에서
나카지마 라모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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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모형의 밤>에 이어 두 번째로 출간된 나카지모 라모의 작품이다. 소재가 알콜중독이라, 특이하다. 추리소설이나 스릴러 류도 아니고 <인체모형의 밤> 같은 공포물도 아니니까 제목만 보고 책을 덮석 고르면 안 된다.  

각설하고, 책을 읽어내려갔다. 시작은 거의 매일 이십년 가까이 술을 마신 남자가 병원으로 들어오면서다. 남자는 매일 산토리의 위스키 한병씩 마셔댔다. 자신이 알콜중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제법 공부도 해서 갖가지 증상과 증례에 대해 알고 있다. 단지 혼자 마시는 술이 좋아서 마신 남자. 술을 먹고 일어나는 갖가지 증상과 반응과 상처를 즐겼던 남자.  그 남자가 병원에 들어왔다. 어떤 일이 일어날까? 독자의 재미를 위해 이하 줄거리는 패-스하겠다. 

결코 가벼운 소설은 아니다. 소재 자체도 무겁고, 문장들도 꽤나 철학적이다. 베껴두고 싶은 문장이 세 군데 정도 있었다. 게으름으로 그러지 못했지만. 술을 좋아해봤거나, 술을 직업적인 필요에 의해 마시거나, 가족 중에 술고래가 있거나, 알콜중독 전단계인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꽤나 소설은 '알콜중독'이라는 증세 자체에 집착하니까. 

어떻게 보면 주인공은 마치 돈키호테 같다. 자신의 몸을 가지고 실험하면서도 두려움이 없다. 소설 속에서 큰 사건은 일어나지 않지만 주인공의 매력적인 독백에 취하는 맛이 있다.

술을 찾는 사람에는 2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술 먹고 알딸딸한 기분이 좋아서' 마시는 사람과 '술에 의해 나타나는 약리적 효과가' 필요한 사람. 이 중 전자는 알콜중독으로 빠질 우려가 적고, 후자가 대부분 알콜중독자로 간다고 한다.  책의 끄트머리에는 알콜중독 테스트가 실려 있다. 작가가 직접 만든 퀴즈로서, 워낙 한때 술을 즐겨 마셨던 나로서는 꽤 고득점을 기록했다. 후훗.  궁금한 분은 서점에 가서 한번 해보시기 바란다. 

<오늘밤 모든 바에서>라는 제목은 참 잘 지었다. 책을 내려놓고 나니, 나도 오늘밤 어느 바로 달려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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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 상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1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미야베 미유키 엮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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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모토 세이초의 <점과 선>, <모래 그릇> 정도는 읽어봤다.  일본 추리소설계의 거장 마츠모토 세이초는 1909년 탄생, 올해는 작가의 탄생 100주년이라 일본 현지에서 드라마로도 많이 제작되고 있다.

무엇보다 미야베 미유키 책임편집이라는 타이틀이 이 책으로 나를 이끌었다. 책을 손에 들자 500쪽이 넘는 데 비해 그다지 무겁지 않은 종이를 사용했는지 무게감이 적당하다. 표지는 무광에 오돌토돌한 재질. 북스피어 책답게 전반적으로 고답적이고 심플한 외관이다. 

미야베 미유키가 직접 작품을 고르고 장을 나누어 2~4편의 단편을 싣고 각 장마다 해제를 달았다. 1장 거장의 출발점 / 2장 My Favorite / 3장 노래가 들린다, 그림이 보인다 / 4장 ‘일본의 검은 안개’는 걷혔는가. 이 분류대로 읽다보면 마츠모토 세이초는 물론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작가 하야시 마리코는 미미 여사를 '마쓰모토 세이초의 장녀'라고 칭했다고 한다니, 그 연관성을 짐작할 수 있다. 가령 4장에 실린 논픽션 '쇼와사 발굴 ─ 2.26 사건'은 미야베 미유키의 <가모우 저택 사건>의 주 배경이다.

가장 흥미진진했던 작품은 3장의 '진위의 숲'이다. 일본화를 소재로 복원/진짜 예술가/아카데믹한 학계의 배타성 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솜씨있게 다루고 있다.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순문학에 가까운 작품.  

2장의 '일 년 반만 기다려'는 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아, 하고 무릎을 치면서도 씁쓸함이 남는다. 왜 미미여사가 이 대작가의 그늘 아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지방지를 구독하는 여자'와 '수사권외의 조건'도 흥미로웠다. 그밖에 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들과 좀 머리가 무거운 단편, 논픽션 등이 배치되어 있다.

권말에 실린 편집자들의 회고도 꽤 쏠쏠히 재미나다. 중, 하권이 기대된다.    

베쯔의 마이리뷰 바로가기 :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 중

베쯔의 마이리뷰 바로가기 :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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