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모든 바에서
나카지마 라모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인체모형의 밤>에 이어 두 번째로 출간된 나카지모 라모의 작품이다. 소재가 알콜중독이라, 특이하다. 추리소설이나 스릴러 류도 아니고 <인체모형의 밤> 같은 공포물도 아니니까 제목만 보고 책을 덮석 고르면 안 된다.  

각설하고, 책을 읽어내려갔다. 시작은 거의 매일 이십년 가까이 술을 마신 남자가 병원으로 들어오면서다. 남자는 매일 산토리의 위스키 한병씩 마셔댔다. 자신이 알콜중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제법 공부도 해서 갖가지 증상과 증례에 대해 알고 있다. 단지 혼자 마시는 술이 좋아서 마신 남자. 술을 먹고 일어나는 갖가지 증상과 반응과 상처를 즐겼던 남자.  그 남자가 병원에 들어왔다. 어떤 일이 일어날까? 독자의 재미를 위해 이하 줄거리는 패-스하겠다. 

결코 가벼운 소설은 아니다. 소재 자체도 무겁고, 문장들도 꽤나 철학적이다. 베껴두고 싶은 문장이 세 군데 정도 있었다. 게으름으로 그러지 못했지만. 술을 좋아해봤거나, 술을 직업적인 필요에 의해 마시거나, 가족 중에 술고래가 있거나, 알콜중독 전단계인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꽤나 소설은 '알콜중독'이라는 증세 자체에 집착하니까. 

어떻게 보면 주인공은 마치 돈키호테 같다. 자신의 몸을 가지고 실험하면서도 두려움이 없다. 소설 속에서 큰 사건은 일어나지 않지만 주인공의 매력적인 독백에 취하는 맛이 있다.

술을 찾는 사람에는 2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술 먹고 알딸딸한 기분이 좋아서' 마시는 사람과 '술에 의해 나타나는 약리적 효과가' 필요한 사람. 이 중 전자는 알콜중독으로 빠질 우려가 적고, 후자가 대부분 알콜중독자로 간다고 한다.  책의 끄트머리에는 알콜중독 테스트가 실려 있다. 작가가 직접 만든 퀴즈로서, 워낙 한때 술을 즐겨 마셨던 나로서는 꽤 고득점을 기록했다. 후훗.  궁금한 분은 서점에 가서 한번 해보시기 바란다. 

<오늘밤 모든 바에서>라는 제목은 참 잘 지었다. 책을 내려놓고 나니, 나도 오늘밤 어느 바로 달려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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