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안 1 - 마리 이야기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좌안1,2>, <우안1,2> 4권을 한달 여 동안 읽고 마이리뷰를 쓸까 말까 망설였다. 에쿠니 가오리의 팬으로서(팬이라는 말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작가도 드물다. 왠지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이 편애하는 소설가 아닐까), 개인적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같은 소품류를 좋아하는데, 이렇게 긴 소설에 한 여자의 일생을 다룬 책이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생략이나 섬세한 묘사는 살아있으나 인물의 캐릭터라든지 하는 부분은 미묘하게 이전과 달랐다.

마리라는 여자는 하카타에서 태어나 도쿄와 파리를 떠돌다 다시 하카타로 돌아온다. 대학교수인 아버지와 원예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어릴 때 오빠가 자살했다. 그녀는 여러 번의 연애와 한 번의 결혼을 하며 딸을 낳고 와인바를 하며 산다. 친구인 큐와 각자의 인생을 살면서 간간히 연락하고 산다. <좌안>은 마리의 이야기, <우안>은 큐의 이야기다.  

아주 재미있는 책은 아닌데 잠들기 전에 조금씩 읽으면 마음이 평온했다. 인생의 굴곡이라는 건, 마리 같은 특별한 여자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다. 할머니들이 "내 인생을 자서전으로 쓰면 몇 권은 될 것"이라고 하는 게 그런 것일 게다. 그러한 여자의 인생을 에쿠니 가오리는 조근조근 들려준다. 

<우안>보다는 <좌안>이 읽을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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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구입은 습관적이다. 온라인서점이 생기고 서점에 나가지 않아도 책 사는 일은 쉬워도 너무 쉬워졌다.  

나의 패턴은 이러하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알라딘에 들락날락거리며 신간이 뭐 나왔나 살펴보고 당기는 책이 있으면 클릭해서 목차와 책소개를 읽고 미리보기를 활용한다. 사야겠다 맘 먹으면 장바구니나 보관함에 담는다. 살 책이 4-5권 모아져서 총액이 5만원이 넘으면- 그때가 책을 살 순간이다. 이런 순간은 한달에도 두세 번쯤 찾아온다. 그러면 한달 책값은 10-15만원이 드는 거지.    

집으로 택배가 도착한다. 남편은 아- 또 왔네 한다. 부재중이라서 경비실에 맡겨진 택배를 찾아오는 것도 남편 몫이다. 상자 안을 열어 따끈한 책들을 한권 한권 꺼내며 희희낙락한다. 그리고 소파 옆에 쌓아두고 심심풀이로 읽을 책(최근에는 대개 여행기나 음식 에세이류)과, 침대 옆에 쌓아두고 진지하게 몰두할 책(소설들!!)을 구분한다. 

다 읽은 책은 서재에 적당히 꽂아둔다. 아무래도 온라인으로 책을 사다보니 실망할 때도 있다. 그런 책은 중고샵으로 팔아치우는 편이다. 그리하여 (항상 돈이 부족하여) 책에 굶주렸던 20대 중반까지와 달리, (월급쟁이 생활인인 지금) 책은 넘치고 또 넘친다. 사는 속도가 읽는 속도를 따라잡는 법이 없다. 이 책읽기의 초조함! 

지금 보관함에 담아둔 책들은 충분이 5만원을 채우고 넘친다. 으아- 이번만은 좀더, 좀더 버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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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견문록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 지식여행자 6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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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네하라 마리라는 작가 이름은 이 책에서 처음 접했다. 어릴 적 공산당 간부(!)였던 아버지를 따라 프라하, 러시아 등 세계를 떠돌았던 경험과 러시아어 동시통역사라는 직업 탓에 다양한 음식문화를 접한 경험이 우러난 에세이가 바로 <미식견문록>이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흔히 접하는 미국, 유럽, 아시아의 음식이 아닌 동유럽, 러시아의 좀 다른ㅡ 투박한 음식들이 그 주인공이다.  

에세이의 톤도 '나 이런 음식 먹었네' 하는 체험담이 아니라(물론 그것도 흥미롭지만) 어떤 음식, 혹은 음식재료에 대한 어릴 적 경험과 배경지식이 절묘하게 믹스된 지적인 에세이들이다. 가령 할바라는 음식은 터키쉬 딜라이트(나에겐 너무 달았던)와 유사하나, 작가에게는 어릴 적 '깜짝 놀랄 만한 맛'을 선사해준 추억의 음식이며, 전세계를 뒤져도 다시 그와 같은 맛은 볼 수 없었던 신기루 같은 것이다.  구 러시아의 가난 때문에 생겨난 '여행자의 아침식사'라는 낭만적인 이름의 통조림은 곰의 유머로나 희화화될 정도로 맛대가리 없고, 그래도 러시아인들은 하루 여섯끼를 챙겨먹는(그 양이나 질이야 어떻든) 민족이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일본 전래동화인 '커다란 순무'이나 '모모타로의 기장경단' 등을 인용하여 풀어내는 이야기도 일본문화에 관심 많은 내게는 재미있었다. 그러고보면 어릴 때 동화를 읽으며 그 맛을 상상하였다가, 실물을 접하고 한껏 실망하는 경우도 더러 있긴 할 것.  

워낙 이야기 솜씨가 좋아서 단순히 지식 자랑이나 추억담이 아닌, 누구나 즐길 만한 고급스러운 에세이가 되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감칠맛나는 성석제의 음식 에세이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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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인 소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6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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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스포일러 없습니다-

우리 나라에 발간된 하라 료의 두 번째 장편소설, <내가 죽인 소녀>를 읽었다.  여기서 '나'라 함은 주인공인 사와자키 탐정일 텐데, '내가 죽인 소녀'란 무슨 뜻일까 소설 초반을 읽으면서 퍽 궁금했다. 아아- 곧 그 궁금증은 밝혀진다.  

유괴와 몸값 운반이라는 엄청난 사건에 휘말린 탐정은 하룻동안 갖은 고초를 당하며 형사들과 반목하며 사건 속으로 수렁처럼 빠져든다. 그래도 의뢰인이 없이 '요이땅' 할 수는 없는 법, 약간은 엉뚱한 곳에서 의뢰인이 튀어나와, 짠- 하고 탐정은 활동을 시작한다. 탐정이 주인공인 소설인 만큼 형사들은 수도 없이 등장해도 모두들 얼빠졌거나, 지나치게 노회하거나, 수선스럽기만 하지 모든 현장에는 탐정이 먼저 도착하고, 사건 해결의 키도 탐정이 가진다.  

하라 료의 소설에서 탐정의 추리 과정은 많이 생략되고, 행동의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짠- 하고 사건은 해결되어 있다. 그리고 이 탐정의 궤적이 상당히 흥미롭다. 의외의 곳에서 터프한 말투로 찍찍- 내뱉는데 남성 호르몬 100%랄까. 가끔 알콜로 범벅된 모습도 보여주고, 폭력에 당하기도 하고. 레이먼드 챈들러식 탐정 소설에서 약간의 피와 알콜은 필수일까. 

좀더 모범답안에 가까운 다른 일본 형사소설들에 비해, 좀 삐딱한 하라 료의 소설은 충분히 매력적이고- 특히 여름에 읽기에 좋다. 전작과의 수준은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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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 세트 1 : 1~12권 - 전12권 (무선) 대망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박재희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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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일본 정복을 그린 <대망>은 너무나도 유명한 책이고, 특히 남자들에게는 <삼국지>만큼의 필독 도서다. 작년에 다케다 신겐의 일생을 그린 <무사1~7>을 읽고 꽤 감동을 받았고 해서 올해는 대망에 도전하기로 했다. 1권씩 구입하는 것보다 40% 할인되는 1-12권 시리즈가 좋을 것 같았다. 그래봐야 전체의 1/3에 불과하다.  

책 한 권이 600페이지 전후고, 책 무게도 상당해서 오랜시간 독서하려면 꽤 힘들다. 표지는 요즘 추세에 맞지 않게 번쩍이는 유광이고 편집도 옛날 풍이다. 하지만 뭐 그런 게 중요한가. 총 36권인데 이제 겨우 5권에 접어들었는데, 내용의 스케일은 엄청나고 등장인물들도 정말 많아 기억하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오다 노부나가나 도쿠가와 이에야스 같은 영웅들의 일화가 마음에 와닿는 괜찮은 역사소설이다.  

12권짜리 셋트는 커다란 박스에 담겨져 오는데, 박스가 꽤 단단하고 그림이 그려져 있어 인테리어 효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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