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견문록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 지식여행자 6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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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네하라 마리라는 작가 이름은 이 책에서 처음 접했다. 어릴 적 공산당 간부(!)였던 아버지를 따라 프라하, 러시아 등 세계를 떠돌았던 경험과 러시아어 동시통역사라는 직업 탓에 다양한 음식문화를 접한 경험이 우러난 에세이가 바로 <미식견문록>이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흔히 접하는 미국, 유럽, 아시아의 음식이 아닌 동유럽, 러시아의 좀 다른ㅡ 투박한 음식들이 그 주인공이다.  

에세이의 톤도 '나 이런 음식 먹었네' 하는 체험담이 아니라(물론 그것도 흥미롭지만) 어떤 음식, 혹은 음식재료에 대한 어릴 적 경험과 배경지식이 절묘하게 믹스된 지적인 에세이들이다. 가령 할바라는 음식은 터키쉬 딜라이트(나에겐 너무 달았던)와 유사하나, 작가에게는 어릴 적 '깜짝 놀랄 만한 맛'을 선사해준 추억의 음식이며, 전세계를 뒤져도 다시 그와 같은 맛은 볼 수 없었던 신기루 같은 것이다.  구 러시아의 가난 때문에 생겨난 '여행자의 아침식사'라는 낭만적인 이름의 통조림은 곰의 유머로나 희화화될 정도로 맛대가리 없고, 그래도 러시아인들은 하루 여섯끼를 챙겨먹는(그 양이나 질이야 어떻든) 민족이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일본 전래동화인 '커다란 순무'이나 '모모타로의 기장경단' 등을 인용하여 풀어내는 이야기도 일본문화에 관심 많은 내게는 재미있었다. 그러고보면 어릴 때 동화를 읽으며 그 맛을 상상하였다가, 실물을 접하고 한껏 실망하는 경우도 더러 있긴 할 것.  

워낙 이야기 솜씨가 좋아서 단순히 지식 자랑이나 추억담이 아닌, 누구나 즐길 만한 고급스러운 에세이가 되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감칠맛나는 성석제의 음식 에세이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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