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 밥상 - 맛있는 일본 가정 요리
성민자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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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이었나, 도쿄에 여행 가서 일본 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조금 놀랐다. 생각보다 밍밍한 맛, 양념이라곤 간장 맛만 느껴져서 칼칼함이 없는 반찬들. 한번 생선구이 정식을 먹었는데, 반찬 양이 모자라 밥을 다 먹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몇 번의 일본 여행을 더 하면서 일본 음식에 적응이 되었달까. 그 밋밋함이 조금은 좋아졌다.  

일본 만화나 드라마를 즐겨보는 편인데 니꾸쟈가(고기감자볶음)나 돈지루(돼지고기된장국), 야끼소바(볶음국수) 같은 흔한 요리에는 익숙해졌지만, 우리나라와 다른 재료나 요리법들에는 아직 적응이 안 된다. 절임채소라든지 하는 비장의 가정식들 같은 것들에는. 

이 책을 구입한 건 그런 일본 가정식에 대해 기본적인 것들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단순히 일본식 상차림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왜 일본 음식들은 제철 재료를 중시하며, 양념은 어떤 것들을 기본으로 하는지, 가장 기본적인 상차림부터 특별한 날의 상차림이나 도시락까지 차근차근 알려준다. 저자가 일본인이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살고 있는 주부이기 때문에 접근 방법이 더 쉽게 느껴지는 것이다. 아주 간단한 반찬들은 응용해서 만들어 보고 싶다.

책을 아름답게 잘 만들어서 편집이나 디자인도 나무랄 데가 없다. 일본 요리에 관심이 많다면 구비해 둘 만한 책이다. 그러데 제목을 굳이 '고베 밥상'이라 지을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은 남는다. 고베 지역에만 한정된 요리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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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4-27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쿄밥상은 너무 도회적인 느낌이고, 고베는 알지도 못하지만 괜히 어감이 적당히 시골스러운데 촌스럽지 않아서 붙인게 아닐까요^^?

베쯔 2011-04-27 15:21   좋아요 0 | URL
아, 설득력 있는 말씀이네요. 일본 밥상은 너무 무난할 거구요.
그리고 저자가 고베에 거주한다고 하네요. 그냥 쉽게 지은 듯~~^^
 

 

 

 

 

 

 

 

 

  • 앤 타일러, 종이시계 : 한번도 읽어본 적 없는 작가. 모님 블로그에서 보고 주문, 알라딘중고인데 새 것 같았음.  
  • 아고타 크리스토프, 어제 :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을 인상깊게 읽었는데, 이 책은 짧은 문장들로 이루어진 짧은 소설이라고. 가끔은 작품성 있는 책을 읽고 싶어서 
  • 윤성희, 구경꾼들 : <감기>라는 단편집은 인상적이지 않았다. 서평들이 칭찬 일색이길래 다시 한번 시도한 윤성희 작가의 장편소설 
  • 에쿠니 가오리, 소란한 보통날 : 가족을 다룬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 장편소설. 망설이지 않고 구입 
  • 사사키 조, 제복수사 : 사실 <경관의 피>는 겨우 읽어냈는데, <폐허에 바라다>는 아주 좋았다. 이 책 역시 홋카이도 배경의 단편집이라 기대하며 구입 
  • 야자키 아리마, 앨리스의 미궁호텔 : 모 편집자님도 추천하고 해서 점찍어둔 작품. 알라딘중고인데 역시 새 것 같음. 

시간이 많을 때 부지런히 읽어둬야지 하고, 4월 두 번째로 사들인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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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보통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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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가 연애나 결혼이 아닌 '가족'을 다룬 소설이라 이채로운 '소란한 보통날'의 원제는 '流しのしたの骨(수채 밑의 뼈)'다. 작품에서 어머니가 아이들에게 어릴 때 들려줬던 무서운 이야기에 등장하는 '수채 밑의 뼈'. 아이들은 자라서도 그 이미지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사실 이 제목을 그대로 번역했으면 추리소설로 오해받았을 수도 있겠다. 별다른 사건 없이 잔잔하게 전개되는 이 소설과 한국 제목 '소란한 보통날'은 참 잘 어울린다. 

소요, 시마코, 고토코, 리쓰. 네 명의 자녀를 둔 평범한 가족. 그들의 일상이 잔잔히 흘러간다. 큰 사건은 하나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혼 같은 사건도 그냥 슥슥 스케치하듯 무심하게 흘러간다. 바로 에쿠니 가오리만의 장기인 쿨한 문장으로 채워진다. 이를 흉내내는 작가들은 많지만 에쿠리 가오리만이 원석이라는 느낌이 든다. (최근 읽은 <초초난난>도 그랬고. 비슷하게 따라하지만 가짜라는 느낌.) 

가족들에게는 그 가족만이 주고받는 신호와 룰이 존재한다. 가령 이 가족에게는 엄마의 '주워온 나뭇잎이나 돌 같은 걸로 식탁 꾸미기', '집안일을 하면서 자녀에게 책읽기나 집안일 돕기 중에 선택하게 하는 일' 등이 있다. 그런 것들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또 화자인 고토코는 성년이 되면서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소설 내내 '후카마치 나오토'라는 이름과 성 전부를 호칭한다. 남자친구의 이름을 친근하게 부르지 않음으로써 두 사람이 데이트하는 장면에는 풋풋한 첫사랑의 분위기와 긴장감이 감돈다. 이러한 디테일이 에쿠니 가오리답다고 할 만하다.  

가족들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다같이 장을 보러 가서는 한가득 사오는 장면에서 '카스 워터 크래커'가 목록에 등장한다. 치즈와 와인과 곁들여 먹으면 맛있는 크래커, 반갑다. 뭐 이런 취향의 공통점. 

너무 밋밋하고 심심한 소설이어서 처음 에쿠니 가오리를 읽는 독자라면 다른 작품부터 먼저 찾아 읽을 것을 권한다. 

   
 

"쿠폰하고 책, 어느 쪽이 좋니?" 

엄마의 물음에 나는 "책."이라고 대답하고 따끈따끈한 브리오슈를 한입 가득 오물거렸다. 가게에서 받은 쿠폰은 쿠폰칩에 일일이 풀로 붙여야 한다. 쿠폰첩 한 권에 500엔이 할인된다. 엄마는 거실 테이블에 쿠폰첩을 펼쳐놓고서 깡통 뚜껑을 열고 손에 풀을 든다.  

"그럼 이 책 좀 읽어줄래. 또박또박. 책갈피 껴 있는 데부터." 

-161p 

 
   
   
 

타인의 집 안을 들여다보면 재미납니다. 

그 독자성, 그 폐쇄성. 

가령 바로 옆집이라도 타인의 집은 외국보다 멉니다. 다른 공기가 흐릅니다. 계단의 삐걱거림도 다릅니다. 비상약상자에 담긴 약의 종류나, 곧잘 입에 담는 농담, 금기 사항이나 추억도. 

그것만으로도 저는 흥분하고 만답니다.  

그 사람들 사이에서만 통하는 룰, 그 사람들만의 진실, 소설의 소재로 '가족'이란 복잡기괴한 숲만큼이나 매력적입니다. 

-작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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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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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신본격의 대표주자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는, 본격추리 중에서도 으스스하고 기괴한 느낌으로는 최고라고 생각한다. 본격 중에서는 단지 폐쇄된 공간에서 연쇄살인이 일어나고 기발한 추리로 끝맺는 작품들이 많은데, 좀 기계적이고 건조한 느낌을 주는 소설들이 많다. 하지만 아야츠지 유키토의 작품은 왠지 끈적이는 피 냄새가 진동하고, 공포가 뭔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그 최고봉은 3권짜리 긴 분량의 <암흑관의 살인>이라 생각해왔는데, 이번에 개정되어 나온 <미로관의 살인> 또한 그에 못지않은 느낌이다. 

노 추리작가가 거주하는 미로관, 거기에 초대받은 4명의 작가와 3명의 심사위원. 작가는 자살을 하면서 4명의 작가에게 5일간 추리소설 경연을 해서 최고의 점수를 얻은 사람에게 유산의 반을 상속하겠다는 유언을 남긴다. 그리고 정석대로 한 명씩 살해당하는데 죽음의 방식이 그들이 쓰고 있던 추리소설의 서두와 동일하다.  

이 소설의 또 하나의 주인공은 바로 '미로관'이라는 건물이다. 나카무라 세이지라는 건축가가 지은 또 하나의 비상식적인 건물. 빙 둘러 방들이 있고 가운데 복도는 전부 미로로 설계된, 그리하여 연속살인의 배경으로는 최적인 집. 십각관, 암흑관, 시계관이 모두 나카무라 세이지의 작품이다. 

이 소설은 액자식 구성으로 되어 있는데 마지막 장을 덮을 때가 되어서야 이러한 구조를 채택한 이유를 알게 된다. 한 번의 반전이 있고 나서의 진정한 트릭이 밝혀지는데 무척이나 놀랍다. 오래 전에 발표되었지만 작가의 베스트에 들 만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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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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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0페이지짜리 짧은 소설(책값이 좀 아깝다)인 아가미는 <위저드 베이커리>에 이은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위저드 베이커리에서도 차용한 환타지가 여기서도 나온다. 전작이 발랄하고 오락성이 좀더 강하다면, 이번 작품은 순수문학을 좀더 지향하고자 한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좀 어정쩡한 느낌도 든다.  

구병모의 <아가미>는 은유를 품고 있다. 아가미를 지닌, 반짝이는 비늘을 가진, 물 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남자 곤. 그의 존재 자체가 은유하는 건 살기 팍팍한 인생에 대한 반대편 이미지에 다름 아니다. 사실 곤이라는 인물의 설정이 강하다보니 여타 사건들은 그냥 흘려보내게 된달까, 묻혀버리는 경향도 있다.  

해류, 강하, 노인, 곤, 그리고 이녕. 그들의 인생은 고달프고 곤의 유영만이 빛난다. 위저드에 비해 덜 재미있었지만, 어떤 문장들은 좋았다. 기본기가 탄탄한 작가다. 아직 좋아한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책 소개에서 줄거리를 너무 자세히 써놓은 느낌도 든다. 거기에 거의 모든 것이 다 들어 있으니 안 읽어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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