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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200페이지짜리 짧은 소설(책값이 좀 아깝다)인 아가미는 <위저드 베이커리>에 이은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위저드 베이커리에서도 차용한 환타지가 여기서도 나온다. 전작이 발랄하고 오락성이 좀더 강하다면, 이번 작품은 순수문학을 좀더 지향하고자 한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좀 어정쩡한 느낌도 든다.
구병모의 <아가미>는 은유를 품고 있다. 아가미를 지닌, 반짝이는 비늘을 가진, 물 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남자 곤. 그의 존재 자체가 은유하는 건 살기 팍팍한 인생에 대한 반대편 이미지에 다름 아니다. 사실 곤이라는 인물의 설정이 강하다보니 여타 사건들은 그냥 흘려보내게 된달까, 묻혀버리는 경향도 있다.
해류, 강하, 노인, 곤, 그리고 이녕. 그들의 인생은 고달프고 곤의 유영만이 빛난다. 위저드에 비해 덜 재미있었지만, 어떤 문장들은 좋았다. 기본기가 탄탄한 작가다. 아직 좋아한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책 소개에서 줄거리를 너무 자세히 써놓은 느낌도 든다. 거기에 거의 모든 것이 다 들어 있으니 안 읽어보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