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괜찮아
니나 라쿠르 지음, 이진 옮김 / 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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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46

"넌 슬픔을 쫓는 사람이야? 아니면 그냥 그 책이 좋은 거야?"


인생을 살다보면 '차라리 몰랐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순간이 있다. 몰랐으면 했던 사실이 다소 충격적인 것이라면 우리는 그 충격을 극복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그 충격은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는다.


<우린 괜찮아>의 주인공인 "마린" 역시 차리리 몰랐으면 했던 사실을 마주하고 나서 큰  충격을 받은 20대 소녀다. 어린시절에 바닷가에서 어머니의 실종사고를 경험한 그녀는 이후 외할아버지와 함께 산다. 그녀에게 있어서 어머니의 상실은 큰 충격이었겠지만, 자식을 잃은 외할아버지 역시 큰 충격일 수 밖에 없었다.

[파도를 타는 데 일생을 바친 사람이라면, 바다가 냉혹할 뿐 아니라 자신보다 수백만 배 강하다는 걸 알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이 거기서 살아남을 정도로 노련하고 용감한 불사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거기서 살아남지 못한 사람들에게 마음의 빚을 지게 되는가 보다. 항상 누군가는 죽는다. 단지 누가, 언제 죽느냐의 문제일 뿐.]  P.43



외할아버지 밑에서 "마린"은 나름 행복하게 살아간다. 외할아버지와는 서로의 침실을 들여다 보지는 않지만, 그래도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하며 잘살아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엄마에  대한 이야기는 서로 하지 않는다. 그리고 엄마에 대한 물건 역시 남아있는게 없었다. 엄마라는 대상이 서로에게 아픈 기억을 서로에게 떠올리기 때문에 없었던 일처럼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마린"은 외로움을 느끼고, 이러한 아픔을 극복하기에는 아직 너무 어리다.

["하루를 마치면 그걸로 잊어라. 너는 네 할 일을 했다. 약간의 실수와 어리석음은 피할 수 없었다. 최대한 빨리 그것들을 잊어라."]  P.50



그래도 그녀에게는 "메이블"이라는 친한 친구가 있다. "마린"은 "메이블"과 자매처럼 다정하게지내고, 그러한 친밀감은 더 깊어져 서로는 친구 이상의 관계와 감정을 갖게 된다. "마린"은 "메이블"이 있기에 그렇게 외롭지 않았다.

[메이블이 말한다. "아무 걱정 마."
메이블이 말한다. "약속할게."
메이블이 말한다. 나도 사랑해."]  P.50



할아버지도 나름의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버디 할머니"라는 여자친구가 있었고, 할머니와 계속적으로 편지를 주고 받는다. 할머니는 귀엽게도 자신이 젊은 시절 입었던 예쁜 드레스도 할아버지에게 보낸다. 그런데 특이하게 단 한번도 만난 적은 없단다. "마린"은 만약 자신이 없었다면 할아버지는 "버디 할머니"를 만나러 갖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로맨틱한 감정으로 보였을 수도 있겠지. 버디가 보낸 드레스도 그렇고,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에게 아주 깊은 유대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어. 그렇게 되면 로맨스는 하찮아질 뿐이야. 그건 결코 육체적인 감정이 아니란다. 영혼의 감정이지. 그건 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심오한 감정이야.]  P.149



그런데 또한번의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 입학이 얼마 안남은 시기였던 그때, 집에 와보니 할아버지가 없었다. 전날에 왠지 이상함을 느꼈던 "마린"은 할아버지에게 어떤 사고가 일어났음을 예감을 한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전화를 하고, 할아버지의 지인들이 대신 경찰에 신고를 해준다. 그리고 "마린"은 그동안 한번도 들어가보지 않은 할아버지의 방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마린"은 왜 그동안 할아버지의 방에 들어가려고 안했었는지 후회한다.

[과거의 우리가 현재의 우리를 흘긋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P.226



바닷가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바닷가로 들어가는걸 봤다는 목격담이 나오지만 할아버지가 발견된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할아버지 방에서 본 것들에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 "마린"은 살고 있던 집을 무작정 떠난다. 그리고 아직 입학이 몇일 남아 있지만, 자신이 입학할 학교가 있는 뉴욕으로 무작정 떠나 버린다. 가장 친한 친구였던 "메이블"을 포함한 누구와의 연락도 끊고 살아간다. 도대체 어떤 충격적인 사실이 있었기에 그녀는 과거를 모두 지우려 했던 걸까?

[할아버지가 나를 단 한 순간도 사랑하지 않았을까 봐 두려웠다.]  P.253



하지만 "마린"을 진정으로 아꼈던 "메이블"은 그녀의 연락 두절에도 불구하고 "마린"을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메이블"은 겨울방학이 시작하는 날, 아무 곳에도 갈 곳이 없었던 "마린"을 만나기 위해, 그리고 방학동안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마린"이 다니는 학교 기숙사를 찾아간다.

[나는 왜 그렇게 하겠다고 하지 않을까? 나는 왜 그들에게로 날아가서 그때 사라져 버려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그들의 용서를 받고, 문에 내 이름을 써놓은 방의 침대에서 자지 않을까?]  P.129



그동안 아무 연락도 하지 않았고, 오랜만에 만나는 "메이블"이 다소 부담스러웠던 "마린", 하지만 그녀는 "메이블"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조금씩  닫혀있던 마음을 열고 과거의 충격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경험한 충격적인 사실을 "메이블"에게 털어놓게 된다. 과연 그녀는 과거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당신에 대해 나는 아주 묘한 감정을 갖고 있어요. 마치 내 왼쪽갈비뼈 아래 어딘가에 끈이 묶여 있어서 당신 몸속에 있는 그와 비슷한 끈과 단단히 묶인 것 같아요. 당신이 떠난다면 그 끈은 끊어지겠죠. 그러면 내 안에서 피가 흐를 것만 같아요."]  P.272





2018 프린츠상 수상작이자 미국 청소년 권장도서인 <우린 괜찮아>는 사춘기를 지나 이제 성인이 되려는 순간 가족을 모두 잃고 방황하는 "마린"의 마음 치유기를 다룬 소설이다.


어린시절 부모님을 잃고, 그런 부모님을 마음속으로는 애타게 그리워하지만 결코 밖으로 표현할 수 없었던 안타까운 소녀의 마음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누구나 가까운 사람을 상실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꼭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 아니더라도, 친했거나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 역시 우리에게 큰 상실감을 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그 상실감에 빠져 있을수는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는 상실감을 극복해야 한다. 언제까지 우울한 과거에 매달려서는 제대로 살 수 없으니까.


"마린" 과 "메이블"의 관계처럼 내가 힘들때 나를 위로해 줄 단 한사람이라도 있다는 건 구원받는 일이다. 반대로 타인이 힘들 때 내가 위로가 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주변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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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2-03-24 16: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머니도 할아버지도 잃게 된 마린 곁에 메이블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에요. 마음 치유기라고 하니 결말은 해피엔딩 같다는 생각에 조금쯤 안심되네요....

새파랑 2022-03-24 18:45   좋아요 3 | URL
청소년 권장도서여서 그런지 결말은 해피엔딩 이었습니다 ㅋ 결말 빼고는 표지처럼 좀 우울한 내용이었요 ㅎㅎ

페넬로페 2022-03-24 17:1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할아버지 방에 뭐가 있었는지 궁금하네요~~우리는 지레짐작으로 미리 회피하고 직접 부딪히지 않으려는 행동도 많이 하는것 같아요. 아마 상처받기 싫어서 그런것 같아요^^
나를 이해해주는 단 한사람만 있어도 인생이 외롭지 않을것 같습니다^^

새파랑 2022-03-24 18:48   좋아요 5 | URL
뭐가 있는지 알려드리면 스포가 될까봐 거기는 생략했어요 ㅋ 서로의 공간을 보장하기 위해 일정 거리를 두는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은 가까이 다가가는게 필요한거 같아요 ~!!

mini74 2022-03-24 17: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넘 궁금해지네요 할아버지의 비밀. 어쩌면 뭔가 눈치채고 방어기제로 그 방에 들어가지 않은건 아닐까요. 아 넘 궁금해서 이 책 읽어보고 싶어요. ㅎㅎ 새파랑님 너무 잘 낚으심 ㅋㅋ

새파랑 2022-03-24 18:50   좋아요 3 | URL
궁금하시면 이제 곧 미니님도 읽으시면 됩니다~!! 그런 방어기제는 아니고 나름 반전이었어요 ㅋ 이게 청소년 권장 도서라고?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

미미 2022-03-24 18: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할아버지 방이 너무 궁금해요!!ㅎㅎ 대체 뭐길래? 힘들때 딱 한명만 있어도 사람은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위로하다보면 위로받는것도 관계의 힘이라고 생각하고요.^^*

새파랑 2022-03-24 18:51   좋아요 3 | URL
그렇죠~! 중요한건 딱 하나만 있으면 된다는 말이 떠올랐어요ㅋ 그 한명이 있다는게 그렇게 쉽지많은 않겠지만요 ^^

그레이스 2022-03-24 19: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상실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죠? 우리는 모두 상실하고 상실될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새파랑 2022-03-24 19:22   좋아요 3 | URL
어쩔수 없다는걸 알아도 언제나 받아들이기는 힘든거 같아요. 언제나 마음먹은데로 잘 안되고 ㅎㅎ 근데 그래서 더 인생이라는게 흥미로운거 같아요 ^^

서니데이 2022-03-25 21: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알고 나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상관없이, 이전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해요. 성장소설을 읽다보면 여러가지 어려움을 지나 성장하는 이야기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새파랑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새파랑 2022-03-25 22:44   좋아요 3 | URL
좀 늦은 나이(?)에 성장소설을 읽어도 좋긴 하더라구요 ㅋ 20대 소년의 복잡한 감정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희선 2022-03-27 01: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말 알고 싶게 만드는군요 할아버지가 가진 비밀... 비밀은 아니었을지 마린이 더 일찍 할아버지 방에 들어가 봤다면 좋았을지... 그게 충격을 주는 일인가 싶기도 하네요 같은 슬픔을 가졌다면 함께 이야기 하면 좀 나아진다고도 하는데, 그걸 피하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그러다 뭔가 말할까 봐서였을지...


희선

새파랑 2022-03-27 08:36   좋아요 2 | URL
어린 소녀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진실이었을거라 생각됩니다. 그동안 유일하게 믿고 의지했던 할아버지에 대한 의문과 배신? 고통을 함께 나눴더라면 그래도 괜찮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송 (리커버 특별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0번 출간 기념 리커버 컬렉션
프란츠 카프카 지음, 권혁준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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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N22045

"뭔가 잘못된 겁니다. 도대체 인간이라는 사실이 어떻게 죄가 될 수 있단 말입니까? 이 땅에서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인간입니다."


어느 날 아침 자고 일어나보니 낯선 사람들이 집에 있고, 그들이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프란츠 카프카"가 쓴 <소송>의 주인공인 은행의 부장 "K"는 소설이 시작하자마자 이런 상황을 겪게 된다. 과연 그는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체포된걸까?

["여기서 나갈 수 없소. 당신은 체포되었소.". "그런 것 같군요. 그런데 도대체 이유가 뭐죠?" "우리는 그런 걸 말해줄 입장이 아니오. 방으로 돌아가 기다리시오. 이제 소송 절차가 시작되었으니, 때가 되면 모든 걸 알게 될 겁니다."]  P.11



하지만 "K"는 체포되었다고 하지만 바로 감옥에 갖히거나 하지는 않는다. 요즘으로 치자면 불구속 기소 정도? 그는 처음에 누군가로부터 모함을 당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대체 누가? 하지만 그전에 나는 도대체 무슨 범죄를 저지를 걸까?

["이봐, 빌렘, 저자는 법을 모른다면서도 자신에게는 죄가 없다고 주장하는군." "자네 말이 맞아. 이 친구는 전혀 이해를 못 하는 것 같아." 다른 감시인이 말했다.]  P.16



도저히 무슨 죄를 저지른 건지 예상할 수 없다. 하지만 일단 체포되었기 때문에 나는 예심판사에게도 심리를 받아야 했고, 법원 사무처에도 가야 했다. 나는 아무 죄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법부와 관련된 곳을 가게 될 때마다 무기력해짐을 느낀다.

[평소 건강 상태가 아주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이런 급격한 변화는 아직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동안의 시험을 너무 쉽게 견뎌냈기 때문에 혹시 그의 육체가 반발하여 그에게 새로운 시험을 마련해주려는 것일까?]  P.100



결국 나는 점점 일상에 지장을 받게 된다. 그리고 나를 둘러싼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바라본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신기하게도 그들은 내가 체포된 것을 안다. 하지만 도대체 내가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이야기 해주지 않는다.

[제발 이름은 묻지 마세요. 하지만 당신의 잘못이 있으면 고치시고, 더 이상 그렇게 고집을 세우지 마세요. 아무도 이 법원에 맞서 싸울 수는 없고, 결국 자백할 수밖에 없어요.]  P.133



점점 코너로 몰리게 된 것을 느낀다.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모르지만, 차라리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고 싶다.단지 이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가 모르는 죄를 받아들이고 사건의 판결이 늦춰지게 하는 타협을 하고 싶다. 하지만 받아들일 순 없다. 왜냐면 나는 죄가 없기 때문이다. 도대체 나의 죄는 뭐란 말인가?

["중요한 건 수없이 많은 미묘하고 세세한 일들인데, 법원이 그것들을 캐고 따지는 데 정신이 팔려 있다는 거지요. 그러다가 결국 법원은 본래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심각한 죄를 끌어내지요."]  P.183






"프란츠 카프카"의 <소송>을 읽다보면 아마 대다수 사람들이 궁금해 할 것이다. 도대체 "요제프 K"의 죄는 무엇일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책을 끝까지 읽어도 이에 대한 대답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책의 초반에 "K"가 말하는 누군가에게 모함을 당했다라는 힌트만 있을 뿐이다.

[이 법률 세계의 오래된 격언 하나를 말해주겠소. 피의자 한테는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움직이는 것이 더 낫다는 격언이오. 왜냐하면 가만히 있는 자는 언제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저울 접시에 올라가 자신의 모든 죄와 함께 저울질당할 수 있기 때문이오.]  P.239



죄명이 안나오는 이유는 아마 '어떤 죄를 저질렀는가'는 중요한게 아니고, '어쨌든 당신은 체포되었다'라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법이라는 체계에 일단 발을 들여놓게 되면 죄가 있든지 없든지 간에 결국은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을, 당신은 피폐해 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사법부라는 곳은 비인간적인 곳이라는 것을 "프란츠 카프카"는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게 아니면 "카프카"는 종교적인 관점에서 인간이 태어나서 인생을 경험하는 것, 불완전한 인간의 존재 자체가 죄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건 내가 이해한 부분은 아니고 해설에 그렇게 나와있다. 워낙 해설이 잘 쓰여 있고 숨겨진 의미도 잘 정리해줘서 내 리뷰는 해설하고 좀 다른 방향으로 써봤다.)



책을 읽고 나서 왜 <소송> 이라는 작품이 명작이라고 칭송받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개인적인 감상평을 적어보자면,

1. 일단 글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글을 읽으면서 내내 어두운 뒷골목의 거리와 낡은 건물의 긴 복도가 머리속에 그려졌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무표정하고 가식적으로 느껴졌으며, 문장 자체가 불안감으로 가득했다.

2. 그리고 주인공인 "요제프 K" 가 느끼는 불안함이 문장을 통해 그대로 느껴졌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불안함을 느꼈다. (누군가가 노크할 거 같고,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카프카"의 필력이 정말 대단하고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원서를 읽을 수는 없지만 번역도 아주 잘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3. 해설을 보면 "카프카"가 이 책은 처음 썼을 때 첫부분과 끝부분을 먼저 완성했고 중간부분은 미완성이라고 하는데, 이런 미완성이 오히려 작품의 우울하고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더욱 부각시켜준다. '이 분위기 어떻게 할꺼야?' 이런 느낌?





지금까지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은 <변신>, <시골의사> 이렇게 두 단편만 읽어봤었는데, <소송>을 먼저 읽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든다. "카프카"의 대표작은 <변신>이 아니라 <소송>이었다.  그의 다른 작품들도 빨리 읽어봐야 겠다.


PS. 경찰이나 검찰, 법원과는 되도록이면 안엮이는게 좋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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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3-21 14: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독서 모임 책으로
만난 책이네요.

아마 영화도 본 것 같은데
아마 카일 맥라클렌이 주
인공으로 나오지 않았나
싶네요.

새파랑 2022-03-21 14:59   좋아요 3 | URL
독서모임 책으로 하기에 딱 좋은 책인거 같아요 ㅋ 영화도 엄청 재미있을거 같아요~ 이제 카프카도 열심히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페넬로페 2022-03-21 15: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내용은 기억 안나지만 ‘요제프 K‘라는 이름은 또렷이 기억납니다. 카프카 읽기가 어려운 것 같지만 말하고자 하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을것 같아요~~
일단 소송에 한 번 발을 디디면 나중엔 저지른 죄보다 그 절차로 사람 진을 빼놓죠^^
안엮인다~~절대적 진리입니다^^

새파랑 2022-03-21 15:40   좋아요 3 | URL
페넬로페님 벌써 읽으셨군요 ㅋ 읽으면서 책에 빠져드는 느낌이 들었어요. 일단 법없이 살수 있다지만 최대한 안엮이는걸로 ^^

미미 2022-03-21 15: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에게도 카프카는 아직<변신>인데 새파랑님 리뷰 읽고보니 <소송>을 꼭 읽어야겠어요! 저 읽다말았는데 왜그랬을까요ㅋㅋㅋ그 후에는<성>도 읽고 <카프카일기>까지도 보고싶어요. ‘법‘이란 세상살이 중 평범한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끝판왕이란 생각도 듭니다.^^*

새파랑 2022-03-21 16:17   좋아요 2 | URL
예전에 미미님 소송 구매하셨던거 같은데 읽다가 접으셨군요 ㅋ 전 완전 흥미롭더라구요~ 뭔가 저세상 분위기였어요 ^^ 한번 다시 읽어보시면 재미를 발견하실 수 있을거 같아요 ~!!

거리의화가 2022-03-21 16: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소송 을 이렇게 평가하셨군요. 카프카 변신만 읽어봤는데 소송을 먼저 읽어볼걸 하는 생각도 드네요.

새파랑 2022-03-21 16:36   좋아요 3 | URL
이 책 뒤에있는 해설이 정말 잘 쓰여 있는데, 읽어보면 아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더라구요. 전 제가 느낀대로 일단 받아들였습니다 ㅋ 해석과는 별개로 읽는 재미가 있더라구요 ^^

희선 2022-03-22 00: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살면서 경찰 법원하고 엮이지 않는 게 좋겠지요 죄도 짓지 않은 사람이 끌려가면, 자신이 죄를 지었나 하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거짓 자백까지 하고... 이런 것도 생각나다니... 지금도 죄를 짓지 않았는데, 어쩌다 잘못해서 끌려가는 사람 있을 듯합니다 그런 일 일어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겠네요


희선

새파랑 2022-03-22 06:20   좋아요 3 | URL
희선님은 법없이도 살수 있을거 같아요 ^^ 요즘 시대에는 그런게 별로 없을거라 믿습니다~!!

mini74 2022-03-22 2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무서운데요. 독재시절도 떠오르고 프랑코 통치시절 스페인 등도 떠오르고. 죄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떠올라 새파랑님 글만 읽는데도 두렵네요 ㅠㅠ

새파랑 2022-03-22 21:32   좋아요 1 | URL
미니님 이 책 좋아하실거 같아요 ㅋ 약간 카뮈의 부조리도 연상되기도 하더라구요. 카프카가 형일거 같지만요 ㅎㅎ 무섭긴한데 재미있어요 ^^

고양이라디오 2022-03-23 16: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송>도 읽고 싶은 책인데ㅎㅎ 새파랑님 부럽습니다ㅎㅎ

새파랑 2022-03-23 22:14   좋아요 2 | URL
고양이라디오님도 <소송> 읽어보세요. 왠지 잘 맞으실거 같아요 ^^

고양이라디오 2022-03-24 10:22   좋아요 1 | URL
어제 80p쯤 읽어봤는데 저랑 <소송>은 잘 안맞는 거 같아요ㅠ

더 읽어봐야겠네요ㅎ

새파랑 2022-03-24 10:48   좋아요 1 | URL
앗 ㅜㅜ 그러시군요. 이 책 평을 보니까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거 같아요 😂
 
플립 - 2022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에프 영 어덜트 컬렉션
웬들린 밴 드라닌 지음, 김율희 옮김 / F(에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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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44

˝누구나 일생에서 단 한 번 무지개 빛깔을 내는 사람을 만난단다. 그런 사람을 발견하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게 되지.˝



소년과 소녀의 운명적인 만남과 시간의 흐름에 따른 그들의 감정의 변화를 아름답게 그린 작품인 ˝원들린 밴  드라닌˝의 <플립>을 읽으면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저런 풋풋하고 설레는 마음을 가졌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던가? 그 시절 그 소녀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는 궁금함도 함께였다.



<플립>은 소년 브라이스의 시점과 소녀 줄리의 시점을 장별로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하고 있다. 나의 행동이 너에게 어떻게 비췄을지, 그런 행동에 대한 나의 생각이 어땠을지가 장별로 이어서 나오다보니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나에 대한 너의 생각은 어땠을까?

[˝그 나무의 영혼이 늘 너와 함께하길 바란다. 네가 그 나무에 올라갔을 때 느꼈던 감정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P.59



<플립>은 줄리의 집 근처로 브라이스가 이사를 오면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잘생긴 브라이스를 처음 보자마자 한눈에 반해버린 줄리는 브라이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하지만 아직 어리고 수줍기만 한 브라이스는 줄리를 불편해하고 피한다. 하지만 줄리는 이런 브라이스의 행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에게로 보내는 눈길을 결코 접지 않는다.

[브라이스 :  내 간절한 소원은 줄리 베이커가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이다. 나한테서 떨어졌으면, 숨 돌릴 틈이라도 좀 줬으면 바랄 게 없겠다!]  P.7

[줄리 : 심장이 쿵 멈추고 말았다. 그대로 멈춰 버렸다. 그리고 난생 처음 느낌이 왔다. 그러니까 세상이 내 주변에서, 내 밑에서, 내 마음속에서 빙빙 돌고 몸이 공중으로 둥둥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P.23



브라이스는 처음에는 줄리를 피하지만, 가끔 그녀가 보이지 않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궁금증을 가진다. 그리고 그녀의 행동을 몰래 훔쳐보기도 한다. 특히 그녀가 많이 아꼈지만 베어질수 밖에 없었던 ‘플라타너스‘ 나무를 지키기 위해 나무 위에 올라가 있던 그녀의 모습이 자꾸 눈앞에 어른거린다. 이건 어떤 감정인걸까?

[전에는 단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감정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나니 강해진 기분이 들었다. 행복했다. 신발과 양말을 벗어 바구니에 넣었다. 맨발로 집을 향해 뛰어가자 어깨 뒤로 넥타이 자락이 나부꼈다. 개럿이 한 말 중에서 한가지는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랑에 빠졌다. 완벽하게.]  P.245



오랜 세월을 이웃으로 지내다보니 그 둘 사이에도 많은 일들이 생겼다. 줄리는 가끔 그의 행동을 오해하고 더이상 그를 좋아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그 다짐은 오래가지 않았다. 신경쓰지 않고 싶어도 계속 신경이 쓰인다. 브라이스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멀이지지 못한다. 한번 마음에 들어온 사람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걸까?

[엄마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브라이스 로스키에게 내가 모르는 더 많은 모습이 있는지도 몰랐다. 적절한 조명 속에서 브라이스를 만날 때가 된 것 같다.]  P.282





책이 재미있어서 금방 읽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브라이스와 줄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하는 상상도 해보았다. 지금까지 함께일수도 있고 헤어졌을수도 있겠지만, 첫눈에 반했던 줄리보다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호감을 키워간 브라이스가 더 많이 좋아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만약 헤어졌다면 브라이스가 차이지 않았을까? 쓰고 보니 별 쓸데없는 상상이었던 것 같다 ㅎㅎ



이 책을 읽기 전에 읽었던 작품이 ˝에밀 졸라˝의 아주 잔혹한 <대지> 여서 그런지, 완전히 대비되는 작품인 <플립>을 읽으면서 마음이 정화됨을 느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있다면 그곳은 아름다울수 밖에 없다. 줄리가 올라가 있던 플라타너스 나무의 모습은 브라이스의 기억에서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브라이스가 줄리를 위해 심어준 플라타너스 나무는 그들의 마음처럼 커다랗게 자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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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3-18 00: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졸라 다음에 탁월한 선택이었네요?ㅎㅎ😆
MBTI 환상궁합 중에 애정만땅인 리트리버타입의 ENFP와 겉은 무뚝뚝하지만 마음은 따뜻한 INTJ가 있는데 이 두 주인공보면 이 조합이 떠올라요. 번역본 있는 줄 모르고 원서만 사두었는데 저도 이책으로 읽어봐야겠어요!

새파랑 2022-03-18 06:10   좋아요 3 | URL
요것도 MBTI 조합으로 볼 수 있군요 ㅋ 원서 먼저 보시고 번역본 읽으셔도 좋을거 같아요 ^^ 이 책 별로 안뚜꺼워서 미미님이면 하루면 읽으실듯 합니다~!!

그레이스 2022-03-18 18:14   좋아요 2 | URL
INTP는 어떤 유형과 조합을 이룰까요?^^
이미 이루어서 무를수도 없지만ㅋ
mbti보고 만날수도 없었겠죠^^

미미 2022-03-18 18:33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최고궁합은 ENTJ와 ENFJ인데 새파랑님이 ENFJ예요ㅋㅋㅋㅋ🤭

그레이스 2022-03-18 18:45   좋아요 2 | URL
남편보고 성격유형을 바꿔보라고 해야겠어요 ㅋ 검사 안해봤지만 제가 보기엔 남편도 저랑 같은 유형일듯요
새파랑님~~ intp의 그녀를 찾아보세요.

새파랑 2022-03-18 18:45   좋아요 2 | URL
미미님 덕분에 저의 MBTI를 다시 찾아보니 ENFJ가 맞네요 ^^
제가 그레이스님과 조합이 잘 맞군요~! 영광 입니다 😆

미미 2022-03-18 18:47   좋아요 2 | URL
저랑 딱 한자리 차이라 기억하고 있지요ㅋㅋㅋ

새파랑 2022-03-18 18:58   좋아요 2 | URL
오늘부터 주변사람들에게 intp 인지 물어봐야 겠어요 😅 미미님이 올리셨던 MBTI 다시 찾아봐야 겠습니다~! 거기에 그런 유익한 정보가 있었다니 ^^

그레이스 2022-03-18 19:41   좋아요 2 | URL
그걸 기억하시는 미미님이 놀랍네요
새파랑님 저도 영광입니다^^

미미 2022-03-18 19:46   좋아요 2 | URL
제 친구 아들이 ENFJ인데 엔프제가 우리나라에서 아주 드물거든요. 1프로밖에 없다는걸로 알고있어요.
아주 귀한 분들이예요😆

새파랑 2022-03-18 21:32   좋아요 2 | URL
제가 좀 희귀하군요 ㅋ 특이한 편이긴 합니다 ^^

singri 2022-03-18 00: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책 오래전에 읽었던 기억만 있네요
풋풋하고 ㅋ플라타너스 나무 벤다고 시위했던거 같은데 ㅋㅋ어찌됐는 기억에서 사라졌네요,,ㅎㅎ

마이걸이라고 더 오래된 영화있는데
그 영화는 또 생각나고 그렇습니다.
무려 어린 맥컬리컬킨이 나홀로집에 아닌 영화에 나왔는데도 그렇게 재미나게 보질 못했어요. 그나마 어린시절 내용이라그런지 이미지가겹쳤네요;

기억이 하는일이 참..;;; 이랬다저랬다.

새파랑 2022-03-18 06:12   좋아요 3 | URL
저도 플라타너스 나무 밴다고 했던 부분이 인상깊었어요. 그걸 또 다시 심어주는 결말도 좋았고 ㅋ 이런 비슷한 내용의 영화가 많나 보네요. 저도 오래전에 본 책들은 잘 기억이 안다더라구요 😅

페넬로페 2022-03-18 00: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도 처음 알게 됐어요.
소설 플립은 풋풋함이 확 풍겨지는데요.
저의 그 시절도 생각나네요.
새파랑님의 그 소녀도 물론 잘 살고 있겠죠^^
전작읽기도 그렇고 또 새로운 작품도 계속 읽어내시는 새파랑님, 역시 감탄입니다**

새파랑 2022-03-18 06:14   좋아요 4 | URL
저도 이 작가의 이름은 처음 들어봤습니다 ㅋ 브라이스의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공감가더라구요 어렸을때는 그런 남자애들이 많았던거 같아요.저도 그랬던거 같음 😅 전 이책 표지가 인상적이어서 구매해봤어요~!!

희선 2022-03-18 00: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줄리가 좋아한 플라타너스는 없지만, 브라이스가 심은 플라타너스가 있어서 다행이네요 그건 두 사람의 나무군요 그런 나무가 있는 거 멋질 듯합니다 새파랑 님이 쓰신대로 둘이 헤어졌다면 브라이스가 차였을지도... 마음이 같은 시간에 딱 맞으면 좋을 텐데, 그래도 줄리가 기다려주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희선

새파랑 2022-03-18 06:16   좋아요 4 | URL
너무 훈훈한 결말인데 제가 너무 멀리(?) 생각했나봐요 ㅋ 갑자기 플라타너스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 궁금해집니다 ^^

희선 2022-03-20 00:00   좋아요 1 | URL
플라타너스는 방울나무나 버즘나무라고도 하죠 나무에 방울 같은 게 달려서 방울나무라 하던데, 버즘나무는 나무가 버즘 핀 거 같아서... 제가 사는 곳 예전에는 길에 플라타너스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요 집에서 가까운 중학교에서 그 나무 본 것 같네요


희선

새파랑 2022-03-20 10:55   좋아요 1 | URL
전 플라타너스 나무 노래로만 들어본거 같아요 ^^

coolcat329 2022-03-18 08: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도 작가도 처음 듣네요. 에밀 졸라 책읽을 때는 꼭 정화용 소설도 준비해 둬야겠어요. 표지부터 피톤치드가 뿜어 나옵니다.😆

새파랑 2022-03-18 10:53   좋아요 3 | URL
에밀 졸라 책을 읽을때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합니다 ㅋ 이 책 표지 너무 마음에 들더라구요 ^^

mini74 2022-03-18 09: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넘 좋아하는 책입니다 ㅎㅎ 새파랑님 글 오늘은 풋풋한 소년이 쓴 글 같아요 ~

새파랑 2022-03-18 10:55   좋아요 3 | URL
미니님의 어린시절과 줄리랑 닮았을거 같아요. 막 나무도 올라가고 닭도 키우고 ㅋ 전 이제 더이상 풋풋하지 않습니다 ㅜㅜ
 

N22043

˝일단 이 빌어먹을 땅에 붙들리면 헤어나질 못해요.˝


˝에밀 졸라˝의 ‘루공 마카르 총서‘ 열다섯번째 작품인 <대지>는 땅, 농부에 대한 이야기 이다. 표지나 제목을 봤을 때는 뭔가 따뜻한 이야기 일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동안 내가 읽었던 ˝에밀 졸라˝ 작품중에 가장 비인간적이고 가장 선정적인 작품이었다. 650페이지의 두꺼운 작품을 읽는 동안 착하고 정직한 사람은 단 한사라도 등장하지 않았다. 모두 자신의 이익과 욕망만을 앞세우고, 인간적인 도리나 연민 이런 건 전혀 없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마카르 핏줄인 ˝장˝ 이지만, 이야기의 축은 크게

1. ˝푸앙˝ 영감의 가족(첫째 제쥐크리스트(아들), 둘째 파니(딸), 셋째(뷔토)) 이야기와

2. ˝리즈˝(˝뷔토˝의 아내)와 ˝프랑수아즈˝(˝장˝의 아내)의 자매 이야기로 나눌 수 있다.



1. 나이가 들어 농사일에서 은퇴를 하려는 ˝푸앙˝ 영감은 자식들에게 대대손손 물려받은 땅을 물려주려고 한다. 하지만 ˝푸앙˝ 영감의 누이인 ˝그랑드˝ 할멈은 자식들에게 땅을 물려준 순간부터 자식들에게 버림받을 거라 충고했다. 하지만 ˝푸앙˝영감은 땅을 놀릴 수 없기 때문에 땅을 분배해 주는 대가로 지대를 받으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안락한 노후를 꿈꾼다.

[˝바보 같으니!  했잖아, 조언! 살아 있는 동안에 재산을 포기하는 바보나 비겁한 놈이 하는 짓이라고...나라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안해... 내 것이 남의 것이 되고, 망나니 같은 자식놈들 때문에 문밖 신세가 되는 꼴은 절대로 못 보지, 암, 못 보고말고!˝]  P.47



하지만 땅을 물려주기 위해 공중인 앞에 모인 영감과 자식들은 지대의 값과 상속받을 토지 위치를 두고 한바탕 싸운다. 너무 비싸다고 어떻해든 깍으려는 자식들과 어떻해든 많이 받으려는 부모의 모습에서 ˝푸앙˝ 영감의 미래는 이미 불행할 수 밖에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제 흔히 일어나는 일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분별력 있는 많은 이들이 재산권 포기를 비난합니다. 가족의 유대를 해치기 때문에 부도덕하다고 보는 거죠. 사실 한탄스러운 사례를 말씀드릴 수도 있는 것이, 부모가 재산을 다 나눠주고 빈털터리가 됐을 때 자식들이 아주 못되게 구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P.37



결국 자식들에게 땅을 나눠주지만 영감은 이후 지대의 값을 단 한번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이후  ˝푸앙˝ 영감은 부인이 죽자, 자신의 집을 팔고 둘째 딸의 집으로 들어가는데, 처음에는 돈이 들어오는 아버지를 따뜻하게 대하지만 점점 아버지를 귀찮아하고 박대한다. 결국 ˝푸앙˝ 영감은 딸의 집을 나가고 셋째 집으로 가지만 그곳에서도 결과는 똑같았다.


처음에는 그의 남은 돈을 보고 잘해주지만 돈을 갈취한 후에는 박대한다. ˝푸앙˝ 영감은 다시 첫째 집으로 간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결과는 같았다. 결국 다시 셋째 집으로 온다. 그리고 남은 그의 마지막 재산을 모조리 셋째인 망나니 ˝뷔토˝에게 다 빼앗긴다. 그리고 그가 평생을 다해 몸받쳤던 대지로 비참하게 돌아간다. 그는 무엇을 위해 살았던 걸까?

[그들 모두 그의 말에 귀기울이면서도, 분노하고 벌주는 하느님을 더이상 두려워하지 않는 실리적인 사람들답게 마음속으로는 아무런 동요도 느끼지 않았다. 악마라는 생각이 벌써부터 우습게 들리는 판에, 바람, 우박, 천둥이 복수하는 주인의 손에 달렸다고 더이상 믿지 않는 판에, 두려워 떨고 납작 엎드려 용서를 구하는 일이 무슨 소용이 있담. 그건 분명히 한가한 시절 이야기지. 지금 제일 강한 이 나라의 공권력을 존경하는 게 더 낫지.]  P.343





2. 자매의 이야기는 더 비참하고 비현실적이다. ˝리즈˝와 ˝프랑수아즈˝는 나이차이가 있지만 너무나 살갑고 사이가 좋았다. ˝리즈˝는 친척인 ˝푸앙˝ 영감의 셋째 아들인 ˝뷔토˝의 아이를 임신중이었다. 하지만 망나니 ˝뷔토˝는 그녀와의 결혼을 치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그런데 자매가 알짜베기 땅을 상속받게 되자 ˝뷔토˝는 땅 욕심 때문에 결국 그녀와 결혼을 한다.


하지만 땅 욕심 뿐만 아니라 성욕도 엄첨났던 ˝뷔토˝는 그녀의 여동생인 ˝프랑수아즈˝에게 찝쩍되고, 어떻게든 그녀를 가지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의 명목상 주인공인 ˝장˝ 역시 ˝프랑수아즈˝를 사모하고 있었고, 그녀 역시 ˝장˝에게 마음이 있었으며, 망나니 같은 ˝뷔토˝의 성추행을 어떻게든 거부한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뷔토˝의 추행은 극심해지고, 계속해서 강간을 시도한다.


아직 미성년자였던 ˝프랑수아즈˝는 성인이 되기전에 ˝장˝과 결혼을 하게 된다면 자매가 상속받은 땅을 모두 언니에게 빼앗기기 때문 어떻게든 언니의 집에서 살아간다. ˝뷔토˝와 ˝리즈˝는 ˝프랑수아즈˝가 결혼을 하면 자신들의 재산을 빼앗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그녀의 결혼을 막고, 언니인 ˝리즈˝는 동생이 자신의 남편 손아귀에 있는게 더 좋다고 생각해서 남편의 개망나니 짓을 오히려 옹호한다.


성인이 된 ˝프랑수아즈˝는 ˝장˝과 결혼을 하고, 재산분배 때문에 ˝뷔토˝ 가족의 재산은 반토막 나며, 그동안의 임금 체불에 따른 소급 적용으로 그들이 살던 집도 내주게 된다. 결국 자매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고, 원수처럼 살아간다. 이후 ˝프랑수아즈˝는 임신을 하고 겉보기에는 화목하고 열심히 농사를 짓지만, ˝뷔토˝ 부부는 만약 임신한 ˝프랑수아즈˝의 아이가 태어나면 그녀의 재산을 자신들이 다시는 가져올 수 없다는 악랄한 생각까지 하게 된다.


결국 아이를 없애기 위해 언니인 ˝리즈˝는 ˝뷔토˝가 ˝프랑수아즈˝를 겁탈하여 아이를 지우려는 계획을 세우고  남편의 겁탈을 돕기까지 한다. 그렇게 사이가 좋았던 자매였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걸까? 무엇이 ˝리즈˝를 악마로 만들을까? 게다가 겁탈 후에 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다.

[그런데 그 집은 그녀를 기쁘게 하지 못했다. 그녀는 구역질이 날 정도로 속이 불편했다. 해질녘에 드는 우울한 기분 탓인지도 몰랐다. 그녀와 남편은 감히 초를 켜지도 못하고 여전히 어둠 속에서 이방 저 방을 기웃거렸다.]  P.504





‘대지˝라는게 생명을 태어나게 하고 인간에게 먹을 것과 쉴 곳을 제공하지만, 때로는 가혹한 자연재해로 인간에게 고난을 주고, 인간이 아무리 발버둥치더라도 결국에는 마지막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곳이다. 인자해 보이지만 결국은 잔인한 곳. ˝에밀 졸라˝는 <대지> 라는 작품을 통해 욕망이라는 ‘대지‘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미워하고 싸워봤자 인간은 결국 자연 앞에서는 미약한 존재일 뿐이라는 걸 보여주려고 했던 걸까?




˝에밀 졸라˝의 ‘루공 마카르‘ 총서가 자연주의 소설로 유명하긴 한데, <대지>를 읽으면서 이걸 자연주의 소설로 볼 수 있나? 라는 생각을 했다. ˝에밀 졸라˝의 다른 작품들을 보면 주요 인물들의 경우 처음에는 나름 정상적인 사람이었는데 환경과 유전적 영향에 의해 이후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사악한 인물들도 있지만 선한 인물들도 나온다.


그런데 <대지>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은 모두 비정상적이고 욕망만 가득하며 모두 이 욕망에 굴복한다. 인간이라기 보다는 짐승 같은 느낌이 더 강하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연민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개인적으로 <대지>는 자연주의 소설이라기 보다는 막장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든 작품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루공 마카르‘ 총서 중 가장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작품이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Ps 1. 그래도 역시 막장 이야기는 읽는 재미가 있다. 설마? 설마! 하면서 책을 읽었다.

Ps 2. 지금까지 ˝에밀 졸라˝ 책은 아홉권을 읽었는데, 아직까지는 <인간 짐승>이 가장 좋았다. 다음번에는 완전 기대되는 <제르미날>을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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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2-03-15 17: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안뇽~~~ 딱 걸렸어요. 이 글이. 반갑쥬~~~^^ 제목만 보곤 펄벅 작품인줄 ㅋ. 졸라가 졸라 막장드라마 써댔는 줄을 플친들 덕에 알게 됐네요. 졸라만 아홉 권째!!! 정직한 인간 하나 없는 막장드라마로 기억해야쥐~~~~^^ 새파랑님 책으로 산을 쌓고 계심요. 우와아~~~~ 그 산에 오르고파요~~~~^^ 코로나 폭탄 터지고 있으니 건강 또 건강하시와요~~~

새파랑 2022-03-15 17:37   좋아요 4 | URL
요새는 책을 좀 덜 읽고 있습니다 ㅋ 제가 이미 코로나 폭탄에 한번 맞아서 내성이 생겼습니다 ^^ 펄벅의 대지가 유명한거 같아요. 전 안읽어봤는데 많이들 알려주시더라구요 ㅋ 책읽기님도 건강 조심하세요 ^^

coolcat329 2022-03-15 17: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휴 가장 선정적 비인간이라니 ㅠㅠ
저는 테레즈랑 목로주점도 참 지긋지긋했는데 휴 더 지독하군요!
프랑스 소설은 참 이런쪽으론 짱입니다! ㅋㅋㅋ

새파랑 2022-03-15 17:40   좋아요 3 | URL
이 책 올해 제가 읽은 책중 가장 막장이었습니다 ㅋ 징글징글 합니다~ 테레즈랑 목로주점은 이 책에 비해 양반입니다 ^^

coolcat329 2022-03-15 17:41   좋아요 3 | URL
제가 청소년 권장도서 불편한 편의점을 읽은 이유가 바로 목로주점을 읽고 마음이 지쳐서입니다 ㅠㅠ

새파랑 2022-03-15 17:43   좋아요 3 | URL
그정도로 충격을 받으셨군요. 저도 이 충격을 없애기 위해 저녁에는 좀 건전(?)한 책을 읽어야 할거 같아요~!!

페넬로페 2022-03-15 18: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에밀 졸라 작품중에 엄청 쎈 내용의 작품인거죠~~
작가가 또 얼마나 자세히, 적나라하게 썼을까요?
그래도 전 기대됩니다 ㅎㅎ

새파랑 2022-03-15 18:19   좋아요 4 | URL
완전 쎕니다 ㅋ 해설 보니까 이 책이 나왔을때 엄청 논란이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ㅋ 21세기에 읽어도 좀 쇼킹했어요 😅

미미 2022-03-15 18: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인간짐승> 좋으셨으면 <제르미날>도 분명 좋으실거예요!!

저는 이 책에서 푸앙의 비참함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예상 했는데도 너무 비극적이었던ㅠ

새파랑 2022-03-15 18:48   좋아요 5 | URL
<제르미날>두권 압박이 좀 있지만 <대지>도 거의 두권 분량이더라구요 ㅋ 푸앙도 불쌍하고 자식들은 너무 악랄하고 ㅜㅜ 증여는 최대한 늦게 해야 한다는걸 깨달았습니다 ㅋ

mini74 2022-03-16 15: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말씀대로 우와 새파랑님 글만 읽어도 선정적 !! 이네요. ㅎㅎㅎ 제일 좋았다는 인간짐승 부터 읽어보고 싶습니다.

새파랑 2022-03-16 17:18   좋아요 3 | URL
에밀 졸라의 책을 읽다보면 혈압이 오르는거 같아요 ㅋ 너무 이상한 놈들이 많은데 이게 현실인거 같아요 ㅎㅎ

그레이스 2022-03-16 22: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제목으로 봐서는 인간짐승이나 쟁탈전이제일 잔인하고 비인간적일듯 한데, 저는 이제 번역된 책은다 쟁여놓고 있습니다. 나나를 읽고 다시 순서대로 읽게 될듯요.^^

새파랑 2022-03-17 08:06   좋아요 4 | URL
다 쟁여놓고 있으시군요 ^^ 나나가 그렇게 막 재미있지는 않지만 전 괜찮더라구요~! 이 책은 기분 좋으실때 읽으셔야 합니다 ㅋ 안그러면 읽다가 혈압 올라요 ㅎㅎ

희선 2022-03-17 01: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언젠가 다 죽을 텐데, 살았을 때 욕심이나 욕망에 눈과 마음이 멀기도 하다니... 실제 그런 사람 있기도 하겠지요 이런 책을 보고 그렇게 살지 않아야지 하기도 할 테니 다행 아닌가 싶습니다 언젠가 죽는다 해도 살았을 때 괜찮게 살아야죠


희선

새파랑 2022-03-17 08:08   좋아요 5 | URL
이 책 보면 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다는게 적나라하게 표현되어있더라구요. 사람이 죽어나가도 돈만 생각하고 ㅜㅜ 착하게 살아야 겠어요 ^^

서니데이 2022-04-09 00: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새파랑 2022-04-09 10:06   좋아요 2 | URL
또 축하받으니 즐겁군요 ㅋ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즐거운 토요일 보내세요 ^^

이하라 2022-04-09 00: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축하드립니다.^^

새파랑 2022-04-09 10:07   좋아요 2 | URL
이하라님 감사합니다 ㅋ 이래서 제가 에밀 졸라를 못끊는거 같아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희선 2022-04-09 01: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 님 또 축하합니다 주말이어서 더 기분 좋을 듯합니다 주말엔 책 볼 시간 있겠지요 걷기도 책 읽기도 즐겁게 하세요 돈을 생각하기보다 즐겁게 살기...


희선

새파랑 2022-04-09 10:08   좋아요 1 | URL
희선님도 축하드려요 ㅋ 주말인데 책을 읽을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ㅜㅜ 즐겁게 사는게 제일인거 같아요~!!

mini74 2022-04-09 08: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애밀졸라하면
왠지 새파랑님 ㅎㅎㅎ 축하드려요 *^^*

새파랑 2022-04-09 10:09   좋아요 3 | URL
저는 에밀 졸라보다는 로맹가리가 더 좋다는 😅 독서천재 미니님 감사합니다 ^^

그레이스 2022-04-09 09: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팡랑님 축하드려요
저도 어제 <대지>구입(땅 산거 아님 ㅋㅋ)을 끝으로 번역된 루공마카르 총서 다 들여놨어요. 순서대로 읽으려구요^^

새파랑 2022-04-09 10:10   좋아요 4 | URL
저도 대지를 사고 싶습니다. 안되면 소지라도? 😅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 순서대로 읽는것도 아주 좋을거 같아요 ^^ 저는 감히 생각할 수 없는 일ㅎㅎ

페넬로페 2022-04-09 15: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2관왕 축하드려요.
알라딘은 새파랑님께 5관왕을 드려야 될 것 같은데요.
다음번 제가 읽을 에밀 졸라는 ‘대지‘입니다**

새파랑 2022-04-09 18:29   좋아요 3 | URL
저는 집구석들 읽으려고 합니다 ㅋ 페넬로페님은 제가 50관왕을드리고 싶습니다 ^^

bookholic 2022-04-09 2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쁨 두배 2관왕 축하드립니다~~^^
2배 행복한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새파랑 2022-04-10 09:31   좋아요 0 | URL
북홀릭님 감사합니다. 두배의 기쁨을 누리는 일요일이 되겠습니다~!!
 

N22042

˝고맙다. 그리고 잘 있어라. 우리는 그대를 그리워할 것이다. 가을에, 겨울에, 봄에 그러나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다. 그때까지, 굿바이, 콜럼버스, 굿바이˝


<굿바이 콜럼버스>는 ˝필립 로스˝의 데뷔작으로, 이 책에는 표제작인 중편 <굿바이 콜럼버스>와 여섯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이 출판된게 1959년인데, 그가 27살때의 일이다. 그래서인지 작품이 참 풋풋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필립 로스˝도 20대 때에는 엄청난 울분에 차있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내가 이전까지 읽은 필립 로스의 가장 오래된 작품이 <미국의 목가>(1997년 작) 였는데, <굿바이 콜럼버스>는 이 책보다 무려 38년 전에 나왔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목가> 이후 작품들과는 분노 표출이라든지 묘사 측면에 있어서 약간은 차이가 있었다. 그럼에도 필력은 데뷔때부터 대단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에 실려있는 모든 작품의 공통된 키워드는 ‘유대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표제작인 <굿바이 콜럼버스>는 같은 유대인이더라도 부자 유대인과 가난한 유대인의 삶은 다르다는 것을, 서로 섞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닐˝은 부모님 곁을 떠나 숙모의 집에서 사는데, 어느날 수영장에서 ˝브렌다˝를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둘은 사귀게 된다. 그녀는 그와는 대조적으로 잘사는 집안의 딸이었지만 그녀의 집안은 ˝닐˝을 배척하지는 않고 그를 순수하게 ˝브렌다˝의 친구로 받아들이고 그를 초대해서 몇일동안 집에서 머무르게도 한다.

[˝사실 입으로 말하기 전에는 우리가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감정이 존재하지 않았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순간 그런 감정을 만들어내고 소유하게 되었다.˝]  P.37



그런데 젊은 남여가 함께 있다보면 당연히 육체적인 관계도 따르는 법, ˝닐˝은 그녀에게 ‘페서리‘를 할 것을 요구한다.(이게 뭔지 몰라서 인터넷에 찾아봤다...) 처음에 ˝브렌다˝는 이걸 거부하지만(유대교 율법에 어긋나는걸까?), 결국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렇게 좋은 시간이 흘러가는데, 아뿔싸 ˝브렌다˝의 어머니가 딸의 방에서 이걸 발견한다. 그리고 대판 싸운다. ˝닐˝은 왜 이걸 방에다 숨겨놨는지 화를 내고, ˝브렌다˝는 자신에게 화를 내는 ˝닐˝에게 화를 낸다. 그런데 두 사람의 이별이 과연 ‘페서리‘ 때문이었을까? ‘페서리‘는 단지 계기 였을 뿐, 두 사람은 결국 성장 배경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질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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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사랑했어, 브렌다, 그래서 걱정을 했던 거야.˝

˝나도 너를 사랑했어. 그래서 애초에 그 빌어먹을 걸 얻으러 갔던 거야.˝

그 순간 우리는 우리가 말한 시제를 들었고, 우리 자신에게로, 침묵으로 물러났다.
-----------------------  P.219





<유대인의 개종>은 유대교에 대한 필립 로스식 의문과 유대율법을 신봉하는 사람들의 문제점을 풍자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신앙에 대한 의문을 가진 ˝오지˝에게 선생님과 어머니는 정확한 답변을 못하고 오히려 답변을 회피하고 ˝오지˝를 때린다. 결국 분노한 ˝오지˝는 학교 옥상에 올라가 자살 소동을 일으킨다.

[˝하루의 빛을 사람의 인생에 비유하기도 한다. 동트는 것은 출생, 해가 지는 것, 즉 가장자리 너머로 떨어지는 것은 죽음. 그렇다면 오지 프리드먼이 야생마가 뒷발로 걷어차듯 두 발로 빈더 랍비의 뻗은 두 팔을 차면서 몸을 꿈틀거려 회당 지붕에 달린 문을 통과했을 때, 그 순간에 하루는 쉰 살이었다. 쉰이나 쉰다섯살이라는 나이는 십일월의 늦은 오후를 대체로 정확하게 반영한다.˝]  P.237





<신앙의 수호자>는 같은 유대인이라는 점을 들어서 자신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 이를 악용하는 사악한 인간을 군대라는 상황에 적용하여 이야기 하고 있다. ˝막스˝ 하사는 부대에 들어온 신입병 ˝셜던˝이 계속 군인답지 않은 행동을 하지만, 같은 유대인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편의를 봐주고 거짓말도 눈감아주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그의 악랄함에 결국 그를 전쟁의 구렁텅이로 직접 밀어넣어버린다. 이를 알게된 ˝셜던˝은 ˝막스˝를 반유대주의자라고 비난하지만, 독자는 안다. 누가 나쁜 놈인지. 다 읽고 나서 <휴먼 스테인>, <울분>이 떠올랐다.

[˝누구도 좋은 쪽으로든 아니면 나쁜 쪽으로든 특별 대우를 받지 못해, 인간이 해야 할 일은 오직 자기를 증명하는 것뿐이야.˝]  P.267





<엡스타인>은 구세대 유대인과 신세대 유대인의 갈등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다. 노인 ˝엡스타인˝은 겉으로는 온갖 바른척을 하면서 아랫사람을 교육하지만, 그도 결국은 욕망을 통제하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일 뿐이었다. 다 읽고 나서 <미국의 목가>가 약간 연상되었다.

[문제의 발단을 찾아내려면 얼마나 멀리까지 돌아가야 하는 걸까? 나중에 시간이 더 나면 엡스타인은 이런 질문을 하게 될 터였다. 언제 시작되었을까?]  P.334





<광신자 엘리>는 미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유대인 집단을 찾아가 개화 시키려고 했던 한 변호사가 오히려 미처버려서 광신자가 되어버린 이야기이다. 주인공 ˝엘리˝는 유대교의 전통을 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유대인 집단의 교장인 ˝추레프˝를 찾아가서, 당신들의 복장과 관습이 동네의 불안을 조성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들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추레프˝는 이를 거부한다.

[˝당신 너무 나가는 거야, 엘리. 그게 당신 문제야. 당신은 어떤것도 적당히 할 줄을 몰라. 사람들은 그러다 자멸한다고.˝] P.432



일에 너무 몰두한 ˝엘리˝는 그들의 특이한 의복을 벗게 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좋은 옷을 그들에게 보낸다. 게다가 임신중인 아내에게도 신경쓰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맡은 변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과도하게 집착한다. 결국 미쳐버린 그는 ˝추레프˝ 집단이 원래 입고 있던 이상한 옷을 자신이 입고 돌아다닌다. 하지만 미친 사람은 자신이 미친걸 알 수 없는 법이다.

[어쩌면 자신이 미치는 쪽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미치는 것을 선택했다고 생각하다니! 미치는 것을 선택했다면 미친 것이 아니었다. 선택하지 않았을 때가 미친 것이었다. 그래, 그는 정신이 돈 것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봐야 할 아이가 있었다.]  P.468





처음 읽은 ˝필립 로스˝의 단편집이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역시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단편이든, 장편이든 상관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필립 로스˝의 장편이 내 취향에 맞는것 같다. 이야기들이 짧게 끝나서 약간 아쉬움이 있었다.


˝필립 로스˝는 <굿바이 콜럼버스>에서 이미 자신의 작품 정체성을 어느 정도 확립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적인 갭이 크긴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미국 삼부작‘이 떠올랐고, 특유의 언어 유희와 약하긴 하지만 그만의 울분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필립 로스˝를 좋아한다면 이 책은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게다가 ‘유대인‘이 쓴 ‘유대인‘을 까는 이야기는 생각보다 재미있고 더 와닿았다.


Ps. 이제 <필립 로스>의 소설(자서전, 에세이 빼고) 전작도<포트노이 불평>, <유령 퇴장>, <새버쓰의 극장>  세 작품만 남았다.

추가 : 찾아보니 <위대한 미국 소설> 이라는 책도 있었다. 그럼 네 작품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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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2-03-13 18:2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진짜 세 권 남으셨어요? 대단하십니다 ㅋㅋㅋ저는 첫 필립 로스가 포트노이의 불평 (현재까지) 마지막 할배가 새버스의 극장이라 뭔가 의미있는 남음(?)이네요. 둘다 매콤한 맛이라 책 안 읽는 요즘에도 가끔 장면장면 생각납니다…죽었지만 대단한 할배시여…

새파랑 2022-03-13 18:36   좋아요 5 | URL
제가 세권 남았다고 쓴건 이 책 뒷부분에 있는 문학동네 ‘필립 로스‘ 출판책 보고 계산해 본건데, <위대한 미국 소설>이라는 소설도 출판되어 있더라구요 😅

일단 리뷰에 올린 책들만 읽은 책들입니다 ㅋ

남아있는 작품중 쎈 작품이 남았다니 뿌듯하네요 ^^ 열반인님도 수능 끝나시면 같이 전작 하시죠~!!

페넬로페 2022-03-13 21:1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유대교가 융통성 없기로 유명하잖아요
이 소설이 거기에서 오는 문제들을 다룬 것이군요~~
올해는 꼭 필립 로스의 작품을 읽으려고 결심은 했는데 아직 입니다.
필립 로스의 작품도 이제 네 개만~~
새파랑님은 전작읽기의 왕 이십니다^^

새파랑 2022-03-13 21:24   좋아요 5 | URL
필립 소설의 네개만 입니다 ㅋ 에세이 같은 책이 두권 더 있더라구요 😅 필립 로스가 호불호가 좀 있어서 걱정이긴 합니다 ㅋ 처음 읽기에는 <네메시스> 가 좋을거 같아요 ^^

미미 2022-03-13 21: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인간이 해야할 일은 자신을 증명하는것‘이 말 멋집니다!ㅎㅎ
몸소 증명하고 계신 새파랑님👍 필립로스도 이제 이렇게나 많이 읽으셨네요. 계속되는 전작읽기 응원합니다😉

새파랑 2022-03-13 22:05   좋아요 4 | URL
전 사람이 아닙니다 ㅋ 야금야금 읽다보니 열권이 넘어갔네요~!! 조금씩 읽다보면 금방 전작 되는거 같아요 ^^

그레이스 2022-03-13 21:5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단편은 안읽어봤어요 필립로스식 유머가 단편집에 어떻게 들어가있을지 조금 기대가 되네요.

새파랑 2022-03-13 22:06   좋아요 5 | URL
다른 필립 로스 작품에 비해 좀 가볍게 금방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읽은건 목요일?에 다 읽었는데 늦장 피우다가 이제야 급하게 리뷰를 썼어요 😅 이거 말고 다른 단편은 없는거 같더라고요 ㅋ

얄라알라 2022-03-13 22: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누군가의 세계가 38년의 시간차를 두고 어떻게 깊어졌는지, 변해왔는지, 그것을 감지할 수 있는 아름다운 예민함. 새파랑님의 책읽기 여정을 엿보고 갑니다. 스물 일곱 살 때부터도 글 잘쓰시는 분은 그냥 다른 거군요^^ 아직 필립 로스 입문도 못했는데 새파랑님께서는 막판 스퍼트 각이시네요. 응원과 감탄을 보내고 갑니다

새파랑 2022-03-13 22:27   좋아요 3 | URL
제가 읽은 필립 로스의 작품이 대부분 후반기 작품들이어서 그런거 같아요 ㅋ 그런데 국내 번역된 책들 대부분이 후반기 작품들이에요 ㅎㅎ 글 잘쓰는 분들은 원래 잘썼던걸교 😅 막판 스퍼트를 좀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희선 2022-03-14 01: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필립 로스 책 한권도 못 봤지만, 이 책은 스물일곱에 썼군요 이 책에 나중에 나올 책 분위기도 들어 있다니, 그 책을 먼저 봐서 아시는 거겠습니다 필립 로스는 이걸 쓰면서 알았을지... 어떤 걸 써야겠다는 건 이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새파랑 2022-03-14 06:52   좋아요 1 | URL
오히려 뒤에 나온 책을 먼저 읽고 이 책을 읽어서 그런지 유사점을 찾는 재미가 있었어요 ㅋ 스물일곱에 저는 뭘한건지 😅

coolcat329 2022-03-14 12: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필립 로스 단편집도 있군요. 데뷔작이라니 필립 로스 팬이라면 꼭 읽어야겠네요. 계획대로 돌아가며 전작읽기 멋지세요.

새파랑 2022-03-14 12:14   좋아요 1 | URL
앞으로 전작 읽기가 끝나면 무슨 책을 읽을지 벌써 고민입니다 😅

mini74 2022-03-14 19: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전작 읽기는 저의 귀감이 됩니다. 팔랑거리는 귀를 가진 저로서는 아 ~~ 이 책 좋다면 덥석 저 책 좋다면 덥석 ㅎㅎㅎ 북플계의 메뚜기 같은 존재 ㅋㅋㅋ 필립 로스 전작 읽기 응원합니다 *^^* 멋지십니다 !

새파랑 2022-03-14 21:10   좋아요 2 | URL
저도 북플계의 메뚜기 입니다 ㅋ 오늘은 책을 아직 시작 못했어요. 30분이라도 읽어야 할거 같아요 ㅜㅜ

얄라알라 2022-03-14 22: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새파랑님 지존이라고 하셔도 될 것을 굳이 메뚜기라고^^; 광폭 점핑 가능한 메뚜기이시죠. 메뚜기에 비유하신다면

새파랑 2022-03-14 23:23   좋아요 1 | URL
제가 지존(?)이라고 하기엔 북플에 워낙 엄청난 분들이 많으셔서요 😅 전 아직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