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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함께 ㅣ 사계절 아동문고 58
하나가타 미쓰루 지음, 고향옥 옮김, 이선민 그림 / 사계절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2007-02-11 08:54
우리 엄마는 나에게 기대는 곳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에 엄청난 상처를 주기도 한다. 어떤 때는 내가 다른 애들보다 훨씬 잘하고 똑똑하다고 하면서도 어떤 때는 다른 아이들과 나를 비교하고 혼낼 때가 있다.
“엄마가 이렇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면 너는 다른 아이들과 똑같았을거야. 다른 아이들도 이만큼 가르쳤다면 너보다 훨씬 더 똑똑해졌지 않겠어!”
라고 말할 때마다 매우 슬프다. 또한 아빠도 나에게 무척 친절하시지만 주말에만 오시기 때문에 기댈 수 없다.
나도, 도키오처럼 포치같은 좋은 친구를 만나보고 싶다. 힘없는 나를 지켜주는 동시에 용감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런 친구 말이다. 오늘같이 혼나고 많이 울었던 날에는 문득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용이 있다면 함께 아주 멀리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제 학교에 다니게 된 도키오는 엄청난 마마보이였다. 도키오는 엄마를 잃은 슬픔으로 반년간 자폐 상태로 있었다. 데쿠오의 상태가 조금 나아졌을 때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도키오에게는 포치라는 다른 사람에겐 안 보이는 친구가 생겼다. 바로 커다란 용이다. 포치는 도키오가 외로울 때마다 놀아주고 괴롭히는 사람을 혼내주며 크기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포치는 도키오가 원하는 것에 딱 맞춘 용이다. 도키오가 자폐인 까닭에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엄마를 너무 사랑해 잃은 까닭도 있지만 엄마를 제외한 다른 기댈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형은 도키오에게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아버지는 보이지도 않은 채 일만 하는 일벌레다. 하지만 포치가 도키오를 데려가려고 할 때- 아버지와 형은 도키오의 존재가 얼마나 필요한지 절실히 깨달았다. 용은 형과 아버지가 간곡히 빌자 도키오를 놔주었다. 이제 그들은 도키오를 무시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제 아버지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시고 아파트를 판 돈과 지금까지 모은 돈으로 시골에 새로운 집을 장만했다. 이제 형도 아주 먼 거리에서 학교로 가는 장거리 통학생이 되었지만, 아버지와 형 모두 동생과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제 도키오와 포치, 아버지와 형 모두 한 집에서 행복하게 살게 된 것이다.
그날 포치같이 상상의 친구를 원했던 내 생각은 잘못되었다. 더구나 마지막에 아빠가 회사를 관두는 장면을 빼먹고 못 보았던 것이 더욱 나를 슬프게 했던 것 같다. 포치같은 존재는 일으켜 세워줄 존재가 되어줄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 일으켜 세워지는 것보다는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것이 더 값진 것이 아닐까? 어쨌든 아버지와 함께 살 수 있게 된 도키오는 정말 잘 된 것 같다.
며칠이 지나 생각해 보았더니, 나도 마지막 장면의 도키오처럼 가족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또한 가족은 나를 위해 있다. 내가 엄마에게 심하게 혼난 날, 나는 이 책 독후감에 대해 앞에 글만 써 놓고 영어공부방을 갔다. 그 이후 과학 홈스쿨링을 깜빡 잊고, 수학 교실에 바로 갔는데, 그 글을 보신 엄마는 깜짝 놀라서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보며 날 찾아 우셨고, 결국 아빠는 회사에서 조퇴를 해 집에 달려오셨다. 하지만 결국 가출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혼나지도 않은데다가 오히려 외식까지 했고, 엄마는 많이 미안해 하셨다. 이 책으로, 가족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얼마 안 되지만 가족과의 시간을 늘 소중히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