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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사고력 즐거운 우리 명화 ㅣ 사고력을 키우는 논술스터디 9
주득선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5월
평점 :
내가 좋아하는, 특히 아름다운 우리나라 명화들을 화가별로 이야기를 만들어 정리한 책. 덕분에 딱딱하게 명화의 내용을 짚어보는 방식이 아니었기에 읽는 게 훨신 더 수월했다. 책을 펼치자마자 등장하는 김홍도의 <송하맹호도>속 호랑이는 한국인의 아름다운 호랑이다. 곧, 내 마음속의, 나만의 호랑이가 나를 태우고 환상적인 명화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다.
김홍도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민화 작가이다. 그의 그림속에는 서민들의 삶이 녹아있다. 특히 그의 호랑이 그림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이를 통해 김홍도의 테마는 호랑이였다. 호랑이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동물이다. 내 친구 서울 마스코트도 호돌이 아니던가? 호랑이가 맹수인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왠지 호랑이란 말을 들으면 친숙하게 느껴진다. 옛날에는 호환이 두려워 밤중에 혼자 고개를 넘는 그런 위험한 행위를 하지 않을 정도로 호랑이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면 왜 지금은 호랑이를 한 마리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일까? 이 호랑이들이 사라진 때는 일제 강점기이다. 일본인들이 우리나라의 정기를 완전히 끊기 위해 산에 쇠말뚝을 박기도 하고, 우리나라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랑이를 말살시키기도 했다. 동물원에서 볼 수 있는 호랑이들은 모두 우리나라 호랑이가 아니라 외국에서 데려온 호랑이들이다.
비록 호랑이는 죽고 없어졌지만, 그림 속에서 눈을 부릅뜨고 그 혼만은 그대로 살아 있다. 이런 호랑이를 그린 김홍도의 또다른 그림들 속에서도 이런 면모를 찾아볼 수 있다. 김홍도는 주로 서민들의 생활을 담은 민속도를 그린 화가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들을 보면 금방이라도 사람들이 살아서 춤을 추고, 정겹게 하던 일을 계속 할 것만 같다. 얼마 전 <김홍도, 조선을 그리다>라는 소설을 보았는데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 속에서 김홍도의 인간적인 면모를 들여다봄으로써 조금 더 그와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글씨 하면 조선시대의 추사체를 만든 김정희이다. 물론 지금 내가 보면 달리 그의 글씨에서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고서 다시 그의 글자를 보니 감동을 느꼈다. 글도 하나의 예술이지만, 그 글을 이루는 글자도 예술이다. 우리 한글도 선조들의 예술적인, 그리고 과학적인 감각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김정희의 추사체가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냐면, 그는 10개의 고급 벼루에 구멍을 뚫었고 1000자루의 붓을 뭉툭하게 만들었으며, 10만 개의 먹을 갈았다고 한다! 나 같으면 절대로 1000권의 공책에 10만 자루의 연필을 사용해 가득 채워 글자를 아름답게 만드려는 노력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의 아름다운 정신과 글씨를 빼닮고 싶은 나이다.
김정희의 정기를 가득 받고서, 조선의 미스테리 화가 신윤복에 관한 이야기를 보았다. 신윤복은 얼마나 잘 알려지지 않았던지, 그인지 그녀인지조차도 논란거리로 되고 있다고 한다. 드라마 <바람의 화원>과 영화 <미인도>는 신윤복이 여자였다는 가정 아래 만들어졌다. 아마도 신윤복이 그린 여성들에 관한 그림들로 인해서 그렇게 논란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파격적인 그림을 그렸던지 도화서에서 쫓겨났다는 게 왠지 이해가 되었다.
우리 명화를 보면서, 나의 뇌가 조금 더 활발하게 돌아가는 듯한 그림을 든다.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그림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잔뜩 얻었으니, 이제 만사에 자신이 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 명화를 아끼고 사랑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