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네껜 아이들 푸른도서관 33
문영숙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 전역 어느 곳에 가더라도 러시아의 고려인, 중국의 조선족, 미국 로스 엔젤레스의 코리아 타운등을 찾아볼 수 있다. 아무리 폐쇄된 것처럼 보여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배를 타고 풍랑으로 인해 멀리 떠내려 가는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세계 곳곳에 자리잡고 그곳에 살고 있다. 지금의 멕시코 전역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어떻게 멕시코까지 가서 정착하게 된 것일까? 그 계기를, 작가가 상상력을 조금 보태어 생생하게 전해주었다. 

일제시대가 막을 올릴 무렵, 일본인들과 영국인들은 합작으로 멋진 사기 작전을 펼쳤다. 글을 잘 모르는 중국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에게 마치 낙원을 가서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게 되는 것과 같은 조건을 걸고 그에 혹한 조선 사람들을 세계 등지에 노예처럼 팔아먹는 것이다. 머릿수로 수고비를 받던 이들은 아직 열여섯도 채 안된 아이도 열여섯이라 우기면서 어떻게든 돈을 벌려고 애썼다. 그렇게 이 책에서 멕시코에 가는 배를 탄 조선 사람의 수는 1033명. 자그마치 천명이나 되는 이들은, 멕시코라는 이름모를 곳에 가서 무척 고된 일을 해야 했다. 

표지의 아이 뒤쪽에 넓게 펼쳐져 있는 잎이 기다란 식물들의 이름은 어저귀이다. 매우 질긴 밧줄의 원료인 이 식물의 잎은 매우 질기기 때문에 기다란 마테체로 내려 찍듯이 베어내야만 한다. 거기다가 기다란 마테체를 사용하는 이유도 잎 곳곳에서 솟아나온 뾰족한 가시에 쓸리기만 해도 그 독소로 인해 부풀어 오를 정도이다. 어찌 사람들은 이렇게 잔혹할 수가 있는가? 사람들이 본래 살던 곳보다 더 기후가 좋고 식사의 질도 매우 높다고 하면서, 조선사람들이 뼈저리게 일해 받는 돈은 실제로 받기로 한 돈의 1/10도 안 되었다. 급기야 사람을 하나의 상품으로 이용해 버리는 이들이 얼마나 잔혹한가를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조선사람들은 이 이국의 땅에서 어떻게든지 열심히 일해서 조선으로 되돌아가려 한다. 하지만 그들으 4년이라는 계약 기간이 체결되어 있었다. 그들이 타고 온 배의 뱃삯과 그들이 먹은 식사까지 모두 외상으로 쳐서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곳에 있는 것만해도 버티기 어려운 사람들인데 밤까지 이 독있는 가시가 돋아있는 식물을 베어내게 한다는 사실로 인해 나라란게 없어지면 이런 설움을 당하는 거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4년의 계약 기간도 모두 채우고 외상값까지 갚은 후, 비록 몇 사람이 죽는 불상사가 있었을 지라도 이들은 멕시코에 조선인 학교를 세우고 당당히 조선인으로써 살아남았다. 그렇게 지금은 멕시코로 찾아오는 한국 사람들에게 정겨운 안내자가 되어주고 있다. 과거 조선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가를, 그리고 나라를 잃게 되어 국민이 나라를 떠나 고생하는게 얼마나 서럽고 고통스러운 지를 절실히 느껴지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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