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끝나기 전 꼭 해야 할 12가지 풀빛 청소년 문학 4
비외른 소르틀란 지음, 김라합 옮김 / 풀빛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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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살 꿈 많은 10대 소녀여야 할 시기에 부모님이 이혼을 하겠다고 이야기하자 머지않아 일어나리라 확신한 세상의 종말,  그것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세상이 곧 끝날 것처럼 테레제는 깊은 충격에 난타 당한 것이겠지.  자폐증을 앓고 있는 언니 이레네. 그래서였을까? 그 속에서 피어난 같은 반 얀에게서 느끼는 사과향기 같은 사랑은?!  주인공 테레제는 마음을 얀에게 온통 빼앗기고, 그와 함께 하려고 여러 가지 일들을 만들고 있었다. 나라면 이 고민 스런 상황 속에서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을 텐데... 테레제는 얀에 대한 사랑으로 그 고민들을 잠시 잊고 싶었던 걸까? 마흔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의 난 십대 시절, 두근거림의 사랑을 잊어서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정서상의 이질감을 혹 느껴서일까?  하여간 책 속의 화자인 ‘나’ 곧 테레제를 처음 시작에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테레제의 엄마는 요리 솜씨가 별로 없어 가족들은 저녁을 거의 피자로 해결한다.  냉동피자, 혹은 인스턴트요리. 것도 아니면 값만 비싸고 맛이 없는 주문한 피자.  나는 맛있는 음식을 가족이 함께 먹는 것을 그닥 대수롭지 않게 여겨 왔었다.  좋아하는 음식을 알고, 애정 어린 요리를 해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엄마의 요리란 걸 그 맛없음에 소스라치게 싫어했던 테레제와 테레제 아빠의 변화를 보면서... 테레제 부모님 모두 요리에 대한 열정이 전혀 없었는데, 어느 금요일 일이 있어 들린 아빠 사무실 여직원이

“넌 훌륭한 요리사 아빠를 줘서 좋겠다!”

라고 말했다면, 그것은 이미 어떤 일이 생기게 된 것인지 테레제가 느꼈듯 독자인 내게도 또렷이 전달되었다. ‘맛있는 저녁식사는 곧 가정의 행복의 필수 조건.’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잠시 생각에 빠져 들었다.  테레제는 의논할 상대 하나 없었던 외로운 아이였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의 슬픔과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나, 언니, 선생님이 없다고 말했던 테레제의 말에서 선연하게... 얀에게 향한 사랑은 사춘기에 들어선 소녀의 순수하고, 아직은 풋사과 같은 사랑이기도 했지만, 속내를 들어 낼 수 있는 절친한 대화 상대를 무엇보다 원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꿈과 희망이란 내일의 과녁의 무게에 짓눌려 오늘치의 누려야 할 행복은 간과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는지 독자에게 주는 작가의 메시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당장 내일 죽을지 몰라도 죽음은 우리 곁에서 아주 먼 곳에 있는 것이라고, 혹은 아예 생각하고 싶지 않은 주제였기에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으려던 외면이 내 가슴의  한 곳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세상이 끝나기 전 꼭 해야 할 12가지 목록을 작성해 볼래? 뭘 해야 할까?”

며칠 전 내 아이에게 무심결에 툭 내뱉었던 이 말이 아이에게만 생각하고 필요한 일이었을까?  하루를 무심히, 그렇게 감사히 여기지 않고 살아가는 내게 있어 ‘지금은 이제 곰곰이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닐까?’가슴 속의 또 다른 내가 속삭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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