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피의 다락방
베치 바이어스 지음, 김재영 옮김, 오승민 그림 / 사계절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charliemom]

다락방이란 자체가 무엇인가 나만의 소유물, 장소, 비밀처럼 별스러운 느낌을 갖게 한다.  어린시절 못잊을 기억중에 하나가 나에게도 역시 6,7살  때 내방으로 쓰고 있던 다락방이었다.  엄마가 손뜨개로 짜주신 인형옷을 세숫비누로 세탁해서 갈아입힌다든지,  인형의  머리를 빗기며,  아침 일찍 다락방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바라봤던 것이 가장 큰 기쁨이었다.  '30여년 전 당시에 그 인형이 얼마나 비쌌을지... 어린 나이라 몰랐는데, 나 사랑받았구나'미소를 지으며 문득 떠올릴 수 있었다.  책은 이렇게 간혹, 문득 과거의 문을 열게 한다. 오늘 잠시 다녀온 그 여행은 내게 사랑받았음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이 책의 주인공 앨피. 넉넉하지 못한 앨피의 생활속에서 앨피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만화를 그릴 수 있는 장소 다락방은 내 어린시절 그 때처럼 앨피에게 자신에게 있어 무엇보다 소중한 곳이었다.  

앨피의 상상력으로 가득찬 만화 내용과 풍부한 상상력은 기발하고 탁월했다.  하지만, 이 책의 배경 미국.  그리고 어려운 현실.  보통의 시트콤에서 나오는 캐릭터처럼 정신없는 성격의 엄마와 할아버지는 어려운 생활이 묻어나다 못해 저대로 괜찮은건가라는 생각이 드는 아이의 보호자였다.  어린아이들이 자기 나이 또래보다 빨리 성장할 수밖에 없는 경우는 이렇게 어른이 어른의 역할을, 보호를 제대로 해주지 못할 때가 아닌가 싶기도 하면서..  엘피 엄마의 모습 속에서 내 모습을 얼핏 발견하기도 하고, 엘피 할아버지의 모습에서도 마찬가지였기에 약간의 당혹함과 함께  혐오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엄마, 앨피네 가족은 정말 안됐어요.  라디어 장기자랑 대회에서 우승할 뻔한 할아버지랑, 장학금에 대학에 미식축구 선수로 갈 뻔한 부버 형, 보석 가게에 취직할 뻔한 엄마.  뭐든 했으니 얼마나 아쉬웠겠어요."

뻔이라는 글자를 유독 크게 강조하며 이책이 재미있다고만 말하는 내 아이를 보며 인생을 다시 한번 생각하였다.  뭐든 뻔한 것은 남지 않는다.  노력을 해서 과정이 좋았다면 훌륭한 것이라고 격려를 해 주지만, 결국 결과가 나오지 못한 것은 그저 뻔한 것으로 무의미하니 안타깝다.  결론은 노력했지만, 안되었을 때 그것을 극복하고 종장에는 성취를 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나이보다 숙성한 앨머누나를 보며 앨머의 내일은 밝을까?  만화 그리기에 심취한 앨피의 내일은 과연 밝을까?라는 속물적인 계산만을 해보는 나는 인생을 생각하면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앨피의 만화가 그려져 있는 삽화는 꼼꼼하게 눈여겨 보았지만,  그 외 그림은 얼핏 스쳐 봤던지 유난히 말이 많고, 조숙한 언어를 사용하던 친구 트리를 "이 아이는 여자아이구나."라며 무의식중에 단정해 버렸다는 사실이다.  다락방을 부버부부에게 뺏길 위험에 처한 앨피에게  여자아이들과의 대결에 대해 떠들어대는 트리의 삽화를 보고서야 "엥?"앞부분 삽화를 찾아보았고, '아동책을 읽으며 이 나이에도 이렇게 잘못 읽어낼 수도 있네.'라며 혼자서 놀랐다는 사실이다. 

앨머는 앨피가 지켜낸 것이 아니라, 어부지리로 얻게 된 사실을 잊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앨피가 다락방문을 막으며, 모든 것을 거부했던  투쟁들이 부버형의 방이 될뻔한 장소를 지켜낼 수 있었던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 그 일이 해결되어버린 듯 하여도 지켜내려고 현재 앨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던 사실은 칭찬해주고 싶다.  그 고집이 앨피 자신에게도 내내 엄격하길 바라며 "앨피의 미래는 분명 밝겠지?"앨피가 자신만의 장소를 지켜낼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며, 내 아이의 이 책에 대한 감상은 어떨지 유난스레 궁금한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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