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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적의 비밀 - 이스라엘은 어떻게 벤처 왕국이 됐을까?
이영선 지음 / 경향BP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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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차 세계대전 이후 급속도로 경제성장을 했다는 점과 높은 교육열로 인해 문맹률이 낮고 지능이 높다는 점 때문에 대한민국과 이스라엘, 한민족과 유대인은 자주 비교가 된다. 해마다 노벨상 수상자 발표 시즌이 되면 유대인은 노벨상을 타는데 왜 한국인은 못 타느냐는 소리도 심심찮게 듣는다. 이렇게 보면 이스라엘이 참 가까운 나라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것 말고는 더 알고 있는 게 별로 없다. 기독교의 성지 예루살렘이 있다, 팔레스타인과의 분쟁 때문에 중동의 화약고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친미 성향이 강하다, 뿌리 깊은 유대인 박해의 역사를 안고 있다는 정도...?

 

이번 주말 <경제기적의 비밀>을 읽으면서 내가 이스라엘과 유대인에 대해 이제까지 얼마나 '몰랐는지를 알게 되었다'. (써놓고보니 소크라테스가 한 말과 비슷하다. 오오...!) 저자 이영선은 1991년 KOTRA에 입사한 후 해외무역관으로 폴란드, 호주를 거쳐 2009년 8월부터 2012년 7월까지 이스라엘 텔아비브 무역관장으로 근무했다. 이 책에는 저자가 근무 당시 알게 된 이스라엘의 역사와 문화는 물론, 정치, 경제, 군사 등의 이슈까지 꼼꼼하면서도 재미있게 잘 정리되어 있다.

 

먼저 이스라엘이 단시간 내 경제성장을 한 것은 맞다. 그러나 유대인보다 한국인보다 똑똑한 것은 아니다. 학업성취도, 교육열 모두 한국인이 더 높다. 유대인이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개방성이다. 유대인은 세계 전역을 떠돌았던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민족구성이 다양하고 세계 곳곳에 퍼져 있다. 순수 유대인은 많지 않아도, 유대인 혈통을 지닌 사람은 수없이 많다. 그래서 유대인 중에 유난히 노벨상 수상자가 많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에는 기독교의 성지 예루살렘이 있다. 하지만 성지순례를 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방문한 한국의 기독교인 중에는 이스라엘에 기독교인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알고 의아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믿는 종교는 유대교지, 기독교가 아니다. 유대교와 기독교가 어떻게 다른지는 이 책에 잘 설명이 되어 있다. 나도 이 차이를 잘 몰랐는데 책을 읽고 확실히 알게 되었다.

 

팔레스타인과의 분쟁 문제는 잘 알려져 있어서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다만 책에서 보면 이스라엘 사람 중에는 남한이 북한에 대해 너무 수세적으로 대응하는 것 같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은 물론 다른 중동 국가와의 분쟁에 있어서도 철저히 공세적인 입장을 취한다. 이는 이스라엘의 지리적인 약점과 국제정치상의 취약한 입지 등이 원인이라고 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있어 늘 이스라엘을 안 좋게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이스라엘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뿌리 깊은 유대인 박해의 역사에 관해서 알게 되었다. 유럽 사람들은 유대인을 매우 싫어한다. 유럽 국가나 미국의 문학 작품과 영화, 드라마 등을 보면 유대인에 대한 뿌리 깊은 증오심과 차별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경우가 아주 많다. 요즘 읽고 있는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프라하의 묘지>에도 주인공이 유대인을 혐오하는 내용의 발언을 한다. 유대인이 예수를 죽였기 때문이라든가, 유대인이 예로부터 고리대금업을 하면서 부를 쌓았기 때문이라는 이유는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는 그 외의 이유들도 소개가 되어있다. 특히 히틀러가 유대인을 혐오하여 그 끔찍한 홀로코스트라는 범죄를 저지른 이유도 나와 있다. 충격적이었다. 

 

다 쓰고 보니 글에 유난히 '알게 되었다', '알 수 있었다'는 말이 많다. 그만큼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이 많다. 책 내용 중 제일 재미있었던 부분은 겉으로 봐서는 유대인을 구분해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옛날에는 게토도 있고, 유대인과 결혼하는 것을 엄격히 금해서 겉모습만 봐도 구분이 되었는데, 이제는 거의 구분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심지어는 기네스 팰트로, 스칼렛 요한슨 같은 배우도 유대인이라고 한다. 시나고그의 엄숙한 분위기와 그녀들은 어쩐지 잘 안 어울리는 것 같은데...

 

결국 유대인이 그 끔찍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살아남은 비결 역시 개방성이 아닌가 싶다. 어떤 민족이든, 인종이든, 국적이든, 계층이든 가리지 않고 끌어들이고 받아들이면서 유대인의 세력을 점점 넓힌 것이다. 그 엄청난 포용력과 강력한 전파력(?) 때문에 다른 민족들이 경계하고 두려워했던 것은 아닐런지. 앞으로 이스라엘이나 유대인에 대한 글이나 기사 같은 걸 접하면 전과 다르게 귀를 쫑긋 세우고, 아니 (글이니까) 눈을 번쩍 뜨고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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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내 돈을 어떻게 쓰는가 - 누구나 알아야 할 재정 이야기
김태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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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화요일 큰맘 먹고 가족들을 패밀리 레스토랑에 데리고 갔다. 평소 외식 비용을 생각하면 상당히 높은 금액이었는데 10%의 부가가치세까지 붙으니 가격이 10만원을 훌쩍 넘겼다. 식사비도 많이 나왔는데 부가가치세까지 내야 하다니, 아까웠다. 식사를 하면서 부모님과 국민연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두 분 다 국민연금 가입자이신데, 요즘 뉴스에 연일 국민연금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서 걱정이 많이 되시는 모양이었다. 집에 돌아오면서 보니 거리 한쪽에서 도로 보수 공사를 하고 있었다. 눈이 많이 와서 그런가. 도로 상황이 안 좋아서 공사를 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왠지 공사를 자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벌써 일 년 새 몇 번째지?

 

눈치 챘는가? 부가가치세, 국민연금, 도로 보수 공사... 이 모든 일이 바로 '재정' 문제라는 것을 말이다. 재정이란 국가가 하는 경제 활동을 일컫는다. 부가가치세를 비롯한 세금을 걷고 지출하는 일은 국가가 하는 대표적인 재정 활동이다. 요즘 화제인 국민연금 문제 역시 재정에 속하는 일이고, 도로 보수 공사 역시 재정과 무관하지 않다. 이렇게 보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 하나하나가 재정에 관련되지 않은 일이 없다. 그렇다면 나는 재정에 대해 얼마나 알고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국가는 내 돈을 어떻게 쓰는가>는 일반인도 알기 쉽도록 재정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풀어쓴 입문서다. 저자 김태일은 현재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공공경제학과 복지정책을 주로 가르치고 있다.

 

사실 대학에서 경제학을 복수전공했고 행정학을 부전공해서 재정학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다. 경제학과에서 재정학 관련 수업을 두 개 정도 들었고, 행정학과에서는 여러 개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느꼈던 점은 재정학에 대해 알기 쉽게 잘 정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재정의 의미와 정부의 역할, 예산, 조세, 정부와 시장, 지방재정, 분배, 복지 등 재정학에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이 두루두루 잘 정리되어 있고, 쉽게 쓰여 있다. 신문기사를 비롯해 읽을 거리도 많이 실려 있어서 읽는 재미도 있었다. 재정학 배울 때 정말 어려웠는데, 학부 때 이 책을 만났으면 덜 고생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이 책이 그저 재정학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풀어쓴 입문서에 불과한 것은 아니다. 저자는 교직에 있으면서도 2001년 시민단체 '함께하는 시민행동'을 거쳐 2010년부터는 '좋은예산센터' 소장을 맡아 시민운동가로서 재정에 대한 시민의 이해와 참여를 높이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책은 재정전문가인 저자의 지식과 연구 결과, 그리고 시민운동가로서의 열정이 합쳐진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기업이 만든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하는 소비자가 소비자 단체 등을 통해 기업을 견제하듯이, 재정 활동의 수혜자인 국민도 재정에 대해 이해하고 정부 활동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충고하는 의미에서 이 책을 썼다. 국민을 위해야 하는 공복(public servant)인 공무원이 '주인을 위해 제대로 일하게' 하고, 국민이 정부의 활동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국민과 정부 사이의 '정보비대칭으로 인한 효용 감소를 막아보자는 것'이다. 또한 경제가 발전하고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떠오르고 있는 복지, 분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도 재정에 대한 이해는 필수다.

 

정부를 비판하고 시사 문제에 대한 자기 의견을 개진하는 데 있어 정확한 이해와 지식은 꼭 필요하다. 그저 현 정부는 잘못하고 있다, 공무원이 문제다, 공기업이 문제다 라는 식으로 비판하는 것은 '비판을 위한 비판'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가 어떠한 활동을 왜 하는지, 수치와 통계를 해석하고, 법적인 근거와 논리를 파악하는 능력을 온 국민이 갖춘다면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일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고, 정부의 활동도 효율성과 형평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경제, 행정, 정치 등 시사 문제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을 키우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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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의 선택 - 결단, 당신을 리더로 만드는 힘!
소프트뱅크 아카데미아 특별강의 지음, 김정환 옮김 / 소프트뱅크커머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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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하면 소프트뱅크 회장, 재일교포, 유니클로 회장 야나기 타다시와 일본 갑부 순위 1,2위를 다투는 인물이라는 점, 미국 유학을 했다는 점 등이 떠오른다. 그가 세운 기업 소프트뱅크 하면 역시 TV광고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아버지는 개, 어머니와 딸은 일본인, 아들은 흑인이라는 기상천외한 설정 때문에 일본 내에서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소프트뱅크 광고 하면 SMAP의 광고가 먼저 떠오른다 ^^) 누가 뭐래도 일본에서 가장 핫하면서도 엄청난 파워를 가지고 있는 기업가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스티브 잡스랄까.

 

손정의에 관한 책은 <손정의 경영을 말하다>, <손정의 미래를 말하다> 등 국내에도 여러 권이 소개가 되어있다. 신간 <손정의의 선택>은 형식상에서 돋보인다. 이 책은 손정의 회장이 자신의 후계자를 양성하기 위해 소프트뱅크그룹 안팎에서 수강생을 모집해 문을 연 학교 '소프트뱅크 아카데미아'에서 두 차례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첫 부분은 2010년 9월 28일에 열린 '의사결정의 비법' 강의 내용을, 다른 부분은 같은해 7월 28일에 열린 '손의 제곱병법' 강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특히 첫 부분의 형식이 돋보인다. "갑자기 큰 병에 걸려 쓰러졌다. 요양에 전념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당신이 리더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같은 질문을 제시하고(p.18) 수강생들이 A 또는 B의 답을 고르게 한 다음 손정의 회장이 답을 제시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어 독특하고 재미있었다. 나라면 어떤 답을 고를까, 손정의 회장과 생각이 어떻게 같고 다른지 비교하면서 읽으면 좋겠다.

 

먼저 이 책을 읽으면서 '소프뱅크 아카데미아'라는 학교의 존재를 처음 알았다. 직원을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후계자'를 양성하기 위해서 이런 교육을 실시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교육 과정을 실시하는 기업이 몇 곳 있지만 대부분 (경영권을 세습하는) 재벌 기업이기 때문에 후계자 양성이라기보다는 직원 양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열린 마인드, 참 부럽다.

 

책 내용 중에도 손정의 회장의 열린 마인드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곳곳에 있다. "소프트뱅크는 영원히 비상식적으로 행동하겠다"(p.114)며 일본의 뿌리깊은 정경유착, 낙하산 문화를 거부하는 부분이라든가, "'지금은 작아도 나중에는 주류가 될 것이다' 혹은 '내가 흐름을 바꿔서 1등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에 진출하라(p.178)는 부분이 특히 그러했다. 일찍이 인터넷 사업에 비전이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일본에서 누구보다 빨리 업계에 진출, 1위가 된 기업의 수장다운 마인드다.

 

그러나 그가 그저 언제나 모험을 추구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성격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보수적이다' 싶을만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원칙은 철저히 지켰다. 가령 조인트 벤터의 사업실적이 부진하더라도 "상대와 신뢰관계를 유지하고 의리를 쌓고 싶"다든가(p.38), "정사원을 한꺼번에 늘리면 경영 리스크는 커지지만 고객정보의 안전성은 높아"진다(p.77), "이길 수 있는 싸움만 해야 합니다. ... 압도적인 넘버원이 될 수 있다는 자신이 있는 분야가 아니라면 손을 대지 말아야 합니다"(p.168) 같은 부분을 보면 다른 사업자 및 고객과의 신뢰 관계를 중시하고, 경영에 있어서도 웬만해서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경영 원칙을 '손의 제곱 병법'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했다. 총 25개의 한자어로 이루어진 '손의 제곱 병법'은, 이름은 거창하지만 내용은 읽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경영자가 아니라도, 나는 내 인생을 어떤 원칙을 가지고 경영하고 있는지,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 것인지 확인해보면서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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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 하버드 마지막 강의, 마지막 질문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외 지음, 이진원 옮김, 이호욱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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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적성이나 전공 상관 없이 취직부터 하고 보겠다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더 이상 못 다니겠다면 이직이나 전직을 계획하거나, 유학 또는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는 친구들이 늘고 있다. 당장 밥벌어 살 궁리를 하다가 이제서야 적성과 꿈을 찾는 친구들을 보면 사람 마음이 참 잘 바뀐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자각 없이 십년, 이십년을 살다가 인생을 다 흘려보내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얼마나 잘 살고 있는 것일까? 나는 내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그런 마음으로 집어든 책이 바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이다.

 

저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은 하버드경영대학원 석좌교수이자 기술과 기업 혁신을 다룬 '혁신 이론'의 창시자이다. 경영학자로서 경영 이론을 연구하는 한편, 정치와 행정 등 다른 분야에 적용하는 일도 해오던 그는 자신의 이론을 인생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고, 그 결과를 하버드경영대학원 종강일에 학생들을 상대로 강연했다. 마침 그 자리에 있었던 제자 제임스 올워스와 하버드비즈니스리뷰 편집인 캐런 딜론이 강연 내용을 책으로 만들자고 제안했고, 그 덕분에 전세계의 수많은 독자들이 크리스텐슨 교수의 명강의를 책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경험과 정보가 좋은 선생 노릇을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인생에선 어떤 일에 대해 쉽게 배울 수 없을 때가 더 많다'며(p.31) 이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언뜻 생각하기에 경영학 이론을 인생에 적용한다는 것이 무리한 발상처럼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가령 동기부여 이론의 권위자 중 한 명인 허즈버그의 위생 요인과 동기부여 요인 이론은 사람이 직업을 선택할 때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보통 돈이나 복지, 안정성을 이유로 직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이론에 따르면 이같은 요인은 위생 요인에 불과하고 동기부여를 하지는 못한다. 이보다는 자아성취, 꿈, 적성 같은 요인을 우선으로 해야 직업의 만족도가 높아진다. 이 밖에도 자원 할당 문제라든지(p.102), 이케아의 사례로 본 고용의 개념(p.138) 등을 읽다 보니 경영 이론이 그 어떤 취업서나 자기계발서보다 인생에 대한 적확한 조언을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저자는 '창발적 혁신'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저자는 향후 5년, 10년 단위로 사회생활 계획을 구체적으로 짤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인생이라는 것은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고, 자기 자신조차 무엇을 원하고 앞으로 무엇을 원하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계획을 짜면 그 계획을 따르느라 유연한 사고를 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인생을 망칠 위험이 있다. 그 대신 최종적인 비전은 가지고 있으되,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서 유연하게 행동하는 것이 좋다. 가령 놀런 아키볼드라는 CEO는 최종적으로 경영인이 되고 싶었기 때문에 남들이 좋다는 직장이나 고액 연봉 대신 처음부터 경영인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직업을 택했고, 결국 누구보다 빨리 경영인이 되었다. 저자 또한 처음에는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궁극적으로는 경영학을 공부하여 사회에 공헌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을 깨닫고 컨설턴트, 기업가를 거쳐 교수가 되었다. 당장 좋아보이는 일에만 고집스럽게 매달렸다면 이룰 수 없는 일들이었을 것이다.

 

이 책 덕분일까. 책을 읽고나서 나도 몇 가지 귀한 경험을 했다.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되는 일이 없었고, 남들과 비교했을 때 점점 뒤처지는 것만 같은 현실에 좌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해를 맞아, 그리고 얼마전에는 설을 맞아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니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에 끈덕지게 매달린 결과 내 생각보다는 빨리 내 꿈에 다가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이제까지 한 일이나 살아온 궤적이, 내가 평가하기에 틀린 것 같지 않다. 인생은 오직 그 자신만이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스펙, 학벌, 연봉, 재산, 외모... 그런 것들은 남의 기준일뿐, 내가 평가하기에 부끄럽고 한심하다면 말짱 꽝이다. 나는 내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이 겨울이 다 가기 전에 반드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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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8-16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며칠 전 시어머니가 이 책을 읽어보라고 주셨는데 바빠서 아직 손을 못대고 있었는데 오늘 읽을까봐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조인트사고 - 한 달에 30억을 벌 수 있는
코지마 미키토 & 사토 후미아키 지음, 오정연 감역 / 매일경제신문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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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30억을 벌 수 있는 조인트 사고>를 읽었다. 한 달에 30억을 벌 수 있다니! 저축은커녕 생활비 벌기에도 급급한 나로서는 꿈 같은 일이다. 책 표지를 보고 동생이 묘한 웃음을 짓는다. 언니가 드디어 돈 벌 생각을 하는구나, 아니면 나도 그 책 좀 빌려줘, 뭐 이런 뜻일까? 무슨 뜻이든 간에 매우 자극적이고 시선이 끌리는 제목임에는 틀림 없다. 암암.

 

이 책에는 무일푼이었던 저자가 불과 5년 만에 e-비즈니스로 17개의 회사를 세우며 한 달에 30억을 벌게 된 비법이 담겨 있다. e-비즈니스는 인터넷, 모바일 등 온라인 상에서 이루어지는 상업 활동을 이르는 말로, 온라인 쇼핑몰, 오픈마켓, 어필리에이트 등 광고 사업뿐 아니라 동영상 강의, 제작물 판매 등 콘텐츠 사업까지 넓은 분야를 포괄한다.

 

이 책의 공저자 중 한 명인 코지마 미키토는 30개사 이상 전직을 반복한 후 2006년 건강관련 비즈니스로 최초 독립한 이후 현재까지 17개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다른 한 명은 사토 후미아키로, 창업 직후 2억원의 빚을 안고 있다가 건설업, IT업, 콘텐츠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수익을 올리는 사업가로 변신했다. 두 사람은 코지마의 강의에 사토가 참석한 것을 계기로 처음 만났다. 그들은 코지마의 비즈니스 전략과 사토의 카피라이팅 기술을 결합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역시나 두 사람이 함께 기획한 사업은 첫 1개월만에 3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대성공을 거뒀다.

 

이 책에서 말하는 성공의 비결 역시 결합, 즉 '조인트(joint) 사고'다. '조인트 사고'란 각각 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결합하면 혼자 일할 때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온라인 상에서 이루어지는 비즈니스라고 해서 전적으로 혼자서 할 수는 없다. 온라인 쇼핑몰만 해도 웹 디자이너, 바이어, 기술자, 재무관리, 홍보 등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능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온라인 비즈니스라고 해도 '메일과 채팅보다는 전화를 하는 편이 좋고, 전화보다는 직접 만나는 것이 좋'다. 또한 '인터넷이 이 세상에서 없어진다고 해도 전혀 문제없이 돈을 벌 수 있는 자신이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p.67)

 

또한 다른 사람들과 조인트하기 위해서는 일단 나부터가 남들이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당신이 No.1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것을 습득하라'는 저자의 말이 참 와닿았다. (p.202) 무엇 하나 제대로 못 하는 사람들이 모인다고 잘 될 리 없고, 너무 수준차이가 나는 사람들이 모이면 모임이 깨지기 쉽다. 전략이면 전략, 말이면 말, 홍보면 홍보, 디자인이면 디자인... 무엇이든 간에 내가 확실하게 잘 하는 것이 있어야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남의 도움을 받기에도 수월하다. 이 책의 저자들이 성공적으로 협업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두 사람이 각각 자기 분야의 전문가였던 점에 있다.

 

제목에 솔깃해서 책을 읽게 되었지만, 막상 읽어보니 '비법'치고는 의외로 기본적이고 단순한 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온라인 비즈니스라고 해서 혼자서 다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과 협업하라든가, 무엇을 하든 일단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는 충고는 매우 마음에 와닿았다. 온라인 상의 거래라는 이유로 인격을 무시하고 매너를 잊어버리는 사람도 제법 있다. 얼굴이 보이지 않고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에서도 훌륭한 비즈니스 매너를 보이는 사람이라면 온오프라인 불문하고 어디서든, 어떤 사업이든 성공할 것이 분명하다. 어떤 일이든 모두 사람을 대하고, 사람과 함께하는 일이라는 귀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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