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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리더십 - KBS스페셜, 나를 행복하게 할 리더는 누구인가?
이재혁.K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서승범 정리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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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IPTV로 올해 초에 방영된 KBS 스페셜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보았다. 제목은 <행복의 리더십>. 올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들의 리더가 바뀌는 중요한 해다. 이런 시점에서 과연 이 시대가 어떤 리더를, 어떤 리더십을 원하는지 알아보는 내용의 다큐멘터리였다. 최근에 방영된 방송은 아니지만, 마침 이번주에 주요 대선 후보가 공식적으로 출마 선언을 하면서 대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급상승한터라 나 또한 이번 대선과 대선 후보들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자못 진지하게 보았다.

 

책 <행복의 리더십>은 바로 동명의 KBS 스페셜 다큐멘터리를 활자로 옮긴 책이다. 방송 내용이 알차게 반영된 책이라서 미처 방송을 보지 못한 독자라도 제작진의 의도와 방송의 흐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책을 먼저 읽고 방송을 본 다음 다시 책을 읽었는데, 방송은 여러가지 시각적인 자료가 제시되어 보는 재미가 있었고, 책은 한문장 한문장 곱씹으면서 리더와 리더십에 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저자 이재혁 KBS 스페셜 PD는 서문에서 먼저 왜 하필 제목을 '행복'의 리더십이라고 지었는지 이유를 밝혔다. 보통 리더십 하면 카리스마, 권위, 권력 같은 단어를 떠올리지 행복 같은 감상적이고 낭만적인 단어는 연상하기 어렵다. 그래서 처음에는 제작진조차도 이 제목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현재 대한민국 사람들이 원하는 리더는 이전 시대의 리더들처럼 카리스마가 있는 리더, 권력을 휘두르는 리더가 아니라, 국민과 소통하는 리더, 다양한 계층을 융화시키는 리더, 나의 고민을 듣고 같이 노력해주는 리더 - 즉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리더'라고 보았다. 현대인들은 더 이상 나라를 위해, 민족을 위해 나의 권리를 침해하는 리더를 원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나의 권리를 지켜주고,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리더를 원한다. 그렇다면 어떤 리더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 저자와 제작진은 역사와 외국의 사례, 여러 학문을 넘나들며 답을 구했다.

 

현재 우리 사회가 리더에게 가장 원하는 덕목은 바로 '소통과 공감' 이다. 소통과 공감을 실천한 리더로 소개된 사람은 바로 브라질 전 대통령 룰라다. 룰라 라는 이름만 들어도 기분이 유쾌해지고 춤을 추고 싶어지는 건 나뿐일까? 그는 이름만 즐거운 것이 아니라 정치도 즐겁게 했다. 브라질의 빈곤퇴치를 위해 '불사 파밀리아 프로그램' 등 여러 사회적 투자 사업을 시행하며 성공과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고, 빈민층뿐 아니라 중산층, 부유층 모두와 소통하고 공감하며 계층을 융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임기 종료 직전 그의 지지율은 무려 83퍼센트. 이른바 '삼바 리더십'이라고 불리는 그의 리더십은 역사상 전례가 없는 성공사례로 남았다.

 

소통과 공감을 몸소 실천한 역사적 인물로는 전 영국 수상 처칠이 있다. 세계대전이라는 최악의 위기에서 처칠은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며 공감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의 상징인 'V'자는 전쟁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의 표시이기도 했지만 실의에 빠진 영국 국민들을 위로하고 함께 승리하자는 제스처이기도 했다. 그의 리더십 스타일은 동시대 인물인 히틀러와 자주 비교 되는데, 히틀러는 작위적이고 연출된 모습을 보이면서 자신을 우상'화'한 반면, 처칠은 언제나 진심을 담아 말했고, 수상이기 전에 영국 국민의 일원으로서 소탈하고 진솔한 모습을 보이며 우상으로 여겨지길 거부했다. 역사가 누구를 진정한 우상으로, 위인으로 기억하는지 우리는 그 답을 알고 있다.
 

소통과 공감 못지 않게 중요한 리더십의 요소는 바로 '정의와 책임' 이다. 정의 하면 우리나라에 '정의 신드롬'을 일으키며 화제가 되었던 베스트셀러 도서 <정의란 무엇인가>가 저절로 떠오른다. 최근에는 '위로', '힐링'이라는 단어가 유행인데, 어쩌면 이 또한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로하는, '정의 신드롬'의 여파가 아닐까 싶다. 사람들이 이토록 정의를 갈망하는 것은 이 사회가 정의롭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정치 지도자들의 잇따른 추문,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야기한 월가의 불합리와 부정 등 최근 몇 년 간 전세계적으로 사회 지도층에 대해 실망하고 불신하게 만드는 사건이 유난히 많았다.

 

그 결과 이 시대는 이윤 추구가 목적인 기업도 먼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길 요구하고, 정치인들은 전보다 더욱 정의롭고 투명하고 책임과 의무를 다하길 기대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경영인 이나모리 가즈오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인 중 한 사람이다. 이전에 그의 저서를 몇 권이나 읽은 적이 있어서 책에 그의 사례가 소개된 것이 너무나도 반가웠다. 그가 현재 CEO로 취임한 일본항공은 일본 국민들조차도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대표적인 부실 기업이었다. 그런 기업을 떠맡은 것은 이제까지 승승장구해온 그의 커리어에 오점을 남길 수도 있는 위험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는 개인적인 성공보다도, 일본 내에서 기업을 제일 잘 아는 기업가이자 사회의 일원으로서 먼저 사회적 책임을 져야겠다고 판단했다. 현재 일본항공은 기적적으로 회생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리더는 또한 보통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비전을 가지고 사회를 혁신해야 한다. '혁신과 미션'의 예로는 핀란드의 첫 여성 대통령 타르야 할로넨을 들 수 있다. 나는 이분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에서 처음 보았는데 너무 인상적이어서 따로 자료를 더 찾아볼 생각이다. 핀란드는 2,3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처럼 수출 주도형 국가였다고 한다. 그러나 수출형 성장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고, 핀란드의 지도자들은 계속 수출을 할지, 아니면 사회복지국가로 전환할지 선택을 해야 했다. 그들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느냐보다 얼마나 일에서 재미를 찾고 책임감과 보람을 느끼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보았고, 그 결과 현재 핀란드는 성장과 복지를 모두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국민들의 행복지수도 높은 나라가 되었다. 지금 우리나라도 계속 수출 주도형 성장만 추진할지, 아니면 사회복지의 비중을 늘릴지 결정해야 할 기로에 놓여있다. 새로 뽑힐 리더가 어떤 선택을 해야 국민들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나는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핀란드를 보며 2,30년 후의 대한민국, 2,30년 후의 내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이외에도 반기문 UN 사무총장, 왕가리 마타이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 은행 전 총재,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故 이태석 신부 등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리더십의 모범을 보인 리더들이 소개되었으며, 이집트 민주화 시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칠레 광부들의 기적적인 구출 등 국제적인 사건, 사고에서 나타난 리더십 분석이 더해져 최근 몇 년 간에 나타난 중요한 리더십 사례는 모두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사례들이 단편적으로 서술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에는 어떤 함의를 주는지, 그리고 나 자신의 행복과는 어떻게 연관을 지을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끔 구성된 점이 좋았다.

 

 '행복의 리더십'이라는 제목을 지은 저자의 의도처럼, 좋은 리더십은 결국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개인들의 행복의 총합이 커지는만큼 나라도 행복해질 것이다. 올해 말 대한민국 국민은 앞으로 5년 동안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리더를 뽑는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한다. 내 한 표가 나의 행복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리더, 나라를 행복하게 만드는 리더를 뽑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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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 벅의 인생 수업 - 여자를 위한 아름다운 고전 딸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 2
펄 벅 지음, 이재은 옮김 / 책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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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곧 초등학생용 동화나 위인전 같은 책만 읽다가 중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어른들이 보는 세계문학 코너에서 고른 책이 펄 벅의 <대지>였다. 여성 작가로서는 드물게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미국인 여성의 시각에서 중국의 사회상이 반영된 소설을 썼다는 것이 어린 눈에도 퍽 신기하고 멋지게 보였던 모양이다. <대지>를 읽고 나서 <대륙의 딸들> 같은 중국 관련 소설을 줄줄이 읽기 시작했으니 나에게 펄 벅은 제법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그로부터 십 여 년이 흐르고, 이번에 나는 펄 벅을 소설이 아닌 자기계발서로 만났다. 제목은 <펄 벅의 인생 수업>. 부제는 '여자를 위한 아름다운 고전'이고, 책 소개글로는 '대문호 펄 벅이 전하는 여자라면 한 번쯤 읽어야 할 아름다운 인생의 지혜'라고 되어있다. 일단 나는 소설가인 펄 벅이 자기계발서를 썼다는 점이 신기했다. 물론 당시에는 지금처럼 자기계발서라는 장르가 유행하지 않았으니 펄 벅이 자기계발서를 썼다고 보기는 어려울 지 모르나, 내용상으로 봤을 때 요즘 나오는 자기계발서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오히려 펄 벅 특유의 -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문화와 미국의 문화를 비교하는 글 전개 방식이 더해져서 읽는 재미도 있고 설득력도 있었다.

 

펄 벅은 이 책 외에도 <딸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 등 여성을 위한 글을 많이 썼다. 펄 벅은 서문에서 '여성들을 몰아가는 파시즘의 경향(pp.8-9)'을 우려하여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당시는 제 2차 세계대전 무렵으로,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참정권이 인정되던 그 전까지의 추세가 수그러들었다. 펄 벅은 이런 서구 사회를 비판하는 동시에 여성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역설했다. 당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 등 서양 국가들에 비해 훨씬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장으로, 사업가로 성공하는 여성들을 종종 볼 수 있었고, 일 하는 여성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집에 있는 여성도 어머니이자 아내, 집의 안주인으로서 당당하게 자기 역할을 해냈다. 반면 서구의 여성들은 사회 진출의 문이 넓혀졌는데도 의욕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사회 활동을 하는 여성들을 질투하고 비하하며 열등감을 드러냈다. 펄 벅은 이러한 세태를 꼬집으며 여성으로서 보다 자기 실현을 하며 살라고 주문했다.

 

뿐만 아니라 여성성의 정의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좋은 아내가 되고 현명한 어머니가 되는 것은 여자로서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지, 그것만이 여자가 할 일인 것은 아니다. 펄 벅은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삶은 여성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지만, 그 특권이 자기 삶의 발목을 붙드는 족쇄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이러한 내용의 글은 요즘 나오는 자기 계발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펄 벅의 글은 지금으로부터 약 70년 전에 쓰여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아직까지도 당시 펄벅이 기대했던 만큼 여성의 사회 진출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방증이 아닐까. 펄 벅의 글을 사랑하고, 여성으로서의 삶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누군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은 무수히 많다. 단지 지금껏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은 여성이라는 특권에 빠져 지내면서 사회현상을 지각하는 능력이 뒤처졌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죽은 사람처럼 살고 싶은가? 자신을 매몰시키고 주위 사람들까지 구덩이로 끌어들여 불행을 재생산하고 싶은가? 선택은 이 글을 읽는 여성 자신의 몫이다.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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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본능]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소비 본능 - 왜 남자는 포르노에 열광하고 여자는 다이어트에 중독되는가
개드 사드 지음, 김태훈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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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신간평가단 도서는 매달 단원들의 추천도서를 취합하여 그 중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책 중에서 두 권이 선정된다. (출판사 사정에 따라 3순위, 4순위가 선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데 이번달 신간평가단 도서 두 권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장르도 내용도 묘하게 겹쳤다. 먼저 읽은 댄 애리얼리의 신작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은 행동경제학에 기반하여 인간의 심리와 경제학적 행위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관해 쓴 책이라면, <소비본능>은 진화심리학을 통해 소비라는 인간의 경제적 선택을 설명한 책이다.

 

사실 경제학에 다른 학문, 특히 심리학을 접목하는 추세는 최근 몇 년 간 아주 흔히 볼 수 있었다. 이는 2000년대 초에 벌어진 엔론 사태나 아직도 여파가 가시지 않은 글로벌 금융 위기 등 일련의 사건을 경험하면서 인간의 합리성에 기반한 고전파 경제학과 수학 및 통계를 신봉하는 실증적 연구 흐름이 도전을 받았고, 그 대안으로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위를 설명하는 행동경제학이 주목을 받게 된 덕이 크다.

 

경제학에 심리학을 접목하는 데 있어 비교적 사회과학의 성격이 강한 인지심리학이나 소비자심리학을 적용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 책 <소비본능>은 자연과학, 그 중에서도 생물학에 가까운 진화심리학을 끌어들인 점이 특이하다. 진화심리학은 다윈의 진화론에 기초하여 인간의 행동의 근원을 이해하는 학문이다. (p.21) 인간의 행동이 사회적으로 구성된다고 배운 사회과학도의 눈으로 보기엔 진화심리학이 영 낯설게 보이지만, 과학이라는 큰 틀 안에서 보면 진화심리학이라는 학문도 설득력이 있고 매력적으로 보인다. 인간 역시 생태계의 일부이고 다른 생물종과 비슷한 유전적 형질을 공유한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지구의 역사에서 고작 몇 천 년을 살았을 뿐인 인간이 몇 십억년을 다르면 무엇이 얼마나 다를까.

 

저자는 이 책에서 의식주 같은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행위를 비롯하여 구애와 구혼, 결혼생활, 가족 구성 등 관계적 행위, 스포츠, 음악, 패션 등 문화적 행위까지 다양한 인간의 행위를 진화심리학의 관점으로 분석했다. 재미있는 점은 저마다 다르게 보이는 행위들이 근본적으로는 선택에 기반하고 있고, 선택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곧 소비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를 이끌어내야 하는 마케터, 경영자들이 인간의 선택 행위를 이해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선택 행위의 본질인 진화심리학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가령 남성은 수컷의 특성상 젊음과 번식력의 중요한 지표인 여성의 신체적 아름다움을 중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가요 가사만 보아도 남자 가수들의 노래에는 '예쁘다, 아름답다, 섹시하다' 등 여성의 외면을 칭찬하는 말이 많다. 반면 여성은 부와 직업, 학력 같은 남성의 사회적 지위를 중시한다. 언뜻 남성의 선택과 다르게 보이지만, 남성의 높은 사회적 지위가 여성의 번식력을 높이고 더 좋은 양육 환경을 기대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근본은 같다. 그래서 여성 가수들의 노래에는 돈이 없거나 사회적 지위가 낮은 애인을 비난하거나, 칭찬을 하더라도 '착하다, 따뜻하다, 나를 감싸준다' 등등 성품에 관한 말이 많다. (pp.189-96 참조) 뮤지션들이 이러한 성별 특성을 이해하고 음악을 만든다면 대중의 마음에 더 호소할 수 있을 것이고, 자연히 노래의 인기도 높아질 것이다.

 

생산자뿐 아니라 소비자도 진화심리학을 통해 자신의 소비 행위를 돌아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왜 그 노래를 좋아하는지, 많은 제품 중에 왜 이 제품만 선호하는지, 왜 명품을 사는지, 짝퉁을 사는지, 가방을 모으는지, 비싼 시계를 사는지, 외제차를 사는지, 그리고 그 사람을 사랑하는지... 등등 이제까지 내가 했다고 철석같이 믿었던 선택과 결정들은 어쩌면 모두 본능이 시킨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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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 우리는 왜 부정행위에 끌리는가
댄 애리얼리 지음,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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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한 해의 시작이니까, 여름은 노출의 계절이니까 등등의 이유로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사람 참 많다. 이런저런 이유로 다이어트를 결심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성공 못한 사람들은 가을에 도전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계절 가을에 다이어트를 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일단 맛있는 음식이 정말 많다. 날씨가 서늘해져서 따뜻한 음식을 더 찾게 되고, 매운 음식은 매운 음식대로, 단 음식은 단 음식대로 여름보다 더 맛있다. 가장 큰 고비는 뭐니뭐니해도 추석. 명절을 맞이하여 일찌감치 명절 음식 준비하면서 먹고, 명절이라고 먹고, 명절 끝난 다음에는 음식 치운다고 먹다보면 살은 모르는 새에 찌게 마련이다. 체중계에 올라가면, 아니 늘어난 살만 봐도 한숨이 푹푹 나오고 당장 살을 빼야 한다는 결심이 서지만, 결국에는 이 달콤한 말 한 마디에 오늘도 먹고 내일도 또 먹는다. 오.늘.까.지.만.

 

사실 이 '오늘까지만 먹겠다'는 말도 자기 자신에 대한 거짓말이다. 그렇게 보면 우리는 하루에도 참 많은 거짓말을 한다. 내일부터는 운동을 꼬박꼬박해야지, TV는 몇 시까지만 봐야지, 오늘까지만 늦게 자고 내일은 꼭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지 등등. 가끔은 남한테도 거짓말을 한다. 싫은데 좋다고, 안 괜찮은데 괜찮다고 착한 사람인 척 하는 거짓말. 싫어져서 헤어지는 건데 사랑하니까 헤어져야 한다는 희망고문. 이 정도 사소한 거짓말은 누구나 하는 것 아니냐며 쉽게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소한 거짓말을 수 천, 수 만 명이 한다고 생각해보자. 그것도 회사에서, 금융가에서, 정부에서....!

 

 

저명한 행동경제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상식 밖의 경제학>의 저자인 댄 애리얼리의 신작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은 바로 이러한 사소한 거짓말이 낳는 엄청난 폐해에 관한 책이다. 최근 몇 년 간 경제학계의 대세는 행동경제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합리적인 동물이라는 고전파 경제학의 기본 전제의 허구성을 지적하고, 인간의 비합리성과 그로 인한 경제적 영향을 분석하는 경제학의 하위 분야다. 저자는 이번 책에서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위 중에서도 거짓말에 주목했다. 왜 사람은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경제학을 떠나 윤리학, 심리학에서도 궁금해할 법한 주제다.

 

저자는 거짓말을 하는 이유와 결과를 비용편익분석, 퍼지요인 이론, 이익충돌 등 경제학적인 차원뿐 아니라 자아고갈, 자기신호화, 자기기만 등 심리학적 차원, 사회적 전염, 사회적 의존 등 사회학적 차원 등으로 다양하게 분석했다. 그 중에서도 나는 자아고갈, 자기신호화 같은 심리적 차원의 분석이 아주 재미있었다.

 

자아고갈은 쉽게 말해서 이런 현상이다. 대학 시절, 강의 초기에는 앉을 자리 없이 빽빽했던 강의실이 시험기간만 되면 텅텅 비었다. 교수님이 이유를 물어보면 열에 일곱, 여덟은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유를 댄다. 왜 대학생 손자, 손녀를 둔 할머니들은 유독 시험 기간에 많이 돌아가시는 걸까? (물론 강의를 듣는 대신 시험 공부를 하거나 쉬기 위한 거짓말이 분명하다. 그 중에는 진짜 할머니가 돌아가신 사람도 있겠지만...) 저자는 그 이유를 '자아고갈'이라고 분석했다. 자아고갈은 심리적 압박이 극도에 달해 도덕성이나 자기통제력이 고갈된 상태를 말하는데, 이 상태가 되면 평소 같으면 안 했을 거짓말도 쉽게 해버린다는 것이다.

 

자기신호화의 예로는 소위 말하는 '짝퉁'을 들 수 있다. 저자의 실험에 따르면 진짜 명품을 들고 있는 사람에 비해 짝퉁을 들고 있는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비율이 훨씬 높았다. 가짜 명품을 들고 있다는 사실이 가짜, 즉 거짓말을 하도록 자기 자신에게 신호를 보내기 쉽다는 설명이다. 하기야 거짓말을 한 번 하기가 어렵지, 한 번 한 사람이 두 번, 세 번 하기는 쉬울 것이다. 가짜를 진짜인 양 들고 다니는 것도 거짓말이라면, 짝퉁을 들고다니는 사람이 거짓말을 할 확률이 높다는 설명이 이해가 된다.

 

이 밖에도 다양한 사례와 실험을 통해 거짓말에 관해 분석한 점이 돋보이는 책이다. 요즘 나오는 경제학 서적 중 대다수가 심리학과 접목하거나 도덕, 윤리에 관해 논하는 책인 것 같다. 이 책은 경제학과 심리학에 베이스를 두면서 도덕, 윤리적 문제를 논했다는 점에서 요즘 트렌드에도 잘 맞는 책인 것 같고, 특히나 금융위기와 각종 부정 사건으로 인해 재계, 금융계의 도덕성을 의심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보아도 시의적절한 테마를 다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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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연의 독설 - 홀로 독 불사를 설, 가장 나답게 뜨겁게 화려하게
유수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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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서점 한 켠에서 유수연의 첫 에세이 <20대, 나만의 무대를 세워라>를 만났던 때가 생각난다. 유명하지 않은 대학에 재수로 들어가 4학년 때 돌연 유학을 결심, 치열한 유학 생활과 직장 생활 끝에 한국으로 돌아와 영어강사로 변신했고, 현재는 연봉 10억원에 달하는 스타 토익 강사이자 경영자로서 대단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유수연. 그녀의 뜨거운 열정과 부단한 노력이 묻어나는 인생 스토리를 읽으며 나도 많은 자극을 받았고 동기 부여가 되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르는 동안 그녀는 여전히 정상의 위치에 있고, 나는 대학을 졸업한 뒤 몇 번의 시험에 낙방한 끝에 인생을 좌우할 선택을 했다. 최고의 강사와 바람 잘 날 없는 사회초년생 - 나와 그녀 사이의 거리는 여전히,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책 한 권을 통해 그녀를 다시 만났다. 바로 그녀의 신간, <유수연의 독설>로.

  

독. 설. '나만의 무대를 세우라'든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길을 찾았다'던 저자의 예전 저작들과는 다르게 터프하고 비정한 느낌마저 드는 제목이다. 무엇이 지난 몇 년 사이에 저자를 이토록 대담하게 바꾸었을까? 책을 읽어보니 저자를 바꾼 것은 다름 아닌 대중이 아닐까 싶었다. 잦은 TV 출연과 강연, 그리고 얼마전 '스타 특강쇼' 출연으로 저자에게 열광하는 팬도 늘었지만, 저자의 솔직하고 대담한 화법을 안 좋게 보는 시선도 늘었다고 한다. 그런 시선 앞에, 저자는 피하거나 숨는 대신 당당히 맞서는 쪽을 택했다. 대중에게 미움받지 않으려고 착한 척, 겸손한 척 하는 대신, 나는 이방인이다, 행복한 마이너리티다, 고독한 승리자다, 내가 이렇게 성공하는 동안 당신들은 무엇을 했는가 - 이렇게 반문하는 것이 '유수연 스타일'이다.

 

저자의 글 속에 자주 나오는 단어들을 보면서 일련의 대립항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중, 다수, 구속, 개성 상실, 비겁함. 그리고 그에 맞서는 고독, 자유, 만족, 행복, 개성. 유수연은 단연 후자에 속하는 인물이다. 대중의 뜻에 따르지 않아 욕을 먹고 시기와 질투를 받아도, 비겁하게 그들의 기대에 맞추거나, 학교나 회사 같은 더 큰 권위에 기대는 대신, 자기 이름 석자를 믿고, 인생을 증거로 사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저자가 고독하지만 행복한, 이 세상에 몇 안 되는 승리자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앞으로 이 사회에 힘이 되어줄 20, 30대 젊은이들에게, 무한 가능성과 능력이 있음에도 주저앉아 있는 청춘들을 위한 채찍이다. 당근은 없다. 그들의 당근은 감히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당근, 즉 그들의 미래는 내 능력보다 더 원대하다. 젊음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무한대이며 그들의 파괴력은 함부로 가늠하거나 논할 수 없다. 이 시대의 청춘들은 약자가 아니다. 단지 아직 스스로를 드러내지 못한 것뿐이다. (서문 중에서)

 

 

'과연 독기를 가지고 사는 것이 좋은것인가'라는 식으로 방어하지 마라.

그럼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평생을 흐리멍덩하게 사는 것은 좋은 것인가? (P.58)

 

 

그대가 할 일은 그대가 찾아서 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그대가 해야 할 일이 그대를 끝까지 찾아다닐 것이오. -조지 버나드 쇼

 

 

노력이란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내게 주어진 것을 노력해서 해내는 것이다. 나의 노력이 내 방 안에서, 혹은 자기만족에서 끝나기를 원하는 게 아니라면, 이 사회에서 인정받고 빛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요구되는 노력들에 대해 먼저 증명해야 한다. (P.93)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몰라도 애플사의 창업주인 故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와 일치하는 부분을 몇 가지 발견했다. 유명하지 않은 대학을 나와 자기 힘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도 비슷하고, 젊은이들의 멘토라는 점도 같다. 정상의 자리에서도 끊임없이 도전을 시도하는 점은 'stay foolish, stay hungry' 정신과 비슷하다.

 

무엇보다도 내가 인상적으로 느낀 점은 MBA를 나온 경영학도이면서 오랜 유학생활로 영어를 잘하는 데다가 남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라는 점을 접목하여 자기만의 영어 강의 사업을 시작한 저자의 인생 궤적이 그 유명한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연설에 나온 'connecting the dots' 스토리와 일맥상통한다는 점이다. 살면서 지나왔던 궤적들을 이어 인생으로 연결시킨다는 뜻의 'connecting the dots' 스토리는 그냥 들으면 아주 멋진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이를 자기 삶에 적용하는 것은 매순간 최선을 다 하고, 잘났든 못났든 자신의 삶의 파편들을 모두 끌어안을 수 있는 포용력과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자기 삶을 참 알차고 단단하게 꾸려나가고 있는, 다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이 분다 해도 쓰러질 걱정이 없기에, 쓰러진다 해도 다시 일어날 힘이 있기에, 남의 눈과 입을 두려워하지 않고 담담하게 독한 말을 거침없이 쏟아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보통 독설 하면 독만 남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책은 독보다 '설(說)'이 남은 케이스다. 앞으로 저자 유수연의 활약을 계속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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