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처럼 일하는 직장인이 성공한다
부경복 지음 / 위츠(Wits)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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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우리나라에서 연봉을 가장 많이 받은 직장인은 누구일까? 바로 국내 최고의 대기업 삼성전자의 임원이라고 한다. 그들의 평균 연봉은 자그마치 59억 9,000만 원. 같은 해 전체 직장인의 평균 연봉이 2,256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자그마치 265배나 많이 받는 셈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변호사처럼 일하는 직장인이 성공한다>를 읽고 그 답을 알 수 있었다. 저자 부경복은 대원외고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경영대학과 법과대학을 차례로 졸업한 엘리트 중의 엘리트다. 그는 1997년 법과대학 3학년 재학 시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2000년부터 7년 동안 국내 최고의 법률사무소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일했고, 현재는 법률사무소 TY&PARTNERS의 대표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업무상 십여 년 간 변호사의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훈련하고 기업에서 성공한 변호사들의 사례를 연구하면서 그는 정치인, 기업인 등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 중에 유난히 변호사가 많은 이유는 바로 그들의 의사소통 능력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요즘 따라 죄다 변호사인 이유, 그것은 그들이 논리적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추었고 지금 우리 사회와 기업이 그러한 능력을 절실히 원하기 때문이다." (p.43)

 

 

그렇다면 변호사들의 의사소통 능력은 보통 사람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 것일까? 저자는 모두 열여덟 가지 특징을 제시했다. 그 중 하나는 '생각전달의 기본틀'이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무조건 말을 많이 하지 말고, 대화의 목적과 상대방의 의도에 맞추어 간결하게, 그러나 핵심은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이 생각전달의 기본틀이 갖춰진 대화법이다. 대화의 목적과 상대의 의도에 맞는 대화라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다. 만약 상사가 어떤 문제에 대한 보고서를 올리라고 지시했다면 부정적인 결과만 전달할 것이 아니라 그러한 부정적인 결과를 해결할 방안까지 제시해야 능력 있는 직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안 될 것 같다." 보다는 "이러한 점들만 해결하면 될 것 같다."는 답변이 사장의 사고체계와 맞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p.78) 직장은 일을 '하기' 위한 공간이지 '안 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사의 의도를 잘 모르겠다면 부정보다는 긍정을, 현상유지보다는 변화를 선택하라."(p.79)

 

 

이 밖에도 저자는 '일을 하지 말고 답을 하라', '질문은 모르는 것을 묻는 것이 아니다.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이다', '결론부터 말하라', '당신의 기준을 밝히고 사실을 대입하라' 등 여러 가지 팁을 제시했다. 어려운 내용은 아니지만 의외로 직장뿐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이러한 기본적인 대화 원칙들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론을 말하지 않고 빙빙 돌려 말한다든지, 서로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었는데 나중에야 그것을 확인한다든지 말이다. 직장에서 이러한 원칙을 잘 지켜서 말을 한다면 말을 한 사람도 원하는 바를 100퍼센트 전달할 수 있어서 좋고, 듣는 사람도 알아듣기 쉬워서 좋을 것이다. 상사한테 '똑똑하다', '일 잘한다' 이런 칭찬도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요즘 같은 무한 경쟁시대에 누가 일을 열심히 안하고 자기 계발을 게을리 할까? 그런데 누구는 성공하고 누구는 그렇지 못하다면, 운이나 인맥 같은 요소가 작용하지 않은 이상, 다른 이유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비단 직장생활뿐 아니라 취업 면접이라든가 실생활에서도 의사소통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생각은 많은데 말을 잘 못해서 고민하는 분들, 말 때문에 오해 산 적 있는 분들, 직장에서 보다 능력있는 직원으로 인정받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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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 신고 독서하기 - 그녀들처럼 성공하는 지적인 자기계발 독서법
윤정은 지음 / 애플북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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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 신고 독서하기>. 제목이 참 근사하다. 키도 크고 발도 커서 하이힐은 잘 안 신지만 독서는 매일 같이 하고 있는 여자로서 전부터 읽어 보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 윤정은 님은 파티플래너, 의상 디자이너, 광고대행사 마케팅 등 10여 개가 넘는 직업을 전전한 끝에 현재는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인 분이라고 한다. 이 책은 독서법에 관한 책이면서 동시에 여성을 위한 자기계발서이기도 하다. 즉, 성공하기 위해, 자기계발을 하기 위해 여성들이 책을 언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에 관한 책인 셈이다.

 

 

이 책은 크게 네 개의 파트로 나뉜다. 첫번째 파트에는 자기계발을 하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관한 저자의 설명이 나온다. "당신의 소비습관을 들여다 보자. 어디에 가장 투자를 많이 하며 어디에 가장 인색한가? 현재 문화비로 한 달 생활비의 10~20퍼센트 정도 투자하고 있다면 청춘 재테크를 잘하고 있는 편이다.(p.32)" 저자는 '이십 대에 버는 돈은 진짜 네 돈이 아니'라며 그 돈을 책을 사는 데 쓰라고 조언한다. 지금 읽은 책 한 권, 문장 한 줄이 내 인생을 통째로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한 달 생활비의 20퍼센트 정도를 책 사는 데 쓰고 있다. (인터넷 서점, 적립금, 마일리지 등을 다 고려하면 그보다 더 쓰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의 이 '투자'가 내 인생을 부자로 만들어 줄까? 일단 한 번 믿어보고 싶다.

 

 

두번째 파트에는 독서를 통해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생을 살게 된 여성 멘토들이 소개되어 있다. 큐레이터 이주은, 이미지 컨설턴트 김은실, 영화사 대표 정승혜 등 사회적으로 유명한 여성 멘토들이 등장하여 책이라는 것이 정말 성공으로 이어지기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번째 파트에는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을 비롯하여 강금실, 마거릿 대처, 한비야, 오프라 윈프리 등 역사에 남을 만한 여성 인사들의 책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국회의원 시절에 쓰신 책에 관한 소개도 나와 있는데, 대통령께서 소녀 시절 <삼총사>와 <삼국지>를 즐겨 읽으셨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네번째 파트에는 성공으로 이어지는 독서법에 관한 구체적인 예시와 설명이 나온다. '베스트셀러에 현혹되지 말라', '서점을 즐기는 여자가 돼라', '다독보다 정독에 욕심내자' 등 하나하나 공감가지 않는 내용이 없었다. 특히 나만의 독서노트, 문장노트를 만들라는 부분이 마음에 와닿았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책을 계속 읽었지만 요즘처럼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읽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책을 읽을 때마다 독서노트를 쓰고, 그 내용을 블로그에 서평으로 올리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책을 그냥 읽지 말고 한 줄이라도 내 글로 적어보고 그 글을 모아두면, 남한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도움이 된다. 여성으로서, 독서가로서 조금 더 나은 책읽기, 풍성한 책읽기를 하고 싶은 분께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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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 - 성장이 멈춘 세계, 나와 내 아이는 어떤 하루를 살고 있을까
요르겐 랜더스 지음, 김태훈 옮김 / 생각연구소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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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인 2002년에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한일 월드컵'이다. 우리나라가 월드컵을 개최한다는 것만 해도 경사스러운 일인데 4강에 진출하는 기적적인 일까지 벌어져 온국민이 함께 감동했던 기억,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 때는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후 박지성을 비롯한 수많은 축구 선수들이 영국 프리미어 리그를 비롯하여 해외 리그에서 당당히 선수로 활약했다. 또한 그 때만 해도 스포츠 종목으로서는 불모지나 다름 없던 피겨 스케이팅에서 김연아라는 슈퍼 스타가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스마트폰은커녕 휴대폰도 없는 중고등학생이 많았고(나도 2002년에 처음 휴대폰을 가졌다.), 3D 영화는커녕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수도 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하고, 대통령도 두 번이나 바뀌고, 나도, 내 생활도 바뀐다.

 

 

그렇다면 앞으로 십 년 후, 아니 사십 년 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MIT 출신의 세계적인 미래학자 요르겐 랜더스의 <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를 읽으면서 앞으로 사십 년 후의 지구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저자 요르겐 랜더스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인류와 지구의 미래에 대해 연구하는 글로벌 비영리 연구기관 '로마클럽'의 멤버로서 <성장의 한계>라는 중요한 책을 집필하는 데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기후 문제를 비롯하여 현존하는 인류의 위협들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하고 인류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방법에 대해 모색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연구를 집대성한 책으로, 2052년이라는 구체적인 시기를 상정하고, 그 때 인류의 모습이 어떠할지를 기후, 인구, 식량,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저자의 어조는 매우 부정적이다. 마음 같아서는 제목에서 '쉽게'를 빼고 <더 나은 미래는 오지 않는다>로 짓고 싶지 않았을까? 그러나 저자는 차마 그러지 못했다. 어쨌든 이 지구에는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새 생명이 태어나고 있고, 그들에게는 죄가 없다. 죄가 있는 것은 더 나은 미래가 오지 않을 것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바꾸지 않는 어른들이다. 그러니 비록 지금 이대로라면 부정적인 미래를 맞을 가능성이 높지만 노력하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을 전해주고 싶어서, 굳이 제목에 '쉽게'라는 단서를 붙인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먼저 저자는 현존하는 인류의 위협 요소들을 나열하고, 각각이 왜 위험한지를 설명한다. 희귀자원의 대체물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일, 온실가스 같은 위험한 배출 물질에 대한 해결책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일, 지하수, 빙하수처럼 과거에는 공짜였던 생태 서비스를 대체하는 일, 원전 해체, 연안 설치물 제거를 비롯해 과거의 인류 활동으로 누적된 피해를 복구하는 일(p.128) 등 인류가 야기했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수없이 많다. 특히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자로 재난을 계기로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서 이를 대체할 에너지원 개발이 시급해졌다. (p.170) 인구는 점점 늘고, 사람들의 소비 수준은 높아지고 있는데, 이를 감당할 새로운 에너지원은 찾지 못한채 점점 화석연료만 고갈되고 있다. 걱정스러운 일이다.

 

 

책에 그려진 미래 모습을 고려하면 걱정은 더욱 커진다. 2052년에는 대부분의 세계 인구가 대도시에서 살 것이라고 한다. "대도시는 대다수 사람들의 사회적 세계를 구성한다. 또한 인간 종의 사회적 존재를 규정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국가보다 더 중요해진다. 우리는 이미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가령 우리는 미국으로 이주한다고 말하지 않고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한다고 말한다." (p.257) 그렇다면 사람들은 더 많이 소비하게 될 텐데 그 자원은 어디서 마련하나? 지금처럼 편안히, 물질 걱정 없이 살기는 어렵지 않을까? 전자책도 한몫 한다. "인쇄 도서에서 전자 도서로의 전환을 예로 들어보자. 디지털 도서로의 이동 노력은 1970년대에 시작되었지만 최초로 전용 이북 리더가 출시된 것은 1998년이다. 소니의 이북 리더와 킨들 같은 주류 제품이 2006년과 2007년에 출시되기 전까지 시장의 수용 속도는 여전히 느렸다. 그러나 아마존은 그로부터 4년 만에 인쇄 도서보다 전자 도서를 더 많이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p.373) 전자책 수요가 종이책 수요를 추월할 조짐이 보인다지만, 전자책 수요가 늘면 그만큼 에너지 수요도 늘 것이다. 그에 대한 대책은 마련된 것일까? 에너지가 부족해서 전자책으로 책을 읽지 못하게 되면 나처럼 책 좋아하는 사람은 어쩌나? 걱정이 태산이다.

 

 

그러나 걱정만 할 일은 아니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벌써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들었을 것이고, 이미 세계 곳곳의 정부, 기업, NGO 등은 앞장선 지 오래다. 금융가도 예외는 아니다. "근래까지 투자계는 지속가능성 협의에 참석하지 않은 이해관계자가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부채와 조화를 이루는 장기 자산을 모색하고 정부가 여력이 부족한 은행 분야가 아닌 곳에서 녹색 경제에 투입할 자본을 도모하면서 상황이 변하고 있다. 나는 2020년까지 일련의 새로운 정책적 지원과 규제, 금융 혁신이 일상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모든 대도시에서 건물 개보수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투자자들은 아마도 확정이자부 채권 형태로 에너지 절약과 연계된 배당금을 받을 것이다." (pp. 280-1)

 

 

마지막으로 저자는 독자들이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스무 가지 방법을 '미래를 위한 조언'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했다. 그 중에서 나는 '소득보다 만족도에 초점을 맞춰라', '훌륭한 전자 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하고 좋아하는 법을 배워라', '모든 성장이 좋은 것이라고 믿지 마라' 등의 조언이 마음에 와닿았다. 특히 저자는 기계, 컴퓨터, 로봇 등 기술의 발달로 인해 앞으로 제조업 분야의 직업은 절멸하는 반면, 기계로 대체 불가능한 서비스나 돌봄 분야의 직업은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조언하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직업을 고를 때에는 대체 불가능한 서비스 및 돌봄 분야, 또는 에너지 효율성이나 재생에너지 분야를 택하는 것이 낫다고 한다.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나는 어쩌나. 더 나은 미래는 역시 쉽게 오지 않을 것 같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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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비 윈투어 - 스타일리시한 포스를 만드는 39가지 자기경영법 Wannabe Series
제리 오펜하이머 지음, 김은경 옮김 / 웅진윙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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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동안 세계 최고의 패션 매거진 미국 <보그(VOGUE)>의 편집장을 역임하고 있는 안나 윈투어. 힐러리 클린턴의 뷰티 컨설턴트, 마크 제이콥스의 대모,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적인 파워 피플 등 그녀를 수식하는 말들은 실로 화려하다. 그런 그녀를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린 것은 단연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 주연의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들 수 있다. 이 영화에서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악마 같은 패션지 편집장의 모델이 안나 윈투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녀의 이름은 패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익히 알려지게 되었다.


나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패션에 관심이 있기는 하지만 최근의 일이고, 좋아하는 스타일도 <보그>에서 다루는 하이 패션이 아니라 편안하고 심플한 스타일이라서 안나 윈투어라는 사람이 그렇게 대단하고 유명한 사람인지 잘 몰랐다. 그러다가 도서관 서가에서 그녀에 관한 평전 <워너비 윈투어>를 발견하고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워너비 재키>, <워너비 오드리> 등 '워너비'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은 데다가, 환갑을 넘기고도 (안나 윈투어는 1949년생이다) 젊은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최신 유행의 첨단을 걷는다는 것이 굉장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은 사람으로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키, 오드리와 비교했을 때) 그녀는 '워너비'로 삼을 만한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장점과 패션계에 남긴 업적은 충분히 이해한다. 영국의 유명 저널리스트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어린 나이에 패션에 눈을 떴고, 고교 졸업 후 바로 패션지의 세계에 들어섰다. 비록 까다로운 성격과 남다른 야망 때문에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았고 어떤 조직에서도 잘 적응하지 못했지만, 뛰어난 감각과 끈기로 어린시절부터의 꿈 - 미국 <보그> 편집장 - 을 이루었다. 이것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괜히 '악마'라는 별명이 붙은 것이 아니다 싶을 만큼 악독한 성격과, 패션과 미(美) 이외에는 그 무엇에도 관심이 없고 인정하지도 않는 편협함, 그리고 명사로서 책임감이 없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사생활은 그녀의 업적을 덮고도 남을 것 같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틀린 일이 아니지만, 그 수단과 방법이 공정하지 않고 도덕적으로도 그릇된 것이라면 과연 그 성공에 값어치가 있는 것일까? 성공의 진정한 의미, 내실 있는 성공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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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의 선물 - 인생의 전환점에서 만난 필생의 가르침
에릭 시노웨이 & 메릴 미도우 지음, 김명철.유지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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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의 선물


<하워드의 선물>은 저자 에릭 시노웨이가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은사이자 인생의 멘토인 하워드 스티븐슨 교수와 수년 동안 나눈 대화를 기초로 쓴 책이다. 하워드 교수는 40년 넘게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한 경영학계의 전설이자 수많은 학생들의 존경받는 스승이다. 그는 어느 날 교정을 거닐다가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쓰러졌으나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그 때 제자인 에릭과 다시 만났고, 그 후 몇 년에 걸쳐 여러 번의 만남을 가지며 인생의 교훈을 전해주었다.


책의 구성을 보고 나는 십여 년 전 베스트셀러였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떠올렸다. 차이점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 출간된 당시와 달리 지금은 미국 경제가 오랜 불황의 늪에 빠져있다는 점이다. 불황이 되면서 영원히 장밋빛일 줄 알았던 미국 경제는 급속히 하락했고, 실업자, 실직자 수가 급속히 늘면서 안정적인 직업, 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또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계기로 도산하거나 침체 상황에 놓인 기업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은 어떻게 경력 설계, 인생 설계를 해야할 것인가. 이 책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하워드와 에릭의 대화에 등장하는 사례를 보면 이 점을 더욱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에릭의 대학 후배 미셸은 회사의 갑작스런 조직 재편으로 인해 미래가 불확실해졌고, 옛 직장 동료 조지는 하고 있는 일이 있기는 하지만 예전 같은 열정이나 동기를 느끼지 못해 활력을 잃었다. 루디는 가까스로 취업에 성공했으나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무기력한 상태에 빠졌고, 마이클은 직업을 가지기도 전에 지레 포기하고 놀면서 젊음을 소비하고 있다. 누구하나 자기에게 꼭 맞는 일을 하고 있지도 않고, 자기가 하는 일에 만족하지도 않는다. 큰맘 먹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자니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잃을 판이다. 한국의 직장인, 취업준비생의 상황도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게 인생의 고비에 봉착한 사람들에게 하워드 교수는 이를 위기라고 생각하지 말고 '전환점'이라고 생각해보라고 조언한다. 전환점이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 보라'는 일종의 신호"(p.28)이라고 하워드는 말한다. 나는 이 문장을 읽고 엉뚱하게도 연애를 떠올렸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잘 만나다가 어떤 말이나 행동 때문에 불현듯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 생각을 무시하고 계속 만나도 결국 헤어진다. 그 때마다 생각한다. 불현듯 들었던 '안 맞는다'는 생각이 이별의 신호였던 것은 아닐까? 하워드 교수의 말도 같은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닌 것은 결국 아니다. 차라리 그것을 전환점이라고 생각하고 과감하게 선택할 때 오히려 더 나은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


전환점을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에릭의 옛 동료 조지가 그랬다. 입으로는 하고 있는 일이 만족스럽다고 말하지만 왠지 모르게 의욕이 없고 활기가 안 생긴다. 스티브 잡스는 매일아침 일을 하고 싶어서 빨리 잠에서 깼다고 한다. 일터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고, 일 생각만 해도 짜증이 날 때 인생은 점점 성공과 행복으로부터 멀어진다. 전환점을 알아채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 분석이 필요하다.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도 중요하지만, 요즘처럼 시장이 불안정한 때에는 반대로 '무엇이 위험한가' 같은 보수적인 질문을 하는 것도 좋다.


무엇이 위험한가에 대한 답은 여러가지가 될 수 있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에게 '위험한 업무 환경이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나는 대기업이라고 답할 것이다. 왜냐하면 내게 있어 대기업에서 일한다는 것은 내 운명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권을 포기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질문을 내 친구 마크에게 한다면 그는 소규모 벤처회사라고 답할 것이다. 소규모 벤처는 재정 상태가 불안정할 뿐만 아니라 실수를 용인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틀린 것일까? 아니다. 그렇다면 위험에 대한 두 사람의 개인적인 정의를 루디에게 바로 적용할 수 있을까? 역시 아니다. 무엇이 위험한가에 대한 답은 오직 자기 안에만 있기 때문이다. (p.82)" 나는 대학 시절에 기업, 공공기관, 비영리단체 등 다양한 조직에서 일하면서 어떤 업무가 잘맞는지 알아보았다. 하고 싶은 일을 찾기 힘든 경우에는 하기 싫은 일, 위험하다고 느끼는 일을 소거하는 방법으로 찾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사람들이 흔히 가질 수 있는 오류에 대해서도 하워드 교수는 지적한다. 총 다섯 가지의 오류가 있다. 첫째는 "무조건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노력의 오류, 둘째는 "자신이 전반적으로 꽤 똑똑한 편이라 믿기 때문에 특정 기량을 익히는 데 별 문제가 없으리라고 확신하는" 우등생 오류, 셋째는 "객관적인 근거도 없이 자신의 특정 역량이 다른 사람의 역량보다 좀 더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확대해석의 오류, 넷째는 "그 일을 하면 마냥 즐겁고 열정이 솟기 때문에 실제로 일을 잘하고 있는 거라 믿는" 즐거움과 열정의 오류, 마지막은 "그저 가만히 눈을 감고 '이미 성공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간절히 상상하기만 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믿"는 요술램프의 오류다. 나 역시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은 해당되는 것 같다. '하면 된다'고, 열정만으로 다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반성해 본다.


이 책이 일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하워드 교수는 일보다도 더욱 소중한 가치들에 대해 역설한다. 가족이라든가, 친구, 여가, 사회 공헌 등 인생에는 일 말고도 추구해야 할 가치들이 많다고 하워드 교수는 말한다. 마치 저글링을 하듯이, 각각의 공을 똑같이 아끼고 균형감을 잃지 않을 때 인생은 보다 풍요로워진다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이 이렇게 인생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점이 참 좋았다. 나는 내 가족과 친구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여가 생활은 풍요로운가, 사회에는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 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돈 잘 벌고, 멋있어 보이는 직업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결국 돈도, 직업도 다 잘 살기 위해서 필요한 수단에 불과하다. 수단에 얽매여 목적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런 깨달음을 주었다는 점에서 이 책이 나의 '전환점'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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