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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 - 성장이 멈춘 세계, 나와 내 아이는 어떤 하루를 살고 있을까
요르겐 랜더스 지음, 김태훈 옮김 / 생각연구소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인 2002년에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한일 월드컵'이다. 우리나라가 월드컵을 개최한다는 것만 해도 경사스러운 일인데 4강에 진출하는 기적적인 일까지 벌어져 온국민이 함께 감동했던 기억,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 때는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후 박지성을 비롯한 수많은 축구 선수들이 영국 프리미어 리그를 비롯하여 해외 리그에서 당당히 선수로 활약했다. 또한 그 때만 해도 스포츠 종목으로서는 불모지나 다름 없던 피겨 스케이팅에서 김연아라는 슈퍼 스타가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스마트폰은커녕 휴대폰도 없는 중고등학생이 많았고(나도 2002년에 처음 휴대폰을 가졌다.), 3D 영화는커녕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수도 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하고, 대통령도 두 번이나 바뀌고, 나도, 내 생활도 바뀐다.

 

 

그렇다면 앞으로 십 년 후, 아니 사십 년 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MIT 출신의 세계적인 미래학자 요르겐 랜더스의 <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를 읽으면서 앞으로 사십 년 후의 지구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저자 요르겐 랜더스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인류와 지구의 미래에 대해 연구하는 글로벌 비영리 연구기관 '로마클럽'의 멤버로서 <성장의 한계>라는 중요한 책을 집필하는 데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기후 문제를 비롯하여 현존하는 인류의 위협들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하고 인류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방법에 대해 모색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연구를 집대성한 책으로, 2052년이라는 구체적인 시기를 상정하고, 그 때 인류의 모습이 어떠할지를 기후, 인구, 식량,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저자의 어조는 매우 부정적이다. 마음 같아서는 제목에서 '쉽게'를 빼고 <더 나은 미래는 오지 않는다>로 짓고 싶지 않았을까? 그러나 저자는 차마 그러지 못했다. 어쨌든 이 지구에는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새 생명이 태어나고 있고, 그들에게는 죄가 없다. 죄가 있는 것은 더 나은 미래가 오지 않을 것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바꾸지 않는 어른들이다. 그러니 비록 지금 이대로라면 부정적인 미래를 맞을 가능성이 높지만 노력하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을 전해주고 싶어서, 굳이 제목에 '쉽게'라는 단서를 붙인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먼저 저자는 현존하는 인류의 위협 요소들을 나열하고, 각각이 왜 위험한지를 설명한다. 희귀자원의 대체물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일, 온실가스 같은 위험한 배출 물질에 대한 해결책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일, 지하수, 빙하수처럼 과거에는 공짜였던 생태 서비스를 대체하는 일, 원전 해체, 연안 설치물 제거를 비롯해 과거의 인류 활동으로 누적된 피해를 복구하는 일(p.128) 등 인류가 야기했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수없이 많다. 특히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자로 재난을 계기로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서 이를 대체할 에너지원 개발이 시급해졌다. (p.170) 인구는 점점 늘고, 사람들의 소비 수준은 높아지고 있는데, 이를 감당할 새로운 에너지원은 찾지 못한채 점점 화석연료만 고갈되고 있다. 걱정스러운 일이다.

 

 

책에 그려진 미래 모습을 고려하면 걱정은 더욱 커진다. 2052년에는 대부분의 세계 인구가 대도시에서 살 것이라고 한다. "대도시는 대다수 사람들의 사회적 세계를 구성한다. 또한 인간 종의 사회적 존재를 규정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국가보다 더 중요해진다. 우리는 이미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가령 우리는 미국으로 이주한다고 말하지 않고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한다고 말한다." (p.257) 그렇다면 사람들은 더 많이 소비하게 될 텐데 그 자원은 어디서 마련하나? 지금처럼 편안히, 물질 걱정 없이 살기는 어렵지 않을까? 전자책도 한몫 한다. "인쇄 도서에서 전자 도서로의 전환을 예로 들어보자. 디지털 도서로의 이동 노력은 1970년대에 시작되었지만 최초로 전용 이북 리더가 출시된 것은 1998년이다. 소니의 이북 리더와 킨들 같은 주류 제품이 2006년과 2007년에 출시되기 전까지 시장의 수용 속도는 여전히 느렸다. 그러나 아마존은 그로부터 4년 만에 인쇄 도서보다 전자 도서를 더 많이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p.373) 전자책 수요가 종이책 수요를 추월할 조짐이 보인다지만, 전자책 수요가 늘면 그만큼 에너지 수요도 늘 것이다. 그에 대한 대책은 마련된 것일까? 에너지가 부족해서 전자책으로 책을 읽지 못하게 되면 나처럼 책 좋아하는 사람은 어쩌나? 걱정이 태산이다.

 

 

그러나 걱정만 할 일은 아니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벌써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들었을 것이고, 이미 세계 곳곳의 정부, 기업, NGO 등은 앞장선 지 오래다. 금융가도 예외는 아니다. "근래까지 투자계는 지속가능성 협의에 참석하지 않은 이해관계자가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부채와 조화를 이루는 장기 자산을 모색하고 정부가 여력이 부족한 은행 분야가 아닌 곳에서 녹색 경제에 투입할 자본을 도모하면서 상황이 변하고 있다. 나는 2020년까지 일련의 새로운 정책적 지원과 규제, 금융 혁신이 일상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모든 대도시에서 건물 개보수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투자자들은 아마도 확정이자부 채권 형태로 에너지 절약과 연계된 배당금을 받을 것이다." (pp. 280-1)

 

 

마지막으로 저자는 독자들이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스무 가지 방법을 '미래를 위한 조언'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했다. 그 중에서 나는 '소득보다 만족도에 초점을 맞춰라', '훌륭한 전자 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하고 좋아하는 법을 배워라', '모든 성장이 좋은 것이라고 믿지 마라' 등의 조언이 마음에 와닿았다. 특히 저자는 기계, 컴퓨터, 로봇 등 기술의 발달로 인해 앞으로 제조업 분야의 직업은 절멸하는 반면, 기계로 대체 불가능한 서비스나 돌봄 분야의 직업은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조언하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직업을 고를 때에는 대체 불가능한 서비스 및 돌봄 분야, 또는 에너지 효율성이나 재생에너지 분야를 택하는 것이 낫다고 한다.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나는 어쩌나. 더 나은 미래는 역시 쉽게 오지 않을 것 같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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