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의 선물 - 인생의 전환점에서 만난 필생의 가르침
에릭 시노웨이 & 메릴 미도우 지음, 김명철.유지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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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의 선물


<하워드의 선물>은 저자 에릭 시노웨이가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은사이자 인생의 멘토인 하워드 스티븐슨 교수와 수년 동안 나눈 대화를 기초로 쓴 책이다. 하워드 교수는 40년 넘게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한 경영학계의 전설이자 수많은 학생들의 존경받는 스승이다. 그는 어느 날 교정을 거닐다가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쓰러졌으나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그 때 제자인 에릭과 다시 만났고, 그 후 몇 년에 걸쳐 여러 번의 만남을 가지며 인생의 교훈을 전해주었다.


책의 구성을 보고 나는 십여 년 전 베스트셀러였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떠올렸다. 차이점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 출간된 당시와 달리 지금은 미국 경제가 오랜 불황의 늪에 빠져있다는 점이다. 불황이 되면서 영원히 장밋빛일 줄 알았던 미국 경제는 급속히 하락했고, 실업자, 실직자 수가 급속히 늘면서 안정적인 직업, 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또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계기로 도산하거나 침체 상황에 놓인 기업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은 어떻게 경력 설계, 인생 설계를 해야할 것인가. 이 책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하워드와 에릭의 대화에 등장하는 사례를 보면 이 점을 더욱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에릭의 대학 후배 미셸은 회사의 갑작스런 조직 재편으로 인해 미래가 불확실해졌고, 옛 직장 동료 조지는 하고 있는 일이 있기는 하지만 예전 같은 열정이나 동기를 느끼지 못해 활력을 잃었다. 루디는 가까스로 취업에 성공했으나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무기력한 상태에 빠졌고, 마이클은 직업을 가지기도 전에 지레 포기하고 놀면서 젊음을 소비하고 있다. 누구하나 자기에게 꼭 맞는 일을 하고 있지도 않고, 자기가 하는 일에 만족하지도 않는다. 큰맘 먹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자니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잃을 판이다. 한국의 직장인, 취업준비생의 상황도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게 인생의 고비에 봉착한 사람들에게 하워드 교수는 이를 위기라고 생각하지 말고 '전환점'이라고 생각해보라고 조언한다. 전환점이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 보라'는 일종의 신호"(p.28)이라고 하워드는 말한다. 나는 이 문장을 읽고 엉뚱하게도 연애를 떠올렸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잘 만나다가 어떤 말이나 행동 때문에 불현듯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 생각을 무시하고 계속 만나도 결국 헤어진다. 그 때마다 생각한다. 불현듯 들었던 '안 맞는다'는 생각이 이별의 신호였던 것은 아닐까? 하워드 교수의 말도 같은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닌 것은 결국 아니다. 차라리 그것을 전환점이라고 생각하고 과감하게 선택할 때 오히려 더 나은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


전환점을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에릭의 옛 동료 조지가 그랬다. 입으로는 하고 있는 일이 만족스럽다고 말하지만 왠지 모르게 의욕이 없고 활기가 안 생긴다. 스티브 잡스는 매일아침 일을 하고 싶어서 빨리 잠에서 깼다고 한다. 일터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고, 일 생각만 해도 짜증이 날 때 인생은 점점 성공과 행복으로부터 멀어진다. 전환점을 알아채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 분석이 필요하다.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도 중요하지만, 요즘처럼 시장이 불안정한 때에는 반대로 '무엇이 위험한가' 같은 보수적인 질문을 하는 것도 좋다.


무엇이 위험한가에 대한 답은 여러가지가 될 수 있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에게 '위험한 업무 환경이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나는 대기업이라고 답할 것이다. 왜냐하면 내게 있어 대기업에서 일한다는 것은 내 운명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권을 포기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질문을 내 친구 마크에게 한다면 그는 소규모 벤처회사라고 답할 것이다. 소규모 벤처는 재정 상태가 불안정할 뿐만 아니라 실수를 용인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틀린 것일까? 아니다. 그렇다면 위험에 대한 두 사람의 개인적인 정의를 루디에게 바로 적용할 수 있을까? 역시 아니다. 무엇이 위험한가에 대한 답은 오직 자기 안에만 있기 때문이다. (p.82)" 나는 대학 시절에 기업, 공공기관, 비영리단체 등 다양한 조직에서 일하면서 어떤 업무가 잘맞는지 알아보았다. 하고 싶은 일을 찾기 힘든 경우에는 하기 싫은 일, 위험하다고 느끼는 일을 소거하는 방법으로 찾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사람들이 흔히 가질 수 있는 오류에 대해서도 하워드 교수는 지적한다. 총 다섯 가지의 오류가 있다. 첫째는 "무조건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노력의 오류, 둘째는 "자신이 전반적으로 꽤 똑똑한 편이라 믿기 때문에 특정 기량을 익히는 데 별 문제가 없으리라고 확신하는" 우등생 오류, 셋째는 "객관적인 근거도 없이 자신의 특정 역량이 다른 사람의 역량보다 좀 더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확대해석의 오류, 넷째는 "그 일을 하면 마냥 즐겁고 열정이 솟기 때문에 실제로 일을 잘하고 있는 거라 믿는" 즐거움과 열정의 오류, 마지막은 "그저 가만히 눈을 감고 '이미 성공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간절히 상상하기만 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믿"는 요술램프의 오류다. 나 역시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은 해당되는 것 같다. '하면 된다'고, 열정만으로 다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반성해 본다.


이 책이 일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하워드 교수는 일보다도 더욱 소중한 가치들에 대해 역설한다. 가족이라든가, 친구, 여가, 사회 공헌 등 인생에는 일 말고도 추구해야 할 가치들이 많다고 하워드 교수는 말한다. 마치 저글링을 하듯이, 각각의 공을 똑같이 아끼고 균형감을 잃지 않을 때 인생은 보다 풍요로워진다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이 이렇게 인생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점이 참 좋았다. 나는 내 가족과 친구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여가 생활은 풍요로운가, 사회에는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 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돈 잘 벌고, 멋있어 보이는 직업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결국 돈도, 직업도 다 잘 살기 위해서 필요한 수단에 불과하다. 수단에 얽매여 목적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런 깨달음을 주었다는 점에서 이 책이 나의 '전환점'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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