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중국사 3 - 원나라시대부터 근현대까지
김희영 지음 / 청아출판사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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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은 우리나라 역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원나라는 고려를 침범했고, 그 뒤를 이은 명나라는 임진왜란 때 조선을 도와주기도 했으며, 청나라는 조선을 침범해서 인조 임금이 신하의 예를 보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청나라 말기에는 조선 땅에서 청·일 전쟁이 벌어졌으니, 이때부터 중국 역사는 우리나라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중국 역사가 우리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원나라, 몽고족이 세워 중국을 지배한 시대... 그들의 정책은 몽고족 우선이었다고 한다. 정복한 나라 백성들을 이등 계급도 아니고 삼등 계급으로 삼았으니, 그런 나라가 오래 갈 수는 없다. 원나라는 지배계급에 몽고족, 그 다음으로는 색목인, 한족 순으로 등용을 했다고 하는데, 한족이 지배계급이 될수는 없었다고 봐야 한다.


이런 원주민(?) 배척 정책은 지배를 오래가게 하지 못한다. 그러니 한족들의 반란이 끊이지 않고 일어났고, 결국 짧은 기간에 명나라로 넘어가게 된다.


명나라는 한족 중심의 사회다. 이때 중국은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환관 정화를 시켜 대양을 항해하면서 명나라의 위상을 높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이 지속되지 못하고, 환관의 발호로 사회는 혼란스러워진다.


정권이 안정되었을 때 그것이 지속되는 기간이 100년 정도라고 하면, 그 다음부터가 문제다. 이런 일이 역사에서 반복되고 있으니, 안정기를 지속시킬 수 있는 정책을 펼치는 방법을 찾는 데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를 두어야 한다.


공과 과를 가리고, 공은 살리고 과는 고치는 정책들... 그런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인물들... 썩은 물이 고인다고 하는데, 썩지 않도록 잘 흐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일... 역사에서 배워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중국 역사에서 이런 일은 드물다. 각 왕조들은 지속적으로 같은 행태를 반복한다. 역사가 현재에서 과거를 살피는 일이기 때문에, 그러한 패턴을 확인할 수밖에 없겠지만, 명나라 역시 부패하고 쇠약해진다.


다시 만주족에게 중국 정치를 빼앗기게 된다. 만주족이 청나라를 세워 중국을 다스리는 일은 몽고족이 세운 원나라와는 다르다. 철저하게 몽고족 중심이었던 원나라와는 달리 청나라는 한족도 등용을 한다. 


이러면 인재를 기용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질 수밖에 없다. 청나라 전성기, 세계 대국으로 군림하게 되지만, 이들 역시 부패하고 쇠약해진다. 여기에 서양 세력이 중국에 몰려들면서, 청나라는 서양 세력에 의해 많은 영토를 빼앗기고 만다.


이후 청나라 멸망 이후 중화민국을 건국하고, 일본과 싸우면서 국공내전을 거쳐 지금의 중국이 탄생하게 된다.


지금의 중국이 탄생하는 1949년 10월 1일을 끝으로 이 책이 끝난다. 그 다음 역사는 우리 현대사와 겹쳐지는 역사이기에... 다른 책에서 만나야 한다.


영토가 넓은 만큼이나 다양한 제국들이 들어섰다가 사라졌지만, 중국이라는 영토가 크게 변하진 않았다. 그 광대한 영토에 다양한 소수민족들과 함께 살아가는 나라, 중국. 그들의 역사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일까?


단지 중국 역사를 안다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흥망성쇠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살핀다면, 다양성을 억압하고, 소수에 의한 지배는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는 사실, 또한 자신과 반대되는 사상을 지녔다고 탄압을 하면 그 정권은 오래갈 수 없다는 사실... 자신과 가까운 사람보다는 능력있는 사람을 기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


이 지역, 저 지역을 나눠서 분열이 되면 그 나라는 결코 평화를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중국 역사를 통해서 알게 된다.


그만큼 우리는 역사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역사를 우리들 삶에 적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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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중국사 2 - 후한 시대부터 송나라까지
김희영 지음 / 청아출판사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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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좀 친숙한 나라가 나온다. 수나라, 수양제, 을지문덕... 이렇게 연결되는 나라. 또 당나라. 안시성 싸움. 신라와 손잡고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킨 나라. 당태종. 다음은 송나라. 송나라 하면 우리나라 역사에서 고려와 관계가 있고, 또 조선시대 지배 이념이 된 성리학을 창시한 주희가 나온 시대 아니던가.


이 송나라 시대까지 오기 위해서 중국은 엄청난 전란에 시달렸다. 통일을 한다는 명목으로 전쟁을 일삼으면 누가 피해를 볼까?


결국 전쟁에 동원되는 사람들, 전쟁으로 피폐해진 농토, 전쟁에 동원되지 않았더라도 전쟁으로 인해 죽음에 이르는 사람들, 그들이 가장 피해를 본다.


힘없는 사람들, 평민들이 지배 계급이 일으킨 전쟁으로 인해 죽어나가는데, 그럼에도 지배 계급은 통일을 이룩하겠다는 명목으로 계속 전쟁을 일으킨다.


2권은 후한으로부터 시작한다. 후한, 한나라가 전기와 후기로 나뉘어 후반부에 들어서서 후한이라고 하는데, 이미 한나라가 전후로 나뉜다는 사실은 나라가 혼란스러워졌음을 의미한다.


주나라에 이어 춘추전국시대를 거쳐 전란을 겪었던 중국, 진나라가 통일하여, 한나라로 이어지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군소 국가의 전쟁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한나라로 통일이 되었으면 평화가 유지되어야 하는데...


사람들이 쉽게 버리지 못하는 욕망, 권력욕은 어쩔 수 없는지 여기저기서 권력을 움켜쥐려는 싸움이 일어난다. 그러다 후한 말기에 이르면 온갖 난리가 일어나고, 우리가 알고 있는 삼국지의 무대가 펼쳐진다.


통일을 향한 지난한 길... 이 길에 백성들은 죽어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통일을 위해 나아간다. 사마 씨의 진나라로 통일이 되지만, 곧 분열이 되어 5호 16국 시대가 되고, 5호 16국 시대에 이어 남북조 시대를 거쳐 수나라가 통일을 이룬다. 수나라에 이어 당나라가 중국을 통일하는데, 당나라 역시 우리나라 삼국 역사와 관련이 있다.


당나라 다음에 통일 왕조가 이어지지 못하고, 다시 혼란이 일어난다. 중국은 넓어서 각자 자기 영토를 지키면서 평화롭게 공존하면 좋으련만, 아홉을 가진 사람이 열을 가지려고 하듯이, 그들은 자기 영토에 만족하지 못한다.


다른 영토를 침범하고 병합하려 한다. 통일이라는 명목으로 전쟁이 계속되는데... 다시 5대 10국의 시대가 되고, 이를 송나라가 통일하게 된다.


송나라 이후부터는 통일 왕조가 계속 된다고 보면 되는데, 송나라 역시 북쪽의 요나라 금나라와 중국을 나눌 수밖에 없었으니...


2권은 권력투쟁, 전쟁이다. 정치사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그렇다. 많은 문명의 발달을 이루었겠지만, 전쟁으로 점철된 역사가 바로 송나라 때까지이다.


위정자라고 하는 사람들, 그들이 추구해야 할 목표는 천하통일이 아니라 백성들의 평화로운 삶이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들은 통일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백성들을 전쟁에 동원했다. 조금만 안정이 되면 다시 전쟁을 일으켰으니... 전쟁의 결과는 아무리 승리했다고 하더라도 참혹하다.


승리가 영원하지 않고 전쟁으로 인한 죽음은 또다른 죽음을 부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중국 역사에서 통일 왕조의 추구는 이러한 전쟁을 막기 위한 수단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라와 나라가 평화롭게 공존하기는 힘들다는 인식.


언젠가는 저 나라를 병합해야겠다는 생각을 언제든 지닐 수 있고, 그러면 전쟁은 어느 때든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 한 나라로 통일이 되면 소소한 갈등은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수많은 사람을 죽음에 이르는 전쟁은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녔을 수 있다.


한번 통일을 이룬 국가는 분열이 되어도 통일을 이루려는 욕망을 버리지 못한다는 것이 2권에서 다루는 중국 역사다.


이러한 중국 역사를 읽으면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전쟁이 얼마나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지... 그러니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 적어도 중국 역사를 이야기해주는 이 2권에서는 전쟁의 참혹함을 만날 수 있다. 정치의 중심이 전쟁의 방지에 있어야 함을... 나라 간의 평화는 사람들의 행복한 삶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2권을 통해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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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중국사 1 - 중국 고대부터 전한시대까지 이야기 역사 11
김희영 지음 / 청아출판사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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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중국 역사에 대해서 처음부터 개괄적으로 훑어보기로 했다. 어려운 전문서적을 읽기는 힘들다고 생각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고르기로 했다.


사실 역사책을 쉽고 재미있게 읽으려면 문화사보다는 정치사를 읽는 편이 좋다. 숱한 인물들이 갈등하고 해결이 되는 과정을 읽는 일은 소설을 읽는 일만큼이나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이야기 중국사 책은 문화, 경제를 다루기도 하지만 주로 정치를 다루고, 정치 사상을 깊게 다루기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기에 중국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훑는데는 적격인 책이다.


그동안 역사적 사실로 밝혀진 내용들이 있어 개정이 되어야 할 내용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정치적으로 일어났던 사실들은 바뀌는 경우가 별로 없고, 그 사실에 대한 해석에는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일어난 일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세세한 내용은 이 책을 읽은 다음에 채워넣어도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는데, 중국 고대 역사에서 요 임금, 순 임금까지는 신화와 혼동이 되어 있으니, 많이 들어본 일화들이 이 책에도 많이 실려 있다.


그동안 알고 있었거나, 잊혀졌던 일들을 읽으면서 다시 떠올리게 된다. 요-순 시대를 지나 이제 하나라, 은나라 일이 서술되고 있다.


물길을 잡은 우 임금 이야기, 폭군의 대명사가 된 걸, 주 임금 이야기, 그리고 그들을 멸망으로 이끌었던 미녀, 경국지색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말희, 달기 이야기...


그 다음은 주나라다. 문왕과 무왕은 우리나라 조선 시대 지식인들이 추종했던 인물이고, 이 주나라의 법도를 따르려고 했던 공자가 다음 시대에 나오게 되니, 주나라 이야기에 이어, 춘추전국시대 이야기가 이어진다.


수많은 고사성어를 만들어낸 춘추전국시대. 그리고 제자백가로 중국 철학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이 때 활동했음을... 공자, 맹자, 순자를 비롯한 유가와 노자와 장자를 일컫는 도가, 한비자 중심의 법가, 묵자의 겸양가 등등.


전국시대를 통일한 진시황. 그에 대한 평가는 역사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중국의 혼란을 끝낸 사실은 변함이 없다. 전쟁을 종식시킨 왕. 그것이 중국 역사에서 진시황이 차지하는 위치라고 할 수 있다.


그 다음부터는 혼란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통일왕조가 중국에 들어서게 된다. 진나라가 망한 뒤 잠시 전쟁이 있었지만 한나라로 통일이 되고, 한나라부터 중국의 지배 이념으로 유교가 자리잡게 된다.


유교가 자리잡는 과정은 법만으로는 통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은 최소한에 그치고 사람들이 안정되게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법으로만 다스리려고 하면 사람들은 안정을 누릴 수가 없다.


법가에 해당하는 법을 최우선시하던 상앙을 보더라도 그렇다. 자신이 만든 법에 걸려 죽음에 이르게 되는 사람. 그리고 그런 법가를 우대했던 진나라는 오래도록 왕조을 유지할 수 없었다. 천하를 통일하는 데는 일사불란한 행동을 요구하는 법가가 필요할지 몰라도, 왕조를 유지하는데는 법가보다는 유가가 더 효율적임을 중국 역사에서 배울 수 있다.


타산지석이라고... 아니면 반면교사라고, 중국 역사에서 춘추전국시대를 끝내고 통일을 이룩한 진나라와 한나라 이야기에서 정치행태에 대해서 배워야 한다. 이것이 역사를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1권에서는 이렇게 법가만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의 뜻을 이루려는 정치가는 반대되는 편에 선 사람이라도 필요하고 능력이 있으면 등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제나라 환공과 관중이다. 관중은 환공을 죽이려 했던 인물. 그러나 환공은 관중을 등용함으로써 춘추시대에 패자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시대의 필요를 읽는 눈, 그리고 사람을 보는 눈. 정치란 결국 법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일 아니겠는가.


더불어 주변 인물들, 특히 가족 및 친인척 관리에 힘써야 한다는 점. 이것이야 말로 역사를 통해서 계속 경계되어왔던 사실 아니던가.


춘추전국시대도, 진나라, 한나라 역시 부패하면서 발흥하는 친인척 세력들을 통제하지 못하면서 멸망의 길로 접어들었음을 1권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이 책에서는 고대부터 한나라 전기, 즉 왕망에 의해서 신나라가 세워지는 15년, 그리고 다시 한나라가 세워지는 때까지가 서술된다.


중국 역사의 초창기, 현대 중국의 토대를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2권으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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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돌 키우기
한승원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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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가 평생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보통의 자서전처럼 내용을 길게 서술하지 않고, 제목마다 짧은 글을 싣고 있다.


길어야 4쪽을 넘기지 않는 글들이 모여 작가 한승원의 삶을 보여준다. 태어나면서부터 지금 80을 넘은 나이까지의 삶.


작가의 삶을 알면 작품을 더 잘 이해할까? 아마도 이해의 폭을 넓힐 수는 있겠지. 그렇지만 그 점을 떠나서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책을 읽으면 또다른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사실을 다루고 있지만, 소설가로 만난 기억이 자꾸만 사실과 허구를 넘나들게 한다. 그러다가 그의 작품이 이런 과정을 거쳐서 나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도 된다.


뒤로 갈수록 자신의 작품, 특히 역사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정약전, 정약용, 원효, 초의 선사'를 다룬 소설들 이야기를 읽으면 그 작품들을 창작한 배경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다.


여기에 작가의 가족 이야기. 이미 한승원은 한강의 아버지로 알려져 있지 않은가. 한승원의 딸 한강에서 한강의 아버지 한승원이라고 불리게 되니, 아버지이자 선배 작가인 한승원 처지에서는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없을 터이다.


자기를 넘어서는 자식을 보는 일, 부모의 기쁨일테고, 자신보다 더 알려지는 소설을 쓰는 자식을 보는 일은 작가로서도 기쁜 일일테니 말이다. 여기에 이름이 한강보다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한규호(큰아들)와 한강인(작은아들) 역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니, 집안이 예술가 집안이라고 할 수 있다.


전라도 섬에서 자란 한승원, 자신은 바다에 관해서는 동시대 작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잘 쓸 수 있다고 한 사람. '목선'으로 작가로 등단했다고 할 수 있으니, 이는 젊은 시절 자신의 경험을 소설 속에 녹여냈다고 할 수 있다.


그 작품을 출발점으로 자신이 겪어왔던 일들을 소설을 통해서 풀어내지만, 참여냐 순수냐 하는 논쟁에서는 어느 쪽에도 발을 딛지 않고 예술은 진리 구현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작품활동에만 매진했다고 하는 그.


제목인 '산돌 키우기' 세상에 돌을 키울 수 있나? 하지만 한승원이 어렸을 적에 동네 형으로부터 들은 이야기, 산돌이라고 키울 수 있는 돌이 있다고, 대신 바르게 지내야 돌이 자란다고.. 그 돌을 키우기 위해 남 몰래 노력했던 모습. 그것이 비록 거짓이었을지라도... 한승원의 삶은 그 산돌 키우기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산돌을 키우기 위해서 지녀야 했던 마음가짐과 행동이 결국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고 해야 한다. 그러니 제목을 '산돌 키우기'라고 했겠지.


산돌 키우기라는 말을 바꾸면 진리 찾기, 진리를 행하기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작품 속에 진리를 담아야 한다는 말. 작품을 통해서 인류에게 진리를 안겨줄 수 있는 작가로 살아가려고 하는 모습.


그런 모습이 나중에 역사적 인물을 소설을 통해 형상화함으로써 나타나게 된다. 그가 참여냐 순수냐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모습도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었을 것이고.


산돌 키우기 방법을 이 자서전에 나와 있는 대로 소개한다. 어릴 적 이런 거짓에 속아넘어간다면, 그 또한 자연스레 윤리를 익히게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하얀 거짓말이라고 해야 하나...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저절로 바른 행동을 하는 하는 그런 거짓말. 


"그늘진 땅속에 묻어놓고 쌀이나 보리 씻은 뜨물을 날마다 한번씩 부어주어야 하는데, 그때부터는 절대로 파보아서는 안 되고, 참을성 있게 자라나기를 기다려야 한다. 산돌을 키우는 사람은 남의 못자리 논에 돌을 던진다거나, 남의 감을 따먹는다거나, 남의 수수모가지를 자른다거나, 누구를 때린다거나, 뱀이나 개구리를 잡아 죽인다거나 그래서는 안 된다. 거지가 밥을 얻으러 오면 후하게 곡식을 퍼주기도 하고, 맛있는 것은 동무하고 나눠 먹고, 책도 돌려 보고,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싸우지도 말고, 양보를 하고 …… 그래야 그 돌이 쑥쑥 잘 자란단다." (72-73쪽)


이 산돌을 한승원은 자신의 삶을 마무리지어야 하는 노년에 다시 마당에 심는다. 그에게 산돌 키우기는 거짓이 아니라 삶을 완성하는 진실, 진리였다.


"망구(83세)의 나이인 나는 내 토굴 뜨락에 산돌 하나를 묻어놓고 키운다. 그 돌이 내가 저 세상으로 떠나간 다음에 보라색 자색의 유리 기둥처럼 자라기를 희망하며." (75쪽) 


작가 한승원. 그는 소설가로 등단했지만, 시도 써서 발표를 했고, (어쩌면 이 점에서 딸인 한강도 아버지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강 역시 소설과 시를 함께 쓰고 있으니) 대학에서 후배들을 지도하기도 한다.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온몸으로 겪은 사람. 그런 삶 속에서도 작가로서의 길을 잃지 않고 꾸준히 작품을 써온 사람. 그런 한승원의 삶에 대해서 이보다 더 잘 말해줄 수 있는 책은 없으리라.


이 책을 읽으면서 한승원의 작품을 찾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편 한 편 찾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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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미술관 - 아름답고 서늘한 명화 속 미스터리 기묘한 미술관
진병관 지음 / 빅피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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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나라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그림을 책 한 권에 모았다. 그리고 미술관처럼 분류를 했다. 미술관에 전시실에 따라서 작품들이 배열되어 있듯이, 이 책에도 각 전시실을 마련하고 작품들을 배치했다.


그래서 각 관에 따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물론 작품에 대한 풍부한 설명이 곁들여 있어서 작품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된다. 작품 이해뿐만 아니라 작품들이 칼라로 인쇄되어 있고, 크기도 적당해서 그림을 감상하는데 좋다.


1관은 취향의 방이다. 앙리 루소, 한스 볼롱기에르, 에두아르 마네, 에드가르 드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를 다루고 있다.


2관은 지식의 방이다. 미술과 관련된 지식들을 알려주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뇰로 브론치노, 오노레 도미에, 조토 디본도네를 다루고 있다. 


3관은 아름다움의 방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름다움에 더해 과연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관이다. 마리 로랑생, 렘브란트 판레인, 프랑수아 부셰, 라파엘로 산치오를 다루고 있다.


여기서 라파엘로가 그린 '아테네 학당'에 대해서 어디선가는 들어보았지만, 다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과연 아름다움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알려지지 않은, 또는 당시에 천시되거나 무시되었던 존재들을 작품에 들여왔다면 그것 역시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겠단 생각. 아름다움의 방에도 어울리지만, 지식의 방에도 어울릴 그림...


이 그림에 여인이 등장한다는 사실... 눈여겨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여자의 이름은 히파티아... 고대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사람. 그리고 또 이 그림에 아랍인이 등장한다고 한다. 그리스 철학을 아랍어로 옮기고 공부한 사람. 이븐 루시드.


'아테네 학당'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리스 철학자들만이 아니라 이렇게 세계 철학(수학) 세계에서 알면 좋을 사람들을 함께 그렸다는 점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4관은 죽음의 방이다. 죽음을 다룬 화가들이야 많지만, 이 책에서는 빈센트 반 고흐, 테오도르 제리코, 라비니아 폰타나, 페르디난트 호들러, 프란시스 고야를 다루고 있다. 


5관은 비밀의 방이다. 작품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또는 아직도 논쟁 중인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는 그림들에 대한 소개다. 디에고 벨라스케스, 장 프랑수아 밀레, 히에로니무스 보스, 한스 홀바인, 안드레아 만테냐를 다루고 있다.


이렇게 총 5관으로 구성하여 각 관에 맞게 그림을 소개하고 있다. 그 그림들을 통해서 세계 미술관 이곳저곳을 다니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물론 미술관에 가서 직접 작품의 원본을 보는 것이 더 좋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차선의 미술 감상 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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