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고문이다 6

- 직립보행


인간다움은 직립보행이다

고문은 인간다움을 부정한다

똑바로 서서는 절대로 안 된다

병원도 직립보행을 거부한다

1단계, 침대에 누워만 있어야 한다

온몸에 바늘을 꽂고 무슨무슨 줄을 줄줄이 달고

2단계, 앉아 이동해야만 한다

여전히 많은 것을 달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3단계, 직립보행이 된다

병원에서 탈주한다

인간이 된다


고문이다, 직립보행을 못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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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 고문이다 5

 - ‘환자’란 말은 특수성, 개별성을 녹여버린다


병원에는

플라톤의 이데아

보편만이 존재한다.

‘환자’

이 보편성 속에 누구누구라는

개별성은 사라지고

살아온, 지녀온 특수성도 녹아버린다.

다름은 없다.

보편자인 이데아만 존재할 따름이다.

개별성, 특수성을 녹이는 말,

‘환자’


나를 녹이는데 이보다 무서운 고문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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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줄에 매인 강아지들

     - 도심 공원 산책 1


한사코 자연을 밀치고 살던 사람들이

힘이 없어지자 다시 자연에 살고 싶어

찾는 곳, 도심의 공원

자연을 꿈꾸나 자연이 아닌 그곳에서

자연을 만난 양 한숨을 돌리며

몸에 정신에 생기를 되찾는다

매연에 찌들어가는 나무들 사이로

흙도 아닌

기껏 잔디나 콘크리트, 또는 우레탄이

깔린 길을 가면서도

마치 자연 속을 거니는 모습으로.


몸이 망가져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

그때서야 자연을 찾지만

어디에나 있는 자연이 어디에서도 찾아지지 않아

짝퉁 자연을 찾아 나선 길

도심 공원 산책로

자연을 밀치고 살아온 삶에

또다시 자연을 밀친 인공자연에서

자연을 찾은 듯

즐거움을 느끼는, 도심 공원을

뱅뱅 돌다 다시

삭막한 콘크리트 속으로 돌아가는


목줄에 매인 강아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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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 고문이다 4

 - 명명하기, 넌, 환자야!


   유머 한 도막, 세계의 정보원들이 깊은 산에 쥐를 풀어놓고 먼저 잡는 쪽이 이기는 겨루기를 했는데요. 이 겨루기에서 1등은 단연코 우리나라였는데, 그 이유가 참, 숲에 들어가 처음 만난 동물을 잡아 무조건 ‘넌 쥐야’라고 고문을 했답니다. 고문에 못 이긴 그 동물, 하루도 지나지 않아 ‘네, 전 쥐예요’ 했다는 그런 웃기고도 슬픈.


사지 멀쩡하고, 속 평안하던 사람이

어느 날 건강검진 결과로 들은

의사의 한 마디

“당신은 환자입니다.”

그 순간,

전 상태가 어떻든, 현 상태가 어떻든

그는 환자가 된다.

주체로서 당당히 살던 사람이

치료받아야 할 대상이 된다.

오직 하나면 된다.

의사의 진단.


“당신은 지금 ○○○병을 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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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 고문이다 3

 - 척추 다쳐 누워 있는 뒤집어진 달팽이


평생 제 한 집을 지고

제 배 채울 적은 것에

만족하고 애면글면 살던 사람

갑자기 무언가 탁, 치니

확, 뒤집어진다

안락을 주던 집이 족쇄가 되고

강한 뼈, 신경을 지닌 동물을 부러워 않던

잘도 움직이던 몸이

사진 속 장면처럼 얼음 땡!

멈춰버렸다

아무리 버둥거려도 그 자리,

제 삶 스스로 지켜간다던 자부심이

제 몸 하나 추스르지 못한다는 자괴감이 되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그대로 말라갈 뿐,

뒤집어진 달팽이는

고문 그 자체.


척추 신경 수술 뒤

침대에만 누워 있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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