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색깔 = 꿀색 - 개정증보판
전정식 글.그림, 박정연 옮김 / 길찾기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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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색깔 = 꿀색이라는 표현이 좋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피부색깔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소개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이를 누군가에게 소개한다는 것은, 그가 태어난 장소에서 살지 못하고 다른 장소로 가게 된다는 이야기다. 한 마디로 말해서 '해외 입양'이다.

 

국내 입양이라면 굳이 피부색깔을 이야기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이 피부색깔은 다른 이들과 구분하는 징표가 된다. 잘못하면 그것은 하나의 표식으로, 마치 유대인들이 나치 시대에 다윗의 별을 달고 지내야했듯이 그를 구분해주는 시별 표시가 된다.

 

자신을 남들과 다르다는 식별표지를 달고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일, 그것은 지울 수도 없은 것이고, 그것을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않느냐를 떠나 자신에게서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얼마나 힘든 일일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가 없다.

 

이 만화의 작가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어릴 때 남대문에서 경찰에게 발견돼 홀트 아동복지회에 있다가 벨기에 가정으로 입양이 된다.

 

벨기에... 올해 테러로 인해 많이 힘들어하는 나라이긴 하지만, 유럽의 수도라 불리고 있을 정도로, 유럽연합의 수도가 있는 도시를 지니고 있는 나라이기도 한데... 이런 나라로 입양이 된 것이다.

 

주로 미국이나 프랑스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북유럽 쪽에도 우리나라 입양아들이 많다는 사실. 이 벨기에에도 한국 출신 입양아들이 많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해외에 입양된 사람들이 과연 그들과 똑같이 살 수 있을까? 차별이 없다고 해도 차이를 스스로 느끼고 발견하고, 그것을 몸에 마음에 새길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바로 해외 입양아들 아닐까?

 

그런 현실, 그들이 살아가는 현실이, 이제는 시간이 지나 성인이 되고, 그 나라에서 자리를 잡은 작가 전정식이 자신의 경험을 만화로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시간이 흘렀기에 담담하게 표현할 수 있었겠지만, 이 만화에도 나오듯이 자신의 자리를 발견하지 못하고 세상을 버린 해외 입양아들이 얼마나 많은지도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저출산에 머무르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해외입양이 많다는 사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적다는 사실.

 

어쩌면 이 책은 해외 입양의 실태를 우리가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말로, 그것은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일이라는 사실을.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부르짖고 있다. 해외 입양된 나는 누구냐고? 그렇게 해야 하겠냐고.

 

사람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다는 노래도 있지 않은가. 태어남 자체가 축복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고... 그들에게도 우리는 태어남이 축복임을 알게 해줘야 한다고... 그런 외침이 만화를 보는 내내 내 귀에 들렸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총선에 출마할 후보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지...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의 문제임을, 그들도 알았으면 좋겠다.

 

이 작가와 같은 일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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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그 역사의 진실 - 일본군 위안부 제도란 무엇인가? 교양인을 위한 역사 강좌 1
요시미 요시아키 지음, 남상구 옮김 / 역사공간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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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불가역적 합의라는 명목 하에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한일간의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발표가  있었다.

 

그런데 이 발표 직후 발표문에 없던 이야기들이 양국에서 떠돌고,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을 철거한다는 말이 있어서 대학생을 중심으로 시민들이 두 달여를 소녀상 앞에서 노숙을 하면서 지킨 일이 있다.

 

물론 이 일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일본은 이 합의를 바탕으로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역사적 사실은 이미 끝난 일이라는 식으로, 또 자신들의 잘못은 없다는 식으로 연일 언론에 터뜨리고 있다.

 

이것이 어떻게 합의가 되는 것인지 모를 지경인데... 정작 당사자인 우리나라 정부는 별 대응이 없는 듯하다.

 

일본의 주장이 잘못 되었음을 정부 차원에서 적극 대응하고, 일본에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주권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역사전쟁"이란 책에서도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책에 바로 이 책이 소개되었다.

 

적어도 역사적 사실들에 관해서는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진실을 규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망발이라고 폄훼하면서 넘어가기보다는, 왜 그것이 망발인지를 구체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반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반박이 일본 학자에 의해서 나온 것이 한 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가해 국가의 국민이 진실을 외치는 장면에서, 피해 국가의 정부는 이보다 더 구체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을 지울 수 있기 때문이다. 주권 국가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일본이 미국의 신문에 기고한 광고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이 반박은 사실에 기초해서, 일본 광고가 사실과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일본 정부의 각료들이 내세우고 있는 일본군의 책임이 아니라는 주장이 얼마나 허구인지를 담박 알 수 있다.

 

일본 광고는 크게 '사실'이라는 이름으로 다섯 가지가 있다.

 

1. 강제는 없었다.

2. 조선총독부는 업자에 의한 유괴를 단속했다.

3. 군에 의한 강제는 예외적이었다.

4. 군 '위안부' 생존자의 증언은 신뢰할 수 없다.

5. 여성들에 대한 대우는 좋았다.

--- http://www.ianfu.net/facts/facts.html  참조

 

그러나 이 책에 의하면 이것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이들이 주장한 논리대로 따라가도 사실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아주 작은 책자이기 때문에 빨리 읽을 수 있는데... 이 다섯 가지 '사실'이라고 하는 주장이 '사실'이 아니고, 단순한 '주장'임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일본 학자도 이렇게 이미 구체적인 '사실'들을 중심으로 일본 정부의 주장을 반박했는데, 국민을 책임져야 할 국가는 이보다 더 나아가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한다.

 

결국 일본군 위안부는 '강제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조선총독부는 업자에 의한 유괴가 있더라도 군의 명령을 수행하는 업자는 단속하지 않았으며, 군에 의한 강제는 예외적이 아니라 일반적이었고, 군 '위안부'들은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어서 신뢰성이 높으며, 이들에 대한 대우는 명목상 화폐의 액수가 아니라 물가상승과 비교를 하면, 너무도 형편없었다'고 한다.

 

이것은 국가(의 군대)에 의한 폭력이며, 인권유린이고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범죄이기 때문에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지며, 피해자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이끌어 낸다.

 

일본의 '고노 담화'는 이런 길로 가는 징검다리였다고 할 수 있는데, 지금 일본 정부는 이런 징검다리를 치우고 있으니, 이것은 인간으로서도, 세계의 구성원인 한 국가로서도 해서는 안될 일이다.

 

이 책, 읽자. 그리고 '사실'에 기반에 비판을 하자. 국민들이, 시민들이 이렇게 한다면 주권국가로서도 더 책임있는 교섭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귀향'. 그러한 씻김굿, 살풀이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진실이 규명되고 책임질 대상이 책임을 져야만 한다.

 

그 다음에 용서가 따르고, 해원이 된다. 그 길로 가는데 이 책, 좋은 디딤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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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진 주빌리 - 오늘을 위한 사회적 상상, 희년
양희송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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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빌리(jubilee)은행이라는 말을 최근에 듣고, 이런 말도 있고, 이런 은행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주빌리'라는 말을 '희년(禧年)'이라는 말로 이야기하는데, 기독교 연구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49년이나 50년에 한 번 원상태로 돌리는 일이라고 한다.

 

어려운 말로 할 것 없이 '희년'은 빚으로 몰락한 사람이나 노예 상태가 된 사람을 본래대로 되돌리는 사상이라고 하면 된다.

 

즉 없는 사람들이 없기 전의 상태로 돌려주는 해, 그것이 희년이고, 이것이 희년의 사상이다. 이런 희년 사상은 역사를 통해서도 실천되기도 했는데... (이 책의 2,3장 희년 사상I,II 참조)

 

특히 지금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헬조선'이라는 말까지 유행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희년의 사상이 더욱 필요하다고 본다.

 

이 책에서 희년 사상에 대해서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희년 사상은 우리가 직관적으로 하나의 공동체를 다루고 있으며, 그 공동체는 빚이나 노예나 토지의 독점이 영구적인 것으로 용납되지 않고 주기적인 회복과 해방을 근간으로 하는 생활체제를 지향한다는 이상을 담고 있다.' (191쪽)   

 

그럼에도 지금과 같이 사유재산이 보장이 되고 개인의 자유가 극도로 보장되는 사회에서 개인의 재산을 포기하게 만드는 이런 희년 사상이 가능한가 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이것은 그저 공상에 불과하지 않은가 라는 질문도 나올 수 있다.

 

이 책에서도 이런 질문을 제기한다. 우리나라처럼 개인의 사유재산을 보장하고 있는 나라에서, 공유재가 점점 없어지고 공공부문까지도 민간 차원으로, 즉 사적인 이윤 쪽으로 내몰고 있는 나라에서 이런 희년 사상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있다.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이 많은데... 그럼에도 이런 희년 사상을 소개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바로 3의 법칙이다. 무언가에 미친 사람이 한 명이 있다면, 그는 그것에 미쳤기에 즐길 수 있다. 그러나 혼자만 미친다면 그것으로 끝이다. 희년 사상도 마찬가지다. 나만 좋다고 알고만 있으면 그걸로 끝이다.

 

여기에 동조자가 필요하다. 즉 두 번째 사람이다. 이 사람은 가만히 지켜보다 처음 미친 사람의 행동이 좋다고, 옳다고 생각해서 참여한다. 그렇게 되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렇게 두 번째 사람이 나오면 세 번째 확산자가 나온다. 이 확산자는 처음과 두 번째 사람의 주장을 널리 퍼지게 한다. 더 많은 동조자가 나오게 한다. 이게 바로 3의 법칙이다.

 

희년 사상에 대해서 미친 듯이 주장하는 사람, 그리고 그에 동조하는 사람, 여기에 확산하는 사람이 나오면 세상은 변하게 된다.

 

왜냐하면 사회적 상상력으로 우리가 상상하는 세상이 변해있기 때문이다. 생각 너머 상상, 상상 너머 변화인 것이다.

 

바로 이 책의 작가는 이런 변화를 바란다. 그래서 주빌리라는 개념, 희년 사상을 소개한다. 다른 사람들이 알기 쉽게,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수 있게...

 

이 책에 쓰인 주빌리 개념을 이해하면, 우리 사회에 대두한 '기본 소득' 논의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정치를 바꾸려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된다.

 

이런 깨달음이 실천으로 나아간다면, 희년 사상은 상상을 넘어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상상, 희년을 상상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사회적 상상이 바뀌고, 미래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유토피아(utopia)는 헬라어로 '장소(topia)'란 단어 앞에 접두사 '오우(ou)' 혹은 '에우(eu)'가 붙어 만들어진 단어다. '부정'을 뜻하는 '오우'로 읽으면 '어디에도 없는 곳(outopia, no-where)'이 되는 것이고, '좋다'는 의미의 '에우'로 읽으면 '좋은 곳(eutopia, good place)'으로 새길 수 있다.  (31-32쪽)

 

이 말을 적용하면 우리가 희년을 상상할 때 유토피아는 없는 곳에서 좋은 곳으로 바뀔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희년을 상상하자.

 

이게 지금 헬조선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런 사회적 상상까지, 그 너머까지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 이 책 작지만 참 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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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왜? - 1945 ~ 2015
김동춘 지음 / 사계절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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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헬조선'

 

대한민국이라는 엄연한 국호를 지니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요즘 유행하는 말은 '헬조선'이다. 지옥이라는 말도 아니고 영어로 헬(Hell)이고, 한국이 아니고 '조선'이다. 참으로 살고 싶지 않은 나라라는 뜻일텐데...

 

도대체 대한민국은 왜 헬조선이라는 말을 듣는가?

 

어째서 한창 미래를 꿈꿀 젊은이들이 삼포니 오포니, n포니 하면서 좌절의 늪에 빠져 있는가?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힘들게 하고 있는지 답답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답답함, 역사를 통해서 찾아가는 것이 바로 이 책이 하는 일이다. 지금의 우리가 어느 순간 똑 떨어져 나온 것이 아니라면, 지금을 구성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있을 것이라는 것.

 

그 결정적인 원인을 사회학자답게 찾아나선 것, 이 책의 역할인데... 그 결정적 원인을 1945년 해방에서 찾는다.

 

사실 해방이라 하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데... 여기서 더 앞으로 나아가면 해방에 앞서 결정적인 시기는 바로 1904년 러일전쟁이라고 한다.

 

러시아와 일본의 전쟁을 바라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시각, 특히 윤치호와 안중근의 시각에서 이 책은 시작한다.

 

러일전쟁을 동양과 서양의 전쟁으로 보고, 일본이 이기기를 바라는 사람들, 그것이 당시 조선사람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서양을 침략자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그러나 일본 역시 서양과 동일하게 침략자로 우리에게 다가왔다는 사실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일본을 서양의 침략에서 우리를 구원해줄 존재로 파악했던 윤치호와 같이 친일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것도 철저한 친일... 그리고 이들이 우리나라 해방공간에서 다시 사회의 주역으로 떠오름으로써 우리나라의 현재가 규정되기 시작한다.

 

반면, 안중근은 처음에 일본에 호의를 품었다가 일본의 본질이 침략주의임을 알고, 한중일 삼국의 동양평화론이 일본의 제국주의적 야욕 앞에서는 불가능함을 깨닫고 자주독립의 길을 모색한다.

 

그의 무장투쟁론을 이어받은 사람들, 일제시대에 변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싸우는데...

 

여기에 근대화될 때 조선에 들어온 두 사상, 기독교와 공산주의.

 

여기서 1945년이 중요해진다. 45년을 기점으로 이 두 사상은 확연히 갈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일제시대에도 갈라졌지만, 화해할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달은 것은 1945년이다. 새롭게 시작해야 할 1945년이 전혀 새롭지 않게 시작한 것.

 

남한에는 기독교를 중심으로 반공주의가 자리를 잡게 되고, 북한에서는 공산주의가 자리를 잡게 된다.

 

친일한 사람들이 처단되지 않고 사회 고위층으로 올라가고, 여기에 극단적인 반공주의가 가미되어 우리사회는 지금의 모습으로 변해오게 된다.

 

이 기점, 1945년이 바로 대한민국은 왜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실마리를 준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칠 것인가에 대한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

 

원인을 알았으니 과정을 수정해갈 수 있는 것이다. 하여 이 책은 1945년에서 6.25까지를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기간으로 잡는다.

 

그 이후의 독재정치나 경제중심으로의 사회 재편은 이 때의 방향에서 온 것이라 한다.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읽기에 부담이 없는데...

 

문제는 지금, 이 현실에서 어떻게 해야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것인가이다. 그것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이런 책을 읽는 것이기도 하고.

 

대한민국은 왜라는 부정적인 질문에, 이제는 대한민국은 이렇게 만들어져 왔으니, 앞으로는 이렇게 만들겠다고, 우리 스스로 공부를 하게 하고, 실천하게 하는 그런 생각을 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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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을 기록하라 - 작가들이 발로 쓴 한국 현대사 : 전태일에서 세월호까지
박태순.황석영 외 20인 지음 / 실천문학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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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하는 사람, 모든 것을 기억하는 사람, 이 사람은 아마도 미쳐버리거나 성인이 되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불경에서 "본생담"이라는 책이 있다. '자타카'라고도 하는데, 부처의 전생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을 믿는다면 부처는 자신의 모든 전생을 기억하고 있다.

 

그런 기억이 그를 성인의 반열에 오르게 했으리라. 다 기억하는데, 어떻게 안 좋은 일을 할 수 있겠는가? 그 일의 결과를 알고 있는데, 어찌 허튼 행동을 하겠는가?

 

그런데 반대로 자신의 자그마한 실수 하나도 다 기억한다면, 그것을 잊지 못한다면 어떻게 제 정신을 가지고 살 수 있을지... 아마도 미치는 것이 정상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성인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보인다. 기억을 다 한다면, 고칠 수 있는 방법, 그것이 초래하는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이되,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미치지 않고, 자신의 행위에 대한 결과를 받아들이되,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더 기억하는 것, 사건이 벌어진 다음에 기억으로부터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유추해서 사건을 방지할 수 있도록 기억을 작동할 것.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행복하게도 망각이라는 도구를 지니고 있다. 잘 잊어버린다. 그래서 정작 잊어서는 안 되는 일까지도 잊고 만다. 이것도 문제다.

 

망각은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자신을 똑같은 상황에 처하게도 한다. 아니, 똑같은 상황이 아니라 더 나쁜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가게 하기도 한다.

 

이것은 큰 문제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편이 차라리 더 낫겠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래서 예로부터 성인은 중용이 중요하다고 했나 보다.

 

잊을 것은 잊되, 기억할 것은 반드시 기억하는 것.

 

그것이 바로 중용 아니겠는가.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되는 것들을 잊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더 악화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지금, 우리나라 상황은 어떤가? 3.1운동부터 시작하여 4.19정신을 계승했다는 헌법을 지니고 있는 이 나라, 그 헌법이 87년 민주화투쟁으로 만들어졌는데...

 

과연 우리는 헌법에 명기된 정신을 제대로 계승하고 있는가? 헌법이 우리 사회에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혹, 우리가 무언가를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그 잊은 것이 무엇인가? 그에 대한 답을 이 책이 주고 있다. 바로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은 민중들의 힘, 우리들이 바로 민중이었다는 사실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민중을 잊고, 민중임을 잊고, 오로지 소비자로서 그날그날을 소비하고만 있었던 것은 아닐지... 민중으로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잊었다면, 그것을 기록으로 기억해내야 한다.

 

기록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많은 역사 기록들이 있지만, 우리 곁에 생생하게 다가오는 기록들은 바로 문학으로써의 기록이다. 로포문학이라고 하는 것들...

 

지금은 많이 잊혀졌지만 한 때 이 '르포 문학'은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많이들 읽었고, 많이 읽혔다. 그리고 우리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했다.

 

그런 기록들, 이제 와 새삼 다시 펴내는 것은 우리가 민중을 잊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보라고, 이 기록들을, 우리가 이렇게 살아왔다고. 이것은 과거의 일이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의 일이라고.

 

이 책은 전태일의 분신으로 시작해서 세월호로 끝난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주요 사건들에 대해서 그때그때 작가들이 기록한 것을 모아 놓은 책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직접 읽어야 더 의미가 있다. 근 45년의 역사 중에서 우리 사회에서 큰 역할을 했던 일들을 그 상황에서 멀지 않은 때 작가가 직접 쓴 글이다. 그 당시의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받을 수 있다. 더 구체적인 설명은 필요없다. 직접 읽어야 한다.)

 

당시의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고, 지금은 많이 멀어진 사건들이어서 마음에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책에 기록된 민중들의 삶, 민중들의 행동이 지금 우리를 만들어 왔다는 것을 안다면 이 기록들은 잊혀져서는 안된다.

 

또한 이 기록들은 현재에 머물지 않고 미래의 우리들을 만들게도 될 것이다. 그래서 이 기록들은 더욱 의미가 있다. 잊지 말아야 할 일들을 잊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역사를 살아가는 인간들이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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