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81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용서 - 나를 위한 용서 그 아름다운 용서의 기술
프레드 러스킨 지음, 장현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용서에 대한 책이 많이 나왔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울화가 만연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사회 전체에 울화가 많을 때 분노와 좌절이 넘치게 되고, 이는 사회 문제로 비화되기 십상이다.

 

용서란 참 힘든 일이다. 자신을 괴롭히는 대상을 용서한다는 일, 그만큼 힘든 일이 있을까? 반면에 그 용서를 실천한다면 얼마나 강한 사람이 될까? 이 때 강함은 외면적으로 강하다는 얘기가 아니라 내면적으로 강하다는 얘기가 된다.

 

내면적으로 강하다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결정하고, 남에 의해 흔들리지 않고 제 길을 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다가오는데, 이런 사람을 만드는 데 용서가 큰 몫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용서를 하는 사람은 마음의 평화를 지니고 있으며, 이러한 마음의 평화는 외적인 환경에 크게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용서는 쉽지 않다. 더구나 자신에게 커다란 피해를 주거나 고통을 준 사람을 용서하기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용서를 해야만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왜냐 용서란 과거의 일을 잊는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과거의 일을 기억하고, 그 일이 다시 반복이 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미 지나간 일, 되돌릴 수 없는 일에 자신의 마음을 지나치게 많이 주고 있으면 나 자신이 앞으로 나아가는데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 그래서 자신이 어찌 할 수 없는 일에 마음을 쓰는 일은 퇴행에 불과하고, 자꾸 자신을 울화의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일이 된다는 것이다.

 

하여 지나간 일은 기억을 하되, 그것에 지나치게 마음을 쓰지 않는 일. 그것이 자기 개인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님을 명심하는 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내게 일어난 것. 이미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 없는 것. 하지만 그것에서 다시 출발할 수는 있다는 것. 여기서 용서가 출발을 한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왜?"라는 질문만 하는 사람은 과거에만 얽매이게 된다. "왜 하필이면 내게?"하고만 하는 사람... 원인 분석에만 매달리고, 그런 일이 자기에게 일어났음을 도무지 인정할 수 없어서 괴로워하고 거기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 그런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불행에 빠뜨리게 된다.

 

인생 자체가 울화와 분노와 절망으로 점철되어 시간이 갈수록 자신을 파괴하고 만다.

 

이 때 "왜?"라는 질문보다는 "어떻게?"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분명 일은 벌어졌다. 그렇다면 과거의 원인 분석에 매달리기 보다는 현재에서 미래로 나아가는 방법을 찾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 때 할 수 있는 질문이 "어떻게"이다.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한 실천방법이 이 책에 나와 있다. 용서가 왜 좋은지만을 설명하고 있는 책이 아니라, 용서의 기술을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

 

현재의 자신을 울화로 이끈 사건을 명확히 파악하게 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알며, 그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말을 한다는 기본적인 것에서 시작하여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 그리고 울화를 용서로 바꿀 수 있는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물론 용서는 자신의 건강까지도 좋게 만들 수 있으니, 마음 건강과 몸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바로 용서이고, 또 많은 사람들이 용서를 할 수 있는 사회라면 그 사회는 평화로 충만한 사회일테니 사람들이 행복한 사회일 것이다.

 

용서의 마직막 네 가지 기술은 참으로 단순하다. 아니 단순하기 때문에 용서의 기술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므로.

 

희망(H)-교육(E)-긍정(A)-장기적 다짐(L)

 

이 말들을 연결지으면 HEAL이 된다. 즉 용서는 치유가 되는 셈이다. 사람은 누구나 희망을 갖지만 그 희망이 모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것, 그래서 실패했을지라도 다시 그것을 발판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 그렇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

 

이엇이 바로 용서의 기술이다. 자세한 것은 책에 나와 있으니 읽어보면 알 일이고... 사회가 분노로 가득 차 있을 때, 내 마음이 분노로, 울화로, 억울함으로 가득 차 있을 때 한 번 시도해 볼 일이다.

 

마음 건강과 몸 건강을 챙길 수 있고, 더불어 사회 건강도 챙길 수 있으니 말이다. 여기에 더하여 주로 용서의 기술이라 함은 남을 용서하는 기술을 말하는 것으로만 이해하기 쉬운데, 이 책에서는 용서의 기술에서 자신을 용서하기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물론 자기를 용서하는 방법은 남을 용서하는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용서, 솔직히 어렵지만 시도해 보고 싶은 일이다. 아니 이제는 시도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것이 바로 나 자신을 평화로 이끄는 길임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더 이 책에서도 누누히 이야기하고 있지만 용서가 결코 망각은 아니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굴복하는 것도 아니다. 용서란 상대방의 행동을 명확히 인식하고, 그의 책임을 무마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책임을 철저하게 묻되 나 자신의 마음이 상처받는 것을 막는 방법인 것이다.

 

그러니 용서와 굴복을 혼동하지 말고, 용서와 망각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아있는 한국 신화 - 흐린 영혼을 씻어주는 오래된 이야기
신동흔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화는 언제 읽어도 재미있다. 재미있게 읽기만 하여도 뭔가 남는다는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신화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교육을 통해서 우리 신화보다는 외국의 신화를 먼저 접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까이 있는 것이 천대를 받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 신화만큼 홀대받은 것이 있나 싶을 정도로 우리 신화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기껏해야 단군신화나 고주몽 신화 정도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하여 이 책은 그러한 신화를 모아 놓았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 신화를 모아 놓은 것에서 그치지 않고, 수많은 이본이 존재하는 신화 중에서 가장 서사성이 뛰어나다고 생각하거나, 우리 민족의 심성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본을 선택해서 실어놓고 있다. 

 

가히 완성된 신화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단순히 신화만 정리해 놓았어도 상당한 의미가 있을텐데, 여기에 나름대로 해석을 싣고 있다.

 

그 신화가 지닌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네 삶의 어떤 부분들을 보여주고 있는 건지, 우리는 그 신화를 통해서  무엇을 생각하고 얻을 수 있는지를 풀이해 놓고 있다.  

 

그래서 명실상부한 신화 풀이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읽어서 알고 있는 신화도 있고, 처음 읽는 신화도 있었지만, 재미를 주지 않은 신화는 어느 하나도 없었다.

 

새록새록 우리 신화를 알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었고,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구나, 이 신화는 우리 민족의 이런 생활을 나타내고 있구나 하게 만든 책이었다.

신화가 없는 민족이 어디 있겠으렸만, 우리는 우리의 신화에 대해서 너무도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우리 신화가 가진 특성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지은이는 이렇게 답한다고 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잘 가꾸어진 정원과 같은 이야기라면 우리 민간 신화는 거친 들판의 야생화 같은 이야기라는 것이다. 권력자나 문인 지식인의 보살핌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그들의 멸시화 배제와 억압에 노출된 상태에서 자생적으로 생명력을 이어온 야생의 신화가 바로 우리 민간 신화다. 596쪽

 

바로 이것이 우리 신화다. 집집마다 적어도 한 권쯤은 우리 신화에 대한 책을 가지고 있으면 좋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도에서 사라진 사람들 - 사라진 민족 사라진 나라의 살아 숨 쉬는 역사 지도에서 사라진 시리즈
도현신 지음 / 서해문집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는 흐른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얼마나 많은 나라들이 세워졌다 사라졌다 했을까?

사라진 나라들 중에서 기록을 남긴 나라는 얼마나 될까?

한때 위용을 자랑했던 나라들이라고 해도 역사 속에만 존재하는 나라도 많고, 또 역사 속에서도 찾기 힘든 나라들도 있는데...

 

사람들은 혼자서 살기 힘들다고 나라를 구성하고 그 나라에 속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었는데... 지도에서 사라진 사람들이라는 말은 차라리 지도에서 사라진 나라들이라고 하는 편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역사를 통하여 보면 우리 사람들은 늘 사라질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지도에서 사라졌다는 말은 역사에서 잊혀졌다는 말과 통할 수 있고, 아니면 자신들이 세웠던 나라가 어떤 형태로든 지금까지 이어져 오지 않고 있기에 사라졌다는 말과 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주가 탄생한 이래, 아니 지구가 탄생한 이래 인류가 이 지구상에 산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음에도 이제는 지구 자체를 명망시킬 정도로 강성해진 인간들이 살아온 역사를 살피는 일은 중요한 일이 되는데...

 

여러 나라들의 흥망성쇠를 살피면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알게 되고, 그것이 바로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한 때 강한 나라여서 상당한 힘을 발휘하던 나라였음에도 이제는 지도상에서 찾기 힘들고, 또 역사 책에서도 찾기 힘들어진 나라들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이 해주고 있다.

 

서양에서부터 동양에 이르기까지 사라진 나라들에 대해서 살피고 있어 흥미를 주고 있다. 여기에 처음 듣는 나라들도 있으니... 그 나라 사람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완전히 잃고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흡수되어 사라져버린 역사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에 수록된 사람들(민족? 나라?)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수메르인, 히타이트인, 에트루리아인, 켈트족, 파르티아인, 훈족, 에프탈족, 아바르족, 흉노족, 오환족, 유연족, 탕구트족, 거란족, 옥저인, 동예인, 부여인, 우산국인, 가야인

 

이 중에서 훈족과 흉노족은 같은 종족이라고 보아도, 참으로 많은 종족들이 지도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들은 과거의 역사 속에서만 존재하거나, 과거의 역사 속에서도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된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전쟁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정복, 약탈, 전쟁으로 인해서 흥망성쇠가 결정이 되는데... 조금 강하다 싶으면 다른 나라를 침범해 영토를 확장하려고 하고, 약해지면 침략을 받아 멸망을 하는 그런 반복.

 

인류의 역사가 이토록 전쟁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얘기는 앞으로도 전쟁이 우리의 역사에서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반증이 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전쟁을 막기 위해서 국제연합이라는 세계적인 단체를 만들기도 했고, 유럽연합이라든지 하여 나라들끼리 통합하여 평화롭게 지내려는 노력도 하고 있지만, 조금 강한 나라는 여전히 약한 나라를 힘들게 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역사에서 사라졌던 나라들이 세월이 흐른 다음에 다시 자기들만의 나라를 만들고, 사라진 사람들이 아니라 다시 나타난 사람들이 되려고 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전쟁이 일어나고, 파괴가 일어나고, 살육이 일어나고 하는 반복.

 

역사는 반복되는가? 기원전까지 따진다면 수 천년의 역사를 통해서 인류가 배운 것이 없다는 얘기가 되나? 서로가 공존하면서 사는 방법, 그것을 찾아야 하지 않나?

 

결국 과거의 전쟁이 먹을거리로 인해, 생존으로 인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 인류의 생존문제를 해결한 지금은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평화롭게 공존하는 인류?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는 이 책에 나와 있는 사람들, 나라들처럼 또다시 사라지는 길을 밟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책에 나와 있는 민족들이 나라를 구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모두가 사라져버리지 않고 다른 민족들에 동화되어 살아남았겠지만,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공존하는 인류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다시 종족멸살이라는 홀로코스트를 경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사는 종이 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서이다. "지도에서 사라진 사람들"이라는 책을 읽는 이유는, 또다시 지도에서 사라진 사람들을 만들어내지 않기 위애서이다.

 

지도에서 사라진 사람들을 만드러내지 않는 방법, 그것은 평화적 공존밖에 없다. 이 책을 보라. 이들이 사라진 이유는 대부분 전쟁이다. 전쟁으로 인한 절멸과 합병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털어놓기와 건강
페니베이커 / 학지사 / 1999년 3월
평점 :
품절


지금은 너무도 당연한 말처럼 들리는 이 말이, 예전에는 과학적으로 의학적으로 입증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설마 하는 의문도 있었고, 입증되지 않은 사실은 믿을 수 없다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인정이 되고 있고, 스트레스는 면역체계를 파괴해서 우리의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이 의학적으로 증명이 되었다. 또한 스트레스는 자신의 감정을 억제함으로써 더 심해지니, 감정을 억제하는 일은 우리의 건강에도 적신호로 작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패니베이커의 책은 이런 방면의 고전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거의 입증이 된...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의 유용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프로이트의 정신의학을 지금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해서 프로이트의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 하지 않듯이 패니베이커의 이 책도 여전히 읽어야만 하는 책이다.

 

마음을 털어놓을 때는 말로 할 때도 있고, 글로 할 때도 있는데, 이 둘은 거의 비슷한 효과를 나타내는데, 그는 이를 맹신하지는 않는다. 적당한 정도가 좋다는 얘기다. 왜냐하면 어려운 얘기를 듣는 사람의 감정이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감 능력, 이것이 인간이 지닌 능력인데, 계속 안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 그 듣는 사람의 감정 상태 역시 깨지기 쉽다는 것이다. 그럴 때는 끊어야 한다고...

 

서로 감정이 상하지 않을 상태에서 관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이것이 상담의 기초가 된다는 사실을 명심한다면 우리는 서로 듣고 말하는 관계가 얼마나 우리의 감정을 풀어주고, 더불어 우리의 건강까지 챙기게 되는지를 알게 된다.

 

말하기가 힘들다면 쓰기를 하면 된다. 조용한 공간에서 자신의 힘듦과 대면하고 이를 글로 옮긴다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게 되고, 성찰을 하게 된다고.. 그런 성찰을 통해서 자기치유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다만 글쓰기를 할 때 주의할 점도 이야기해주고 있는데, 글쓰기를 현학적으로 한다든지, 분노만 표출한다든지 하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도 하고 있어서, 여러모로 참조할 사항이 많다.

 

또 큰사건을 겪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직면한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어째 이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에 딱 맞게 나왔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큰 사건을 겪은 사람들은 사건이 일어난 직후에는 이 사건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들을 한다. 그들은 이렇게 이야기를 함으로써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데, 문제는 4주가 지난 다음부터다. 이 때부터는 너무도 많은 이야기를 들어왔기에 다른 사람들은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건 당사자들에게는 그 사건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그들은 누구에겐가 털어놓고 싶어하는데,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 그런 상태... 마음이 억압을 받는다. 스트레스가 쌓인다. 건강이 상한다. 이게 문제라고 한다.

 

사건이 일어나고 4주 동안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전문가들도 가서 이야기를 듣고 치유에 힘을 쏟는데, 4주가 지나면 전문가들도 사람들도 잊고 만다는 사실... 정작 그들에게는 4주 뒤에 더 필요한 일인데 하지 않아서 문제가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 그렇구나. 지금 우리나라도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구나. 지금부터가 전문가들이, 또는 다른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 많은 시기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래, 지금부터 시작이다. 그 점을 명심하자.

 

또 이런 구절이 있는데.. 정말 마음에 와 닿았다.

 

학습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라면 객관식 시험은 법으로 금지되어야 한다. 적극적으로 정보를 통합하는 것을 증진시키는 주관식 시험이 치러져야 한다. 263쪽

 

전국민의 지능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시험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이 있어야 한다는 것. 점차 쓰기 능력을 잃어가는데, 이는 자신을 성찰하는 능력을 잃어가는 것. 그래서 우리는 쓰기에 대한 생각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우리의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라는 것. 명심하자.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에게 품이란 무엇일까? - 공동체에 대한 고민 길담서원 청소년인문학교실 6
윤구병 외 지음 / 철수와영희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품은 공동체다. 함께 살아가는 곳. 사람이 혼자서는 살 수 없기에 품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존재다.

 

나에게 품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은 나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이고, 함께 산다는 일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으로 바꿀 수 있다.

 

이런 질문은 모든 사람들이 해야하지만, 특히 청소년들이 해야 한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만들어 나갈 가능성이 많고, 또 만들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품에 대한 질문을 하는 청소년들에게 6명의 어른들이 대답을 하고 논의를 했다. 그 결과를 모아놓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질문을 하는 청소년이 있다는 것, 그것은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질문을 하지 못하는 청소년은 시키는 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질문을 한다는 것, 답을 찾는다는 것, 그것은 바로 자신을 변화시키는 첫걸음이다. 이 첫걸음에 함께 하는 어른들. 그들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품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자신이 겪은 품, 자신이 함께 하고 있는 품이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품이란 사람 각자가 찾아가야 할 것이고, 자신만의 품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윤구병은 변산공동체를 중심으로, 이현주는 종교를 중심으로, 이남희는 가정을 중심으로, 이계삼은 교육을 중심으로, 유창복은 성미산마을을 중심으로, 그리고 박성준은 길담서원을 중심으로 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 뒤에 청소년들이 질문을 하고 답을 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런 과정이 없다면 이 책은 어른들의 일방적인 강의로 끝나고 말았을 것이다.

 

우리는 삶에서 품을 벗어날 수 없다. 오죽했으면 품이 넉넉해야 한다는 말까지 있겠는가. 이 품은 나를 받아주기도 하지만, 나를 힘들게 하기도 하는데... 도대체 나는 어떤 품에서 살아가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해야만 한다.

 

그것이 자신의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질문이 되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가정이라는 품에서, 조금 나이들어서는 학교라는 품에서, 그 다음에는 직장이라는 품에서 살아가게 되는데, 그 많은 품들 중에서 내가 살아갈 품은 도대체 무엇일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는 없다.

 

사실, 지금 우리나라는 가정이 해체되는 위기를 겪기는 가정도 많고, 학교 교육은 이미 무너져내려 더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소리가 나온 지 오래되었으며, 직장에서는 노조 조직율을 30%도 안되는 상태에서 자신의 고용보장조차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고... 기타 자연이라는 품도 우리 스스로 파괴하여 우리를 받아들이기에 버거워하고 있으니...

 

이런 우리 사회에서 품이란 무엇일까? 어떤 품을 만들어야 할까? 나름대로 품을 만들고 그 품에서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참조해볼 수 있게 해준 것이 바로 이 책인데...

 

그렇다. 우리는 품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그것이 품을 더욱 넉넉하게 만드는 일이 될 것이다.

 

청소년...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 그들이 이렇게 품에 대해 고민한다면 우리 사회는 아직도 희망은 있다. 그런 희망이 보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81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