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바바라 오코너 지음, 신선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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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집에 책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아마도 아이들이 사서 읽은 듯. 헌책 정리를 하다가 발견했다. 이 책이 있었구나... 비록 흥행은 잘 되지 않았지만,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헌책 정리를 하기 전에 꼭 읽어봐야지 하다가 읽은 책.

 

한 번 가정을 해보자.

 

어느 날 아빠는 집을 나가 버리고, 엄마와 동생과만 남겨진 나에게 그나마 있던 집에서조차도 집세를 제 때 내지 못해 쫓겨난다. 쫓겨나서 생활하는 공간은 자동차 안. 자동차가 집이다.

 

그러니 숙제는커녕 제대로 씻을 수조차 없다. 게다가 한 곳에 오래 주차되어 있으면 쫓겨날지도 모르니 엄마는 자동차를 이틀 이상 한 곳에 주차시키지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제대로 학교에 다닐 수 있겠는가. 아니 제대로 생활할 수 있겠는가. 이 때 눈에 띈 광고. 잃어버린 개를 찾아주면 사례금을 준다는.

 

자 초등학생에 불과한 아이가 생각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는가. 바로 개를 찾아주고 사례금을 받는 것. 그런데, 사례금을 어떻게 받는담... 간단하다. 개를 훔치면 된다. 훔친 다음 개를 찾는 공고문이 붙으면 그 때 개를 가져다 주고 사례금을 받으면 된다.

 

얼마 정도? 돈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없는 아이에게는 첫 광고에서 받던 500달러가 된다.

 

이때부터 개를 훔치기 위한 노력과 훔친 다음에 사례금을 받기 위한 과정이 펼쳐진다. 어떻게 될까?

 

읽으면 참 지지리도 궁상맞은 집안이다. 자기 집조차 없는데, 아이들은 꼬박꼬박 학교에 보낸다. 아이들이 제대로 씻지도 못해서 구질구질한 상태인데... 초등학교에서 이런 모습이면 친구들 다 떨어져 나가고, 따돌림을 당하기 쉽다.

 

이 책은 그런 구질구질한 모습에 집중하지 않는다. 아이가 돈을 마련하려고 개를 훔치는 과정과 돌려주는 과정에 집중한다.

 

여기서 가난은 뒤로 물러선다. 그 가난에 치를 떠는 것이 아니라, 가난 때문에 일어나는 일을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천진난만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남매의 행동에 웃음을 머금게 된다. 그런 웃음 때문에 가난은 잠시 잊혀진다. 그렇다고 가난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쳐 나가떨어질 것만 같은 엄마도 신경질 내고 화도 내고 하지만, 아이들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니, 아이들 역시 포기하지 않는다. 여기에 개를 훔치고 사례금을 받는다면 소설이 좀 문제가 있겠지.

 

개를 훔치긴 했는데, 작전에 차질이 생겼다. 훔친 개 주인 역시 지지리도 가난한 사람, 사례금을 도저히 마련하기 힘든 사람, 그에겐 개가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이걸 가까이서 지켜보게 된 주인공...

 

여기에 숨겨둔 개가 있는 곳에 우연히 머물게 되는 무키란 이름을 가진 남자. 그 남자의 등장으로 이 소설은 극단으로 치닫지 않는다.

 

그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지만, 주인공으로 하여금 서서히 깨닫게 한다. 앞날보다는 지나온 날들의 자취가 중요하다는 말과 함께... 자꾸 휘저으면 더 엉킨다는 말도.

 

이들의 가난이 한 번에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지내는 그들에게는 희망이 있을 것이다. 자기 나름대로 판단을 하고, 생활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난으로 인해서 일어나는 개를 훔친 다음 사례금을 받으려는 아이다운 발상, 그러나 아이답게 사랑이 넘치는 감정으로 결국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리는 행동.

 

과연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 있을까? 없다. 가장 완벽한 방법은 안 훔치는 거다. 주인공은 그걸 깨닫는다.

 

그런 행동을 가볍게 전개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짓게 한다.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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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설과 대화하다 사계절 1318 교양문고
문숙희 외 지음 / 사계절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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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에게 책을 읽으라는 말은 쉽게 한다. 책이 중요하다고도 하고, 책 속에 길이 있다고도 한다. 그러나 과연 그들에게 책을 읽을 시간을 주거나, 책을 읽고 난 후 그것을 곱씹을 기회를 주고 있는가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들에게 소설이나 시는 자신의 감수성을 자극하고, 간접경험을 하며, 자아형성을 이루는 계기가 되는 활동이라는 말은 교과서에 적힌 말일 뿐이다. 이들에게 소설이나 시는 단지 시험을 위한 읽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점점 더 소설과 시에서 청소년들이 멀어지게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소설과 시는 읽혀야 한다. 아니, 청소년들이 읽어야 한다.

 

사실 학생들이 가장 재미없어하는 교과서도 학기초에 받자마자 펼쳐보고 읽는 부분은 소설이나 시 아니던가.

 

다른 읽을거리도 별로 없기는 하지만, 여전히 문학은, 특히 소설은 학생들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소설에는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 속에는 사람이 있고, 갈등이 있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갈등을 겪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그 갈등을 우리가 매번 일상에서 겪는다고 생각해 보면 끔찍한 일일텐데... 소설 속에서 다른 인물들이 겪는 다양한 갈등들은 우리에게 다른 삶을 보게 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그 뒤 주인공은 어떻게 됐을까? 왜 그들은 그렇게 행동했지? 등등 읽으면서 많은 것들을 머리 속에 떠올리게 된다.

 

단지 머리 속에 떠올리기만 하면 안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작품 읽고 대화하기다. 내 생각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도 알게 되는 일, 그것이 소설을 더 깊이 있게 읽는 것, 또 소설을 더 잘 경험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과정을 담고 있다. 아마도 문학동아리 구성원 정도 되는 학생들이 교사와 함께 소설을 읽고, 감상을 서로 이야기하고, 그것을 또 글로 써내는 과정을 거친 활동을 담고 있다.

 

세 가지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선 소설을 실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소설의 부분을 생략하지 않고 또 줄거리만 제시하지 않고 소설의 전부분을 다 실었다는 데 있다. 덕분에 단편 소설들만 실을 수밖에 없었지만...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자신과 대화하다. 가족과 대화하다. 세상과 대화하다라는 세 부분으로 나누고 있는데...

 

자신과 대화하다에는 불량한 주스 가게(유하순), 열여덟 살, 그 겨울(정은숙), 영두의 우연한 현실(이현)

 

가족과 대화하다에는 봄봄(김유정), 사랑손님과 어머니(주요섭), 아빠, 아빠, 오, 불쌍한 우리 아빠(성석제)

 

세상과 대화하다에는 가식덩어리(임태희), 고향(현진건), 우상의 눈물(전상국)

 

이렇게 모두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이 단편소설 전문을 읽을 수 있다. 다시 소설의 전문을 찾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고, 소설을 다 읽지 않고 뒤를 읽는 소략함을 면할 수 있어서 좋고, 소설을 먼저 읽음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먼저 정리할 수 있어서 좋다.

 

소설의 전문 다음에는 학생들의 대화가 실려 있다. 그 작품을 읽고 자신들이 생각한 점을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학생들이 그 작품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그 작품들이 자신들의 삶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서로 말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소설을 내면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대화에 참여한 학생들 중에 한 학생의 독후 활동을 싣고 있다. 글쓰기를 통해 소설읽기를 최종적으로 정리하고 있는 셈인데... 주인공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쓴 글도, 자신의 감상을 쓴 글도, 시로 쓴 글도, 뒷이야기를 쓴 글도 있다. 아주 다양하게 활동을 해서 다양한 독후활동을 맛볼 수 있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는 청소년들, 그들에게도 책을 읽는 재미를 알게 해주면 충분히 시간을 낼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그것은 학교에서(학교로 국한한다) 국어시간에 독서시간을 할애하든, 아니면 방과후 활동으로 하든, 동아리활동으로 하든 책읽기에 재미를 붙인 학생이라면 충분히 참여하리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 책읽기의 즐거움에 대한 모형, 함께 책을 읽고 대화하면 무엇이 좋은지 알려주는 모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이 책이다.

 

다른 소설들을 가지고 작업한 후속 책들이 더 나와 다른 학생들이 참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덧글

 

운 좋게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준다는 선착순 모집에 응모해서 당첨되었다. 책을 보내준 출판사에 감사를 표한다. 여러모로 유용한 즐거운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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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힘 - 절망의 시대, 시는 어떻게 인간을 구원하는가
서경식 지음, 서은혜 옮김 / 현암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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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시대, 시는 어떻게 인간을 구원하는가'라는 작은 제목을 달고 있다. 절망의 시대일수록 시는 우리 곁에 와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절망의 시대에 무슨 서정시가 필요하냐가 아니라, 절망의 시대이기 때문에 서정시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지녀야 한다.

 

 

'승산의 유무나 유효성, 효율성 같은 원리들과는 전혀 다른 원리에 관한 이야기... 그것은 시인의 언어이며, 그것이 서정시다.' (110쪽)

 

'승산 유무를 넘어선 곳에서사람이 사람에게무언가를 전하고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다.

 그러한 시는 차곡차곡 겹쳐 쌓인 패배의 역사 속에서 태어나서 끊임없이 패자에게 힘을 준다. 승산 유무로따지자면 소수자는언제나 패한다. 효율성이니 유효성이라는 것으로는 자본에 진다. 기술이 없는 인간은 기술이 있는 인간에게진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의 원리로서 인간은 이러해야 한다거나, 이럴 수가 있다거나, 이렇게 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며, 그것이 사람을 움직인다. 그것이 시의 작용이다.' (110-111쪽)

 

이 책에서 중국의 루쉰을 말하는 장면에서 나온 말이다. 그리고 이 말이 곧 이 책의 성격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효율성, 승패를 떠나 해야만 할 일, 하고자 하는 일을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시이고, 서정시고, 그런 서정시는 두고두고 우리에게 힘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시에 본래적으로 이런 힘이 있을까? 마치 원석을 땅에 그대로 놔두면 그냥 돌덩이에 불과하듯이, 시도 우리들이 작용해야 힘을 발휘한다.

 

'시에는 힘이 있을까? 나의 대답은 이렇다. 이 질문은 시인이 아니라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던져져 있다 시에 힘을 부여할지 말지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에게 달린 것이다.' (5쪽. 한국어판 서문에서)

 

그렇다. 시 자체의 힘을 생각하기보다는 시와 함께 하는 우리들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들이라고 하기가 그렇다면 자신을 생각해야 한다.

 

이 책의 저자인 서경식은 그의 자전적인 글 '나는 왜 글쟁이가 되었는가?'에서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경계인으로 살 수밖에 없는 자신에게 삶의 길을 제시해준 대상으로 시를 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나온 소위 저항시들이라고 하는 것. 형들이 조국에가서 구속되어 언제 석방될지도 모르는 상태, 자신 역시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상태로 무엇을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 어려운 독재상황에서도 그 상황을 돌파하려는 몸짓을 보인 시들은 그에게 삶의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고 한다.

 

그가 좌절하지 않고 지금까지 글과 더불어 살아오게 된 힘은 바로 그런 시에서 왔다고...

 

하여 시는 절망의 시대에 오히려 빛을 발할 수 있다. 시는 유용성을 먼저 따지지 않기에...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말하기에... 결과를 보는 것이 아니라 할 수밖에 없음을, 그것이 사람다운 삶임을 시가 보여주고 있기에 시는 절망의 시대에 길을 인도하는 빛이 되는 것이다.

 

이런 시의 힘 말고도 많은 글들이 이 책에 묶여 있는데... 무엇보다도 경계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자신이, 그는 이를 디아스포라 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 그래도 제대로 살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시의 힘, 문학의 힘이었다는 것을 이 책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그가 어린시절, 잠깐의 실수로 비행을 저지른 친구에게 이용당하는 모습,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소설을 쓰는 과정 - 이 소설은 지금 남아 있지 않다고 하지만 - 에서 그는 문학이 어떻게 치유로써 다가왔는지를 '어린 시절 - 첫 단편소설'이라는 글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문학은 치유로써의 기능도 하지만, 길을 보여주는, 도저히 앞이 보이지 않는 시절에서도 앞으로 가는 사람이 있음을, 앞으로 가야만 함을 보여주고 있으니, 그것이 바로 시의 힘이다. 문학의 힘이다.

 

지금, 우리 시대... 이런 시의 힘, 문학의 힘이 아직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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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조심스럽게, 문학은 거침없이 - 한명희 시인이 엿본 문학의 사생활
한명희 지음, 오종은 사진 / 천년의시작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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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오래 된 책이기는 하지만, 문학이 그 시대에만 통용되지 않듯이 문학인들에 대한 이야기 역시 시간의 제약을 덜 받는다.

 

시간의 제약을 많이 받는다면 좋은 문학이 될 수 없듯이, 문학인들의 삶 자체도 문학을 이루는 한 요소이기에 언제 읽어도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된다.

 

특히 문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한 글을 읽다보면 문학인들의 속살을 엿보는 듯한 감정도 느끼게 되고, 왠지 그 문학인과 더 가까워진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가 쓴 작품에 대해서 흥미를 가지고 읽게 되기도 하고.

 

이 책은 2004년에 여러 문학인들을 만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문학인의 개인적인 생활을 담기보다는 그 사람과 만나서 대화하는 분위기, 그리고 느낌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 책이다.

 

하여 문학인의 사생활이 궁금해서 이 책을 펼쳐보았다면 그런 내용을 찾기가 힘들어 실망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학이 지닌 섬세한 면들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인터뷰어가 시인이라서 주로 시인들이 많기도 하지만, 또 자신이 시인이라서 시인다운(?) 감성으로 인터뷰이를 만나 이야기를 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보다는 문학과 관련된, 또는 그 만남의 분위기, 그 사람에 대해서 느낀 점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해주기 때문에...

 

이수익, 나희덕, 유  하, 고  은, 김남조, 김상미, 장석남, 나태주, 박상륭, 김승희, 문정희, 김지하, 천양희, 박범신, 채성병, 신달자, 강은교, 김종철

 

이 책에 나온 문학인들이다. 그들을 분류해보면 박상륭과 박범신을 제외하고는 모두 시인이다. 아, 물론 유  하는 시인이자 영화감독인데...시인에 넣을 수 있겠고.

 

그들을 가장 잘 말해줄 수 있는 언어로 각 문학인과의 만남에 제목을 달았다. 제목만 보고 문학인의 특성을 추측하는 재미도 있을 책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문학인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이 책이 의미가 있다.

 

이 책을 읽고 그 사람들의 작품을 찾아 읽어도 좋고, 자신도 직접 창작을 해봐도 좋고.

 

여행을 떠날 때 버스 안이나 기차 안에서 읽어도 좋을 책이기도 하다. 길지 않은 분량이 읽기에 딱 좋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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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이남호 지음 / 현대문학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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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어가면서 소설을 잘 읽게 되지 않는다. 그만큼 허구의 세계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고 해야 할까, 아님 다른 사람들 말처럼 현실이 소설보다 더한데 소설을 읽는 재미가 없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시를 많이 읽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시집을 간혹 사서 보기는 하지만, 시에서도 분명 멀어지고 있는 상태다.

 

이런 현실에는 내 상태도 문제지만 소설이나 시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도무지 소설의 내용이 맘에 와 닿지 않고, 시는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는 시가 더 많기 때문이다.

 

자기들만이 이해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문학작품. 그것이 문학사적으로는 가치가 있을지 몰라도 현실의 독자들에게는 아무런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무슨 호사취미도 아니고 제가 감동을 받지도 못하고 이해도 하지 못하는 작품을 읽는 독자는 있더도 아주 소수일 뿐이기 때문이다.

 

문학작품도 이렇게 읽지 않는데, 문학비평에 관한 책을 읽을까? 하나마나 한 소리다. 누가 읽겠는가. 기껏해야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거나, 학자들이거나, 문학을 업으로 먹고사는 몇몇 사람들 이외에는 문학비평이란 서가에서 긴잠을 자고 있기 일쑤일 뿐이다.

 

그럼에도 문학비평서가 끊이지 않고 나온다. 문학하는 사람들도 남들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마음을 글로 표현해 내 꾸준히 내고 있지만, 비평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들 역시 자신이 읽은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으면 몸살이 나는 사람들인가 보다. 팔리기는 커녕 읽히지도 않을 책을 죽어라고 내는 것을 보면 말이다.

 

비평가는 작가와 독자의 사이에 서서 둘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작가가 자신도 잘 모르고, 또는 자신만이 알게 표현한 내용들을 찾아내서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독자들에게 작품을 읽는 하나의 도구를 주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비평가다. 그래서 비평가는 때로는 자신들이 작가보다 우위에 섰다고 하기도 하지만, 비평가와 작가는 문학의 쌍동이다. 둘은 샴쌍동이처럼 찰싹 붙어있는 존재다.

 

가끔은 둘을 분리하는 수술을 하지만, 이들은 본질적으로 붙어있을 수밖에 없는 존재. 따라서 작가도 자의식이 강하지만, 비평가 역시 그에 못지 않게 자의식이 강하다. 자신들이 어떨 때는 작가보다도 더 그 작품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그런 자의식.

 

이 책은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이남호 교수의 문학비평집이다. 문학에 대해서 그는 정통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현대 소설이나 시의 기괴한 내용들에 대해서는 그도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문학은 보편성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보편성이 문학을 문학답게 하고, 문학을 시대를 넘어서 존재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문학이 사라져 가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비평가는 보편성을 지닌 문학을 발굴해서 아직도 문학이 살아 있음을 독자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도 지니고 있다.

 

그런 생각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이 이 책의 제목이 된 '문학에는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글이다.

 

문학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그는 이 글에서 '고요함 혹은 적막함의 공간, 내면성, 너그러움, 연민의 마음' 등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것들은 사람들이 세상을 잘 살아가는데 필요한 요소들이니, 문학에 필요한 것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요소들이 문학에 잘 드러나게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너무도 독창적일 필요가 없다는 거다. 문학이 문학다울 때는 인간이 지닌 보편성을 드러냈을 때라고 한다. 그것이 바로 지역을 넘어 세계화로 나아가는 길임을 '보편성과 한국문학의 세계화'라는 글이서 잘 설명하고 있다.

 

이런 기본적인 틀을 가지고 그는 구체적인 시와 소설을 분석한다 그 작품들이 왜 의미가 있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결코 어렵지 않게... 그래서 그의 비평을 읽으면서 문학 작품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된다.

 

훌륭한 비평이다. 작품을 읽을 마음이 생기게 하다니... 다만, 마지막 4부에는 미당 서정주에 대한 글이 나오는데... 이는 학술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서정주가 우리나라 뛰어난 시인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의 행적과 관련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으니... 우선 그를 제외하고...

 

그렇더라도 이 책은 훌륭한 비평서이다. 여러가지 작품들을 일관되게, 즉 이 책의 첫부분에 나온 '문학에는 무엇이 필요한가'에 따라서 분석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이야기한 요소들이 잘 들어 있는 문학작품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은 소설을 읽을 일이다. 시를 읽을 일이다. 읽어야 나름대로 평가를 할 것이 아닌가. 우선 작품을 읽어야 그 다음에 비평서를 읽어도 읽을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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