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소설과 대화하다 사계절 1318 교양문고
문숙희 외 지음 / 사계절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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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에게 책을 읽으라는 말은 쉽게 한다. 책이 중요하다고도 하고, 책 속에 길이 있다고도 한다. 그러나 과연 그들에게 책을 읽을 시간을 주거나, 책을 읽고 난 후 그것을 곱씹을 기회를 주고 있는가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들에게 소설이나 시는 자신의 감수성을 자극하고, 간접경험을 하며, 자아형성을 이루는 계기가 되는 활동이라는 말은 교과서에 적힌 말일 뿐이다. 이들에게 소설이나 시는 단지 시험을 위한 읽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점점 더 소설과 시에서 청소년들이 멀어지게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소설과 시는 읽혀야 한다. 아니, 청소년들이 읽어야 한다.

 

사실 학생들이 가장 재미없어하는 교과서도 학기초에 받자마자 펼쳐보고 읽는 부분은 소설이나 시 아니던가.

 

다른 읽을거리도 별로 없기는 하지만, 여전히 문학은, 특히 소설은 학생들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소설에는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 속에는 사람이 있고, 갈등이 있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갈등을 겪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그 갈등을 우리가 매번 일상에서 겪는다고 생각해 보면 끔찍한 일일텐데... 소설 속에서 다른 인물들이 겪는 다양한 갈등들은 우리에게 다른 삶을 보게 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그 뒤 주인공은 어떻게 됐을까? 왜 그들은 그렇게 행동했지? 등등 읽으면서 많은 것들을 머리 속에 떠올리게 된다.

 

단지 머리 속에 떠올리기만 하면 안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작품 읽고 대화하기다. 내 생각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도 알게 되는 일, 그것이 소설을 더 깊이 있게 읽는 것, 또 소설을 더 잘 경험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과정을 담고 있다. 아마도 문학동아리 구성원 정도 되는 학생들이 교사와 함께 소설을 읽고, 감상을 서로 이야기하고, 그것을 또 글로 써내는 과정을 거친 활동을 담고 있다.

 

세 가지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선 소설을 실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소설의 부분을 생략하지 않고 또 줄거리만 제시하지 않고 소설의 전부분을 다 실었다는 데 있다. 덕분에 단편 소설들만 실을 수밖에 없었지만...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자신과 대화하다. 가족과 대화하다. 세상과 대화하다라는 세 부분으로 나누고 있는데...

 

자신과 대화하다에는 불량한 주스 가게(유하순), 열여덟 살, 그 겨울(정은숙), 영두의 우연한 현실(이현)

 

가족과 대화하다에는 봄봄(김유정), 사랑손님과 어머니(주요섭), 아빠, 아빠, 오, 불쌍한 우리 아빠(성석제)

 

세상과 대화하다에는 가식덩어리(임태희), 고향(현진건), 우상의 눈물(전상국)

 

이렇게 모두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이 단편소설 전문을 읽을 수 있다. 다시 소설의 전문을 찾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고, 소설을 다 읽지 않고 뒤를 읽는 소략함을 면할 수 있어서 좋고, 소설을 먼저 읽음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먼저 정리할 수 있어서 좋다.

 

소설의 전문 다음에는 학생들의 대화가 실려 있다. 그 작품을 읽고 자신들이 생각한 점을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학생들이 그 작품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그 작품들이 자신들의 삶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서로 말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소설을 내면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대화에 참여한 학생들 중에 한 학생의 독후 활동을 싣고 있다. 글쓰기를 통해 소설읽기를 최종적으로 정리하고 있는 셈인데... 주인공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쓴 글도, 자신의 감상을 쓴 글도, 시로 쓴 글도, 뒷이야기를 쓴 글도 있다. 아주 다양하게 활동을 해서 다양한 독후활동을 맛볼 수 있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는 청소년들, 그들에게도 책을 읽는 재미를 알게 해주면 충분히 시간을 낼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그것은 학교에서(학교로 국한한다) 국어시간에 독서시간을 할애하든, 아니면 방과후 활동으로 하든, 동아리활동으로 하든 책읽기에 재미를 붙인 학생이라면 충분히 참여하리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 책읽기의 즐거움에 대한 모형, 함께 책을 읽고 대화하면 무엇이 좋은지 알려주는 모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이 책이다.

 

다른 소설들을 가지고 작업한 후속 책들이 더 나와 다른 학생들이 참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덧글

 

운 좋게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준다는 선착순 모집에 응모해서 당첨되었다. 책을 보내준 출판사에 감사를 표한다. 여러모로 유용한 즐거운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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