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교사 안광복의 키워드 인문학
안광복 지음 / 한겨레에듀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솔직히 요즘 고등학생들이 읽는 책 목록을 보면 감탄을 금하지 못하면서도, 저걸 고등학생들이 다 읽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지니고 있다.

 

(이해했을까가 아니라 읽었을까다. 분명 엄청나게 많은 양에다가, 내용도 너무도 어려운 책들이 수두룩하니... 참...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너무 학생들 수준을 무시하는가 싶기도 하지만)

 

서양고전부터 시작하여 동양고전에다가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를 다룬 책까지 정말로 다양하고도 어려운 책들이 권장도서,  필독도서 목록에 올라 있고, 논술을 하려면 이 정도 책은 읽어야 쓸 수 있는 주제들도 많다.

 

정말로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이 이 많은 책들을 읽었을까? 읽을 시간이 있을까?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이 언제 책을 읽을 시간을 낼까, 늘 의문이었다.

 

정작 책을 읽지 않으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텐데, 그래 책을 읽었다고 믿자. 읽지 않으면 쓸 수 없는 논술 주제들이 많으니 말이다.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교사가 쓴 책인 이 책은 학생들이 어려운 책에, 또는 생각을 요구하는 책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다. (현직 교사인 그가 이런 책을 썼다는 얘기는, 학생들이 이런 책을 읽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는 쪽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키워드라고 해서 몇몇 핵심 내용을 가지고 두 책씩 소개하고 있다. 무려 50개의 키워드가 나온다. 이 키워드들을 그냥 소개하는 것도 아니고, 책의 내용을 그냥 요약 정리해주는 것도 아니고, 두 책을 읽고 그 책의 중심 내용을 소화해서 키워드와 연결시켜 설명해주고 있다. (책들이 결코 가볍지 않다. 고전부터 현대에 나온 책까지 한 분야가 아닌 다양한 분야가 어우러진 참으로 다양한 책들이 소개되고 있다)

 

따라서 책 소개라기보다는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책이라고 보면 된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데 두 책이 어떻게 버무려지는지를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50개의 키워드면 100권의 책이 소개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100권을 모두 읽으라는 얘기는 아니다. 또 그 키워드에 이 책에 소개된 두 권의 책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문학이라는 학문이 특정한 어느 분야에 고정된 것이 아닌 경제, 경영, 과학, 군사학까지도 아우르는 학문이라는 것. 즉 우리가 살아가면서 우리 삶에 필요한 학문들을 어떻게 하면 가치 있는 삶을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쪽으로 융화시켜내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라는 점을 생각하게 해준다.

 

아마도 학생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소개된 책의 내용보다는 그 책들을 어떻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는지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이 책을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 주어진 많은 권장도서, 필독도서들을 그냥 읽어대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주제로 책들의 내용을 수렴해 가는 것, 그런 수렴을 통해 자신의 사고를 발산해 가는 것, 그것이 바로 인문학 아니겠는가.

 

그리고 이 책이 목표한 바 아니겠는가. 한 꼭지 한 꼭지 읽을 만한 내용이 많다. 생각할 거리도 많고, 또 토론할 내용도 많고. 여기에 자신만의 책 목록을 더한다면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고.

 

이런 점에서 읽으면서 좋았던 책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ureka01 2016-09-24 0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고등학생들은 지식 과잉이더군요.대학입학이 수시. 교과.비중이 높다보니 장차 전공 선택에 관련한 독서기록은 필수가 되었거든요...아마 이와 연관있을 거예요....

kinye91 2016-09-24 11:35   좋아요 1 | URL
학생들의 독서건 공부건 대부분이 대학입시와 연결되어 있는 현실이 슬퍼요. 오로지 대학입시를 위한 독서나 공부를 하니 지식이 그냥 지식에 머물고 그것이 삶의 지혜가 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학생들이 차분히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읽을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할텐데요. 그러면 아마도 수준 높은 책들을 자발적으로 많이 읽지 않을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