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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예술 산책 - 작품으로 읽는 7가지 도시 이야기
박삼철 지음 / 나름북스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도시라고 하면 우선 삭막함을 떠올린다.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일을 하기 위해 지나쳐 가는 공간. 커다란 건물들이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해 다른 건물들과 관계를 맺지 않으며,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 역시 제각각 자신의 일만 할뿐이라고 여겨지는 도시.
도시는 사람이 살아가야만 하는 곳이기는 하지만 살고 싶지는 않은 곳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럼에도 도시를 떠나서 살라고 하면 그렇게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도시에는 온갖 편의시설이 다 있기 때문이다.
쉽게 편의시설을 포기하지 못하면서도 사람다운 삶에서는 좀 멀어진 생활을 도시에서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래서 도시의 삶을 선으로 표현하면 직선의 삶이다. 그냥 목표를 향해 내달리는, 좌우, 앞뒤를 살피지 않고 오로지 목표만을 향해 달려야 하는 직선의 삶.
하지만 자연은 직선보다는 곡선이 더 많고, 우리 몸 자체도 직선이라기보다는 곡선이 더 많지 않은가.
강을 개발한답시고 꼬불꼬불 흐르던 강이나 하천을 직선으로 쭉 뻗게 해서 결국 주변의 모래사장이라든지, 물고기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모두 없애버리고, 콘크리트로 막아버리고 만 것, 사람들이 좀더 편리하게 살게 하겠다고 도로도 직선, 건물도 직선 모두 직선, 직선, 최단거리로 만들어 버린 것이 바로 도시 아니던가.
이렇게 도시의 삶은 삭막한데도 사람들은 도시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아니 떠날 수가 없다. 지구상에서 도시에 사는 인구가 지구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고 하듯이 도시는 이제 사람들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이 아니라 절을 고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도시의 삶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도시에서 떠나 살 수 없다면 도시의 삶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도시를 바꾸어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직선의 도시를 곡선으로 바꾸는 일이다. 어떻게?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고? 그렇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미 도시의 직선을 곡선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있어왔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 노력을 발견한다면 결코 혼자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거기에 함께 한다면 도시의 삶도 충분히 변화가 가능하다.
이 책에서 그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도시를 빠르게 지나치지만 말라고, 천천히 걷기의 속도로, 자전거의 속도로, 아님 마차의 속도로 지나가라고.
그러면 주변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그냥 내쳐 달리기만 했을 때 보이지 않던 도시의 장점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고 한다. 도시에도 이렇게 많은 예술이 있음도 알 수 있게 되고.
그 예술들이 독자적으로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존재하고, 그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아름답게 해주고 있음도 알 수 있고.
따라서 직선으로 이루어진 도시의 삶에 주름을 하나하나 접어 넣기 시작하는 것이 도시의 예술이다. 그런 주름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도시의 삶도 느려지고 풍요로워진다.
이 점을 깨닫기 시작하는 순간 벌써 도시의 변화에 참여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도시를 경원시하고, 그냥 회피하고 멀리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그것도 바로 주변에서 그런 변화가 일어났음을 안다면 자신도 도시를 마냥 부정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의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이 책은 너무도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도시의 긍정적인 면, 예술가들이 동떨어져 홀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숨쉬고 함께 관계 맺으며 활동하는 사람들이라는 점, 또 우리 도시에서 예술 작품들이 이렇게 많이 있음을, 그 예술들이 도시의 삶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천천히 도시를 걸으며 주변을 살피고 싶다는 생각, 도시에 살면서 할 수 있고 해야할 일은 해야만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다.
도시도 역시 사람 사는 곳이다. 그곳의 주인공은 도시를 꽉 채운 문명이 아니라 바로 사람임을 잊지 않도록 이 책이 만들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