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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고독 2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민음사 / 2000년 1월
평점 :
민음사 판 2권이다. 1권에 이어 숨가쁘게 이어져 온 내용들이 전개되고 있다.
마술적 리얼리즘이란 말을 더 잘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멜키아데스라는 집시가 양피지에 쓴 내용을 마지막 세대인 아우렐리아노가 해독함으로써 이 소설이 끝난다.
소설의 끝에서 백년의 고독, 아니 백년에 걸친 한 집안의 운명이 드러나는데, 운명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하지만, 그 운명은 현실의 역사에서는 사라질 수 있지만 문학의 역사에서는 사라질 수 없음을 이 소설이 말해주고 있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구체적인 줄거리야 읽어보면 알겠지만, 약 6대에 걸쳐 일어난 일들, 한 집안을 세운 사람으로부터 한 집안이 완전히 몰락해가는 과정까지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왜 이 소설이 고전이라고 불리는지 읽어보면 알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그냥 환상적인 한 집안의 흥망성쇠를 다룬 소설이 아니라 남아메키라의 역사와 관련지어 읽으면 더욱 풍부한 현실을 담고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유파와 정부파의 대립과 전쟁, 휴전, 그리고 자본의 유입으로 인한 마을의 변화와 자본과 결탁한 군부 권력의 탄압, 역사 왜곡... 이런 것들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역시 백년의 고독을 겪지 않았던가. 그것을 한 집안의 역사로 풀어낸 소설이 '토지' 아니던가.
그래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현실이 자꾸 떠올랐고, 이렇게 왜곡된 역사적 사실들을 사람들이 알고 지낼 수도 있음을, 이 소설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보았고, 그렇게 역사적 격랑 속에서 고립되어 있는 집안이, 마을이 어떻게 몰락할 수밖에 없는지도 생각하게 한 소설이다.
더불어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자꾸만 천명관이 쓴 '고래'라는 소설이 생각났는데... 이주해서 한 마을을 건설하고, 결국 그 마을이 몰락해 가는 과정... 이런 모습이 '고래'라는 소설에도 나타나 있지 않은가.
다만, 마르케스의 이 소설이 한 가족의 더 많은 구성원들의 역사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방대하다고 할 수 있는데...
마술적 리얼리즘 속에 담겨 있는 라틴아메리카의 비극, 그들이 지금도 겪고 있는 혼란... 소설에서 부엔디아 집안은 몰락하지만... 우리에게 남미로 불리는 라틴아메리카는 그 전철을 밟고 있지 않다는 생각.
좋은 소설은 그 나라 사람들,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들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한 가족의 비극이 한 나라의 비극이 되고, 그것이 우리 인류의 비극이 될 수도 있음을,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소설을 통해서 되돌아보고 방향을 설정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해준 소설이 바로 이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