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삼촌 브루스 리 2
천명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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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삼촌 브루스 리"의 2권이다. 1권에서 시작된 갈등이 2권에서는 더욱 증폭되고 해결이 된다.

 

이리저리 얽혀있던 인물들의 관계가 하나 둘 풀리면서 결말을 향해 빠르게 전개된다.

 

결말이야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이 소설은 제목에서부터 영화와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다.

 

'브루스 리'가 바로 이소룡 아닌가. 그리고 소설의 각 장들은 이소룡이 출연했던 영화제목에서 따왔다. 정무문, 맹룡과강, 당산대형, 사망유희, 용쟁호투... 이소룡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영화들이다.

 

작가도 후기에서 자신의 소설이 영화와 관련이 있음을 말하고 있고, 이 소설을 끝으로 영화를 소설에 끌어오는 일은 접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만큼 내가 읽은 소설은 작가가 밝히고 있는 것과 같이 영화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고래"에는 극장이 나오고, "고령화 가족"에는 영화감독이 나오고, 이 소설에는 영화배우들이 나온다. 여기에 더해서 영화주인공을 연출한 이소룡을 우상으로 섬기는 사람을 등장시키고 있다.

 

영화와 현실, 소설과 현실, 소설과 영화.

 

전혀 다를 것 같지만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영화나 소설이나 현실에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에서도 소설에서도 인물이 등장하고, 배경이 있고, 인물들간의 갈등이 있다.

 

바로 영화속 현실이나 소설속 현실이나 실제 현실이나 잘 구분이 안될 때도 많다. 이 소설 역시 마찬가지다. 세 가지를 동시에 섞었는데...

 

읽어가면서 영화적 요소가 많음을 알게 된다. 우리들이 보는 영화는 통상 행복한 결말이다. 요즘은 좀 달라졌겠지만, 한없이 비극으로만 치닫는 영화를 구태여 돈 주고 보려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온갖 시련을 겪었지만 인간성을 지닌 주인공이 큰 성공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삶에서 실패했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 결말을 택하고 있다. 그래야 관객들을 영화관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또한 액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소설 속에서 싸움 장면을 긴박하게 전개하고 있다. 꼭 위기 해결 상황에 다른 위기를 불러 오고, 장면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것처럼, 소설 역시 장면을 이리 저리 바꾸고 있다.

 

그래서 한참 읽어가다가 결말이 왠지 뻔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소설을 읽으면서 그 느낌을 확인하기 위해서 계속 읽어가게 된다.

 

그래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서자로, 무엇 하나 잘 하는 것 없는 사람으로 변변치 않게 살아온 주인공이 결말에서도 비극의 나락으로 떨어지면 도대체 이게 뭔가 할 것 같기 때문이다.

 

영화 속 주인공에게 몰입하게 되듯 소설 속 주인공의 삶에, 그 비루함에, 그러나 인간성을 잃지 않음에 주인공을 응원하게 된다.

 

그가 잘 되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작가는 교묘하게 절충을 한다.

 

그는 재산도 한 푼 없다. 더 잘 가능성도 별로 없다. 그러나 그의 순정은 살린다. 그렇게 결말이 난다.

 

이후는 읽는 사람이 상상하면 된다.

 

아니, 현실을 돌아보면 된다.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나? 소설 속 삼촌보다도 더 못하게 살고 있지는 않은가. 비록 그보다 경제적으로, 지적으로 낫다고 하더라도, 실제 삶은 그가 더 인간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나.

 

적어도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했고, 자기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했지 않은가. 그에 대한 보상을 받지 않았던가. 그것이 남들이 보기에는 소소한 것들일지라도, 그에게는 행복 그 자체였을 것이다.

 

재미있게, 때론 웃으면서, 때론 주먹을 쥐면서 읽은 소설이지만... 현실을 생각하면... 지금 우리의 현실에도 이 소설 속 '삼촌' 같은 인물이 많이 있음을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해지고, 그런 '삼촌'과 더불어 '유사장'과 같은 사람들이 더 많음을 생각하면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소설 속 '삼촌'은 계산하기보다는 자기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했다. 그는 적어도 자기의 마음을 배반하지는 않았다. 그 점을 생각하면, 내 삶을 생각하고 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한 것이 이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읽어보라. 아무 생각없이 읽어도 재미있다. 그래, 재미는 소설의 제1의 요소다. 그것을 이 소설은 충분히 만족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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