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곤충사회
최재천 지음 / 열림원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곤충사회라는 제목이 붙었지만 곤충사회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우리 사회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는 편이 좋다. 왜 곤충 이야기를 하는가? 바로 우리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곤충에게서 우리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배운다고나 할까.


이 책은 최재천 교수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다. 본인이 대학에 입학하는 과정, 의예과에 가려고 했으나 떨어져 2지망으로 동물학과(생물학과)에 입학하고, 학과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다가 유학을 결심하고, 유학해서 생태학을 공부하면서 민벌레를 연구하고, 개미를 연구하게 되는 과정이 초반에 잘 나와 있다.


그 다음에는 자신의 연구 성과와 우리들의 삶을 연결지어 이야기를 한다. 곤충 사회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 협력을 한다. 즉, 경쟁을 하기도 하지만 협동을 통한 경쟁이라고 해야 옳다는 것이다. 경쟁을 하더라도 대부분의 과정을 협력을 통해 이루어나간다는 사실. 이것이 사회적 존재로서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점을 곤충 사회를 통해서 잘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존재들은 하나의 역할만 하는 존재로 구성되지 않는다. 다양한 역할을 하는 존재들이 한 장소에 함께 있어야 한다. 같은 종 내에서도 다양한 역할이 있어야만 성공적인 사회를 이룰 수 있는데, 이를 확장하면 생물종이 계속 존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생물들이 공존해야 한다.


다른 생물종을 파괴하면 결국 자신도 살아남기 힘들다. 생물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는 이때 이 점은 명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이 멸종시킨 생물들로 인해 인간이 멸종할 수가 있다. 하긴 그것을 피하기 위해 화성으로 이주하자는 말도 나오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주만 하면서 살 수 있을까? 이주에도 한계가 있으니, 지금 살고 있는 지구를 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그것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인간 중심의 개발을 멈추고 생물 다양성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인구 감소를 걱정하기보다는 적정한 인구가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고, 그 인구를 유지하면서 다른 종들과도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이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책 전반에 걸쳐 실려 있다. 자신의 삶과 생물학 연구 동향, 성과와 그리고 우리 인류의 삶이 연결되고 있다. 하긴 인간의 삶이 다른 종들의 삶과 분리되어 있지 않음은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다윈을 빌리지 않더라도 지구상에 있는 생물들은 하나에서 시작되었음을, 창조론을 신봉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우리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머리말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이 말이 바로 모든 존재는 연결되어 있음을, 그리고 우리가 이러한 삶을 추구해야 함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저 같은 생물학자에게 자연이 이룩한 가장 위대한 성공 사례가 뭐냐고 물으면 열 명 중 아홉은 이렇게 답할 겁니다. 꽃을 피우는 식물과 그들을 방문해서 꽃가루를 옮겨주고 그 대가로 꿀을 얻는 곤충의 관계라고요. ... 꽃을 피우는 식물은 자연계에서 무게로 가장 성공한 존재이고, 곤충은 숫자로 가장 성공한 존재입니다. 이 둘은 만나기만 하면 서로 으르렁거리며 물고 뜯어서 성공한 게 아니고 서로 손잡고 함께 성공한 겁니다.' (15쪽)


이 말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이것을 최재천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삶과 생물학의 성과를 연관지어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지금 기후 위기의 시대에 생물 다양성이 파괴되고 있는 현실도 직시하고 다양한 종들이 공생할 수 있는 지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마지막 부분에서 그는 이 말을 사람들에게로 확장해서 말하고 있다.


'생태적 전환을 해야 합니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현명한 인간이라는 자화자찬은 이제 집어던지고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공생적 인간 정도로 해석하면 될 듯)로서 다른 생명체들과 이 지구를 공유하겠다는 겸허한 마음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공생인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기 때문입니다' (279쪽)


최재천 교수는 이 책에서 인간과 다른 종들의 공생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인간이 다른 종들만 파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보라. 또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전쟁 위험에 처한 나라들을 보라. 여기에 좀 가지고 있다고, 힘이 있다고 없는 사람들, 약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사람들을 보라. 


다른 종과도 협력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데, 같은 종인 인간끼리 서로 죽이고 죽는 그런 관계가 계속 유지된다면 다른 종의 멸종으로 인간이 멸종에 이르기 전에 인간끼리 서로를 멸종시키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 자연으로부터 배우라고 그렇게 수십억 년의 진화를 통해 자연이 보여주고 있는데, 사피엔스라고 지혜롭다고 하는 인간이 기를 쓰고 배우지 않으려고 하고 있으니... 이 책을 쓴 저자는 얼마나 답답할까. 읽는 나도 답답했는데...


하지만 아직 끝나지는 않았다. 기후 위기에 대해서도 생물 다양성에 대해서도 그리고 인류의 평화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으므로... 아직은 희망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이런 책도 나오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단순히 곤충사회에 관한 책이 아니다. 우리 인간 사회, 아니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아가는 종들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최상위에 있는 인류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최재천의 곤충사회는 최재천이 말하는 인간사회다. 우리가 처한 현실과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미래 사회다. 그것이 우리 인간이 호모 사피엔스도 좋지만 호모 심비우스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아 2024-10-22 0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읽고 있는 다른 책 때문에 생각났는데 딱 보여서 놀랍고 반갑네요.^^

kinye91 2024-10-22 09:45   좋아요 1 | URL
하하, 좋네요. 가끔은 이렇게 연결되는 책이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