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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ㅣ 제안들 1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배수아 옮김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4년 1월
평점 :
카프카는 난해한 작가다. 그만큼 그가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지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다. 그의 작품 중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변신"만 해도 매우 많은 해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도 이 "변신"이 카프카의 작품 중에서는 가장 읽을 만하고 할텐데.
우리나라에서 이상이 작품이 해석이 곤란하거나 너무도 다양한 것과 비교할 수 있는데, 그래도 이상의 작품 중에서 사람들이 "날개"를 가장 많이 읽고 또 해석하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카프카의 글 가운데 "꿈"에 관한 글을 모아놓은 것이다. 그렇다고 "꿈"에 관한 카프카의 모든 글을 모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글을 모아놓아, 또 다른 한 편의 글을 우리로 하여금 만나게 하고 있다.
그의 편지, 일기 등에서 언급된 꿈에 관련된 말들이 작품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주해나 또 해설에서 잘 설명을 하고 있어서 꿈과 그의 문학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은 더 이상 논의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그의 꿈에 관한 글들은 계속 읽힌다. 무언가 무언가 안개 속에서 어렴풋한 그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을 준다.
조금만 더 다가가면 실체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 그래서 흐릿한 안개 속에서 그의 작품을 명료하게 해줄 수 있는 방편으로 꿈에 관한 글들을 읽어간다.
그는 "꿈같은 삶의 기록"이라고 했는데(이말은 우리나라 번역본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카프카에게 있어서 꿈과 현실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붙고 얽혀 있는 하나의 동일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듯이 그는 꿈을 통해 작품을 쓰기도 했고, 또 많은 날들을 불면에 시달리기도 했으며, 꿈과 현실의 중간에 머무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다고 하니...
인간은 이거다라고 단정지을 수 없듯이, 그는 자신의 삶 속에서 꿈과 현실을 함께 경험하면서 살아갔다고 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꿈이 그의 작품을 이루는 근간이 되었다고 할 수 있고...이런 특징으로 인해 카프카의 작품은 우리에게 안개 속을 헤매는 듯한 인상을 주게 된다. 무언가 단정지을 수 있는 것이 없다. 그의 작품은.
장편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들... 단편 소설이 삶의 어느 한 단면을 그려서 결말이 확정적이지 않고 다른 사건을 유발하는 듯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 많다고 한다면...장편들은 끝이 명확하게 이루어져 작품이 완결지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장편들은 무언가 계속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마치 단편처럼 여운이 계속 남는다.
그나마 그래도 "소송"이 주인공의 죽음으로 끝나기에 더이상 생각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면... 그래도 이상하게 주인공의 죽음이 꿈에서 겪은 일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도 하는데...
나머지 장편들은 미완성이라는 한계도 있지만, 도무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계속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나중에 우리가 꿈을 꾸지 못하면 그것은 죽음에 불과할테니...
카프카의 꿈은 자신이 살아있다는 증거이고, 그런 꿈은 그의 문학이 지속됨을 보장하는 요소라고도 할 수 있는데...
기가막히게도 이 책의 옮긴이의 말은 또 하나의 작품이다. 카프카의 작품에 조응하는 또 하나의 작품으로 옮긴이의 말을 하고 있다. 도무지 실체를 찾을 수 없는, 꿈 속을 헤매는 듯한, 아니 실제에서도 어디론가 가고 있지만 도달은 하지 못하는... 주변에 사람이 있지만 그들의 실체 또한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그런 옮긴이의 작품.
하여 카프카의 "꿈"에 대한 글들과 카프카의 "꿈과 작품과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는 해설과 카프카에 조응하여 작품으로 옮긴이의 말을 대신한 글이 이 책을 이루고 있다.
책의 편제 자체도 카프카를 연상시키는 그런 편제다.
우리도 꿈을 꾼다. 그러나 대부분 우리는 꿈을 꿈이라고 실제가 아니라고 허황된 것이라고 치부해버리고 만다. 그래서 꿈은 그냥 꿈에 불과해진다. 여기서 꿈이 그냥 꿈이 아니라 현실일 수도 있다는 생각. 꿈이 현실을 이루어내는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을 지니게 된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보다 다른 자리를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꿈을 통해 현실을 보고, 현실을 통해 꿈을 보는 그런 자세... 어쩌면 그것이 카프카의 자세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