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고 행동하고 표현하라 - 독일 공립학교의 개혁 모델, 헬레네 랑에 학교의 교실 혁명
게롤트 베커 외 지음, 이승은 옮김 / 알마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헬레네 랑에 학교. 

독일의 입시기관에 해당하는 김나지움에서 종합학교로 탈바꿈을 한 학교. 

그것도 외부의 압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학교 구성원들의 토의를 통해서 전환을 이룬 학교. 

이 학교에 대한 종합적인 설명서라고 할 수 있는 책이 이 책이다. 

지금까지 스웨덴, 핀란드, 독일, 일본의 교육과 우리나라 교육개혁을 다룬 책들을 읽었지만, 그 책들은 여러 학교를 다루거나, 또는 제도적인 측면에서, 또는 학교 외적인 측면에서 접근을 한 책이었다면 이 책은 학교 하나를 두고, 종합적인 면을 서술한 책이다. 

지은이도 한 명이 아니라, 이 학교 구성원과 이 학교와 관계를 맺은 모든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고, 한 해 두 해의 성과를 기록하지 않고, 종합학교로 바뀐 이후의 변화를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아우르면서 서술하고 있다. 

우리가 변화를 추구하고자 한다면 이 책은 우리에게 하나의 훌륭한 모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교육과정, 수업내용, 체험학습, 그리고 학생들의 청소, 또 평가, 그리고 학교 관리인에서 행정실 직원, 교육청, 지방자치 단체까지 아우르면서 어떻게 한 학교를 만들어갔는지 이야기 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불고 있는 혁신, 자율 학교도 이 헬레네 랑에 학교의 경우를 염두에 두면 좀더 많은 것들을 이루어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책 앞 부분에 나온 이 학교의 교육 이념을 유념해야 한다. 

우리는 먼저 학생들이 책상에 앉아 종이와 연필로 하는 공부, 모두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것을 배우는 공부, 문제지와 프로젝터로 하는 공부에서 벗어나기를 바랐다. 학교 생할은 지루하지 않고 공부는 생활과 밀접해야 한다. 실용학습이란 학생들이 주제와 구상을 세우고 학교 밖에서 탐구하며 과학실험을 직접 실행하는 것을 말한다. 계획을 세우고 사람들을 도우며 공연, 벽신문, 전시회 등 다양한 형식으로 사실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33쪽)생각 말이다. 

하여 이들은 교과과정을 다시 짰으며, 체험학습을 중시해서, 가끔은 교과과정을 건너뛰기도 한다. 또한 학생들의 자율권을 보장하여, 학생회 중심으로 5-6학년에서 성적표를 없애기도 하였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죽은 지식을 습득하지 않고, 살아 있는 지식, 즉 닫혀 있는 학교 공부가 아니라 열려 있는 학교 공부를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마음에 와닿은 이야기가 학생들의 청소문제다. 우리나라야 학생들의 청소가 당연하고, 심지어 초등학교에서는 부모가 청소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나라는 지자체에서 청소용역업체와 계약을 맺고 학교 청소를 하는가 보았다.  

그런데 이 학교는 이런 청소를 학생들이 하자고 나선 것이다. 자기가 쓰는 공간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는 발상이었고, 또 이런 청소비를 모아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는데... 이 과정에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토의-토론은 물론이고, 교육청, 그리고 지자체, 또 공공노조와의 토의 합의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보면 이 자체가 훌륭한 교육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한 청소비를 가지고 특별수업을 하는 교사의 인건비로 쓴다니.. 우리나라로서는 아직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지만, 그렇다면 먼 미래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수준별 수업을 생각해 보라. 우리는 교실을 분리하는데, 이 학교에서는 수준별로 나누되, 교실은 한 교실에서 수업을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니, 이도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이만큼 독일의 교육에 대해서도 관심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많으니, 지금껏 논의되고 있는 많은 교육개혁 주장들과, 구체적인 실천사례들을 종합해서 우리나라에 맞는, 그 지역에 맞는 학교를 만들어가겠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우리 사회도 마냥 부러워 하기만 할 사회는 아니지 않은가. 

다만 목표를 정하되,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그러나 포기하지 말고, 교육을 해나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지니고 교육개혁을 향해 나아간다면... 이 학교, 남의 학교가 아니라, 바로 우리 학교가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