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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전하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4월
평점 :
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다. 총 7편의 소설이 실렸는데, 다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가 현실에서 겪고 있는 일들이 소설에 담겨 있으니..,
우선 세계적으로 한국 영화, 또 한국 대중문화의 위상이 높아졌는데, 그렇게 높아진 위상 속에서도 여전히 허덕이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영화의 화려한 모습 뒤에 드러나지 않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들어 있음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 물론 소설은 흥행 영화의 뒷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흥행 영화에서도 스탭들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는 많은 언론보도를 통해서 기사화됐지만, 소설에서는 그보다는 독립영화를 소재로 삼아, 독립영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을 하는 때에 오히려 독립영화관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현실, 독립영화를 하는 사람들이 먹고 살기 힘들어, 자신이 추구하는 영화를 할 수 없게 되는 현실. 너무도 힘든 독립영화의 현실 속에서 그럼에도 독립영화를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들 이야기.
어쩌면 선진국에 들어섰다고 거들먹거리는 우리나라에서 그늘에 감춰져 보이지 않는 이들도 있음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몇 편이 세계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고 수많은 상도 받고 또 돈도 벌지만, 사실 영화라는 산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사람들처럼, 선진국이라는 이름 아래 알려지지 않은 먹고살기 위해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서이제가 쓴 '0%를 향하여'는 영화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대상을 받은 전하영이 쓴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소설은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우선 '조명등'이라는 말에서 남들 눈을 의식하는 삶이라는 생각을 한다. '많은 시간'에서는 그렇게 사람들이 보내야만 했던 시간. 자신을 찾기 위한 시간을 생각하고, '보냈다'는 말에서 과거형이네, 이제는 자신의 삶을, 남의 눈이 아닌 자신의 눈으로 자신을 보는 삶을 살겠지 하는 생각을 하는데...
소설의 결말 부분은 아직도 '조명등 아래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어쩌면 내 삶만이 아니라 남들의 삶도 '조명등 아래서' 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사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사회적 관계를 떠나기 힘든 존재이기에 어느 정도는 남을 의식하고 살 수밖에 없다. 남을 완전히 의식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다. 다만, 그 과정을 깨닫고 서서히 자신과 남의 관계에서 주체성을 찾아가야 한다. 그것이 성장이다. 소설은 그 점을 보여주고 있지만, 또한 그 성장이 얼마나 힘든지도 보여주고 있다.
김지연이 쓴 '사랑하는 일'과 한정현이 쓴 '우리의 소원은 과학 소년'은 성소수자를 다루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성소수자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
좀더 오랜 시간이 걸려야 과거의 이야기로, 그때는 그랬지라는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현재진행형이기에 젊은 작가들 소설에서 자주 다뤄지는 소재다. 소설 소재로 자주 다뤄진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성소수자 문제에서 우리 사회가 한발짝 더 나아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겠지만, 한정현의 소설에도 나오고 있듯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물론 김지연의 소설에서는 핍박받는 성소수자의 모습보다는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성소수자가 나온다. 세상이 많이 변했는데, 그러한 시대에 따른 성소수자의 삶을 잘 보여주는, 그럼에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 한정현이 쓴 소설이다. 한정현의 소설은 그래서 울림이 있다.
여기에 자식 교육 문제도 만만치 않다. 박서련이 쓴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이라는 소설을 보면 참 씁쓸하다. 이 소설에 나오는 엄마는 문제적 개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회를 가장 잘 대변하고 있는 인물.
모든 것을 자식에게 바치는, 자식이 잘 되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일을 하는 그런 사람. 하지만, 그런 엄마에게 엄마가 욕으로 자리매김된 게임 현실은 충격일 수밖에 없다. 자식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한다고 여기던 엄마, 그런 '엄마'라는 말이 욕이, 그것도 심한 욕이 될 수밖에 없는 모습.
이 소설들에서 다룬 현실이 소설 속이라고? 허구라고?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음을 젊은작가들이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젊은작가수상집은 우리 사회가 지닌 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주고 있다. 소설은 비판하기 위해서, 무엇이라고 주장하기 위해서 존재한다기보다는 소설이라는 장르를 통해 사람들이 살아가는, 특히 오늘날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세계를 보면서 우리는 내가 살아가는 세상,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영화를 보듯이, 또는 거울을 보듯이 보게 된다. 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은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