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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흘리는 소설 ㅣ 땀 시리즈
김혜진 외 지음, 김동현 외 엮음 / 창비교육 / 2019년 3월
평점 :
노동이 삶에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학교 교육에서는 노동에 대한 교육을 거의 하지 않는다. 지식을 채우는 교과과정으로 주로 짜여 있지 노동에 관해서는 가르치려고도 배우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만큼 노동에서 학생들은 격리되어 있다. 자신들 삶이 노동과 떨어질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노동교육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인권과 합쳐서 노동인권교육을 해야 한다고 한다.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교육이라는 것이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받은 12년의 중고교 교육에서 내가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교육이 있었던가.
교과서를 익히고, 문제집을 풀면서 대부분의 학교 생활을 하지 않았던가. 노동 현장이 어떻고는 둘째치고, 학교에서 어떤 노동을 했지 생각해 보니, 노동이랍시고는 청소를 했던 것이 전부다. 기술 시간에 실습을 한다고 해도, 잠깐 동안 하는 활동으로 끝이어서, 제대로 된 기술 하나 익히지 못하고 보냈다.
그만큼 노동은 교육 현장에서 떨어져 있다. 그 점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소설 중에서 노동을 중심으로 표현한 소설 여덟 편을 골랐다.
다양한 노동 현장에 대한 소설을 읽고 노동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지니라는 의도로 엮었다고 볼 수 있는데... 말 그대로 다양한 노동들이 나온다.
김혜진 소설 '어비'는 많은 일 중에서 '개인 방송 - 일명 유튜버'를 다루고 있다. 과연 이 일이 노동이라는 개념에 어울릴까? 그렇게 돈을 버는 것이 타당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주인공.
김세희 소설 '가만한 나날'도 이러한 사이버 공간의 노동을 다루고 있다. 의뢰를 받아 기업들의 제품을 자기가 쓰고 후기를 단 것인양 하는 가상 생활을 사이버 공간에 올리는 직업. 이것이 자칫 여론 조작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더 심하게는 댓글 조작 사건으로까지 나아감을 생각하게 하는데...
이 두 소설과 비슷하게 인공지능에 관한 소설이 있다. 서유미가 쓴 '저건 사람도 아니다'라는 소설인데, 이 소설은 직장에 다니는 여성들의 고단함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지만, 그런 고단함을 인공지능 로봇을 통해서 분담하는 모습을 상상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여전히 직장과 가정에서 모두 잘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과연 인간의 몸이 버텨낼 수 있을지... 그래서 인공지능 로봇을 통해 우리들 일을 분담하는 것이 괜찮을지, 오히려 그런 노동 환경을 바꾸는 것이 더 인간적인 삶이 아닐까 하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여기에 청년 실업 이야기가 빠지면 안 된다. 젊은 사람들이 평생 직장은 고사하고, 자신들의 삶을 영위하는 노동을 하기 힘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 시험으로 몰리는 모습을 김애란의 '기도'란 소설에서 만날 수 있다.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주인공을 통해 감정 노동의 고됨을 보여주는 구병모의 '어디까지를 묻다'와 이주노동자들의 신산한 삶을 표현한 김재영의 '코끼리', 그리고 자본의 힘에 완전히 종속된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윤고은의 'p'. 아르바이트 하는 사람의 모습과 권리를 보여준 장강명의 '알바생 자르기'까지 한편 한편이 여러 노동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직 노동 현장을 경험해 보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지금 우리 사회의 다양한 노동 현장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미래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집이다.
교과서에 갇힌 삶이 아니라 교과서를 넘어 사회를 만나게 하는 소설집. 이렇게 소설은 간접 경험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해준다.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