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식당 4 : 구미호 카페 특서 청소년문학 30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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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한 약속이 중요하다(약속 식당, 229)’라고 말하던 여운이 아직도 남아 있다. 우리가 간절히 바라야 할 것은 지나가 버린 시간에 머문 약속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머무는 순간의 약속이 더 중요하고 지켜져야 한다는 것을. 굳이 이런 말을 다시 떠올리는 이유는, 알면서도 자주 잊고 살기 때문이다. 아는데 잘 안 되는 것. 알면서도 망설이다가 놓치고 마는 의미들 말이다. ‘구미호 식당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 구미호 카페에서 그 의미를 한 번 더 만난다. 우리가 살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들,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묻는 이야기에 빠져들어 간다.


우연히 설문 조사에 응했던 성우는 받아든 전단에 홀린 듯 구미호 카페를 찾아간다. 달이 뜨는 날만 문을 열면서, 죽은 사람의 물건을 파는 곳이다. 카페에서 파는 목록치고는 좀 이상하지? 어쨌든, 뭐든 가게 주인 마음이니까 그렇다 치고. 더 이상한 건, 카페에 드나드는 사람들이었다. 성우는 미심쩍은 이 카페를 며칠 지켜보던 중, 학교에서 짝사랑하던 지레를 본다. 성우만큼 지레도 이 카페의 물건이 필요했던 걸까.


달이 뜨는 날만 문을 여는 이곳, 구미호 카페에서는 죽은 자의 물건을 판다. 무슨 카페가 이런가 싶지만, 뭔가 또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이들의 행태를 지켜보게 된다. 카페의 주인 심호는 불사조를 꿈꾼다. 카페의 직원 꼬리는 정해진 규칙대로 손님을 대한다. 카페에 진열된 물건은 모두 죽은 자의 물건이며, 그 물건을 필요한 사람에게 되판다. 가격은 얼마냐고? 그건 카페 주인에게 물어보시고. 성우나 지레가 이 카페에서 무엇을 샀을까 하는 게 더 궁금했다. 며칠 카페를 살펴보던 성우는 누군가의 다이어리를, 지레는 빨간 털장갑을 산다. 물론 지레와 성우는 서로를 알아챘지만, 아는 척하지 않는다. 카페의 규칙 또 하나, 카페에서 일어난 일은 밖에서 말하지 않는다. 카페에서 서로를 봤다고 해도 카페에서의 일을 묻지 않는다.


이 카페의 물건에 무슨 힘이 있는 걸까? 각자 산 물건에는 저마다 원하는 것을 이뤄주는 마법이 있다고 한다. 그 소원을 어떻게 이뤄주는 건지 모르겠지만, 물건마다 정해진 가격은 그들이 가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더 궁금한 건 성우가 산 다이어리와 지레가 산 빨간 장갑에는 무슨 힘이 있고, 카페에서는 어떻게 알고 이 아이들에게 딱 맞는(?) 물건을 팔았느냐 하는 거다. 여기에서 카페의 규칙 하나 추가. 카페에서 물건을 사면, 정해진 시간 동안 간절히 바라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어때? 이 정도면 구미호 카페에 한번은 방문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은데. ^^


아이들이 사간 물건과 아이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 사이의 연결이 어떻게 이뤄질지 기대되면서 읽게 된다. 이 시리즈가 언제나 그렇듯 죽은 이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기 마련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죽은 자의 시간을 현재를 사는 자가 이어간다. 죽은 자의 물건이 전달하는 의미를 현재 이 물건을 손에 든 자가 해결하듯, 죽은 자의 시간을 마무리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처음 시작은 호기심에, 그 물건을 손에 들고 자기가 간절히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말에, 의심 반 믿음 반으로 바라는 것을 말해버리고 기다린다. 이뤄져라, 이뤄져라. 그리고 이루어진다. 성우는 사촌 재후가 지레에게 반지를 준 것을 보고 돈벼락을 맞길 바라고, 지레는 빨간 장갑에 얽힌 사연을 다시 떠올려주길 바란다. 구미호 카페를 찾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들이 원하는 물건을 사고 바라던 게 이뤄진다. 하지만 말이다. 그 소원은 끝은 어디일까 궁금하지 않나? 그렇게 이뤄진 게 끝이 되는 게 맞나? 그 이후로 더 바라는 게 없는 삶을 만들 수 있을까.


구미호 카페를 방문해 내가 원하는 시간을 살 수 있다는 달콤한 제안에 귀가 솔깃해진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상황에서 정말 부러웠던 게 있지 않았던가. 공부 잘하는 아이가, 돈이 많은 사람이, 사랑을 이룬 커플이, 예쁘게 생긴 외모가, 자기 미래를 찾은 사람 등 부러운 것투성이였다. 나는 안 되는 게 그들은 어떻게 다 가능했던 것일까 부러워서 미칠 것 같은 때. 그럴 때 구미호 카페의 제안은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테다. 그런데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어김없이 우리에게 찾아드는 깨달음이 있다. 바라던 것을 얻기 위해 치러야 하는 게 분명히 있다. 시간, , 마음 같은, 우리가 반드시 내야 할 금액을 잊지 않아야 한다. 게다가 그런 부러움에도 결코 내 것이 될 수 없는 게 있다는 사실과 그렇게 구매한 것이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없다는 거다.


한없이 이뤄질 줄 알았다. 구미호 카페를 찾은 사람들이 원하던 것을 얻고 만족할 줄 알았던 나의 예상은, 재후의 모습을 보고 완전히 빗나갔다. ‘오호라, 이 녀석도 구미호 카페를 찾아갔던 거군.’ 섣부른 나의 판단은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놓치고 있던 거다. 며칠 동안 비를 쫄딱 맞고 들어온 재후의 모습은, 그 아이가 간절히 바라는 게 잘 이뤄지지 증거로 여겼다. 구미호 카페의 물건이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거라고, 그래서 재후가 실망하고 불안한 마음에 방황하는 거로 생각했던 거다. 아니었다. 그건 재후의 간절함을 이루기 위한 다른 방향의 과정이었다. 스포일러가 될까 봐 많은 말은 하지 않겠다. 다만, 이 작품 속 아이들이, 구미호 카페를 찾은 이들이 발견하게 되는 건, 소원을 이루는 그 자체가 아니라 과정이었다. 우리가 어떻게 성장하고 배워가는지, 세상을 어떻게 마주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묻고 답하는 이야기였다.


남의 시간은 결국 내 것이 될 수 없었고, 내 삶을 책임지고 나아가야 하는 건 나 자신이었다.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 또한 내가 이뤄야 할 일이었다. 그렇게 이뤄가는 인생의 과정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 중심에는 항상 내가 있어야 했다. 누군가 가진 것을 부러워하거나 탐내는 게 아니라, 내게 주어진 이 순간의 최선이야말로 내가 만들어가는 내 삶이다. 구미호 카페에서 팔았던 것은, 부러움이 넘치는 남의 시간이 아니라, 내게 주어진 시간을 최선으로 채워가는, 자기 삶이었던 거다. 잠깐이나마 구미호 카페 앞에 서서 무슨 물건을 사고 무슨 소원을 빌어볼까 생각했던 게 부끄러워진다. 이 나이를 먹고도, 아직 배워야 할 게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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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필요한 시간 - 다시 시작하려는 이에게, 끝내 내 편이 되어주는 이야기들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한겨레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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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세상을 구원해줄 거냐고 물어본다면, 분명하게 대답할 수 없었다. 지금도 비슷하다. 뭐라고 말해야 누구나 이해하는 문학의 정의가 될지 모르겠다. 대신 문학이 힘이 세다는 말은 긍정의 끄덕임을 날릴 수 있다. 저자가 말했던 것처럼, 내가 작품 속 문장 하나를 오랫동안 바라봤던 것처럼 말이다.


문학은 내게 그런 존재였다. 내가 스스로를 학대하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누구도 믿지 못할 때 문학은 한없이 다정한 눈길로 속삭였다. 너의 불안과 너의 절망과 너의 증오조차 사랑한다고. 우리의 그 어처구니없음과 울퉁불퉁함과 대책 없음이 세상 모든 이야기의 출발점임을 문학은 내게 가르쳐주었다. (76페이지)


자기가 읽은 책 속의 시간과 장면, 단상을 끄집어내어 펴낸 책을 마주한 게 이 책이 처음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정여울이라는 이름만으로도 한번은 펼쳐보고 싶은 이상한(?) 이 마음은 뭐란 말인가. 그동안 저자가 출간해왔던 많은 책이 그러하듯, 이 책 역시 저자의 마음을 어루만져준 시간을 불러오고, 나 같은 독자가 다시 마주함으로써 그 여운이 마치 다단계 회원 확보하듯이 뻗어 나간다. 특히 저자의 이 말이 이 책의 궁금증을 더해줬다. ‘끝을 모르던 자존감의 바닥에서 구해준 게 바로 문학이었다고. 사실 지금 내가 그렇다. 뭔가 하고 싶은데 이게 맞는 건가 싶고, 잘 안 되니까 이렇게 계속하고 있어야 하는 건지 의심스럽고. 강사가 뭐라고 말을 하고, 다른 수강생들 다 알아듣고 끄덕이는 것 같은데. 나만 이해 못 하는 거야? 중요하다고 말하는 문장들이 왜 한쪽 귀로 들어와 다른 쪽 귀로 스치듯 지나가 버리는 건지. , 맞다. 나는 외우는 거 못해서 학교 다닐 때 암기 과목 거의 빵점 수준이었는데, 지금 눈앞에 있는 게 다 외는 것뿐이니, 이게 될 리가 있나. 내가 그렇지 뭐. 그렇다고 지금 포기하자니 자존감을 넘어서서 자존심까지 나를 떠나버릴 것 같고.


그 회복의 순간을 저자는 문학작품에서 찾았다. 찾아내려고 애쓴 게 아니라, 계획된 우연처럼 그 순간을 만난 거겠지. 문학으로 위로받은 저자는 문학의 힘을 믿는다. 그 힘의 중심에 우리가 이뤄가는 사회, 관계, 마음의 사이에 존재하는 법이 있었다. 누군가 소설을 왜 읽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 사람은, 허구의 세상에서 허우적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환상 속에서 내내 살게 되는 이야기가 삶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하던 이였다. 그때부터 생각했다. 내가 소설을 왜 읽는지를. 지금처럼 일상의 답답함과 빠듯함에서 잠깐 떨어져 있고 싶기도 할 때, 전혀 답을 모르겠는데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막막할 때. 대충 이 정도인데, 어쨌든 두 가지는 분명하다. 이야기 자체로의 즐거움을 누리거나, 타인의 삶을 엿보면서 내가 사는 세상 속 이야기를 듣는 거였다. 저자가 말한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나와 타인 사이에 존재하는 것들로 세상은 더 풍요로워질 수 있을 테다. 내가 그 세상에 접촉하고 스며들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의미를 발견한다. 누군가를 이해하는 마음은 언제나 충족되지 못했다. 내 안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어떤 마음으로 마주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 알면서도 모르고, 몰라서도 모를 그 마음을 문학작품 속 한 문장에서 알게 될 때가 있는 걸 보면, 역시 문학의 힘이 이런 건가 싶기도 하다. 힘들 때마다 데미안의 문장을 떠올린다고 한다. ‘우리 마음속에는 모든 것을 다 알고 모든 것을 원하고 우리 자신보다 모든 것을 더 잘 해내는 누군가가 살고 있어.’(14페이지) 불러오면 좋을 듯하다. 그래서 내가 뭘 모르고 힘들고 지칠 때마다 이 존재를 불러와 그렇게 다 아는 것을 좀 말해달라고 하고 싶다.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내 안에 있어서 부르면 소리를 낼 것 같은 희한한 위로가 이렇게 들려온다. 나는 그런 사람이야. 내 안에 이런 존재가 있어서 나를 지켜주고 내가 잘할 수 있게 응원해주고 있어. 그러니까, 잘 될 거야.


문학은 아직 준비되지 않은 독자의 영혼에 상처를 준다. 하지만 그 상처를 통해서만 배워지는 것들이 있다. 상처의 틈새로 온 세상의 햇살이 온통 나에게로 쏟아지는 듯한 벅찬 감정을 통해 내가 아는 나나조차 아직 꺼내보지 않은 내 잠재력의 경계가 기쁘게 무너진다. (199페이지)


저자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작품으로, 우리 삶에 끼어드는 타인과의 비교하는 일상을 말할 때는 많이 놀랐다. 갖고 싶은 거, 원하는 게 많아지는 세상에서 자꾸만 타인이 가진 것들이 눈에 들어오곤 한다. 부러움을 바탕으로 한 자기 비하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나는 왜 안 될까, 나는 왜 가질 수 없을까, 나는 안 되는가 봐. 그럴 때마다 소유하지 않아도 되는 생활을 넌지시 비추는 문장들에 시선을 돌린다. 그렇게 많은 게 없어도, 타인이 가진 걸 내가 갖지 않아도 느긋하고 여유 있는 삶을 만들어갈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왜 시도 때도 없이 마음은 조급해지는지, 왜 안 되는 걸 자꾸만 마음에 두고 있는지, 왜 타인의 삶을 자꾸 내 삶에 복사해서 붙이려고 하는지 묻게 된다.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에서 타인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지만, 타인과의 비교가 우리 삶에 끼어들어 나를 갉아먹게 하는 건 문학의 역할이 아닌 듯하다. 저자가 느끼고 싶은 건, 우리가 배워야 하는 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연대하고 공감하는 마음일 테다. 소설 속 주인공이 겪는 고통을 공감하고, 고난을 이겨내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그 순간 말이다. 좌절하고 무너질 것 같다가도, 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는 순간을 포착하는 게 독자의 시선이고, 작품이 말하려는 궁극적인 지점이 아닐까. 그런 과정을 통과하고, 이제 좀 다르게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까지 장착하게 하는 것. 문학의 힘은 이렇게 확인하게 되기도 한다.


언제나 그렇듯, 읽다가 계속 리스트가 추가됐다. 몰랐던 책, 알았지만 모르고 지나쳤던 장면들 다시 확인하고 싶어서. 정말 놀랐던 장면 하나 생각난다. 프랑켄슈타인의 무서운 외모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정작 그가 했던 간절한 말 한마디는 생소했다. 자기랑 똑같은 존재를 하나 더 만들어달라고, 그럼 외롭지 않을 것 같다고. 그는 사람들에게 외면받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 안의 외로움까지 어떻게 할 수는 없던 거다. 자기가 사라지면 외로움도 사라지겠지만, 그러지 않는다면 그의 외로움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의 말처럼, 자기랑 똑같은 존재가 있다면 그의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더라도 덜어지지 않을까 싶은 마음. 그 간절함이 문장으로, 문장으로 그린 내 머릿속 장면으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삶이 나를 놀라게 했지만 나 또한 삶을 놀라게 해줄 거야.” (46페이지)


작품들 속에서 시간을 찾는다. 일상의, 삶의 기회를 만든다. 어느 순간 무너진 마음을 일으키고 싶은, 나를 이해하고 내 편이 되어주는, 때로는 내가 막연하게 바랐던 어른의 모습을 기억하게 한다. 차마 말하지 못한 것을 다 쏟아내듯 담아낸 작품들 속에서, 꼭꼭 숨겨놓았던 마음을 꺼낸다. 설명하기 어려운 속내를 다 긁어낸 것 같기도 하다. 결국, 진실을 마주하게 하는 순간인 거다. 문학으로 삶을 확장해나가는 방법을 이렇게 배운다. 더 나은 존재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문학이필요한시간 #정여울 #문학 #에세이 #한겨레출판 ##책추천

#한국문학 #하니포터 #하니포터5_문학이필요한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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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인스타그램 보다 보면, 주방용품 광고하는 인플루어서의 영상을 볼 때가 있다.

이 식빵은 왜 이렇게 깔끔하게 구워졌지? 아하, 이 팬에다가 굽고 이 집게로 뒤집었구나.

오마낫, 이 전골 진짜 맛있어 보인다. 이 전골냄비에 끓이면 모양 흐트러지지 않고 넘치지 않게 잘 끓여지겠네?

오호. 이 도구로 막 긁었더니 양배추가 이렇게 얇게 잘 썰리는 거였어.

아, 맥주 진짜 시원해 보인다. 이 컵에 마시면 맥주 한짝도 마실 수 있겠는 걸.


사고 싶은 게 진짜 많게, 있는데 또 사고 싶게 하는 마력을 뿜어대는 그곳을 잘 가지 않으려고 한다.

보면 사고 싶고, 내 음식이 맛이 없는 이유는 다 이 장비들이 없어서라는 걸 인정하게 될까 봐.

그래서 마구 사들이고 싶다. 요리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준비를 잘 해야 하고, 그 준비의 기본은 장비였던 거야!!

ㅎㅎㅎㅎㅎㅎㅎ

근데 안 산다. 이 좁은 집에 놓을 자리도 없고, 이거 사면 한 달에 몇 번이나 사용할까 하는 걱정에.

그냥 똥맛나는 음식 먹고 살아야지 뭐.



학원에서 책을 받았는데, 무겁다. 어쨌든 가지고 다녀야 하니, 가방이 필요했다.

집에 있는 에코백을 이틀 정도 메고 갔는데, 안되겠다. 한쪽 어깨만 아파온다.

안 되겠다. 당근에서 책가방을 하나 샀다. 충동구매 아니다. 

공부를 하려면 책을 가지고 다녀야 하고, 책을 가지고 다니려면 가방이 있어야 하고. 암만. 


안 쓰던 연필이 필요해서 하나 샀다. 지우개도 사고, 형광펜도 사고, 빨간펜도 사고.

프린트 한 거 묶어두려니 집게도 필요해서 서류용 집게도 사이즈별로 샀다.

이건 두껍고 저건 얇고. 높이가 안 맞으니 몇 종류 필요하다. 

일주일 동안 거의 매일 다이소에 출근도장을 찍었다. 

하나를 사면 하나가 없고, 자꾸자꾸 새로운 게 필요하다. 

옆지기가 옆에서 보더니 어이없다는 듯이 웃는다. 공부도 장비빨이냐?

암만. 마음의 안정을 얻어야 한 글자라도 눈에 들어오는 거 아냐?

(사실은 아무 것도 눈에 안들어온다. 뭔말인지 하나도 모르겠고. ㅠㅠ)


그래도 알라딘에서까지 마련한 장비빨로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 중....

책이랑 같이 결제하면서 펜케이스도 마일리지 결제로 하나 장만했다.

점점 펜케이스가 두툼해지고, 지퍼가 잘 안잠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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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1-05 07: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템빨을 신뢰하는 사람으로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를 보는 것 같아 웃고 갑니다...

구단씨 2023-01-10 23:39   좋아요 1 | URL
이날 이후로 다있는 곳에 또 여러번 방문했어요. ㅎㅎ 노트도 또 사고. 히히~

바람돌이 2023-01-05 2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뭐든지 장비가 중요하죠. 뭘 시작하든 일단 장비부터.... ㅎㅎ 저의 필통도 언제나 빵빵합니다. ^^

구단씨 2023-01-10 23:39   좋아요 0 | URL
지금도 장비 정리하느라 공부 못해요. 까르르르르르~
 
고스트 라이터
앨러산드라 토레 지음, 김진희 옮김 / 미래지향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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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 로스의 시간은 석 달 정도 남았다.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해도 목숨 앞에서는 그녀의 소설 같은 서사가 이루어지는 건 아니었던 거다. 열다섯 편의 작품을 출간했고, 모두 인기 작품이었다. 이제 그녀의 이름은 브랜드가 되어 출간되는 모든 소설이 연일 매진을 예고하는 수준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괜찮은 작품이 나올까 하는 기대에 반박하듯, 그녀의 시간은 거의 남지 않았다. 뇌종양은 그녀의 온몸을 갉아먹고 있었다. 새 작품 계약도 했는데, 그녀는 계약한 작품을 출간하지 않는다. 정말 써야 할 이야기가 있다. 그녀의 생명이 사라지기 전에 꼭 완성해야 했다. 하지만 그녀의 기력은 쇠해지고, 몇 글자 쓰는 것도 힘에 부칠 때가 많아졌다. 어쩔 수 없다. 이메일로 싸우면서 서로의 작품을 신랄하게 비판하던 라이벌 작가에게 그녀의 작품 대필을 의뢰한다.


그녀의 책 출간과 관련하여 모든 일을 대행했던 케이트는, 헬레나가 10대였을 때 처음 계약하고 처음 봤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놀랐다. 그녀의 모습을 열정이 넘치다 못해 까다롭기 그지없던 갑질 대마왕으로 기억했는데, 지금은 마치... 마른 장작처럼 말라비틀어져서, 저기서 몇 걸음 걸어오다가 쓰러질 것만 같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던 케이트는 충격을 받지만,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그녀가 요구하는 많은 일을 처리하기 시작한다. 그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게, 은퇴를 선언하고 마지막 작품을 쓴다면서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는 작가를 보는 답답함이었다. 아직은 말할 수 없다. 그녀의 마지막 작품이 무슨 내용인지, 왜 그녀가 생명이 사라져가는 이 순간에 그 작품을 써야만 했는지. 그녀의 태도가 자기 멋대로, 막무가내로 보여도 간절함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도대체 그녀가 감춘 비밀은 무엇인가.


예상하지 못했다. 죽음을 3개월 앞두고 해야 할 이야기가 무엇일지 전혀 상상할 수가 없었다. 다만, 그녀가 칩거하듯 지내면서, 거의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집안에서 혼자 살아갈 수밖에 없던 이유가 궁금했다. 혹시, 그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헬레나가 힘겹게 메모하듯 초고를 쓰고, 마크가 초고를 정리하면서 완성해가는 과정이 매력적이다. 모든 것을 한방에 터트리는 게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헬레나의 입을 통해 나오는 말들이 무슨 그림을 그리게 될까 기대됐던 거다. 더군다나 헬레나의 숨겨진 이야기가 마크를 통해야만 나오고 있으니, 그 갈증이 더했다. 4년이나 비밀로 간직해 온 그날의 기억은 이렇게 시작된다.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사랑하는 남편과 딸이 있고, 그녀의 글은 막힘없이 써졌다. 그녀의 모든 생활은 그녀가 쓰는 소설에 집중되어 있지만, 소설이 전부는 아니었다. 그녀가 지켜야 할 가족도 있었다. 이대로만 흘러가면 좋았겠지만, 어떤 진실은 그녀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으로 몰아넣었다. 사건은 벌어졌고, 그녀는 거짓말로 그 시간을 건너왔다. 평소 소설로 다져진 이야기꾼은 그렇게 거짓말도 진실로 만들어놓았고, 모두 그녀의 거짓말을 믿었다. 이제는 그 거짓말이 이야기가 되어 그녀의 최고작으로 남겨질 것이다. 그녀의 죽음과 함께...


이렇게 아프고,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소설의 몰입감은 좋았다. 헬레나가 감춘 거짓말이 무엇일지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녀가 입버릇처럼 남편을 죽였다고 말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남편의 죽음에 그녀가 어떻게든 연관되어 있을 거라는 짐작은 가능했다. 어떻게 죽였는지가 궁금했을 뿐이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어느 정도 예상한 것 이상으로 진실은 교묘했고, 거대했다. 한 사람을 사랑하면서도 증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생길 수 있지만, 그 증오와 절망을 잠재울 방법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반드시 지켜야 할 게 있다. 그녀가 사랑하는 딸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했다. 결국, 그녀는 위험요소를 제거하긴 했지만, 동시에 소중한 것을 잃었다. 완벽한 거짓말로 진실을 감춰둔 채 어떻게 살아왔을까.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다. 소설에서 서술하는 헬레나의 상태만 봐도, 그녀가 그 시간을 어떻게 견뎌왔는지 훤히 보일 정도다. 죽음의 순간에서야 진실을 쓸 수 있었던 그녀의 마음도 편할 수 없었겠지. 말 그대로 너덜너덜. 왜 고통은 피해자의 몫이어야 하는지, 아직도 알 수가 없다.


내가 그럴 수밖에 없던 것을 조금만 용서해줘, 라고 말하는 듯 소설은 마냥 까칠한 그녀를 안쓰럽게 바라보게 했다. 그녀가 그 세월 동안 혼자 아파했을 것을, 죄책감에 사람답게 살지 못한 시간을, 언젠가 때(?)를 기다리며 시달려왔을 것을 생각한다. 그녀에 대한 단죄이며, 그녀를 용서해달라는 마크의 말이 그대로 와닿는다. 이 작품으로 그녀의 거짓말은 탄로가 났고, 읽는 사람은 숨이 막힌다. 심장이 이렇게 멈추지는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진실을 듣기 위해 몇 시간을 이 책과 함께 그녀의 다용도실(?)에 갇혀 있어도 좋겠다.


#고스트라이터 #앨러산드라토레 #문학 #소설 #외국소설 #미래지향

##책추천 #책리뷰 #추리소설 #완벽한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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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의 어느 날과 닮았다. 아침부터 쏟아지던 눈이 낮에 잠깐 멈추는가 싶더니,

늦은 오후부터 다시 미치게 퍼부었네. 차들이 기어간다는 말, 자동차 바퀴가 헛돈다는 말을 그대로 목격하고.

저녁에 집에 들어오려고 탔던 버스마저 엉금엉금. 평소의 두배 가까운 시간이 걸렸지만, 안전한 게 최고.


내리던 눈이 잠깐 멈췄기에 밖을 내다보니, 분명 저녁에 들어왔을 차들이 하얗게 눈이불을 덮고 있고.

아이들 놀이터에 발자국도 거의 없네. 아까는 눈썰매까지 타고 있던데, 다들 일찍 들어갔구나.

이 시간 불 꺼진 집이 많은 거 보니, 다들 자고 있나...


이상하게 이런 날 늦은 시간에 눈 뜨고 있으면 꼭 치킨이 먹고 싶더라.

이 상황에 배달주문은 생각도 안하고 있는 터라, 뭐 언제나 생각만 하고 있지만,

치킨도 먹고 싶고, 돈까스도 먹고 싶고, 지금 막 돌돌 말아놓은 김밥도 먹고 싶고...

역시, 야식은 여름보다 겨울.


그나저나 여기는 토요일까지 끊임없는 눈 소식, 한파. 

뭐든 적당히 하면 좋으련만, 비가 안 와서 큰일이네 어쩌네 했는데,

겨울 가뭄 해소 때문에라도 눈이 좀 내려줘야 한다고 말들 하던데,

한꺼번에 눈이 너무 많이 오고 기온도 너무 내려가니까 무섭고 춥고, 또, 음, 

암튼 다 별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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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2-23 0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차들이 하얗게 눈 이불]
12월에 이토록 눈이 많이 내렸던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올해 12월은 춥고 눈 많이 내려서 더더욱 힘든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날엔
진한 핫코코아를 마십니다 ^^

구단씨 2022-12-23 00:20   좋아요 2 | URL
추워서 싫고,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불편하고 위험하고, 그렇습니다요... ㅠㅠ
겨울이 추워야 하는 게 맞는데, 이 겨울 추위도 제발 적당히...

저는 걸축한 천마차를 주문했습니다.
빨리 왔으면 좋겠는데, 늦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어요. ^^

호우 2022-12-23 07: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눈이 잘 안 오는 지역에 살아서 사진으로 보는 눈은 이쁘네요. 몇년 전에 드물게 폭설이 와서 좋으면서도 불편했던 기억이 나네요. 다행히 오늘이 금요일이네요. 안전하고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구단씨 2022-12-26 21:30   좋아요 0 | URL
지난 주에 내린 눈이 지금은 빙판으로 남아 있습니다.
정말 많이 내렸고, 엄청 추웠고, 길이 여전히 위험합니다.
누가 그랬었죠, 예쁜 쓰레기라고... ^^